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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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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55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4.20 22:55
조회
186
추천
3
글자
8쪽

다인 성의 비명[4] - 암살자 오스카 -

DUMMY

“이런 사람이다.”


한껏 폼 나게 옷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 남자의 손으로 모든 이의 시선이 주목되었다. 그리고 상냥한 오스카가 성력으로 검을 만들어 당장 목을 베어 버리려 했지만 엘리나가 뒤에서 끌어안으며 극구 말려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손에는 공기라도 잡은 건가?”


아스틴이 물었다. 남자는 왼 손에 무언가를 든 시늉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한두 번 해본 솜씨는 아닌 거 같았다. 우연오차는 아니고 정오차도 아니다. 아마 추측컨대 자와 각도기로 크기를 재본다면 언제든지 일정하리만큼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스카는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저 손의 의미를.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는, 그러나 어떤 물건을 잡고 보여주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어울리는 손동작 이였다.


“아! 국왕!”


소녀 같이 앙증맞은 목소리로 엘리나가 한껏 힘을 내어 말했다. 아스틴은 듣고도 알아듣지 못했고 오스카 사무엘은 턱을 괴고 이전에 로살리스 왕국에서 국왕을 뵈러 갔을 때의 하나하나의 모습을 기억해 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이 뚜렷한 건 역시 특이한 장면을 연출한 국왕. 신분을 표시할 때 쓰는 휘장 - 국왕의 휘장은 더 크다 -을 들었을 때의 그 동작과 매우 유사하단 걸 깨달았다. 하지만 굳이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진 않았다.


다인 성이 이 모양 이 꼬락서니라는 걸 감안한다면 국왕이라고 해도 주변 근방의 왕국이고 엘프에게 점령당한 왕국의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늦은 저녁이 되는 시간에 국왕이라는 자가 이런 음침하고 분위기 안 좋은 거주지역에 올 리가 없으니까.


“저······ 정말입니까?”


“뭐 명예직이나 다름없지. 사실 나는 평범한 다이만스 국민 이였지만 엘프가 쳐들어오고 나서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지 뭐야. 원래는 본 성에서 일하는 요리사 인데 말이지.”


그러면서 요리사이자 국왕이라고 밝힌 남자는 랑궈르에서 인정한 요리사 휘장을 보여주었다.


“맞는 거 같군. 그나저나 엘프 녀석들은 터무니없는 짓을 벌여 놓고 선 대처조차 하지 않다니. 쓸모없는 쓰레기 종족다운 처신이다.”


오스카는 없는 엘프를 욕하면서 남자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 여자가 그대의 부하라고?”


“후작님! 국왕 이시라잖아요!”


엘리나는 오스카에게 다가와 팔을 붙잡고 흔들며 때를 쓰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애처럼 달라붙고선 찰거머리처럼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꽉 붙잡았다. 아스틴은 오스카의 처량한 눈빛을 읽고 급히 엘리나를 떼어놓으려고 허리를 잡고 힘을 가했지만 무리였다.


“엘리나 부관! 왜이러시는 겁니까! 이 분은 원래 요리사. 게다가 이 망측한 태도는 뭡니까!”


포기라는 얼굴로 오스카는 한숨을 쉬었고, 남자는 단번에 이유를 밝혔다.


“이 냄새는······ 오메룸에서 자라나는 일종의 자연 버섯 포자의 냄새야. 엘프들이 다인 성으로 오면서 가져온 건데 맛은 있지만 포자를 세척하지 않고 맡으면 강력한 환각 증세가 유발되지. 여성의 염색체에만 작용하는데, 아마도······ 내 옷에서 나는 거 같아.”


남자는 미안하다면서 뒤돌아 동굴 속 박쥐처럼 어둠 안으로 사라졌다. 아스틴은 어이가 없어서 멍을 때리다가 팔을 흔들던 엘리나에게 머리를 가격 맞고 쓰러져버렸다. 길잡이 여성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오스카에게 잘 곳을 안내한 뒤 자신은 성으로 가봐야 한다면서 돌아갔다.


“아주 가관이군.”


“오라버니이이이이.”


일단 엘리나는 정신은 깨어있고 팔에 달라붙었으니 걸을 순 있겠다 싶어 몸져누운 아스틴을 일으키고 어깨동무를 시전하고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차라리 이게 낫겠군. 엘리나도 잠을 재운 뒤 엘프 사냥을 시작해볼까.”




요리사이자 국왕으로 고속 승진을 강제적으로 당한 남자는 허둥지둥 길을 따라 달리다가 달빛에 생긴 기다란 그림자를 보고 급제동을 걸 듯 토끼처럼 현란한 스텝으로 속도를 낮추고 방향을 선회해 그림자 앞으로 걸어갔다.


“헉헉······. 시키신 대로 자연 버섯의 포자를 조금이지만 뿌리고 왔고 효과를 보았습니다.”


남자는 숨을 헐떡이면서 살짝만 자극을 줘도 죽을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림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할 말만 하고 다음 명령을 내렸다.


“잘했다. 국왕으로 앉게 한 값은 해야지. 너는 이제 너의 성으로 돌아가 이틀까지 병사들을 소집하고 녀석들을 붙잡아라. 그때까지 우리 움브라 - 죽음의 그림자 -의 차례다.”


남자는 숨을 거칠게 고루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만 남자는 지칠 대로 지친 터라 가만히 있었다.


“이제······ 영원한 평화는······ 진정으로 무너질 거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 채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지금은 엘프의 제 1의 거점이 되어버린 다이만스 왕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갔다.


m


그 시각, 오스카 사무엘은 다가올 피비린 밤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한 복장을 준비했다. 원래는 대낮에 오메룸에 불법 침입한 뒤 어린 엘프를 납치하여 속사정을 들어볼 때 쓰려고 준비한 활동성의 효율은 높이고 가벼움을 배로 늘린 특별한 의복이지만, /딱히 고생해가며 숲에 가지 않아도 엘프가 인간의 요새에 들어와 있다는 것에 귀찮음을 덜 할 수 있게 되어 어떤 면에선 고맙다고 해도 좋았다.


낮에 엘프들은 하찮고 약한 종이만도 못한 엘프라는 점을 감안해 오스카는 충분히 얕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야 엘프는 자신의 입으로 선발된 30명의 엘프라고 언급했고, 그 중 두 명은 한 사람에게 살해당했으니 사실상 실력으로 패배한 것이 아닌가.


검은 회수하지 않았으니 마땅한 무기는 없다. 그렇다고 아스틴이나 엘리나의 무기를 빌려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혹여나 길잡이 여성이 엘프에게 들켜 이야기를 들었다면? 엘리나와 아스틴은 오스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공백이 남게 되고 그대로 죽어버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머리를 가격 당한 아스틴은 흔들어 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엘리나는 물이라고 속이고 도수가 강한 양주를 먹여 잠을 재웠으니 다음날이 돼야 일어날 것이다. 포자의 힘은 예상외로 오래가고 갈수록 건성에서 적극적으로 바뀜에 따라 선택한 양날의 검이었다.


앞으로의 판단에 따라 그것이 좋은 선택 이였는지, 아님 정말로 상처를 주는 검인지 스스로 구분이 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복을 완전히 착용하고 휴대용 성력 증폭 장비 ‘아체도 레굴라 사체르’를 집어 들었다. 실전에선 검보단 쓸모가 없지만 성력만을 이용한 전투가 이루어진다면 가장 좋다고 평가해도 전혀 욕먹지 않을 무기 중 하나이다. 무기······ 라고 부르고 방어형 공격 장비라 부른다.


겉모습은 건틀릿과 유사한 클로나 도적들이 애용하는 넓적 단검 형식의 장비인데 속은 가벼운 금속 재질의 물질을 베이스로 깔고 겉면에 정제되지 않은 순수 오메룸 광물을 녹여 그 위에 굳혀 성력 응용엔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오메룸 광물을 갑옷으로 사용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단단한 이유에서기도 하지만 성력을 방출할 때 어느 정도 상승효과를 발휘하는 특수한 기능이 탑재된 이유기도 하다. 그 점을 투영하자면 아체도 레굴라 사체르 또한 다양한 형태로 변형을 가하면 보다 강하고 섬세한 제어가 가능하다.


“기사는 낮에. 오늘 밤은······”


오스카는 마무리로 복면을 썼다. 피가 튀기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썼지만 은근히 암살자 풍모를 풍겼다.


“암살자 오스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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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다인 성을 수복하라[1] - 전장의 명마: 록시안 - +1 16.04.22 252 3 9쪽
41 다인 성의 비명[5] +3 16.04.21 190 3 8쪽
» 다인 성의 비명[4] - 암살자 오스카 - +1 16.04.20 187 3 8쪽
39 다인 성의 비명[3] +3 16.04.19 206 3 8쪽
38 다인 성의 비명[2] - 선조 엘프의 후예 - +1 16.04.18 241 3 8쪽
37 다인 성의 비명[1] - 비틀어진 일상 - +1 16.04.16 190 4 9쪽
36 신세대의 악몽은 이제부터다[4] - 다인 성 입성 - +2 16.04.15 243 2 9쪽
35 신세대의 악몽은 이제부터다[3] - 부활한 구 영웅 - +1 16.04.14 263 2 11쪽
34 신세대의 악몽은 이제부터다[2] - 랜 성 공성전 - +1 16.04.13 25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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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최악의 대장장이 가엘 미스의 꿈이란[3] - 삼 신의 정체 - +1 16.04.11 276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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