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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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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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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한류배우 캐스팅(3)

DUMMY

나는 비로소 송현우가 왜 일부러 제작사까지 따라오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송현우가 직접 와서 얘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내용을 아무리 말해도 두 사람이 믿지 않았을 테니까.

송현우가 자리를 뜨기 직전 마지막으로 장난처럼 한마디 했다.


“계약서 빨리 보내주세요.”


송현우가 사무실을 떠나자마자 조혜린 실장이 잡아먹을 것 같은 눈으로 날 노려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예요?”

“뭐가요?”

“작가님이 무슨 짓을 했기에 천하의 송현우가 저러고 나오냐구요?”


조혜린 실장이 무슨 범죄자 취조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송현우 배우가 자발적으로 자기 조건을 모두 양보하면서 출연하겠다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현실이죠? 혹시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아니예요? 작가님이 송현우 배우하고 둘이서만 무슨 약속 같은 걸 했다거나.”

“배우가 작품에 출연하려고 하는 이유는 한 가지 아닐까요?”

“그게 뭔데요?”

“대본을 재밌게 봤기 때문이죠.”


조혜린 실장이 실수했다 싶었는지 얼른 사과했다.


“죄송해요, 작가님. 제가 오버했네요. 너무 놀라서 그만···”


조혜린 실장이 오버한 건 아니다. 송현우의 육신에 빙의해 있던 악귀를 내가 퇴마해서 쫓아내 줬으니까 이런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아무리 송현우가 <보이지 않는 사랑> 대본을 재미있게 봤다고 해도 그 일이 아니었다면 이런 계약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나는 내친김에 이한영 캐스팅 얘기도 꺼냈다.


“혹시 이한영 역할에 대해서도 캐스팅 진행되는 배우가 있나요?”

“그것도 골치아파 죽겠어요. 몇몇 배우들한테 제안은 했는데 다들 스케줄이 안 맞아서 아직 연락이 안 오네요.”


어차피 캐스팅은 내가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정답은 나만 알고 있으니까.


“그럼 혹시 마정한 배우는 어때요?”


조혜린 실장의 눈이 커졌다.


“이한영 역할에 마정한 배우를 캐스팅하자구요?”

“저는 대본 쓸 때부터 이한영 역할에는 마정한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 등장인물 소개에서도 이한영은 덩치가 크고 무뚝뚝한데 속은 부드러운 매력이 있다고 적혀 있을 텐데요.”

“그건 당연히 봤죠. 근데 마정한 배우는 이미지가 너무 세잖아요. 그동안 맡은 역할도 강력계 형사 아니면 복수의 화신 같은 역할이었고. 주로 스릴러 영화에 출연해서 잔혹한 이미지가 강해요.”


이미선 피디도 거들었다.


“저도 마정한 배우님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이한영은 나중에 진호의 아빠이자 혜정의 남편으로 영찬이가 연결해줘야 하잖아요. 이 작품 소재가 민감해서 이한영 역할의 배우는 무조건 시청자들이 응원할 수 잇는 선한 이미지의 배우가 맞는 것 같아요.”

“그럼 실장님이 염두에 두고 있는 배우는 누군데요?”

“사실 스케줄이 있어서 캐스팅이 쉽진 않겠지만 일단 박상혁 배우라든가 김호영 배우를 염두에 두고 진행할 생각이에요.”


조혜린 실장이 말한 박상혁이나 김호영 배우는 근육질보다는 살이 쪄서 덩치가 크고 평소 영화나 드라마에서 따스하고 푸근한 이미지로 나와 시청자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배우들. 대본 속 이한영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배우들이다.


근데 그런 배우들이 이한영을 연기하면 전개가 뻔해지고 긴장감이 사라진다. 최종 시청률 27%도 물 건너 가게 되고.

그렇다고 무작정 내 생각만 고집할 수는 없는 일. 내가 <과거의 문> 정미래 작가 정도되는 레벨이라면 모를까.


조혜린 실장한테 이한영 역할로 마정한이 더 어울린다는 걸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하는데.


그때 미래영상이 보여준 <보이지 않는 사랑>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3화 40씬에 나오는 장면으로 영찬이 사고로 죽은 후 혜정이 맞은편 901호와 다툼을 벌이는 씬이다.


헤정과 진호가 영찬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앞집 901호에서 현관문을 열어놓고 친구들을 불러 술판을 벌인다. 앞집은 영찬이 살아있을 때도 자주 소음문제로 갈등을 겪던 집이다.


주인 부부가 친구들을 불러 현관문을 열어놓은 채 술판을 벌이는데 영찬이 없으니 혜정과 진호는 항의도 하지 못하고 저녁 내내 소음에 시달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참다못한 영찬의 영혼이 이한영에게 매달려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한영은 평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 영혼이 된 영찬이 집요하게 부탁을 해서 결국 901호를 찾아간다. 이한영은 술판을 벌이는 옆집 남자를 불러내서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고 얘기한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옆집 남자는 빵집 주인인 이한영을 알아보고 큰소리를 친다.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내가 떠드는 소리가 빵집까지 틀리냐?”


그러자 이한영이 대답한다


“아저씨. 나도 이 아파트 주민이거든? 나 옆동 403 호에 살어.”

“뭐? 옆동 403호?”


옆동 403 오면 901 호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을 거리. 901 호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소리친다.


“하아. 야! 옆동 403 호에서 내 소리가 들린다고? 장난하냐?’


그러자 집안에 있던 901호 친구들까지 우르르 몰려나와 이한영을 위협한다. 이한영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올리면 울룩불룩한 근육이 드러나고 팔에 새겨져 있는 문신이 드러난다. 901호의 술꾼들이 놀라면서도 숫자가 많다는 것만 믿고 객기를 부린다.


“아니 뭐··· 문신 보여주면 내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고···”


이번엔 이한영이 셔츠의 단추 하나를 풀고 가슴의 용문신을 보이며 말한다.


“말귀를··· 못 알아듣네.”


살벌한 이한영의 눈빛에 비로소 흠칫하는 901호 술꾼들. 이한영이 두툼한 손으로 901호의 현관문을 탁 짚으며 말한다.


‘내가 잠귀가 워낙 밝아서 다 들린다고. 그러니까 술을 마시고 싶으면 문 닫고 조용히 쳐드세요.’

“죄, 죄송합니다. 조용히 마시겠습니다.”


그러면서 술꾼들이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간다.


내가 그 씬을 마치 드라마를 눈으로 본 것처럼 조혜린 실장과 이미선 피디에게 세밀하게 설명한 후 말했다.


“그 장면에서 이한영이 셔츠 단추 하나만 풀어서 문신을 보여줄 때 901 호 술꾼들이 흠칫 놀라면서 비굴해져야만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겁니다. 근데 그 연기를 박상혁 배우님이나 김호영 배우님이 한다면 그런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낼 수 있을까요?”


조혜린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곤 이미선 피디를 돌아봤다.


“이 피디는 작가님 의견 어떻게 생각해?”

“작가님 설명 들으니까 저도 마정한 배우님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미선 피디가 날 빤히 보다가 물었다.


“근데 작가님은 드라마 연출까지 생각하고 대본 쓰세요?”

“네?”

“전 방금 착가님이 씬 설명하시는데 너무 디테일해서 깜짝 놀랐어요. 마치 완성된 드라마를 보고 얘기하시는 것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움직이는 동선까지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셔서···”


조혜린 실장도 동의했다.


“그치? 나두 그런 거 느꼈는데. 지금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김욱 감독님도 그렇게 씬을 설명하긴 어렵지 않을까? 일단 저도 마정한 배우님 캐스팅은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요.”


목적달성은 했는데 아차 싶었다. 조혜린 실장을 설득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미래 영상에서 본 장면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으니. 아무리 노련한 작가라도 아직 촬영 장소도 섭외되지 않았고 그 장면에 술꾼이 몇 명이나 출연할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난 영상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설명했으니.


더욱이 요즘 부쩍 조혜린 실장이 수상한 눈으로 날 볼 때가 많아서 찜찜했다.


‘자칫하다간 조혜린 실장한테 내 비밀을 들킬 수도 있겠어. 앞으로 조심해야지.’


조혜린 실장이 물었다.


“이 피디. 마정한 배우 얼마 전에 무슨 작품에 캐스팅됐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게요··· <새벽소리>라는 스릴런데 아직 계약 전인데 제작사에서 마정한 배우 소속사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출연소식을 언론에 뿌렸나 봐요.”

“아, 진짜? 마정한 측에서 열받았겠네.”

“네. 마정한 배우님 소속사에서 엄청 항의하고 소속사에서 출연이 확정된 건 아니라고 다시 보도자료 내고 좀 복잡했어요.”

“오케이. 그럼 일단 이한영 역할엔 마정한 배우를 1순위로 생각하고 대본 보내서 반응 알아보자”

“감독님한테 여쭤보지 않고요?”

“김 감독님이 캐스팅 관련해서는 자기한테 말하지 말고 일단 스케줄부터 체크하라고 하셨어.”


역시 미래영상을 보고 대처를 하니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거짓말처럼 술술 풀린다.

조혜련 실장이 말했다.


“참, 작가님. 김욱 감독님은 언제 만나실 거예요?”


김욱 감독은 작품만 봤지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김욱 감독을 만나서 내가 확인할 일은 딱 한 가지. 김욱 감독님이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연출방향이 미래영상과 일치하는가. 만약 그게 아니라면 고집 센 김욱 감독과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고 촬영기간 내내 기싸움을 해야만 한다.


“약속 잡아 주시면 전 언제든 괜찮습니다.”


*


“정한이 형, 오늘은 보쌈 어때요?”

“보쌈 좋지. 콜~”


매니저가 보쌈집으로 차를 틀자 마정한이 물었다.


“근데 <새벽소리>는 제작사에 문제가 좀 있는 거 아냐? 맨날 말이 바껴. 이러다가 촬영 또 연기될 것 같은데.”

“그래서 실장님이 다른 작품도 좀 알아보자고 해서 대본 몇 편 받아 놨어요. 그 중에 형 마음에 드는 작품 있으면 진행하자고 하던데요.”

“또 스릴러나 액션물만 잔뜩 들어왔겠지. 다른 장르는 없나?”

“왜요?”

“너무 비슷한 역할만 했더니 센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 같고 나도 연기하는데 좀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서 그래. 이 시점에서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것 같은데.”

“사실 지난 작품부터 슬슬 이미지 소모되는 느낌이 들긴 해요.”

“그런 영화가 있으려나? 지금까지 했던 역할하고 완전 다른 느낌으로···”

“대본 하나가 그런 게 있는데 밥 먹으면서 한번 보세요.”


매니저가 보쌈집 앞에 차를 세우고는 뒷좌석에 쌓여 있던 대본들을 뒤적거리다가 하나를 집어 들고 내렸다.


단골인 보쌈집 안으로 마정한과 매니저가 들어가자 주인이 반색을 했다. 식사하던 손님들도 다들 돌아보고 한마디씩 했다.


“와, 마정한이다.”

“저 근육 좀 봐. 팔뚝이 내 허리둘레는 되겠네.”

“사인해달라고 하면 화내려나? 영화에서는 엄청 무섭잖아.”

“설마 때리기야 하겠냐? 큭큭.”


나머지 일행들이 지켜보는데 일행 중 한 명이 마정한에게 달려가 사인요청을 했다.

이윽고 사인을 받은 일행이 돌아왔다.


“마정한 무섭지 않아?”

“무섭긴. 완전 반전이야. 목소리도 엄청 부드럽고 친절해..”

“아, 진짜? 영화하고 이미지가 다르네.’


마정한은 매니저와 함께 식당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매니저가 들고 온 대본을 건네며 말했다.


“형. 이 책 한번 읽어봐요.”


마정한이 대본을 받아서 표지를 봤다


“보이지 않는 사랑? 무슨 짝사랑 로맨스야?”

“그게 죽은 남편이 영혼이 돼서 아내와 다른 남자를 결혼시키는 내용이래요.”

“잉? 내용이 왜 그렇게 껄쩍지근하냐? 그게 말이 되나? 남편이 아내한테 다른 남자를 소개해 준다고”

“저도 처음엔 좀 황당했는데 읽다 보니까 납득이 되고 엄청 재밌더라고요. 소재도 신선하고. 그래서 초반만 읽어보려다가 어제 집에서 5화까지 다 읽었어요.”

“그래? 니가 그 정도로 재밌게 읽었으면 진짜 재밌는 건데? 무슨 역할인데.”

“이한영이라고 겉모습은 우락부락한데 속마음은 완전 소녀소녀한 츤데레 빵집주인이요. 처음엔 형하고 전혀 안 맞을 것 같았는데 읽다 보니까 잘 어울릴 것 같은 거예요. 형 원래 성격이랑 비슷해요.”

“그래? 허동수 작가···. 이 작가 예전 작품이 뭔데?”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는데요?.”

“진짜? 완전 신인작가 작품은 좀 그런데···”


마정한이 떨떠름한 얼굴로 대본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대본을 읽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정한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 이거 뭐냐? 등장인물 보니까 나영찬이 주인공인데 시작하자마자 바로 죽네? 전개가 나름 쌈박한데?”

“아직 확실한 건 아닌데 그 나영찬 역할로 송현우 배우님이 캐스팅됐다고 조금 전에 기사가 떴더라구요.”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마정한의 눈이 소눈망울처럼 커졌다.


“뭐? 현우 형이 이 작품에 출연한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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