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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너와 나의 대결은 끝나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7.08 21:59
최근연재일 :
2016.12.25 23:33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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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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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
글자수 :
552,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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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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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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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8쪽

번외. 나와 너의 대결이 엉망진창이 된 것 같은데 - 3

DUMMY

“여어! 좋은 아침! 배는 좀 가라앉았어!”

“……닥쳐.”

아침의 교실은 고즈넉하다. 아직 애들이 얼마 오지 않은 교실. 나나 명인이나, 예전부터 학교 빨리 오는 편이고. 의외로 덜렁대는 미지도 학교를 꽤 일찍 오는 편이다. 오자마자 활기차게 명인이에게 인사하는 미지. 명인이는 불쾌한 듯 짜증스런 표정으로 대답한다. 평화로운 일상이구나, 오늘도.

저번에 명이이 아플 때, 미지의 배려가 참 의외였지. ……나는 명인이가 생리 하는 건 꿈에도 몰랐다고. 그렇게 디테일하게 여자애가 되다니. 미지가 눈치 없다고 뭐라 할만하긴 했다. 어쨌든 좀 부끄러운 일 아니겠어. 미지가 늠름하게 마이로 가려준 대처 덕분에 반 애들은 명인이가 뭣 때문에 아픈지 모른다. 뭐, 여자애들이야 눈치로 알아챘을 수도 있지만. 나도 의자 닦으면서 알아챘지만.

어쨌든, 그렇게나 의외로 배려심 깊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미지인데. 다시금 무개념으로 돌아간건지 교실에 다른 애들도 몇 명 있는데 명인이에게 배의 안부를 묻는다. 역시, 모미지는 그냥 모미지인가 싶기도 하고.

“헤에, 핀 꽂았네! 겁내 귀여워, 완전 여자애!”

“……닥치라니까.”

미지는 넉살좋게 웃으며 말한다. 앞머리를 핀으로 찔러 이마를 드러낸 명인이. 사실 나도, 좀 신경 쓰이긴 했는데. 명인이 성격상 절대 저런 걸 할 리가 없는데. 여자애로 변해서 머리가 길어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그의 성격이라면 결코 어떠한 것도 여성스러운 것을 일체 하지 않을텐데. 그런데─ 핀을 꽂았다.

“어디서 샀어? 누가 준 거야? 네가 직접 샀을 리는 없고.”

“……예나.”

“아하~ 어울리네, 예나한테 여자다운 거 배우는구나! 큭큭큭, 잘 해봐! 이전 나보다 훨씬 여자애같아! 귀여워!”

“……좀 닥쳐, 제발.”

눈치없는 미지도, 명인이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명인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한다. 큭큭 웃으며 놀려대는 미지. 예전 자신을 디스까지 하며 명인이를 놀린다. 명인이도 명인이대로, 한결같은 까칠한 반응을 보인다.

“후우…….”

“답 없지, 모미지는. 남자로 변하니까 더.”

“응…….”

미지는 한참을 떠벌리며 명인이를 귀찮게 하다 0교시가 시작될 때가 돼 제자리로 간다. 깊은 한숨을 쉬는 명인이. 얼마나 빡침이 쌓였는지 볼이 살짝 상기돼 있다. 미소를 띠며 명인이에게 말을 거니 명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푹 쉰다.

“왜? 그 정도로 화 나?”

“아니아니, 그냥. 휴우…….”

“……?”

어째 명인이의 태도가 심상치가 않다. 깊은 화를 억누르고 있는 듯 자꾸만 따뜻한 달뜬 한숨을 내뱉고 있다. 얼굴도 더욱 붉게 상기됐다. 조만간에 미지랑 대판 싸울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저렇게나 화나 있는데. 미지한테 좀 작작하라고 말 한 마디 해줘야겠다.


“빵 사먹자, 빵!

“……곧 점심인데.”

“빵은 상관 없어! 잔말말고 일어나!”

“……아읏.”

미지의 활달한 목소리는 온 교실에 퍼진다. 점심시간 한 시간 전, 미지는 배가 고픈지 명인이 앞으로 와 어린애 생떼 부리듯 우긴다. 특유의 새침한 태도로 도도하게 말하는 명인이. 안 가겠다는 완곡한 뜻. 하지만 미지의 억지는 하늘도 뚫어버릴 기세의 쇠고집. 어째 남자애가 되고부턴 더 억지가 심해진 것 같다. 행동력이 더 생긴 탓인가. 탐탁지 않은 명인이의 손목을 부여잡고 억지로 일으킨다. 힘으로는 어떻게 상대가 안 되기에, 명인이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도 같이 가자.”

“허허, 명인이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거여?”

“명인이 가면 넌 그냥 가는겨! 바늘 가는 데 실 안가면 어떡혀! 가자!”

미지는 나에게도 기운차게 말한다. 억울한 표정을 짓는 명인이. 근데 또 그렇게 적극적으로 저항하진 않는다. 두 사람이 가는 데 내가 안 갈 수가 있나. 천천히 일어나 미지를 따른다.

명인이가 별 거부의사 없이 미지를 따라가는 건 또 의외다. 물론 지금은 자기 의사가 아니라 미지에게 손목이 잡혀 끌려가는 것에 가깝지만. 평소의 명인이라면 정색을 해서라도 가기 싫다면 안 갔을텐데. 개그를 다큐로 받는 건 명인이 특기다. 거기에 아까 전 분노를 곱씹던 모습을 보면, 분명 안 간다고 했을텐데. 모든 걸 포기하고 체념한 것일까.

“빵은 다 좋아. 다 맛있어. 그냥 주식이 빵이었으면 좋겠어.”

“그 정도는 아닌데, 나는.”

“…….”

미지의 소원대로 매점에 가 빵을 사 먹는다. 맛있게 카스텔라 빵을 먹으며 말하는 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매점 가자고 징징대는 건 미지니까. 나는 별로 탐탁지 않게 대답했다. 미지 녀석, 명인이한테만 빵을 사 주고 나는 안 사준다. 딱히 그런 것 가지고 삐쳤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나도 나름대로 미지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빵을 얻어먹는 명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묵묵한 태도다.

“……빵 좋아하는구나.”

“엉! 겁내 맛있잖아!”

“……공장에서 첨가물 엄청 넣어서 몸에도 안 좋은 건데.”

“내가 언제 건강 따지고 뭐 먹었다고. 맛만 있으면 되는거지!”

명인이는 잠자코 빵을 뜯어먹으며 말한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미지. 그런 미지에게 딴죽을 걸지 않으면 명인이가 아니지. 미지를 흘겨보며 말한다. 털털하게 대답하는 미지. 천상 남자애 같은 성격이다. 이건 원래 이랬지.

빵을 먹으며 교실로 간다. 금세 빵을 먹어치운 미지. 금세 재잘재잘 명인이에게 수다를 떤다. 명인이는 여전히 듣는둥 마는둥 야금야금 빵을 뜯어먹을 따름이다.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미지는 여전하게 명인이에게 말을 걸고 장난을 건다.

“…….”

“어디가?”

“……할 말 있어서, 예나한테.”

“어, 나두나두!”

가만히 일어나는 명인이. 개무시를 당하는 미지는 화들짝 놀라 명인이에게 묻는다. 명인이는 특유의 무감각한 투로 말한다. 명인이가 스스로 예나를 만나다니, 정말 이상한 일인데. 거기다 지금의 예나는 완전히 명인이홀릭인지라 명인이 입장에선 질색일텐데. 미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급하게 말한다.

“가만히 있어. 오지 마. 개인적인 얘기니까.”

“……아, 알았어.”

가뜩이나 무표정인 명인이인데 더욱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낮게 깔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억지 부리며 더 명인이에게 엉겨붙을 것 같은 미지는 또 의외로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돼 고분고분 명인이의 말을 듣는다. 대신 풀이 죽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진짜 강아지처럼 귀와 꼬리가 있다면, 기가 팍 죽어 귀는 내려앉고 꼬리는 슬쩍슬쩍 흔들겠지.

미지는 잔뚝 풀이 죽어 비어 있는 명인이 자리에 앉는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명인이 책상에 엎드려 예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명인이를 쳐다본다. 영락없이 주인이 일 있어서 안 놀아줘서 삐친 강아지 같은 느낌이다. 명인이는 예나와 접촉한다.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엄청 좋아라 하는 예나. 호들갑스럽게 명인이에게 달라붙고, 명인이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복도로 나간다. 뭐, 달라붙는 미지도 안 되는데 내가 따라갈 일은 없다. 그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할 얘기라도 있나보지.


“와, 핀 예쁘다! 잘 어울려! 어디서 샀어? 이런 거 잘 안 하잖아!”

“……그냥. 길 가다가.”

복도로 나가며, 예나는 호들갑스럽게 명인이의 핀을 보며 말한다. 멋쩍은 듯 핀을 만지며 어색해하는 명인이. 사실 아까 예나의 도움으로 샀다는 건 거짓말이다. 정말은, 잘 보이고 싶어서.

누구에게? 그건 명인이 자신도 종잡을 수가 없다. 마음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어서, 멋대로 명령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나가다 펜시점에서 핀을 봤고, 그 핀을 보며 떠올렸다. 어색하지만 아침에 어떻게든 핀을 찼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와, 미지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다시 엄청 뛰면서 호흡이 곤란해진다. 기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주체할 수 없이 온 몸으로 퍼진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잘 보이고 싶은 대상은 미지인 것 같다.

“명인이 너, 좋아하는 애라도 생겼어?”

“읏, 무, 뭐, 무슨, 누가 그런 게.”

“에헤헷. 당황하는데?”

예나가 넌지시 떠보니 명인이는 전혀 명인이답지 않게 더듬거리며 당황해서 허둥댄다. 너무 대놓고 티를 내는 명인이의 반응에 예나는 재미있어하며 방긋 웃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명인이를 꼬옥 껴안는다.

“명인이가 누구 좋아한다면, 난 정말 슬플 것 같아. ……누구야? 어떤 년이야?”

“……어, 없어, 그런 거.”

“─정말?”

껴안고서 귀에 대고 달콤하고 다정한 말투로 말하는 예나. 그러다 갑자기 화악, 굉장히 무섭고 날카로운 말투로 바뀐다. 포옹을 풀고 명인이를 쳐다보는 예나의 얼굴이 무척 무섭다. 눈이 희번덕해져서 명인이에게 대답을 강요한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대답하는 명인이.

사실, 자기 자신도 전혀 잘 모르겠다는 게 명인이의 솔직한 심경이다. 가뜩이나 한차례 홍역처럼, 여자애로 몸이 변해 생리라는 거대한 장벽을 겪어 상당히 혼란스러운데 거기에 더해 마음, 정신적인 것까지 전혀 겪지 못한 일이 일어나 너무도 혼돈스럽다.

명인이는 감정이 그렇게 도드라진 애가 아니었다. 적어도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감정적으로 움직이거나 대응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냉정히 대응하는 자신이 뿌듯했다. 그 반대로, 감정에 충실한 체 제멋대로 행동하는 미지는 반쯤 혐오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에 따른 우월감도, 없었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온통 감정에 휘둘려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우물쭈물, 가장 혐오하던 예전 예나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전혀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자신을 괴롭힌다. 자꾸만 생각나고, 아프고, 마음이 짜르르 하고, 보이면 금세 즐거워지고, 그러면서도 새침하게 대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감정과 모순된 자신의 행동에 머리가 다 터져버릴 것 같다.

“그래서 왜, 뭣 때문에?”

“……빵 만들 수 있어.”

“응? 나??”

예나의 질문에 명인이는 조금 머뭇거리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는 모감각한 투로 말한다. 뜬금없는 빵 얘기에 예나는 조금 당혹스런 표정으로 대답한다. 예나의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명인이.

“빵은 못 만들고, 쿠키 정도는 만들 수 있는데.”

“쿠키…… 흠…… 하아.”

“왜? 왜? 뭔데, 뭣 때문에?”

예나의 말에 명인이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고심한다. 하긴, 빵은 ‘제빵’의 영역이니 제빵과도 아닌 평범한 여고생인 예나가 알기에는 좀 힘든 일이다. 앓는 명인이의 모습에 예나는 상당히 궁금해하며 이유를 묻는다.

“그…… 쿠키 만드는 것 좀 알려줘.”

“헤에─ 쿠키? 누구 주려구?”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니야, 어쨌든.”

“하하하하. 수제쿠키 좋지. 받는 사람도 분명 좋아할 거야.”

“……안 준다니까.”

조심스럽게, 쿠키 만드는 것을 물어보는 명인이. 예나는 씨익 웃으며 약간 놀리는 투로 말한다. 예나의 입장에선, 여자애지만 절대 그런 걸 하지 않던 명인이가 갑자기 쿠키 만드는 걸 알려달라고 하니 재미있을 수밖에. 허둥대는 명인이의 모습도 귀엽고 재미있다. 예나는 이미 명인이가 누구에게 쿠키를 주는 것을 상정하고 말한다. 끝까지 부정하는 명인이. 여전히 부끄러운 기분이다.


“들어봐. 진짤까? 진짜 나 싫어하는 걸까, 명인이?”

“하하. 몰랐어? 쟤 너 진짜 싫어함. 막 경멸하던데.”

“에엑?! 진짜!! 그, 그 정도였어?!”

명인이가 예나와 함께 나가고, 안절부절 못해하며 나에게 말하는 미지. 명인이가 자기에게 쌀쌀하게 대하는 것을 은근히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다.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미지 스스로 초래한 게 큰데. 남자가 돼 더욱 깝치고 명인이의 짜증을 돋우는 미지. 명인이가 그래서 더 쌀쌀맞게 대하는 것이다. 악순환의 반복이구만.

나는 장난기가 돌아 씨익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었다. 미지는 퍼뜩 놀라 엎드린 몸을 일으키며 큰 소리로 말한다.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작은 장난이었는데 이렇게나 큰 반응을 보이다니.

“아아니, 농담이지. 반쯤은 장난일걸, 명인이도.”

“그, 그치?! 어휴, 나는 또. 진짜, 싫어하면 어떡해.”

“너 명인이 싫어하지 않았나?”

거의 나를 물고 늘어질 기세로 큰 눈으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미지. 이렇게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장난치는 쪽에서도 조금 뜨끔 한다. 다시금 대수롭지 않게 말하니 미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한다. 정말 다행이라는 반응. 의아해서 물어본다. 명인이가 미지 싫어하는 것만큼, 미지도 명인이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싫어…… 싫어하는 건 아니야. ……내가 그래 보여?”

“아니 뭐. 늘 시비 걸고, 명인이 하는 일 사사건건 방해하고. 그러니까 싫어하는 건 줄 알았지. 아, 사실은 좋아한다거나?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표현 못 해서 장난 막 치는 고전 클리셰처럼?”

“그,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그딴 꽉 막힌 병X같은 남자애를! 아, 남자애 아니구나.”

“응, 그렇지. 여자애지. 너도 남자애고.”

“……어.”

내 물음은 미지에게 의외의 타격이었는지 미지는 약간 머뭇거리며 물어본다. 다른 애들에게도 그렇게 보이는가 신경 쓰는 것 같은 태도. 장난스레 좋아하냐고 넌지시 돌려 물어보니 잔뜩 당황하는 미지. 격한 말까지 써가며 극렬하게 부정한다. 호오. 이건 뭔가, 냄새가 나는데. 원래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이 있잖아.

후후, 근데 그것도 좀 그렇다. 전혀 안 어울리잖아, 두 사람. 가뜩이나 지금 보면 190 근처인 미지와 150 초반 대인 명인이인데. 완전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 꼴이겠네. 거기다가 엄청 앙숙에 성격도 전혀 안 맞고. 뭐, 제 3자의 입장인 내가 봤을 때엔 아마 둘 다 서로에게 ‘미운 정’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 심심하다.”

“…….”

월요일은 늘 힘든 날이다. 다시금 지겨운 일주일이 시작되니까. 달콤했던 주말의 향기는 어디로 갔는가. 어제가 일요일이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지루하게 하품하며 말한다. 명인이는 질리지도 않는지 책을 읽고 있다. 나도 명인이처럼 독서에 취미를 둬 볼까. 아니, 금방 잠들걸. 나지만 나를 너무 잘 안다.

“뭐 재미있는 일 없나.”

“……과자 먹을래.”

“응? 왠 과자? 너 과자 잘 안 사먹지 않나?”

“……그냥 대충 어디서 얻어온 거니까.”

“아 지금 있어?”

명인이는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한 마디 한다. 보통 내가 흥미있는 말을 먼저 꺼내기 전에는 말을 잘 안 거는 명인이인데. 하긴, 요즘 늘 ‘의외의’ 라는 말을 명인이든 미지든 수식하는 말에 쓰고 있는데. 늘 평상시 하던대로 사람 행동을 범주화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바뀌기 마련이지, 사람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어, 더 이상.

‘부스럭.’

“……여기.”

“와, 쿠키? 게다가 파는 거 아닌 것 같은데. 누가 만든거래?”

“……그냥 어디서 얻어왔어.”

“오. 좋다. 잘 먹을게.”

가방에서 쿠키를 꺼내는 명인이. 작은 봉지에 담긴 쿠키. 가격표도 안 붙어 있고, 딱 봐도 직접 만든 거라는 느낌이 든다. 명인이는 조금 얼버무리며 대답한다. 신기한 느낌에 고맙다고 인사하고 봉지를 열어 쿠키를 집어 먹는다.

“오, 맛있다. 적당히 안 달아서 더 좋은데. 일반 과자는 겁내 달잖아.”

“……다행이네.”

“응? 뭐가?”

“아니. 단 거 먹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

“허허, 건강 걱정도 해 주고. 많이 변했어, 천하의 최명인이.”

“…….”

쿠키는 적당히 바삭하고 적절하게 맛있다. 특히 그리 많이 달지 않은 게 마음에 든다. 단 음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맛 평을 하니 명인이는 작게 뭐라고 속삭인다. 잘 못 알아들어 말하니 건강 걱정을 해주는 명인이. 새삼 바뀐 명인이의 모습을 놀리듯 웃으며 말하니 명인이는 입을 다문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인데. 기분 나빴나.

“오, 뭐야 뭐야? 나도 줘!”

“먹어. 명인이가 가져온 거래.”

“오~ 쿠키. 좋지. 아 하나도 안 달아 뭐여 이게.”

“안 달아서 좋지 않아? 그치?”

“……응.”

먹을 것 냄새를 또 언제 맡고 왔는지 팔짝 뛰듯이 달음질해오는 미지. 어차피 명인이에게 받은 것이기에 부담 없이 권한다. 미지는 경망스럽게 쿠키를 하나 우적우적 씹더니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한다. 미지는 좀 짜고 달고 그런 걸 좋아하나보다. 흠. 음식은 보통 간이 세지 않아서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미지의 평에 명인이를 보며 말하는데, 명인이 표정이 심각하다. 상당히 불퉁한 표정에 나는 괜히 내 양심이 찔린다. 아까 놀린 것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나. 아니면, 그냥 단순히 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모미지.”

“응?”

“잠깐 따라와.”

“어? 뭐? 왜. 싸우게?”

“……오라면 와.”

“그려, 뭐.”

아무래도 후자 쪽인 것 같다. 잔뜩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명인이. 미지도 명인이의 저기압을 읽었는지 ‘싸우게?’ 하는 말을 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명인이를 본다. 명인이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여자애인데도 허스키한 목소리다. 평소 말하는 톤은 안 그런데. 어쨌든 두 사람은 복도로 나간다. ……진짜 싫어하나, 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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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7 연필유령
    작성일
    15.04.04 01:22
    No. 1

    뭔가 옛날의 작가님 분위기가 돌아오고 있는 느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4.04 08:24
    No. 2

    아, 그런가요? 조언해주신 말대로 천천히, 쓰고 싶은 것으로, 재미를 찾아서 쓰고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애상야
    작성일
    16.06.23 07:41
    No. 3

    바늘과 실인 두 친구이군요. 이렇게 와서 성별을 바꾸니 라노벨이라기 보다는 평버 한 학원 로맨스물이 되었네요. 사실 조합으로 보면 어울리는 조합이라, 나쁘지 않습니다. 처음 겪는 감정이라 서투른 명인의 모습이 어색하긴 하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6.06.25 17:01
    No. 4

    저는 여자가 된 명인이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남자애가 그런 성격이면 괴퍅한 괴짜지만, 여자애가 그러면, 그것도 예쁜 여자애가 그러면 소위 ‘츤데레’ 라고 해서 엄청 인정 받는(?) 이상한 사회거든요! 명인쨔응 하앜하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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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2화 - 4 +2 15.03.24 554 5 17쪽
44 12화 - 3 +4 15.03.18 781 7 18쪽
43 12화 - 2 +2 15.03.10 793 7 19쪽
42 12화. 여자애 +4 15.02.20 757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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