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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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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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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1
글자수 :
371,835

작성
24.02.17 10:00
조회
2,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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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
12쪽

여배우한테 붙은 악귀(2)

DUMMY

"옴 이베이베 이뱌 마하 시리예 사바하"


내 입에서 관세음보살발절라수 진언이 흘러나오자 손끝에서 파동을 일으키던 항마력이 구처럼 뻗어 나갔다.


화르르륵~


막 기운이 뭉쳐지던 악귀가 날아온 항마력의 파동을 맞고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캬아악!]


파동을 맞은 악귀의 형태가 부서지며 귀기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하연수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하연수씨. 이 악귀를 제령하려면 이름을 알아야 해요. 이놈은 살아있을 때도 하연수씨를 스토킹했을 겁니다. 이 악귀는 30대 후반 정도의 남성이고 하연수씨한테 다이아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말을 했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연수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예상대로 하연수가 알고 있는 듯했다.


[하연수씨가 지금 떠올린 그 인간이 맞을 겁니다. 그 인간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하연수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사람은 죽었어요.”

[당연히 죽었겠죠. 죽었으니까 지금 악귀가 되어 하연수씨를 찾아온 겁니다. 시간이 없어요. 악귀를 제령하려면 그 남자의 이름을 알아야만 해요!]

“강형중. 그 사람 이름은 강형중이에요. 그러고 보니까 그 사람이 자살한 후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된 것 같아요. 마치 누군가 옆에서 계속 노려보고 최근엔 제 몸을 만지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거든요.”


하연수가 강형중이라는 이름을 말하자마자 공기가 흔들리며 메시지가 떴다.


[악귀정보가 파악되었습니다]


이름 : 강형중

성별 : 남성

이승 나이 : 37세(사망 당시)

영혼 나이 : 4개월 차

종류 : 몽달귀신

사망보고서 : 강형중은 하연수를 흠모하여 그녀의 촬영장을 쫓아다녔고 선물공세를 펼쳤다. 강형중은 집착과 망상이 심한 성격이었다. 강형중은 하연수가 자신의 선물을 받고 기뻐한다는 망상에 빠져 나중엔 다이아 목걸이를 보냈다. 그리고 하연수가 그 목걸이를 거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악귀가 되어 찾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자살했다.


‘됐다.’


악귀의 정보가 허공에 뜨자 검은 형체가 점점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말은 곧 강형중의 영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소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승의 악귀가 완전히 이승으로 넘어오면 일반인에게도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심령술사가 악귀를 이용해 누군가를 괴롭힐 때도 강령술로 저승의 영을 이승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악귀가 물리력으로 하연수를 위협하거나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 본 모습을 드러낸 강형중의 눈동자는 빨갛게 변해 있었고 눈 아래는 검은 다크써클 같은 귀기가 논바닥처럼 퍼져 있었다.


‘저놈이 다른 행동하기 전에 빨리 붙잡아서 푸르바에 봉인시켜야겠네.’


무기를 떠올리자 허공에 목록이 나타났다. 난 부동명왕의 존상을 떠올리며 주문을 읊었다.


‘부동명왕의 견삭!’


주문과 동시에 손안에 전해지는 굵은 밧줄의 감촉.

완전히 형태가 잡힌 강형중이 붉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뭐야? 왜 갑자기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드는 거지? 흐흐. 네놈이 날 이승으로 소환하면서 내가 물리력을 가지게 됐구나. 그렇다면 연수를 죽여서 영원히 나와 함께 할 수 있겠네.]


예상대로 악귀 강형중은 하연수를 죽여서 그녀의 영혼이라도 차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강형중의 영이 하연수에게 달려드는 순간 나도 견삭을 날렸다.


“사바하!”


견삭이 빛처럼 날아가 강형중의 영체를 휘감았다.


휘리릭~


강형중의 손이 하연수의 머리카락에 닿는 순간 힘껏 견삭을 잡아당겼다.


[끄악!]


악귀 강형중이 내게로 끌려왔고 하연수의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아슬아슬했네. 조금만 늦었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얼굴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었어.’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치솟자 하연수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견삭에 사로잡힌 강형중이 빠져나가기 위해 날뛰다가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이상하게 악귀들은 소멸되기 전에 자신을 제령하는 사람의 정체를 궁금해한다.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난 드라마 작가다.”

[뭐?]


“푸르바~”


손안에 단검이 들어왔다. 강형중이 사형장의 죄인처럼 애원하며 말했다.


[제발 살려줘···]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악귀의 심장에 푸르바를 꽂았다. 인간은 칼을 맞으면 피를 흘리지만 악귀는 항마검에 찔리면 영체가 찢어지며 귀기가 빠져나온다. 그 귀기를 빨아들여서 봉인해야만 완전한 퇴마가 된다.


악귀 강형중이 고통에 몸부림쳤고 찢어진 영체에서 귀기가 흘러나왔다.

수인을 맺고 진언을 읊었다.


“마하반야바라밀!”


악귀 강형중의 귀기가 푸르바의 검신으로 빨려 들어왔고 허공에 메시지가 떴다.


[악귀 강형중이 제령되었습니다. 귀기 ‘30’이 보상으로 지급됩니다.]


*


하연수는 비록 악귀를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악귀를 없앴다는 남자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또한 남자가 보이지 않는 뭔가와 싸우는 것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고 바로 옆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몇 주 만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뭔가에 사로잡혀 있다가 자유롭게 풀려난 기분이랄까.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남자가 자신을 도와줬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남자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했다. 남자는 귀신을 볼 수 있고 입이 아닌 마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 배우를 해도 될 정도로 수려한 이목구비에 신뢰를 주는 따스한 눈빛.


하연수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고 데뷔 후 곧바로 스타가 됐다. 덕분에 주위에 믿을만한 친구가 없었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만한 상대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면서 몇 번 사기를 당했고 이후로 사람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과도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근데 이름조차 모르는 이 남자에겐 그런 경계심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사라졌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 비밀도 이 남자에겐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굴까?’


남자가 누군지 너무도 궁금했고 감사의 말도 전해야 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남자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오랫동안 악귀한테 시달린 탓인지 불안감이 커졌고 이 남자가 옆에 있어야만 안전하고 든든할 것 같았다.


하연수가 남자의 앞으로 다가섰을 때 분장실 문이 열리며 스타일리스트가 뛰어들어왔다. 스타일리스트가 남자를 보고는 멈칫하더니 이내 하연수를 돌아보고 급하게 말했다.


“언니, 감독님이 지금 슛 들어간대요.”

“알았어, 곧 갈게. 먼저 가 있어.”


*


스타일리스트가 나가자 하연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가 불과 30 센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게 실화냐?’


여태까지 대화도 나누고 온갖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다 보여줬는데도 새삼스럽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수연을 편의점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행복하고 좋았다면 지금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찾아왔다. 이수연은 톱스타도 아니고 이목구비도 대단히 예쁜 건 아니다. 근데 하연수는 그야말로 조각 같은 이목구비에 키도 크고 화려한 외모가 이 세상 비주얼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의 연예인 느낌이랄까.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쁜 것 같은데?’


조금 전 하연수는 악귀의 공포에 억눌려서 본래 가지고 있던 스타의 아우라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지금 눈앞의 하연수는 조명이 없는데도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나 눈이 부실 지경이다.


[저한테 악귀가 붙어있다고 했죠? 당신 얘기 믿어요.]

‘헉. 뭐야? 왜 갑자기 전음으로 얘기하냐고?‘


하연수는 자신이 전한 전음이 내게 들렸는지 확인하듯 눈을 반짝였다.


[배우님. 오늘 여기서 일어났던 일은 앞으로 비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저희 둘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할게요.]


‘저희 둘만의 비밀’이라는 말에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하연수가 다시 전음으로 말했다.


[이제 그만 정체를 밝혀 주시죠. 누구신지.]


하연수는 전음으로 말하는 게 재미있는지 눈에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했다.


“전음으로 얘기하지 말고 원래 목소리로 얘기하시죠.”


내가 육성으로 말했는데도 하연수는 계속 전음으로 말했다.


[전음? 이렇게 말하는 걸 전음이라고 해요? 전 전음으로 말하는 게 더 편해요. 늘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지 않을까, 녹음되지 않을까 조심하지 않아도 되고. 그쪽도 전음으로 말해주면 안 돼요? 부탁이에요. 제발··· 네?]


하연수가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애원하듯 말했다.


‘으악. 나 어떡하냐?’


그야말로 드라마에서의 하연수 매력이 총동원된 느낌이랄까. 어떤 남자도 이런 파상공격에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남의 부탁 잘 거절하지 못하는 나는 더더욱···

하연수가 재촉했다.


[어서 전음으로 대답해줘요. 정체가 뭔지. 아까 드라마 작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거 악귀한테 하는 말이었죠? 진짜 드라마 작가예요? 설마···]

[드라마 작가 맞습니다.]

[정말이요?]


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하연수의 입은 움직이지 않는데 눈은 놀라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던 것이다. 예전에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은 하지 않고 몸짓 발짓으로만 대화를 나누는 코너가 있었는데 마치 그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다.


[드라마 작가면 어떤 작품 썼어요?]

[들으면 놀랄 걸요?]

[와, 엄청 유명한 작가님인가 보네. 근데 그런 작가님들은 내가 대부분 얼굴 아는데 왜 그쪽은 처음보는 얼굴이죠?]

[전 이번에 데뷔하는 작가니까요.]

[힝? 완전 신인 작가님이시구나. 무슨 작품으로 데뷔해요?]

{아마 아실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고···}


순간 하연수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보, 보이지 않는 사랑이요?]

[네.]

[아, 미친!]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하연수 입에서 예상치 못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전음으로 말하던 하연수가 갑자기 자기 목소리로 따지듯 말했다.


“이거 우연 맞아요? 혹시··· 경쟁 프로그램 죽이기 뭐 그런 이상한 음모는 아니죠?”

“무슨 말씀을. 경쟁 프로그램 죽이기가 아니라 살리기 아닌가요? 내가 악귀 없애서 배우님이 이젠 홀가분하게 연기 잘 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그건 그쪽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근데 어떻게 하필이면 보이지 않는 사랑 작가님이···”


하연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하긴 나도 바뀐 내 인생이 이해가 되지 않는데 누군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해가 되겠는가.


“그러게요. 하필이면··· 저도 솔직히 말하면 경쟁 프로그램 살려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내 말에 하연수가 발끈했다.


“그건 아니죠.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그걸 알면서도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모른 척하면...”

“그래서 살렸잖아요. 저도 잠깐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하연수가 날 보며 피식 웃는데 분장실문이 왈칵 열렸다. 스타일리스트가 순간 우리 둘을 보고 멈칫했다. 둘이 얼굴을 너무 가깝게 마주 대고 있었으니까.


“어, 언니···”

“응. 말해.”

“지금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감독님이 빨리 오래요.”

“그래, 알았어. 바로 갈 테니까 너 먼저 가 있어.”


스타일리스트는 나가면서도 연신 날 힐끔거렸다. 대체 누구기에 그토록 경계심이 강한 하연수가 분장실에서 단둘이 저렇게 얼굴을 마주 대고 얘기를 나누는지 너무도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스타일리스트가 나가자 하연수가 날 돌아보고 말했다.


“지금 아무데도 가지 말고 제가 연기하는 거 보고 기다렸다가 저녁 같이 먹어요.”


역시 스타는 스타다. 남의 의견 물어보지 않고 다짜고짜 명령조로 말을 하는 걸 보니. 하긴 하연수가 저녁 같이 먹자는 데 거절할 남자가 누가 있을까 마는··· 아니, 여기 있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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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배우한테 붙은 악귀(3) +6 24.02.18 2,697 78 13쪽
» 여배우한테 붙은 악귀(2) +5 24.02.17 2,667 74 12쪽
36 여배우한테 붙은 악귀(1) +2 24.02.16 2,702 73 12쪽
35 박주희의 전화(2) 24.02.15 2,744 70 13쪽
34 박주희의 전화(1) +4 24.02.14 2,813 74 12쪽
33 배우의 발견(3) +1 24.02.13 2,873 71 13쪽
32 배우의 발견(2) 24.02.12 2,882 69 12쪽
31 배우의 발견(1) +2 24.02.11 2,931 73 12쪽
30 걸그룹을 만나다(2) +2 24.02.10 2,912 79 13쪽
29 걸그룹을 만나다(1) +5 24.02.09 2,926 71 13쪽
28 걸그룹 멤버의 영혼(3) +3 24.02.08 2,970 73 12쪽
27 걸그룹 멤버의 영혼(2) +2 24.02.07 3,016 74 12쪽
26 걸그룹 멤버의 영혼(1) +6 24.02.06 3,074 75 13쪽
25 한류배우 캐스팅(3) +2 24.02.05 3,106 83 13쪽
24 한류배우 캐스팅(2) +3 24.02.05 3,063 74 12쪽
23 한류배우 캐스팅(1) +2 24.02.04 3,129 71 13쪽
22 작가가 치트키(3) +4 24.02.03 3,149 75 13쪽
21 작가가 치트키(2) +1 24.02.02 3,209 79 13쪽
20 작가가 치트키(1) +3 24.02.01 3,244 72 13쪽
19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4) +4 24.01.31 3,286 84 12쪽
18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3) +5 24.01.30 3,244 75 13쪽
17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2) +4 24.01.29 3,252 76 13쪽
16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1) +5 24.01.28 3,371 75 12쪽
15 계약하죠(3) +4 24.01.27 3,388 76 12쪽
14 계약하죠(2) +2 24.01.26 3,445 80 13쪽
13 계약하죠(1) +10 24.01.25 3,460 82 13쪽
12 몽달귀 +3 24.01.24 3,432 76 13쪽
11 작가가 누구야(4) +1 24.01.23 3,482 78 13쪽
10 작가가 누구야(3) +2 24.01.22 3,486 74 12쪽
9 작가가 누구야(2) +4 24.01.21 3,529 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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