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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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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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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20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5.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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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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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구 영웅과의 만남[6] - 앨빈과의 조우 -

DUMMY

“그래서······ 공주님.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마녀입니까? 아님 인간입니까.”


경직된 얼굴과 몸을 풀자마자 나와 버린 본능적인 살기의 질문. 매우 단도직입적이고 우회적이지 않으며 다른 의도는 뒤섞이지 않은 순수 형태의 질문이다. 심리적으로 파고들어 속내를 읽어보려는 이기심조차 깃들지 않은, 그런 질문이다.


보통의 인간이 새와 같은 날개를 가지고 있을까? 없다. 세브리노 테라는 황궁 친위 기사단으로서 많은 사람과 조우했지만 그런 건보지 못했으며, 심지어 기척조차 경험해 본 적 없는 느낌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전쟁을 직접 겪어본 테라로선 위협적인 위화감은 익숙하다. 바로 앞에서 날카롭고 뾰족한 창을 들이미는 병사와 눈을 마주쳤을 때와 같은 기분. 그렇다.


테라는 우리엘의 날개와 검은 동공을 보고 목숨이 절벽 위 원숭이처럼 흔들흔들하는 걸 생각했다.


“안심하세요. 테라. 저는 마녀도 아니고, 하다못해 인간도 아닙니다. 그대에겐 저의 정체를 밝혀야 되겠군요.”


3쌍의 날개를 크기가 줄어들도록 흑염으로 전체를 감쌌다가 재차 사그라지게 조절하면서 불태워진 것처럼 효과를 내었다.


“자 대화하기 전에 장소 좀 옮기죠. 가엘 미스의 집이 딱이군요.”


딱이군요 라는 말에 가엘 미스는 금방이라도 울 거처럼 죽어버린 문짝을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우리엘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닌 모양인지 티베리우스에게 눈짓을 날렸다. 가죽 동전 주머니에서 금화보단 덜 노랗고 무딘 1스트를 내밀었다.


“뭐······ 알잖아. 가엘. 미안.”


절망.





“제길! 젠장! 죽일 놈들! 은혜를 잊어버린 놈들!”


노란색, 실은 금이 주재료인 테두리와 붉은 솜으로 만든 디자인의 문 너머에서 한 남자가 이를 갈고 치를 떨며 분노에 몸이 부들거리다 못해 팔 다리가 찢어질 거 같은 화가 떠나지 않았다.


문 밖에서 감시를 하는 황궁 기사 두 명은 귀가 간질거리자 조용히 말했다.


“프락스님. 화가 나시는 건 알겠지만······ 그래선 냉정해지지 못할 뿐입니다. 반란에 대한 여부가 남아있는 이상, 데카르안 황궁 총 책임자 겸 최고 대공님이 지켜볼 것입니다. 거짓된 것이 밝혀질 때 까지 진정하십쇼.”


‘거짓된 것이라.’


약간의 턴을 두고 문 안에서 대답이 확성기를 써 증폭된 효과처럼 크고 울렸다.


“아하하! 그렇지! 데카르안 최고 대공이 나를 그리 대할 리가 없지.”


최근 귀족 회의를 통해 데카르안의 권위와 입질은 최강 자리에 등극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프락스나 일부 귀족들에겐 길을 가다가 구멍 함정에 빠진 거와 같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행동불능으로 만들어 버리는 효과, 더 이상 반박이라던 지 심기에 거슬리는 주장을 했다간 무참히 짓밟히는 꼴이 되어버린다는 말을 돌려 말한 기술과 같다.


안 그래도 랑궈르에서 가장 강하고 황제 다음으로 권력을 휘어잡은 데카르안이 마음 속 깊이 진짜에 가까운 거짓의 평화 시대라고 널찍하게 현수막을 펼친 이상 세대가 지난들 이 추악하고 재미없는 시대는 쭉 이어가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프락스는 예견했었고 점점 더 사실로 들어맞아가고 있는 실정. 어쩌면 하루 빨리 작전을 실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펠릭스가 필요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대신해 희생한 덕에 프락스는 현재 징계 처분으로 끝났지만 펠릭스는 옥에 갇혀 몸을 혹사당하고 있다는 모습을 떠올리자 눈가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혹시 괜한 작전으로 자신을 따르는 충성심 강한 부하가 죽는 게 아닐까 하고. 그리고 그때 마다 펠릭스는 시대를 바꾸려면 언제나 희생이 필요하다고 지겹도록 했던 말을 되새겼다.


비록 펠릭스가 남작이고 신세대의 귀족이지만 가치관 하나는 똑 부러진 대다 옵타이오 제국의 모순과 무력 정치를 꿰뚫어본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런 자를 잃으면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항상 자기 자신에게 모질게 매몰아 쳤다.


징계 처분을 빠르게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데카르안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고, 황제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고 비밀스런 기사단의 일원이 되어 불사가 되는 것이다.


밝혀진 정보가 턱 없이 부족하지만 데카르안의 말에 따르면 불사의 기사단은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현명하다 하며 죽지 않는다 해서 불사의 기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설했다고 한다.


물론 황제의 무력 정치에 도구일 뿐이지만.


도구일 뿐이지만 도구이기에 쓰인다. 그렇기에 황제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황궁 2층 귀족실 중 하나인 프락스의 방에서 알베울리오라는 정치가의 정치를 믿는 황궁 기사에 감시를 받으며 우아하게 홍차를 마셨다. 음식으로 내어진 양고기와 와인, 감자 수프와 부드러운 빵과 얼마 전에 요리사가 우연히 개발된 포도 잼이 담긴 그릇.


5명이서도 거뜬히 둘러앉을 크기의 테이블과 4개의 의자에 쓸쓸히 혼자 앉아 차만을 마셨다. 같이 있어야 할 펠릭스가 없으니 차마 손이 가질 않는 것이다.


‘하아. 레스노쉴이여.’




라지누아 성 광장에 세 사람이 당당히 섰다. 일반 공국민, 왕국민처럼 보이는 세브리노 테라. 라지누아 성에서 유일하게 인정하고 환영한 전 황궁 기사 티베리우스 에스테반. 미모의 공주 우리엘.


티베리우스는 등에 기다란 형상을 가진 물건을 천을 둘러 등에 매었다. 가엘 미스가 주 무기로 쓰라고 만든 창이지만, 우리엘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천으로 가려 평범한 물건으로 보이게끔 끝을 뭉툭한 솜을 찔러 넣어 봉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확실히 얼핏봐서는 창의 모습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아 추측조차 불가능하다.


라지누아 성의 성주 라지누아 로게차카가 친구가 된 티베리우스 에스테반과 공주, 그리고 그 옆에 새로이 나타난 황궁 기사라는 신분을 가진 기사가 돌아간다는 말에 직접 성문으로 나와 배웅을 하기 위해 몇 가지 음식들을 보자기에 싸서 가져왔다.


라지누아의 특산물 응도 버섯 - 라지누아 산은 대대로 선조들이 가꾸어 오던 임업의 주 생산지이다 -과 목을 축일 수 있는 마실 것이 대부분이다. 허나 티베리우스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보자기를 받아들였고 로케차카도 웃음으로 기뻐했다.


두 사람의 전투로 구멍은 복구가 끝났는지 사라진 상태, 커다란 성문이 낡은 쇳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자 펼쳐진 평야가 세 사람을 반겼다. 그 지평선 너머에 다수의 사람 무리가 흙먼지를 날리며 다가오는 걸 포함해서 말이다.


먼저 발견한 건 로게차카였다. 친구가 안전하게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방에 방해물이 없는지 확인하던 순간에 봐버렸다. 한 눈에 봐도 대규모 부대를 연상케 하여 어느 왕국의 병사들이라는 관념이 발동했다.


“티베리우스! 잠시 멈추어라. 앞에 병사들이 온다.”


서로 대화하던 우리엘과 티베리우스는 바로 전방을 보았다. 그러나 테라가 손으로 막아섰다.


“저 익숙한 얼굴은 내 동료 앨빈이야. 날 찾으러 왔나보네.”


그러면서 테라는 티베리우스와 우리엘에게 어서 나가자고 재촉했다. 괜히 로게차카와 트러블이라고 일어나서 반란분자라는 단어를 말하기라도 한다면, 모두가 곤란해지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에 대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야기는 일단 콤문타스 성으로 가서 하지.”


세 사람은 성을 떠나 근처 호숫가로 방향을 틀었다. 테라가 검을 뽑아 하늘로 치켜세워 위치를 확인시키고 가고자 하는 곳으로 따라오라 신호를 보냈다. 이에 앨빈이 검을 뽑아 확인 신호를 보냈다.


양측의 신호가 제대로 전달하고 전달 받아 잠시 후 호숫가에 모두가 모이게 되었다.


“야 테라! 왜이리 늦었어! 게다가 저 성으로 들어간 거야? 적의 소굴로 제 발로 들어가다니. 배고파서 머리가 돈 거야? 네가······.”


“여여! 진정해. 앨빈. 그보다 먼저 소개를 해야 대화가 진행될 거 같네. 먼저 이 아름다우신 공주님은 밝히진 않겠지만 왕국의 공주님이셔. 이 기사의 이름은 티베리우스 에스테반으로 호위기사야. 인사해.”


테라는 라지누아 성에서 절대로 보이지 않았던 태양처럼 밝은 미소를 앨빈과 동료를 앞에서는 무한히 발산했다. 인간미가 돋보이는 순간 이였다. 같은 목적을 품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진정한 목표를 바라보는 동료가 아니라면 보지 못할 테라의 미소, 티베리우스는 새삼 진정한 동료, 친구라는 게 정말로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먼 미래의 현대에서 꿈 없는 아르바이트 생활만 한 탓에 친구라고는 한 명뿐이고 그 한명도 겨우겨우 붙어있는 참담한 인생. 상관없는 세계이지만······.


“전 티베리우스 에스테반입니다. 공주님의 호위기사입니다.”


티베리우스도 반갑게 인사했다. 어느 왕국의 공주라는 설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엘은 에스테반 뒤로 서서 얼굴을 반 쯤 가려 우아함과 비밀스러움을 풍겨 병사들은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보려고 애썼다.


“난 앨빈이라고 한다. 테라의 동료지.”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악수를 했다. 앨빈은 그리 폼 나지 않는 갑옷이라 건틀릿도 강도가 약한 탓에 티베리우스의 오메롬 광물로 만든 건틀릿에 눌려 살짝 흉해졌다. 그럼에도 나무라지 않고 공주님의 호위기사는 부자인가보다 라며 가볍게 농담으로 취급해 넘어갔다. 티베리우스는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고 느꼈다.


먼 미래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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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다음 길로 나아가는 옵타이오의 길[1] - 살바토르! 부활 - +2 16.05.11 410 2 8쪽
» 구 영웅과의 만남[6] - 앨빈과의 조우 - +2 16.05.07 314 2 10쪽
52 구 영웅과의 만남[5] 16.05.03 179 2 9쪽
51 구 영웅과의 만남[4] - 평화 시대의 미래는 - +2 16.05.02 293 2 9쪽
50 구 영웅과의 만남[3] - 패배 - +1 16.04.30 227 2 12쪽
49 구 영웅과의 만남[2] - 테라의 일과 - +2 16.04.28 23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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