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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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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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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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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글자수 :
951,721

작성
24.06.2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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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베타테스터 (9)

DUMMY

221화


널따란 홀 안이 삼천오백여 구의 머리 없는 시신으로 가득 메워져, 발 디딜 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 한복판에서, 신장 사 미터 이십의 갈색 머리, 청년과 비슷한 크기의 은빛 찬란한 금속 덩어리가 서로 얼싸안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장하다! 드디어 백오십 레벨을 찍었구나! 고생 많았다, 은 부장!”


하지운과 골렘이 행복에 겨워하는 동안, 쌀쌀맞은 복제 인간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각자 맡은 일에만 전념하였다.

염동력으로 각자 사오십 구의 흡혈귀 사체를 들어 올린 복제 인간들이, 복도 중간에 뚫려 있는, 구멍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구나 남았냐?”

“아직도 천 개는 더 남은 거 같다.”

“그래도 여기다 구멍을 뚫어 놔서 편하기는 하네.”

“말조심해. 저 미친놈이 제가 잘한 걸로 착각할 수도 있어.”


성 밖에서 대기 중이던 이십일 호가, 구멍 밖으로 던져진 사체들을 탑처럼 쌓아 올리며, 오고 가는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중이었다.


“근데... 이 구멍 너희가 메꾸고 있는 거야?”

“뭔 소리야? 우리 시체 나르느라 정신없는 거 안 보여?”

“근데 왜 구멍이 갈수록 좁아지는 거 같지?”

“어... 어! 진짜 좁아졌네! 아까보다 족히 삼십 센티는 좁아진 거 같아!”

“헐! 이래서 본체 놈이 벽에다 그 지랄을 했던 거구나. 이거 재질이 뭔데, 벽 쪼가리가 재생을 다 하고 지랄이야? 어이가 없네.”

“이것도 벽에다 피를 처바르고 뭐 어쩌고 한 건가? 기괴하네.”

“야, 그만 떠들고 벽 막히기 전에 빨리 운반해. 본체가 냄새난다고 지랄할라.”


홀에 쌓여 있던 시신들이 전부 치워지자, 물 마법과 바람 마법을 발동해, 바닥 청소를 대신 해 주는 친절한 하지운이었다.

천 마리도 남지 않은 흡혈귀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괴행이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레벨 업을 완전히 마친 골렘이 퇴근을 명받았다.

힘차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골렘 군을 치하한 하지운이, 아직 목이 붙어 있는, 흡혈귀들 앞으로 나섰다.


“복도에 있던 그림, 갑옷, 석상, 모조 보석, 와인 생산에 관여한 모든 놈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최대한 고통 없이 죽은 후, 내 언데드가 될 기회를 말이다. 잘 생각해라. 방금 번쩍거리는 내 부하를 소환 해제하는 거 봤지? 남은 너희들은 내가 직접 죽일 거라는 얘기다. 기왕 죽을 거 편하게 죽는 게 낫지 않겠어? 뭐, 내가 얼마나 악질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놈들은 버텨 보든지.”


흡혈귀들이 눈알을 뒤굴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시시때때로, 무리의 후미에서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백작 부인을 힐끔거리며 움찔움찔하는 모습이 그렇게 용맹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것들 봐라. 너희들 왜 저년 눈치를 봐? 저년이 나보다 더 세? 저년은 내 손에 안 뒈질까 봐, 저년 눈치를 보는 거야? 와, 기분 진짜 좆같네. 야, 너 김밥 부인인지 만두 부인인지, 너 일로 와 봐. 내가 널 말안장에 고정시켜서, 천 년 넘게 끌고 다녀 보려니까.”

“......”


상스럽기 짝이 없는 하지운의 육두문자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이가 없었다.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한둘도 아니고 자그마치, 사만 사천여 마리의 동료가 죽는 꼴을 보다 보니 그들의 용맹함이 다소 퇴색되었던 것이었다.


“각 종목당 선착순 열 마리. 참고로 나머지는 암수 할 것 없이 전부 생식기를 도려내서 우리 좀비들한테 먹일 거야. 물론 너희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쳐다보는 그 앞에서 말이야. 우리 애들 먹성이 참 좋아. 참고로 나도 사회적 지위가 굉장히 높은 편이야. 그래서 허언을 잘 하지 않아. 뱉은 말은 잘 지키는 편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특히 상대에게 불리한 것은 더욱 철저히.”


살아남은 흡혈귀들의 표정이 썩어 문드러져 갔다.

일평생 동안 깽판을 쳐 보기만 했지, 당해 본 적은 없는 그들이다.

공갈 협박과 폭력에 대한 면역력이 지나칠 정도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년이 그렇게 고문을 잘한다면서? 그래도 너희 두목 년이 나보다 고문을 잘할 거라고 확신하진 마. 나도 우리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도살자야.”


말을 마친 하지운이 테이블을 꺼낸 후, 그 위에 고문 도구로 안성맞춤인 흉기들을 하나씩 꺼내서 도열해 놓았다.

도끼, 낫은 기본이고 톱과 집게에 심지어 밥숟가락과 대패까지 꺼내 놓는 것이었다.


“대, 대패... 숟가락... 본체야,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구나.”

“야, 그 정도로 할 거면, 엘프 쟤는 들여보내라. 보다가 경기 일으킬라.”

“저런! 내가 너무 무심했네. 미안해, 엘프야. 퇴근해.”

“미친놈아, 또 뭘 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엘프녀를 소환 해제시켰다.


“나는?”

“넌 날 지켜야지! 이 쌍놈아!”


금 실장의 얼빠진 질문에 어이가 없어진 하지운이 버럭버럭해 버렸다.

경호실장이 흠칫 놀라더니 잽싸게 하지운의 뒤로 와서 시립했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네...”


하지운이 꺼내 놓은 준비물들과 금 실장을 향한 서슬 퍼런 호통을 들으며, 점점 팔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하는 가련한 흡혈귀들이었다.


“용감하네. 일단 몇 놈 뒈지는 꼴을 보여 줘야 투항자가 나오려나.”


본체를 대신해 흉기들의 날을 갈아 주던 복제 인간들이 한마디씩 하였다.


“당연하지. 명색이 밤의 제왕 흡혈귀님들이신데. 그깟 협박 따위에 굴복하시겠냐?”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도 꿈쩍 안 할 거다. 가랑이에 칼질 좀 한다고 저들 같은 용사들이 뜻을 굽힐 거라 착각하지 마라.”

“그래, 일단 손가락 발가락은 모조리 다 썰어 놓고 시작을 해라. 어설프게 굴면 우습게 보일 수가 있어. 우리까지 비웃음 당하지 않게 단디 해라.”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사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마음속 깊이 새겨 넣는 대표 이사였다.

정신 무장을 한 저주받을 대표 이사 하지운이, 앞 열에 서 있던, 흡혈귀 처녀의 뺨따귀를 사정없이 후려갈겨 버렸다.

그 순간, 맞은 그 즉시 선 채로 기절해 버린, 흡혈 여전사가 차렷 자세로 드러누워 버리는 것이었다.

침대 축구를 극도로 혐오하는 하지운이 처자빠져 있는 꼬라지를 봐 주고 있을 리가 없다.


기겁을 한 그녀의 동족들이, 빛의 속도로 미끄러져 가는, 그녀를 붙잡아 보려 애썼지만 어림없는 몸부림이었다.

순간적으로 음속을 돌파한 흡혈 여전사가 순식간에 하지운의 발 앞에 도착해 있는 것이었다.

오른발을 바깥쪽으로 살짝 비튼 하지운이, 발 안쪽 면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받아 내었다.

신기에 가까운 볼 컨트롤에, 하지운의 등 뒤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아름답다! 저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 좀 보소! 날아오는 날달걀도 발로 받아 낼 듯한 저 우아한 몸놀림! 우리 본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진짜 개쩐다!”

“역시 이십만에 달하는 유사 인간들을 손수 때려죽인 도살자답다! 남의 몸뚱어리 다루는 실력이 장인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정말 장하다, 본체야!”


환골탈태를 네 번이나 거친 하지운이다.

작금의 놈의 몸뚱어리에 어중간한 생명체의 육신이 음속으로 들이받아 버리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펼쳐질 게 명약관화한 일이다.

하지운의 신기로운 신체 컨트롤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머리통은 분자 단위로 해체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분신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하가 놈이 염동력으로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려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표정 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그녀의 몸뚱이를 내려놓다가, 하마터면 테이블 밑으로 굴릴 뻔한 하가 놈이다.


“... 본체 놈이 실력에 비해 괴상한 실수를 많이 하네.”

“경박해서 그래.”

“엘프가 오백 살 넘은 할머니라서 꼰대 같은 소리를 하는 줄 알았더니... 얜 정말 반드시 맞아야겠다.”


이사진들의 혀 차는 소리를 듣고선, 민망해진 하지운이 애꿎은 흡혈귀 처녀에게 화풀이를 해 버렸다.

잠든 그녀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부드럽게 감싸 쥐더니 그대로 꺾어 버린 것이다.


“끼아아아악!”

“잘 잤어? 넌 뭐 특별히 잘하는 거 없지? 그럼 네 동족들이 보는 앞에서 널 본보기로 써먹어야겠다. 내가 진짜 믿음이 안 가게 생겼나 봐. 다들 뭔가 보여 주지 않으면, 내 말을 믿으려고 하지를 않더라고. 네가 수고 좀 해 줘야겠어.”


질겁을 한 흡혈 여전사가 피 안개로 변하려 하자, 하지운의 초미니 ‘바람의 칼날’ 수십 방이 그녀의 안면에 작렬하였다.


“저런, 고운 피부가 씹창이 나 버렸잖아. 가만있어. 대패로 네 낯가죽을 싹 다 밀어 줄까?”


부드럽게 협박한 하지운이 낫을 들어 그녀의 유니폼 하의 위에 가져다 대었다.

무슨 짓을 할지 미리 예고를 해 두었던 터라, 흡혈귀 처녀의 입에서 자지러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흐아아아아악! 저, 저 그림 진짜 잘 그려요!! 보, 복도에 있던 그림 백팔 점 중에 서른여덟 점을 제가 그렸어요! 진짜예요! ‘그분’께 맹세할 수 있어요! 흐어억... 제, 제발... 하지 마세요... 흐으으윽...”


하지운과 복제 인간들도, 뛰쳐나오려던 흡혈귀들도 다들 어색한 표정으로 멈춰 서 버렸다.


“아오, 미안... 그림 그리는 애 손가락을 분질러 버렸네.”

“괘, 괜찮아요!! 저 왼손잡이예요!”

“아, 그래! 잘됐다. 그럼 증명해 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낫을 휘둘러 그녀의 아랫배를 갈라 버리는 하가 놈이다.

어느새 테이블 옆에는, 싸대기를 처맞고 기절한, 또 다른 흡혈 여전사가 도착해 있었다.


“이년 면상이랑 똑같이 그려 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낫으로 바닥을 가리키는 하지운을 보고는, 내장이 쏟아져 나오려는, 아랫배를 붙들고 잽싸게 테이블 아래로 기어 내려가는 흡혈귀 화백이었다.

피가 섞인 눈물 콧물을 철철 흘리며 자신의 피로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도, 현란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왼손이 아름다웠다.


“합격. 구라가 아니었네.”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치켜드는 순간, 그녀의 목을 무엇인가가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잠시 후 피투성이가 된 낫을 일 호에게 건넨 하지운이 시커먼 마법진을 소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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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베타테스터 (10) 24.07.01 7 1 9쪽
» 베타테스터 (9) 24.06.28 11 1 11쪽
221 베타테스터 (8) 24.06.26 12 1 12쪽
220 베타테스터 (7) 24.06.24 13 1 10쪽
219 베타테스터 (6) 24.06.22 15 1 9쪽
218 베타테스터 (5) 24.06.20 13 1 9쪽
217 베타테스터 (4) 24.06.18 12 1 10쪽
216 베타테스터 (3) 24.06.16 15 1 9쪽
215 베타테스터 (2) 24.06.14 13 1 9쪽
214 베타테스터 (1) 24.06.12 13 1 9쪽
213 도강 (9) 24.06.10 14 1 10쪽
212 도강 (8) 24.06.09 11 1 10쪽
211 도강 (7) 24.06.07 12 1 9쪽
210 도강 (6) 24.06.04 12 1 9쪽
209 도강 (5) 24.06.02 14 1 9쪽
208 도강 (4) 24.06.01 17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7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4 1 9쪽
205 도강 (1) 24.05.26 18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8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1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7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7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7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6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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