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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아빠가 되주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9,725
추천수 :
1,099
글자수 :
467,525

작성
11.05.01 14:42
조회
4,045
추천
21
글자
11쪽

아빠가 되주센! - 002

DUMMY

“안녕!”



“오, 효성이!”



“왔구만 효성이.”



반에 가서 크게 인사하니, 많은 아이들이 인사를 해 왔다. 중학교 친구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애들이 더 많았다. 특히, 여자애들은 아는 애가 전무했다. 다니던 중학교가 남중이었고, 초등학교 이후로는 승희 빼고는 여자애들과 거의 말을 안 섞어 봐서 여자와 말을 하는 데 서툰 나는, 남자애들하고는 그럭저럭 사이가 좋아졌지만, 여자애들과는 도통 벽을 쌓은 듯한 느낌이었다. 남자애들 중에도, 여자애들하고 잘 노는 애들이 있다. 그런 애들 보면 부러운데... 나는 책상에 가방을 놓고 앉았다.



“아, 안녕, 효성아.”



“응, 안녕, 혜경아.”



내가 앉자, 내 앞 자리 여자애인 혜경이가 수줍게 인사했다. 혜경이는 우리 반 반장인데, 되게 소심하고 말수도 적어서, 반장임에도 아이들하고 조금 어색한 사이였다. 어떻게 반장이 된 건지도 신기하지만, 또 신기한 건 의외로 나한테 인사도 하고 그런다는 것이다. 여자애들하고도 몇 명하고밖에 안 노는 혜경이가, 남자인 나한테 말을 걸다니. 물론, 나는 나쁠 게 없다. 자고로, 남중이었던 설움, 고등학교에 와서 풀어야지, 여자친구든, 친구인 여자애든 여자애들하고 많이 놀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애들하고 한참 놀다가, 어느새 선생님이 들어왔고, 난장판이던 교실은 금세 정리되었다. 이어지는 지루한 수업.



‘칫, 지루하다...’



고등학교 수업은 중학교 수업과 전혀 달랐다. 중학교 때는, 비록 재미없지만, 가끔 선생님과 농담도 따먹고, 애들하고 숙덕이며 떠들기도 하고, 잠도 자고, 그런 즐거운 수업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수업은 중학교 수업보다 훨씬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눈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했다.



‘아, 졸면 안되는데...’



나는 내가 조는 것을 인식하면서, 속으로는 졸면 안되 라며 결코 일어나지 않고 서서히 눈은 감겨만 갔다. 잠든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안 잠든 것도 아니고, 선생님 말은 웅얼웅얼 들리는 꿈결같은 상황. 나는 머릿속으로 승희 생각을 했다. 아아, 승희. 그 하얀 피부에 맑은 눈, 긴 생머리, 매끈한 다리, 그리고...



‘퍽’



“!!”



“아침부터 대놓고 조는구나. 밖에 나갔다 들어와!”



“깔깔깔.”



이 선생님의 특기는, 엄청 큰 주먹으로 정수리를 있는 힘껏 퍽 친다는 것이다. 꿀밤 때리듯이 주먹의 뾰족한 곳으로 때리는 게 아니라, 평평한 부분으로 사람 몸통 때리듯이 머리를 때려버린다. 그게, 정말 머리 전체가 고르게 아프면서 얼얼하고 정신이 번뜩 든다. 나는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 마냥 눈을 크게 떴다. 선생님은 자애롭게 웃으며 나를 복도로 인도했다. 아이들이 조금 웃었다. 에이씨... 복도로 나갔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다. 교실 안은 히터를 틀었기 때문에, 오히려 아침에 등교할 때보다 더 춥다. 몸이 조금 떨렸다.



“에이... 제기랄. 춥네.”



가장 큰 일은 선생님이 나를 내보내고서, 나를 내보낸 일을 까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꼼짝없이 50분간 밖에서 덜덜 떨어야한다. 그런데, 왠지 그럴 거 같다.



“ㅁㄴㅇㅍㅊㄷㅈㅌㅋ!!”



“???”



춥고 무료해서, 책은 든 척 만 척 하고서 복도 창 밖을 보고 있는데, 문득 우리반 옆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선생님 목소리 인 것 같다. 저쪽도 졸은 아이가 있는 건가. 곧, 어떤 학생이 책을 들고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호오, 동지구먼. 누구...?



“피이...”



“승희야!”



입이 삐죽 나와서 나오는 애는 승희였다. 나오자마자 불려지는 이름에, 승희는 약간 놀라서 나를 봤다. 우리 둘은 잠시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다.



“하하하하하...”



“이자식들이, 밖에 세워놓으니까 둘이 떠들고 있어?!”



“죄송합니다!”



우리 둘은 떠들다가 결국에 들켰다.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계속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업은 지루하지만 시간은 빨리 지나가, 수업이 끝나버렸다.



“차렷! 경례.”



“안녕히 계세요!”



오늘은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해여 야자를 안 하고 그냥 끌났다. 신나는 마음에 바깥으로 나가니.



“효성아!”



“오, 가자.”



복도에서, 승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승희는 학교 바깥으로 나와 집으로 향했다. 가는동안의 얘기는 당연히 아까 아침의 웃겼던 상황이다.



“아, 아까 진짜 웃겼어.”



“나오는데, 그게 너일줄이야.”



“아이... 졸리잖아! 아침시간은.”



둘이서 웃어 죽겠다는 듯이 얘기하며 걷다보니 금세 승희네 집에 도착해버렸다. 물론 바로 옆집이 우리집이지만.



“잘 가, 효성아!”



“응, 너도.”



승희는 작별인사를 하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갔다. 뭔가 힘이 빠진 나였다.



“다녀왔습니다...”



“벌써 오니?”



“네...”



엄마가 뭐라고 말을 하지만, 나는 듣는 시늉만 하고 대충 대답만 하고 얼른 내 방으로 들어갔다.



“어휴.”



‘털썩.’



가방은 대충 던져버리고, 교복도 벗지 않은 체 그냥 벌렁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야자도 안했고, 뭐 한 일도 없는데 괜히 피곤하다. 고등학교 야자는 정말 피곤하다. 설마 진짜 밤 10시까지 학생들을 붙잡을 줄은 몰랐다. 피로가 누적된 모양이다.



‘심심해...’



‘젠장, 안할려고 했는데.’



심심함을 느낀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서 몹시 자연스런 움직임으로 컴퓨터를 켰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컴퓨터가 부팅을 완료하자, 또한 몹시 자연스럽게 게임을 켜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입력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으로 로그인을 완료했다. 조금 게임을 즐기는데, 문득 귓속말이 왔다.



<얌마, 머하냐.>



민준이다. 민준이도 나와 함께 원원히 이 게임을 해 왔다.



<지금 막 들어왔어.>



<크흐. 죽겄다. 남고 좆같다. 좋겠네, 너는.>



민준이는 자랑스런 대한의 남고생이다. 아주 죽겄다는 소리가 입에 뱄다. 나는 신이 나서 타자를 쳤다.



<ㅋㅋㅋ 여기 여자 존1나 많음 ㅋㅋ>



<아우 시발새끼.>



“흐흐흐, 녀석.”



얼마나 즐거운지 현실에서조차 웃음이 나왔다.



<아, 너 그나저나, 고백했냐?>



<아...아니.>



순간적으로 대화를 돌리는 민준이. 역시 민준이의 똘끼는 인정해 줘야한다. 저렇게 갑작스럽게 대화의 주제를 선회하여 대화의 우세를 순식간에 가져가다니...



<에휴, 찌질한 새끼. 언제까지 짝사랑만 할레? 질르라고!>



<야, 그게 말처럼 쉽냐. 너 같으면 어떡할건데.?>



<나? 나는 당당하게 고백하고 좋다면 사귀고, 안 좋다면, 뭐, 그만


이지.>



말은 쉽지, 민준아. 그게 맘처럼 잘 되면 세상 모든 백수들이 다 여친이 있어야지.



<그러는 너는 왜 여친이 없냐. ㅋㅋ>



<아우 개자식이 염장지르네. 나는 아예 여자가 없잖아 병시나 슈ㅣ


발!>



그렇게 재미나게 민준이와 놀았다. 그러나, 민준이의 말은 내 마음을 자극했다.



‘당당하게.’



‘안 좋으면, 뭐, 그만이지.’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내가 고백을 못 할 게 뭐 있겠는가. 민준이 말대로, 고백해서 사귀면 좋은거고, 안 된다고 하면 그냥 그대로 지내면 되는거고. 간단하잖아? 나도 남잔데, 까짓거 멋지게 해치워 버리지 뭐. 민준이과 놀고, 계속 게임만 하다가 12시 30분정도에 잤다.





-다음날.



“얘, 효성아. 얼른 일어나. 얘는.”



“으... 몇 시에요, 엄마?”



“7시 40분.”



“...아악!”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큰일이다. 승희는 등교를 일찍해서, 적어도 7시 40분에는 나오는데... 미친듯이 씻고, 대충 교복을 입고 황급히 나왔다. 승희가 우리집 앞에서 팔짱을 끼고 기다리다가, 나오는 나를 보고 말했다.



“이거, 지각이야 지각!”



“아, 미안. 늦잠자서...”



“밤 늦게 게임만 하니까 그러지! 으이구, 내가 자랄 때 자지.”



“하하, 그게.”



“밥은 먹었어?”



“아니.”



젠장. 이게 뭔 꼴이람. 어제, 한 11시 쯤에, 메신져로 승희가 일찍 자라고 할 때 말 들을껄. 아침부터 개망신이구만. 오늘... 고백하려고 했는데. 하지 말까? 아침부터 마이너스 이미지인데. 이럭저럭 얘기나 하다 학교에 도착하여, 승희와 헤어졌다. 그리고 시작되는, 지루한 수업.



“......”



‘퍽!’



“!!”



“진효성!! 이 자식은 학교가 여관인 줄 아나!”



“하하하...”



크... 또 잠들었다. 물론 그것은 전적으로 어제 밤늦게까지 열심히 게임을 한 덕이다. 아이들이 웃는다. 민준이 덕에... 참 많은 망신을 당한다. 뭐, 일찍 잤다고 해도 지루해서 졸 게 뻔하지만. 하루종일 수업을 잠과 졺으로 보낸 나는 보충수업이 끝난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윽... 하루종일 잠만 잤네.”



“효성아, 너 왜 이렇게 자.”



“아... 어제 늦게 자서.”



미친듯이 자다가, 겨우 일어나 혼잣말 하자, 앞자리의 혜경이가 웃으며 물어봤다. 그 물음에 대답하고, 조금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아.’



문득 어제 굳게 맹세한 것이 떠올랐다. 고백! 아침은 어차피 실패했으니, 지금 저녁시간에라도... 얼른 승희네 반으로 향했다. 마침 또 타이밍 좋게 승희네 반 입구에 서자마자 승희와 눈이 마주쳤다. 승희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만일 내가 승희네 반 애들하고도 친하다면 당당하게 ‘승희야, 잠깐만 나와봐’라고 말로 할텐데, 승희네 반에는 친한 애들이 거의 없고, 또 왠지 고백하려고 부르는 것이니 의식이 돼서 손동작으로 승희를 불렀다. 승희는 뭔일인가 하고 잡담하고 있던 친구들에게 잠깐만 하고는 나왔다.



“왜?”



“그... 할 말이 있어서.”



“뭔데?”



나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승희 손목을 잡고 냅다 뛰어갔다. 승희는 당황해서 잡힌 손목을 풀으려 하며 말했다.



“자, 잠깐! 왜 이러는데~!”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고 뛰었다.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다. 여기서 멈추면 사나이 죽도 밥도 아니게 되는거다. 근데... 고백을 남들 다 보는데서 하면 안되자나! 그래서, 저번부터 물색해 놓은 곳이 있다. 나는 승희를 데리고 거기로 데려가는 곳이다. 내가 이름붙인, 이름하여 ‘고백의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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