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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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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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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1
글자수 :
371,835

작성
24.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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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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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
12쪽

여배우한테 붙은 악귀(1)

DUMMY

하연수는 바로 옆 허공에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는 걸 확신했다.

느낌이 얼마나 생생한지 지금 눈길을 옆으로 돌리면 허공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 존재와 눈이 마주칠 것 같은 확신이 들 정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이건 매니저도 경찰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절대 환각이 아냐. 진짜 귀신이 내 옆에 붙어있는 것 같아.’


하연수는 두려움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때 귓속으로 서늘한 바람 같은 누군가의 숨결과 속삭임이 들려왔다.


[.... 수야.... .... 수야.... .... 연수야.... 하연수...]


하연수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밖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분장실에서 하연수의 비명이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두터운 방음문으로 닫혀 있는 스튜디오 안에 있어서 비명을 들을 수 없는 상황.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은데 어떡하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서 확인부터 해보자.’


분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하연수가 보였다. 그런 하연수의 바로 옆에 달라붙어 있는 흐릿한 악귀의 형체. 아직은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악귀의 정확한 형태는 보이지가 않았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악귀보다 하연수가 신경 쓰였다. 여긴 방송국이고 언제든 다른 사람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 게다가 난 <과거의 문> 경쟁작을 쓴 드라마 작가다. 이러다가 하연수가 비명이라도 지르면 어떤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살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를 이렇게 대면할 줄이야. 어쨌든 악귀를 제령해서 귀기도 얻고 이런 식으로 유명배우들과 인연까지 맺을 수 있으면 일석이조지. 하연수도 이번 작품 끝나면 내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은 1순위 여배우고. 근데 이러다가 유명배우들이 날 작가가 아니라 퇴마사로 기억하면 어떡하냐?’


하연수는 공포에 사로잡혀 내가 뛰어 들어온 것조차 알지 못하는 모양. 악귀가 하연수의 귀에 대고 위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말했지? 난 영원히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내가 선물해준 다이아 목걸이는 왜 안 하는 거야? 넌 그걸 했을 때 제일 예뻤는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


딱 봐도 송현우한테 달라붙었던 그런 귀신이다. 송현우한테 붙었던 귀신은 여자 귀신이고 이 귀신은 남자 귀신, 일명 몽달귀신이다. 저렇게 악귀가 찰싹 달라붙은 모습을 보면 괘 오랫동안 하연수를 괴롭혔을 것 같다. 하연수도 아까 연기할 때의 표정을 보면 자기한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 같고.


무엇보다 하연수가 놀라지 않도록, 악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악귀의 이름을 알아내야만 한다.


“하연수씨. 괜찮아요?”


하연수가 내 소리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여배우들은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일반인에게 들키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 하연수 역시 날 보자마자 급하게 자세를 가다듬었다.


‘지난 번에 송현우 배우한테 사용했던 전음을 써야겠네.’


지난 번 송현우 배우한테는 악귀가 빙의되어 있어서 악귀가 듣지 못하도록 악귀가 싫어하는 주문을 먼저 읊은 후 전음으로 말했다. 근데 지금은 악귀가 외부에 있으니 악귀는 전음을 들을 수가 없다. 그렇다 해도 나는 악귀의 방해를 받기 싫어서 나직하게 주문을 읊조렸다.


“사바하~”


낮게 읊조린 주문인데도 악귀가 화들짝 놀라며 하연수한테서 멀어졌다. 악귀는 어디서 들려온 주문인지 몰라 바싹 긴장한 모습. 내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연수한테 전음으로 말했다.

이전에는 전음을 떠올린 후 허공에 뜬 박스를 건드려야만 주술이 작동했지만 이젠 생각만으로도 술법을 사용할 수 있다. 전음이 작동하며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하연수 배우님. 전 배우님을 돕기 위해 온 사람입니다.]


사실 악귀를 퇴마하는 건 귀기를 얻기 위한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하연수를 돕는 셈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알지 못했다면 하연수는 계속 악귀한테 시달렸을 테고 <과거의 문> 촬영 때도 제대로 된 연기를 하기 힘들고 그렇게 되면 <보이지 않는 사랑>의 시청률에 도움이···


‘미친 놈아,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나는 이내 머리를 흔들고 전음으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 배우님 옆에는 악귀가 붙어있습니다. 제 소리가 들리고 제 말을 믿는다면 배우님도 절 보고 마음으로 대답해보세요. 말로 하면 악귀한테도 소리가 들릴 수 있어서 곤란해요.]


하연수가 놀라움과 경계심을 품은 얼굴로 날 바라봤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지금 배우님을 도우러 온 사람입니다. 배우님도 그동안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게 다 악귀가 붙어있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제 도움을 원한다면 절 보며 마음으로 대답해보세요.]


내 전음이 끝나자마자 하연수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건가요?]


역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 상황 파악과 순발력이 빨랐다.


[네, 그렇게 하면 됩니다.]


살터 할아버지의 기억에 의하면 악귀를 제령하려면 악귀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나야만 한다. 악귀의 형태가 지금처럼 흐릿하다는 건 악귀가 이승으로 완전히 넘어오지 않았다는 의미.

악귀를 사로잡거나 제령하기 위해서는 악귀를 이승으로 소환해야 하고 소환하는 방법은 악귀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


이놈은 생전에도 하연수를 스토킹하고 괴롭혔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연수가 악귀의 정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배우님, 이 악귀는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이고···]


순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악귀가 날 돌아봤다. 두리뭉실한 이목구비만 보이는 검은 형체의 악귀가 입을 움직였다.


[혹시 조금 전에 영력을 사용한 놈이 너냐?]


내가 뭐라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악귀의 검은 기운이 갑자기 내 몸을 휘감더니 강한 힘으로 조이기 시작했다.


“컥!”


하연수가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하긴 하연수 눈에 지금 내 모습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일지 짐작이 간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혼자 몸이 오그라들고 몸을 빼내려고 버둥거리는 이상한 형태.

악귀가 붉은 눈을 번들거리며 말했다.


[큭큭. 혹시나 했더니. 역시··· 영력을 가진 놈이 맞았네.]


악귀는 아직 이승으로 넘어오지 못해서 하연수 같은 일반인은 공격하지 못한다. 근데 나는 영력을 가지고 있고 사주가 이승과 저승 양쪽 세계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시스템이 설명했다.


‘그런 설명은 평소에 미리미리 좀 해주던가. 항상 실시간으로 해주니까 대비를 할 수가 없잖아.’


악귀가 압박하는 힘이 점점 강해졌다. 악귀의 검은 기운이 거대한 뱀처럼 내 양팔까지 칭칭 감아 조이고 있어서 몸을 꼼짝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팔을 움직일 수가 없고 허공에 나타난 부적이나 무기를 사용할 수도 없을 텐데. 시스템이 이번에도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겠지? 아니면 설마 여기서 죽는 건가? <보이지 않는 사랑>이 방송되는 것도 못 보고?’


나름 심각한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악귀가 내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원래 남의 사랑 싸움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야.]


솔직히 겁이 나기보단 빡치는 기분이 들어 대놓고 소리를 질렀다.


“미친 악귀 놈아 이게 어떻게 사랑 싸움이냐? 대놓고 괴롭히는 거지.”


갑자기 내가 혼자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자 하연수의 표정이 혼란스러워졌다. 악귀가 속삭였다.


[넌 모르겠지만 연수도 날 좋아하고 있어.]


그동안 몇 차례 경험한 것처럼 이런 몽달귀신하고는 아무리 얘기해봐야 입만 아프다. 다들 저만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으니까.


‘가만. 악귀가 조이는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러다 진짜 어떻게 되는 거 아냐?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해야 하는데...’


호신강기를 떠올리자 허공에 부적이 나타났다.


‘근데 부적만 나타나면 뭘 하냐고? 팔이 묶여서 움직일 수가 없는데. 으으으.... 이러다가 갈비뼈 다 으스러지겠어. 엄살 아니고 정말이라고. 빨리 무슨 방법을 알려달라고!’


다급하게 외치자 비로소 살터 할아버지의 기억이 밀려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다행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주문만 읊고 생각만 해도 된다고? 진짜?’


난 주문을 읊고 내 몸을 보호하도록 지시했다.


‘호신강기.’


주문을 읊으며 생각을 하자마자 부적에서 노란 항마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내 온몸을 감쌌다. 강하게 압박하던 악귀의 기운이 항마의 기운에 의해 조금씩 밖으로 밀려나는 게 느껴졌다.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아니, 말로 해도 되면 그렇다고 진즉 알려주던가. 맨날 허공에 팔을 뻗어 누르는 게 왠지 좀 없어 보이긴 했어.’


솔직히 시스템이 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긴 한다. 늘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비법을 알려주니 자칫 잘못해서 시기가 늦으면 죽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다만 이렇게 퇴마술의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간 시스템이나 살터 할아버지의 도움 없어도 스스로 악귀와 싸울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긴 하다.


‘역시 내 몸은 내가 보호해야 해. 그렇다면 무기도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내가 무기를 떠올리자 허공에 네 가지 무기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부적과 티벳 승려들의 단검 푸르바, 조선의 사인참사검 그리고 견삭까지. 현실 세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악귀한테는 막강한 힘을 지닌 무기들.


‘부적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니까 이번에도 패스. 이렇게 팔을 움직이기 어려울 땐 아무래도 단검이 가장 유용하겠지? 이젠 제법 손에 익숙하기도 하고.’


푸르바를 부르자 검이 노란 기운으로 변하며 사라졌고 잠시 후 내 손 안에서 단단한 촉감과 무게감이 느껴졌다. 손을 펴보니 허공에 떠 있던 단검이 손에 들려 있었다.


‘오~ 이런 시스템 괜찮네.’


비록 손은 꼼짝할 수 없지만 이 단검을 말로 다룰 수 있다면 상관없다. 게다가 푸르바는 이미 여러 번 사용했던 무기라 제법 능숙하게 주문을 읊을 수 있다.


“사바하~


손에 잡힌 단검에서 푸른 항마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검을 움직여서 날 휘감고 있던 악귀의 기운에 갖다 댔다. 푸르바의 검기가 닿자 악귀의 귀기가 잘려 나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키악!!!]


흩어지던 악귀의 기운이 하연수 곁으로 가더니 다시 뭉치며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저 자식! 다시 하연수한테 해코지를 하려는 모양이네. 형태가 분명하질 않으니 단검으로 벨 수도 없고 저런 악귀는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 거야?’


그러자 기억 속에서 살터 할아버지의 흐릿한 형상이 보였다. 살터 할아버지가 수인을 맺고 진언을 읊었다. 진언의 이름은 관세음보살 사십이주 진언중 5번 관세음보살발절라수 진언.

관세음보살발절라수 진언은 악귀들을 물리치는 퇴마 진언이다.


‘수인과 진언만으로 악귀를 공격할 수 있다고?’


나는 기억의 감각을 따라 수인을 맺고 단전 아래에서 간질거리는 기운인 영력을 끌어올렸다. 수인을 맺은 손으로 영력이 옮아갔고 손끝에서 항마력이 파동을 일으켰다. 마치 차가운 불꽃이 튀는 것 같은 항마력의 파동에 주위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오, 된다.’


영은 음과 양의 기운이 서로 엉키고 설켜서 만들어진 욕망의 집합체다. 그런 영이 항마력의 파동을 맞으면 뜨거운 기름을 뒤집어쓴 것과 고통을 받는다고 시스템이 설명했다.

내 안의 누군가가 가르쳐주듯 관세음보살발절라수 진언을 읊었다. 내 목소리에 다른 누군가의 기운이 실려서 독특한 울림이 흘러나왔다.


"옴 이베이베 이뱌 마하 시리예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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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여배우한테 붙은 악귀(2) +5 24.02.17 2,670 74 12쪽
» 여배우한테 붙은 악귀(1) +2 24.02.16 2,704 73 12쪽
35 박주희의 전화(2) 24.02.15 2,745 70 13쪽
34 박주희의 전화(1) +4 24.02.14 2,815 74 12쪽
33 배우의 발견(3) +1 24.02.13 2,874 71 13쪽
32 배우의 발견(2) 24.02.12 2,883 69 12쪽
31 배우의 발견(1) +2 24.02.11 2,932 73 12쪽
30 걸그룹을 만나다(2) +2 24.02.10 2,913 79 13쪽
29 걸그룹을 만나다(1) +5 24.02.09 2,927 71 13쪽
28 걸그룹 멤버의 영혼(3) +3 24.02.08 2,971 73 12쪽
27 걸그룹 멤버의 영혼(2) +2 24.02.07 3,017 74 12쪽
26 걸그룹 멤버의 영혼(1) +6 24.02.06 3,075 75 13쪽
25 한류배우 캐스팅(3) +2 24.02.05 3,108 83 13쪽
24 한류배우 캐스팅(2) +3 24.02.05 3,066 74 12쪽
23 한류배우 캐스팅(1) +2 24.02.04 3,131 71 13쪽
22 작가가 치트키(3) +4 24.02.03 3,152 75 13쪽
21 작가가 치트키(2) +1 24.02.02 3,211 79 13쪽
20 작가가 치트키(1) +3 24.02.01 3,246 72 13쪽
19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4) +4 24.01.31 3,288 84 12쪽
18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3) +5 24.01.30 3,246 75 13쪽
17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2) +4 24.01.29 3,254 76 13쪽
16 한류배우가 은둔한 이유(1) +5 24.01.28 3,373 75 12쪽
15 계약하죠(3) +4 24.01.27 3,390 76 12쪽
14 계약하죠(2) +2 24.01.26 3,447 80 13쪽
13 계약하죠(1) +10 24.01.25 3,462 82 13쪽
12 몽달귀 +3 24.01.24 3,434 76 13쪽
11 작가가 누구야(4) +1 24.01.23 3,485 78 13쪽
10 작가가 누구야(3) +2 24.01.22 3,488 74 12쪽
9 작가가 누구야(2) +4 24.01.21 3,531 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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