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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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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924
추천수 :
5,390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9 18:00
조회
7,687
추천
157
글자
13쪽

든든한 응원?

DUMMY



“리더, 방금 참가 리스트 보니까 채집꾼 하나 남은 자리가 찼던데? 3급 이채현이라고 나오더라.”


위스키바 스위트룸에서 여자를 끼고 술을 원샷 때린 신종혁이 눈썹을 삐뚜름히 들어 올렸다.


“엉? 그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놈이야?”

“하하! 보니까 이번에 채집꾼 시험 합격한 신삥인가 봐. 우리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가 본데?”

“그으래? 그놈 참······ 귀여워 해줘야겠는데?”

“크크큭! 그렇지?”


3급 채집꾼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날대로 다 났다고 생각했건만.

아직도 와일드 울프의 명성을 허투루 아는 자가 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어떻게 요리하게? 처음부터 강하게 나갈까?”


3급 채집꾼 팀인 와일드 울프는 모두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이루어졌다.

40~50대 위주인 채집꾼 사이에서 상당히 젊은 피라고 할 수 있었고, 그만큼 에너지가 넘쳐나기에 어지간한 상황에선 다들 그들을 피하려 했다.


“뭐, 꼰대 같은 양반이라면 대충 윽박질러서 쫓아내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놈이라면······ 적당히 굴려볼까?”

“푸흐흣! 우리 팀에 들어오라고 꼬시자고? 그리고 열심히 시다바리 좀 시킨 다음에 교육비 명목으로 죄다 강탈하고?”


보통 가정이 있는 중년 채집꾼은 푼돈에도 목숨 걸 듯이 버티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시작부터 기를 팍 죽여놓고 시작 지점에 장승처럼 박아 두는 게 편했다.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채집꾼이라면, 같은 팀인 것처럼 살살 꼬시는 시도를 했다.

이후 던전 공략이 끝난 뒤 가지고 있던 채집물을 몽땅 빼앗으면 그게 그렇게 달곰할 수가 없었다.


“어허! 쯥! 강탈이라니! 채집꾼답게 상부상조라고 해야지, 상부상조!”


팀원들이 와하하 웃었다.


“그렇지! 상부상조!”

“그럼! 우리가 얼마나 교육을 잘 해주는데?”

“다섯 명이나 밀착 마크해서 달라붙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손해 아닌가?”

“이채현이란 놈이 나이 어린 귀염둥이였으면 좋겠네, 크크!”


못해도 60kg가량의 걸어 다니는 배낭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번 던전은 비싼 채집물이 상당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중품의 약초들을 대충 주워 담아도 200은 챙길 수 있을 거였다.


배낭값은 이채현이란 놈이 내고!

200만 원은 자신들이 꿀꺽하고!


그야말로 창조 경제였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신종혁은 새롭게 채워진 잔을 들며 호기롭게 외쳤다.


“위스키 한 병 더 돌려! 오늘은 위스키로만 배를 채우게 해주마!”

“오예!”

“나 작정하고 마실 텐데 정말 괜찮겠어?”

“이래서 내가 우리 리더를 사랑한다니까!”

“크으! 이 맛에 채집꾼을 하는 거지!”


신종혁은 마지막 사내의 말에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별 볼 일 없는 1레벨 헌터였던 그는 헌터 길드에선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지만, 채집꾼들이 어떤 때는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가는 모습을 보고 발상을 전환했다.


일반인 채집꾼이 저 정도 버는데, 그럼 헌터인 나는?

그리하여 직종을 헌터에서 채집꾼으로 변경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실 와일드 울프 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5명의 시너지가 고루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시험장에서 바로 팀을 결성하고. 첫 번째 채집활동을 함께하니 서로의 손발이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와일드 울프 팀은 3급 채집꾼 무리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고, 지금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입지까지 갖췄다.

조만간 2급도 도전할 예정이라 자신들의 승전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래······ 내 선택은 탁월했어!’


신종혁은 잔에 가득 찬 위스키를 감미롭게 바라보다가 단숨에 목구멍 안으로 털어 넣었다.


크으!


······이채현이라.

부디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놈의 몸집이 컸으면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80~90kg 정도 나가는 돼지였으면 좋겠는데······!


신종혁의 야비한 눈이 어둠 속에서 번들거렸다.


*


루나 레머디.

한국 최고의 연금술사로 칭송받는 권태율이 이끄는 회사.


연금술 특성상 모든 일을 직접 도맡아서 해야 했기에 회사 자체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생산되는 포션의 가격이 최소 몇천에서 비싸게는 몇십억까지도 올라가니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권태율은 손녀인 권유리가 방문했다는 말에 작업실에서 나와 회장실로 향했다.


달칵.


안으로 들어가니 추레한 녹색 츄리닝 차림의 권유리가 군인같이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예쁜 외모 가지고 저런 거지 같은 차림새는 또 뭔지.

한숨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으나 백번 말해도 들어 처먹지를 않으니 그냥 포기가 편했다.


“왔으면 차라도 한잔하지 그러냐.”

“저는 이온음료만 마셔요.”

“차도 이온음료 못지않게 영양이 풍부하다.”

“맛없는 건 싫어요.”


······그래,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잘 살아라.


권태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자리에 앉아 손녀의 보고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이마를 탁! 쳤다.


“그러니까······ 이채현 그놈한테······ 내 명함만 딸랑 한 장 던져주고 왔다고?”

“네.”


권유리가 뭐가 문제냐는 듯이 눈을 또롱또롱 떴다.


어이구야!

내가 믿을 놈을 믿었어야지!


“그랬으면 내가 널 시켰겠어? 김 비서를 시켰겠지!”

“그게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에요.”


권유리가 눈 하나 깜짝 안 하며 대꾸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냥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그렇게 콩 볶아 먹듯이 튀기는 게 아니니까 하는 소리지!”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알아보는 게 제일 확실해요.”

“······어휴! 그래! 그래서 네가 보니까 어떻든!”

“재능있어요.”

“······호오, 그래?”


다른 건 몰라도 눈썰미 하나만큼은 뛰어난 그녀였다.

그러니 흰소리 안 하는 그녀가 재능이 있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놈이라는 얘기였다.


“뭘 보고?”

“시험결과요.”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권유리는 이채현의 실기 시험 점수가 2등과 월등히 차이나는 100점이라는 걸 알렸다.


“호오, 그래? 넌 그걸 어떻게 알아봤어?”

“인터넷에서요.”


······내가 왜 얘한테 알아보라고 했던 거지?

그냥 하나뿐인 손녀, 없는 셈 치고 살아야 하나?


“후우······! 그래서 네가 직접 보기엔 어떻든?”


권유리가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시선을 잠시 올렸다가 대답했다.


“잘생겼어요.”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그거 말고는?”

“말랐어요.”

“또.”

“······게임은 잘못할 것 같았어요.”

“······또.”

“없어요.”


권태율은 눈을 감고 심음에 잠겼다.


“가봐.”

“네.”


잠시 후 눈을 뜨니 권유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었다.

하여튼 누가 4레벨 헌터 아니랄까 봐 몸동작 하나만큼은 귀신같은 손녀였다.


“후······ 창피하게 이게 뭐야?”


대뜸 자신의 명함을 건네줬단다.

그것도 자신이 애타게 찾는다면서.

자신의 이름값이 그렇게 헤프게 쓰인 적도 없을 거였다.


“뭐······ 그래도 조만간 연락이 오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명함이었다.

당연히 황송해서라도 당장 연락이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 늦은 시각이니 예의를 차린다고 내일쯤 연락이 올 수도 있었다.


권태율은 과연 싹수가 괜찮은 놈일지 기대하며, 이채현의 연락을 기다렸다.


당연하게도.

이채현에게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


이채현은 던전 진입 전까지 집에만 박혀 있었다.

그것 자체는 여느 때와 똑같았지만, 내용물은 완전히 달랐다.

평소 취미 삼아 보던 예능 동영상이 아닌, 채집 전문 동영상을 몰아보는 중이었다.


[자, 이게 바로 상현 버섯이고요, 이게 하현 버섯이에요. 어때요, 버섯들이 초승달, 그믐달처럼 참 곱게 생겼죠?]


응, 응.

귀에 걸어도 될 정도로 앙증맞고 예뻤다.


[이게 고블린이 출몰하는 1레벨 숲 지형 던전에서 가장 비싼 채집물이거든요? 그런데 얘네가 던전에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던전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뻥! 하고 터지면서 마비 포자를 퍼뜨려요! 정확하게는 상현, 하현 버섯 두 가지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반응하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따로 보관하는 방법이 있나?


[여기서 돈이 되는 건 정확하게 상현 버섯 하나만이고요, 하현 버섯은 상현 버섯을 반응하게 하는 일종의 촉매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 상현 버섯만 따면 되는데··· 그러면 여기서 문제! 과연 이 두 개의 버섯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보기에는 둘 다 똑같아 보이는데?

심겨 있을 때 모양이 다른가?


[정답은······ 구별할 수 없다! 입니다. 3급 채집꾼은 물론이고, 1급 채집꾼도 이건 구별할 수가 없어요! 사실 저도 판별기로 미리 찾아봐서 아는 거고요. 참고로 이것들은 마력이 다 빠져서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어도 폭발하지는 않죠. 그렇다면 이 두 버섯이 만나서 폭발하는 광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화면이 바뀌며 가로세로 3미터 정도 되는 투명 아크릴판 실험실이 나왔다.

안에는 실험용 생쥐가 여러 마리 돌아다녔고, 두 개의 버섯이 비커 위에 놓인 채 약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시험관이 막대를 사용해 비커를 옮겨 1미터 정도까지 거리를 좁히자 갑자기 두 버섯이 부르르 떨리더니 펑! 하고 터지면서 분홍빛 포자를 사방에 흩뿌렸다.

실험실 안에 있던 생쥐들은 분홍빛 포자에 둘러싸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축 늘어졌다.


[보셨죠? 포자가 날아가는 범위는 때에 따라 10미터도 넘을 수 있다고 하고요, 마비독이라서 살상력은 따로 없지만, 이런 자그마한 생쥐는 바로 몸을 굳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죠. 사람은 신체에 따라 6시간 넘게 마비될 수 있다고 하니 조심하는 게 좋겠죠?]


음, 저건 절대 건드리면 안 되겠군.

예쁜 곤충이 독이 강하듯이, 버섯도 예쁠수록 독이 센가 보네.


[그래서 이걸 채집할 방법은 하나에요. 눈 딱 감고 하나만 골라서 가져오든지, 아니면 그냥 포기하는 거죠. 그런데 이 던전의 주요 채집물이 바로 숨결초거든요? 문제는 하현 버섯이 숨결초와 상극이라 두 약초가 같이 있으면 죄다 상해버려요. 상현 버섯은 상관없는데 이걸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결론은 뭐다? 그냥 재미로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하하!]


그래, 깔끔하게 머릿속에서 지우자!


이채현은 채집의 심오한(?) 세계에 관해 알면 알수록 점점 흥미가 생겼다.

그냥 보이는 족족 채집하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3급 던전 채집꾼이 되자마자 이런 위험천만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이야!


나는 이런 사실을 이제 알았는데 자격증을 이렇게 날림으로 발급해도 되는 거야?

······아, 생각해보니 필기시험 문제로 나왔었는데, 내가 틀렸었구나?


음!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지!


시험공부는 문제를 외우기만 해서 지루했는데, 확실히 실물을 곁들인 정보를 시청하니 왜 이렇게 눈과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시험공부를 이렇게 하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


······내가 그렇게 안 했었나?


음!

아무튼, 재밌네, 재밌어!


이채현은 1레벨 던전 채집 관련 영상을 모조리 긁어서 시청했다.

이후에는 블로그 글도 찾고, 책도 찾아서 정독하니 금세 이틀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채현아, 이번에도 대박 기원한다? 아빠한테 돈 빌린 거 있지 않았지?”

“알아, 알아! 이자 톡톡히 쳐서 갚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선우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그래? 아무튼,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

“아들!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바로바로 쉬어! 엄마는 아들이 몸 건강하게만 돌아오면 그걸로 행복하니까!”

“아냐, 엄마! 나 이번에도 대박칠 거야! 참가비도 무려 80만 원이나 냈다고!”

“그래, 그래. 그럼 잘 다녀와? 사랑해, 우리 아들!”


송다인이 이채현을 꼭 끌어안고 이선우와 함께 출근하러 집을 나섰다.


“야.”


이채아의 서슬 퍼런 눈빛에 이채현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공연히 몸이 위축되었다.


“···어? 왜?”

“쫄지 마.”

“응?”

“와일드 울프인가 울라프인가 하는 놈들 말야. 걔들이 너 괴롭히면 나중에 누나한테 얘기해.”


이채아가 얼굴을 살짝 들이밀더니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읊었다.


“다, 조, 져, 줄, 게.”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과연.

이것보다 무시무시하면서도 든든한 응원이 또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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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던전 채집꾼을 하라니! +9 24.05.20 11,331 19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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