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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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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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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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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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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베타테스터 (11)

DUMMY

223화


“그저께 강에서도 케런인가 뭔가 하는 얼척없는 새끼가 기어 나오더니, 여기서도 뭐 이런 앞뒤 없는 새끼가 튀어나왔네?”


이백 미터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 순식간에 붕괴되면서 그 자리를, 나무 껍데기를 뒤집어쓴, 초대형 괴수가 차지하게 되었다.

이 지나치게 능동적인 친구는, 뿌리까지 계산하면, 애커론 강의 케런도 아담하게 느껴지도록 만들 정도로 극단적인 신체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었다.


“내가 케런인가 하는 새끼한테 바짝 쫄아서 빤스런한 건 인정. 근데 그 새끼가 단순히 크기만 해서, 내가 그렇게 겁을 냈던 건 아니었는데. 우리 저승 선생님들이 날 너무 지읒밥으로 보셨네.”


말을 마친 하지운은, 댐 앞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방류수를 감상하는, 민물고기의 심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클럽 하우스 옆 주차장 부지로 내려와 있던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차분하게 마력을 일으켰다.


작심하고 대판 싸울 준비를 하던 그 순간, 더럽게 큰 나무도 하지운도 모두 사이좋게 멈춰 버리고 말았다.

난데없는 이적에 하지운의 동공이 요동을 치려는 찰나, 상태창에 사랑스러운 저승사자의 메시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지운 님, 커티스 성의 성주인 ‘죽음의 나무’ 엘리자베스를 기어이 집 밖으로 끄집어내셨군요. 집순이 중의 상집순이인 그녀를 극대노하게 만들어 뛰쳐나오게 한 공로를 높이 치하하며, 도망치실 기회를 드릴 테니 십 초간 고민해 보세요. 빌라 동 뒤편에 있는 쪽문을 열어 두었으니, 결심이 서시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죽어라 뛰세요.」


‘자기야, 이제부터는 보스 몹이 나오면, 싸울지 말지 선택도 할 수 있는 거야? 진짜 게임이 너무 친절해서 좋다.’

‘도망칠 준비 안 하니?’

‘응.’


상쾌한 대답과 함께 십 초가 다 지나고, 하지운의 등 뒤로 마법진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와 동시에, 집채만 한 나뭇가지 수십 개가 하지운을 덮쳐 버렸다.


아나콘다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엄청스레 굵은 가지들이, 계속해서 수를 더해 가며, 하지운을 내리눌러 대는 것이었다.

보면 볼수록, 아주 쥐어짜서 터뜨려 버리겠다는, 집순이 나무의 의도가 여실하게 드러나는 장엄한 광경이었다.


그러던 중 패 놓은 장작들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던 나뭇가지들 사이로, 찰나의 순간 동안, 빛이 번쩍하고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일 초도 지나지 않아, 우레와 같은 기합 소리와 함께, 엄청난 굵기의 검푸른 기둥이 나뭇가지들을 뚫고 지나가 버렸다.


“가라!! 믿은 네가 등신이지!”


‘오빠 믿지’의 최종 개량형 ‘믿은 네가 등신이지’가 발사되었다.


“암컷이라고 해서 선빵은 맞아 줬다. 흡족하냐? 네까짓 게 아무리 커 봐야, 고작 땔감 쪼가리지.”


하지운을 덮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재가 되어 밤하늘을 수놓았고, 그와 동시에 식겁한 죽음의 나무가 지체 없이 다른 가지들을 모조리 땅속에 쑤셔 박아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단숨에 땅바닥 곳곳에 크레이터를 만들어 버린, 나뭇가지들이 산더미 같은 흙무더기를 일제히 허공에 뿌려 댔다.

그러자 미친 듯이 번져 가던 불길이, 산사태라도 난 것처럼, 퍼부어 대는 흙더미에 금세 잡혀 버리고 말았다.


그새 커다란 가지 하나를 통으로 날려 먹은 죽음의 나무가 분노에 치를 떨어 대며 귀곡성을 토해 냈다.

그 꼬라지를 감상하며, 은빛 찬란한, 하지운이 잿더미 속에서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UDT 전투복이 아닌, 십오 세기 고딕 양식의, 은빛 갑옷을 걸친 하지운이었다.


잠시 초대형 나무를 삐딱하게 훑어보던 하지운이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샐릿 형태의 투구가 자동으로 해체되면서, 피투성이가 된, 하지운의 머리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씨발... 존나 아프네. 빌어먹을, 외부 충격을 약간 완화시켜 주는 게 고작이잖아. 백오십 레벨씩이나 필요하다기에, 방어력이 존나 개쩔 줄 알았더니. 이건 뭐 그냥 방검복이네.”


사실, 이승에 있는 하지운이 알 도리는 없었지만, 그 순간 골렘 부서의 모든 귀신들이 귀곡성을 토해 내며 자지러지고 말았다.

불과 몇 분 전에, 뿌리까지 포함하면 높이가 오백 미터를 넘는, ‘죽음의 나무’ 엘리자베스 여사에게 수십 대를 얻어맞았던 하지운이다.

뒈져도 수십 번은 뒈졌어야 할 놈이, 자신을 구해 준 초고성능 갑옷을 두고, 하는 몰상식한 품평에 제작자들의 인내심이 핵분열해 버렸던 것이다.


또다시 골렘 부서를 업무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린 하가 놈이, 물 마법을 발동한 후, 세안을 하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허공에 물줄기를 만들고는 세수를 해 대는 하지운을 보며, 공격을 머뭇거리는 죽음의 나무였다.

신장이 잠실 롯데 타워와 엇비슷한 그녀의 입장에서, 키가 고작 칠 미터밖에 안 되는, 난쟁이 똥자루를 상대로 차마 기습 공격을 가해 버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한창 씻고 있는 좁쌀만 한 놈을 느닷없이 후려치는 건 그녀의 자부심이 결코 허락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 딱히 줄 건 없고, 보답으로 이거나 먹어.”


불을 버무린 토네이도 열 발이 발사되었다.

매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하지운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죽음의 나무는 분노할 새도 없이 미리 박아 두었던 나뭇가지를 미친 듯이 팔딱이며 흙을 뿌려 댔다.


“산기슭을 깎아서 골프장을 만든 이유가 이거였어? 부지가 골프장 치고도 더럽게 넓다 했더니, 화재 진압용 흙을 모아 둔 거였냐? 준비성 좋네.”


이죽거리던 하지운이 순간 흠칫하더니 빠르게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는 하지운의 머리에는 이미 투구가 씌워진 상태였다.


바로 직전까지 하지운이 죽치고 있던 자리에서, KTX보다 더 굵고 재빠른, 나무뿌리 한 가닥이 솟구쳐 올랐다.

기세 좋게 튀어나온 뿌리 위로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빛이 번쩍하더니, 벼락이 다발로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번개를 맞고 불이 붙어 버린 나무뿌리가 부리나케 땅속으로 도로 기어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걸 보고 응당 히죽거려야 할 하지운이 긴장된 표정으로 양팔 전완부를 들어 올렸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전완부를 감싸고 있던 부분의, 금속이 쭉 늘어나더니 중심부가 볼록한 원형 방패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방패가 만들어지기가 무섭게 좌우에서 솟아오른 뿌리들이 방패들을 후려쳤다.

바이저에 가려진 하지운의 입에서 앓는 소리와 함께 피 한 주먹이 동시에 튀어나와 버렸다.

이를 악문 하지운이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양쪽 방패를 바깥 방향으로 밀어낸 후, 양손을 편 채로 마력을 일으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지운의 양손에서, ‘오빠 믿지’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접근을 감지한 하지운이, 살짝 뒤로 몸을 빼고는, 흙 마법을 일으켜 발 앞에 구덩이를 만들었다.

잠시 후 바이저 속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하는 순간, 구덩이 속으로 벼락이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뻥 뚫린 구멍으로 시원하게 튀어나오던 나무뿌리가, 내리꽂히는 벼락에, 순식간에 숯 덩어리가 돼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운이 발밑을 신경 쓰는 동안, 하늘을 가득 메운 가지들이 일시에 해일처럼 덮쳐들었다.

그새 열 개나 되는 불 회오리를 다 제압한 모양이었다.


번개같이 고개를 쳐든 하지운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하지운을 감싸고 있던 골렘이 변형을 시작하였다.

등판에서 기둥처럼 튀어나온 금속이 굴착기 팔처럼 변형되더니, 끝부분에 삽 대신 달려 있던, 말뚝이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좌우 승모근과 삼각근 그리고, 방패가 사라진, 전완근을 덮고 있던 부위에서 여섯 개의 속이 빈 긴 봉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나오자마자 뿌리 부분이 꺾이면서 전방을 향하는 게 꼭 전차의 주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가지들이 하지운을 덮치기 직전, 5인치 54구경장, 부포 여섯 문에서 ‘오빠 믿지’가 발사되었다.

마력이 촘촘하게 코팅된 포신을 통해 발사된 ‘오빠 믿지’의 발사 속도와 파괴력은 기존의 ‘오빠 믿지’의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그 많던 잔가지들이 단숨에 재가 되어 흩날려 버리고 말았다.

흙을 뿌리고 자시고 할 틈조차 없던 것이었다.

기함을 한 죽음의 나무는 불이 줄기에 옮겨붙는 걸 막기 위해, 생살이나 마찬가지인, 그 거대한 가지를 끊어 내서 바깥으로 떨궈 낼 수밖에 없었다.


극도로 분노한 ‘죽음의 나무’ 엘리자베스 여사가 남은 가지들을 모두 휘두르며 하지운을 향해 내려치려던 순간, 목표물의 기이한 꼬라지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야 마는 것이었다.

어느새 하지운의 명치 부위에 16인치 50구경장의 주포가 돋아나 있었기 때문이다.


지름 오 미터짜리 불기둥 ‘믿은 네가 등신이지’를 주포에 장전한 하지운이 마침내 궁극의 불 마법을 발사해 버렸다.


“이거나 처먹고 뒈져 버려! 가라!! 이제 알았어? 오빤 쓰레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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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베타테스터 (12) 24.07.04 8 1 10쪽
» 베타테스터 (11) 24.07.02 12 1 9쪽
223 베타테스터 (10) 24.07.01 15 1 9쪽
222 베타테스터 (9) 24.06.28 15 1 11쪽
221 베타테스터 (8) 24.06.26 14 1 12쪽
220 베타테스터 (7) 24.06.24 14 1 10쪽
219 베타테스터 (6) 24.06.22 16 1 9쪽
218 베타테스터 (5) 24.06.20 14 1 9쪽
217 베타테스터 (4) 24.06.18 13 1 10쪽
216 베타테스터 (3) 24.06.16 16 1 9쪽
215 베타테스터 (2) 24.06.14 14 1 9쪽
214 베타테스터 (1) 24.06.12 14 1 9쪽
213 도강 (9) 24.06.10 15 1 10쪽
212 도강 (8) 24.06.09 13 1 10쪽
211 도강 (7) 24.06.07 14 1 9쪽
210 도강 (6) 24.06.04 13 1 9쪽
209 도강 (5) 24.06.02 15 1 9쪽
208 도강 (4) 24.06.01 18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8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5 1 9쪽
205 도강 (1) 24.05.26 19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7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9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3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8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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