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8,659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09.20 11:03
조회
54
추천
1
글자
12쪽

46화 그게 귀족의 특권 아니겠나.

DUMMY

슈네트는 한번의 도약으로 매튜 부부의 앞을 가로막았다.


눈앞에 불덩어리가 떨어져 놀란 칠리가 기겁하는 탓에, 매튜 부부는 칠리의 등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넘어진 자리가 용암구덩이를 비켜나가긴 했지만, 그들의 눈앞에 닥친 건 용암구덩이보다 더 무서운 리저드맨이 창을 찌르던 순간이었다.


끼기긱!


“열을 좀 식히셔야겠네요, 부인.”


타오르는 창을 가로막은 건 서리 낀 폴암이었다. 게일은 리저드맨의 족장에 비견되는 완력으로 간신히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게일뿐만이 아니었다. 챠오 또한 달려 나와 슈네트를 진정시키려 말을 걸었지만, 정작 슈네트는 이성을 잃어버려 대화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사실 잠깐 버티는 게 고작이었지, 곧 폴암이 바들거리며 게일 쪽으로 치우쳐지기 시작했다.


“어어? 내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라고 소리치던 게일은 키클롭스를 향해 외쳤다.


“온천장! 그거 빨리! 그거!”


게일이 소리치자, 갑작스럽게 호출된 키클롭스가 당황했다.


“그거라니? 무슨 말이냐 그게!”


“그거 있잖나, 뭉게뭉게! 그래! 수······! 수증기 좀 깔아봐!”


“수증기 따위로 슈네트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잔말 말고, 빨리!”


혀를 찬 키클롭스는 손바닥을 들어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게일과 슈네트 그리고 부부를 감싼 수증기는 잠깐이었지만 슈네트의 눈을 가리기에 충분했다.


“이따위 잔재주로 나를 막겠다니 가소롭구나!”


슈네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화염을 토해 수증기를 날려버렸다. 다만 그 짧은 순간에 눈치 빠른 챠오가 매튜 부부와 칠리를 슈네트로부터 멀리 떨어트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게일이 단순히 잔재주를 부리기 위해 수증기를 꺼낸 것도 아니었다.


그는 수분을 끌어당겨 혹한의 냉기를 두르고 있었다. 베일듯한 날카로운 얼음 갑옷을 입은 게일은 더더욱 강한 냉기로 슈네트의 불꽃을 꺼트리려 애썼다. 그 탓에 창과 폴암은 얼어붙었다 타오르며 쇠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고작 얼음 조각 주제에! 너 같은 건 다시 녹여 철괴로 제련해주지!”


슈네트가 기합을 갈기자, 결국 열과 냉기에 견디지 못한 폴암이 온도 차 때문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딴 무기로 날 상대하려 했다니! 죽어라!”


“하앗!”


다시 한번 슈네트의 창이 막혔다. 이번에 그녀를 막은 자는 만토데아의 용병단장 크룩스였다. 게일이 의외라는 듯 크룩스를 바라보자, 그가 버럭 화를 내었다.


“뭐, 왜! 이곳에 나를 좋게 봐주는 유일한 마족이 죽으면, 내가 목이 달아날 것 같아서 나왔다······! 그딴 영웅 놀이하러 나온 게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겨우 용병단장이 막아낼 슈네트의 공격이 아니었다. 결국, 힘에 부친 크룩스마저도 검을 놓쳐버렸고, 엉거주춤 서 있던 용병단장의 미간을 향해 창이 내리꽂혔다.


"으읏! 으······어라?"


죽은 줄만 알았던 크룩스는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게일이 크룩스를 밀쳐내고 슈네트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았다.


“야······, 너!”


슈네트는 게일의 뚫린 갑옷에 박힌 창을 뽑았고, 창은 게일의 흉부를 녹여 휑한 구멍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으, 으윽!”


결국, 게일은 무너지며 쓰러졌다. 크룩스와 챠오의 외침을 뒤로하고 슈네트가 아직 의식이 남아있는 게일의 투구를 갈라버리려 했을 때, 보다 못한 크리스티안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만둬요!”


슈네트는 아직 분노로 이성을 잃어버린 채였다. 당연히 크리스티안의 목소리가 닿을 리가 없었다.


크리스티안은 슬라임 몸체로 슈네트를 낚아채 멀리 튕겨버렸다. 튕겨나간 슈네트는 일어나려 했지만, 쏜살같이 달려와 덮어버리는 슬라임 탓에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크리스티안은 쓰러진 리저드맨의 불꽃을 덮어 꺼트리고 말했다.


“지금 저 인간들을 해치우는 게 중요한 건가요? 쓰러진 게일의 숨을 끊어버리는 게 중요한가요? 천만에! 당장 마을에 달려가셔야죠! 당장 달려가서 한 마리의 리저드맨이라도 살리는 게 족장인 당신의 역할이야! 홀로 남겨진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당신이 알아요?”


크리스티안 덕분에 슈네트를 덮고 있던 불꽃은 꺼졌다. 하지만 불꽃이 꺼졌을지언정 높은 고열은 채 식지 못했기 때문에 크리스티안은 익어버리는 슬라임 몸이 고통스러웠지만, 슈네트는 덕분에 조금씩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알다마다! 알고말고! 무섭구나······. 마을 안을 확인하는게 두려워······! 아폴! 할미가 너를 지키지 못했구나!”


“그런 소리하지 말아요. 당신이 길러낸 창잡이들이에요. 같이 가자구요. 서둘러가면 늦지 않을 거예요.”


크리스티안은 슈네트를 덮은 슬라임을 물리며 그녀를 독려했다.





“아저씨!”


챠오가 달려와서 게일을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아아······. 챠오.”


게일이 삐걱대는 팔을 들어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이 멍청한 녀석! 나 대신 죽는다고 내가 고마워할 것 같은가! 바보 같은······!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냐! 너와 난 적이었을 터!”


크룩스가 같이 소리치자, 게일이 짜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크룩스. 한 번 우정을 나눈 자는 적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괜찮다······. 이 저주받은 몸 덕분에 나는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아마 같은 듀라한 부하들도 이런 느낌이었겠지······.”


게일은 하늘 저 멀리 바라보다가 붉게 타오르던 눈을 감았다. 게일의 냉기가 사라지고 있었고, 화산지대의 열을 받아 따듯해지고 있었다.


챠오는 그런 게일이 영영 떠날까 무서워, 얼른 아이스 슬라임을 게일에게 붙여 열기를 없애려고 했다.


“죽지 말아요, 아저씨! 죽지마요!”


“죽긴 누가 죽어! 불길한 소리 하지 마!”


게일이 다시 붉은 눈을 태우며 고개를 들어 챠오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으아악!”


“듀라한은 웬만하면 안 죽어. 게다가 가슴에 구멍 좀 뚫렸다고 듀라한이 픽픽 죽었으면 군단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사신 노릇도 하지 않았겠지.”


“아저씨, 그러면······.”


“그냥 며칠 정도 잠깐 쉬는 거야. 죽진 않더라도 회복은 필요해서 그 기간 동안 움직이지 못해. 그동안 짐이 될 테니 잘 부탁한다. 크룩스.”


“그래 맡겨만 둬······. 친구.”


그 말을 끝으로 정말로 게일은 눈을 감아버렸다.


크룩스는 그의 갑옷을 끈으로 추슬러 묶고 등에 짊어졌다. 무거웠지만,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한편 매튜와 엘렌은 상황을 이해하고자 애를 썼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신들 탓에 슈네트가 오해를 빚었고, 그 후폭풍이 어마어마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부부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죄책감이 그들의 가슴을 쥐어짜고 있었다. 그들은 마족들을 위해 그 어떤 말이라도 건네야 했다.


매튜가 나서서 입을 뗐다.


“슈네트 족장님은 저희가 자신의 마을을 점령했다고 오해하셨소.”


슈네트는 마을로 돌아갈 채비를 하며 그를 꼬나봤다.


“그럼 저 봉화는 뭐냐.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매튜는 침을 삼켰다. 그를 바라보는 마족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했다.


“우리의 목적은 황무지 변두리에 새롭게 마을을 세우는 것이었지. 규모가 클 필요도 없었소. 임시로 만들 마을이고, 개척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마을이라오. 왕국과 마왕성 사이에 교역 물품이 활발히 오갈 텐데, 그 기착점에 여관이나 창고들을 세울 계획을 했소. 족장님의 위치는 손자분인 아폴에게 직접 들었소.”


게다가 그의 생각을 덧붙여 말했다.


“게다가 리저드맨 마을에서 이 온천장에 오기까지 반나절 걸렸는데, 그사이 또 다른 인간 마을이 리저드맨의 마을을 점령하려 했다면 우리가 모를 리 없었을 거요. 확신하지. 저 신호가 무엇을 뜻하는 건지 몰라도, 인간들의 침입에 대한 봉화가 아니오.”


슈네트는 아무 말이 없었고, 대신 키클롭스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흥. 인간들은 모두 다 무고하고 잘못이 없다, 그렇게 지껄이곤 하지.”


“인간들은 잔인하고, 심지어 자신들끼리도 칼을 겨누는 열등한 종족이에요.”


크리스티안도 키클롭스의 말을 거들었다. 두 눈을 질끈 감은 매튜가 답했다.


“······우리의 책임이 없다고는 말 못 하오. 우리 인간들은 크고 작든 마족의 삶을 뒤흔들고 있지.”


엘렌은 매튜의 손을 잡았다. 부부는 고개를 숙였다.


“사죄하오.”


채비를 마틴 슈네트는 그들을 뒤로하고 마을로 돌아가고 있었다.


“난 마을로 가야겠다. 온천 식구를 제외하고 모두 따라왔으면 좋겠군. 마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니 말이야.”


그리고 손톱으로 매튜를 가리킨 슈네트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너희들도 따라와라.”


부부는 고개를 들었다.


“네 녀석의 말이 거짓말이란 게 밝혀지면, 목숨을 부지하겠다는 생각 따윈 버리는 게 좋을 거다.”





“사죄를 하고 싶군.”


스탕달은 겨눈 머스킷을 내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갈비뼈 사이가 아닌 미겔의 이마 정중앙을 노렸다.


“도대체 어떤 방식의 사죄가 무기를 겨누고 하는 겁니까?”


“내가 자네를 가엾게 여겨, 적어도 인간으로서 죽게 해주지.”


미겔은 스탕달의 방아쇠를 건 손가락이 움찔하는 걸 보자마자 몸을 숙여 피했다. 무기의 파괴력은 강했지만, 재장전시간이 길어 딱 한 발만 피하면 그를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스탕달의 속임수였다. 스탕달의 손가락은 움찔거렸을지언정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


“역시 용사후보생답게 움직임과 눈이 훌륭하군.”


“알아봐 주시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런데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건 여전하시군요.”


“그게 귀족의 특권 아니겠나.”


스탕달은 어깨를 으쓱이며 석고 반지를 비볐다. 그러자 아티팩트의 호출 마법이 발동되며 스탕달의 앞에 토르소가 나타났다. 토르소가 숨을 크게 쉬고 뱉더니 미겔의 얼굴로 변했고, 미겔의 육체는 정신을 빼앗긴 탓에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미겔이 외쳤다.


“이게 무슨!”


“원래 멀리 있는 부하들과 연락하기 위한 마법 아티팩트이네만, 가끔 전투에서도 유용하게 쓰곤 하지. 눈앞에서 상대를 소환하면 그대로 몸뚱이는 바닥에 엎어져 버리니까 말이야. 특히 재빨리 움직이는 상대를 제압하기에 제격이야. 자네처럼.”


스탕달은 쓰러진 미겔의 머리에 총구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정말로 미안하게 됐네. 전쟁은 내 뜻이 아니었지만, 용사는 필요했어. 부디 인간으로서 죽어주게.”


스탕달은 이번엔 정말로 쏠 생각이었다. 토르소에 갇힌 미겔은 이미 포기한 듯 눈을 질끈 감고 있었고, 여전히 자신의 몸은 진흙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탕!


“듣고 있자니, 누구 맘대로 죽네마네 사네마네. 인간들은 왜 다 이 모양일까. 응?”


분명 미겔의 영혼은 토르소에 갇혀있는데, 미겔의 육신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머스킷이 발사되는 순간, 총구를 그대로 바닥에 처박아 스탕달을 놀라게 했다.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게 무슨! 분명히 아티팩트의 마법은 통했을 터!”


스탕달은 자신이 소환한 토르소를 봤다. 토르소는 문제없이 미겔의 영혼을 가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미겔의 몸이 움직이는 걸까?


“영감, 어딜 보는 거야? 여길 봐야지?”


온몸이 진탕된 미겔, 아니 사념체가 일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롱 리브 더 데블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61화 싫거든. 내 말이거든. 내 맘이거든. 19.10.25 33 1 11쪽
60 60화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바라. 19.10.23 32 1 11쪽
59 59화 아아! 새로운 용사의 탄생 순간이도다! 19.10.21 33 1 12쪽
58 58화 어쩌기는. 도망쳐야지. 19.10.18 31 1 11쪽
57 57화 내 몸속에 초대 마왕님이 계셔. 19.10.16 30 1 11쪽
56 56화 나는 악당이 되어야 해. 19.10.14 36 2 12쪽
55 55화 마, 마족의 침공입니다! 19.10.11 37 2 12쪽
54 54화 썩 꺼지쇼! 19.10.09 34 1 12쪽
53 53화 엘라이자는 가지 않아. 19.10.07 37 1 12쪽
52 52화 당신을 용서할게요. 19.10.04 45 1 12쪽
51 51화 나도 엘라이자, 당신을 사랑해. 19.10.02 35 1 11쪽
50 50화 동화책에서 읽었어요. 19.09.30 38 1 12쪽
49 49화 난 전설 따윈 믿지 않아. 19.09.27 48 1 12쪽
48 48화 마드모아젤, 그리고 무슈. 19.09.25 53 1 12쪽
47 47화 드래곤 잡으러 갈 겁니다. 19.09.23 59 1 11쪽
» 46화 그게 귀족의 특권 아니겠나. 19.09.20 55 1 12쪽
45 45화 사죄를 하고 싶군. 19.09.18 56 2 12쪽
44 44화 슈네트를 막아야 한다! 19.09.16 50 1 11쪽
43 43화 제발 연락이 닿기를……! 19.09.13 44 1 12쪽
42 42화 우리가 그 멍청한 마을이야……. 19.09.11 57 1 12쪽
41 41화 그 케이크는 가짜니까, 먹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19.09.09 54 1 12쪽
40 40화 남자는 가끔 홀로 씹는 고독이 필요한 법이죠. 19.09.06 64 2 12쪽
39 39화 인간들만 절실한 게 아니란 말이야. +1 19.09.04 62 2 12쪽
38 38화 믿을게 필요한 사람들 눈에 띄면, 믿음직해 보이는 법이야. 19.09.02 73 1 12쪽
37 37화 저게 뭐람, 무서워라아……. 19.08.30 67 2 12쪽
36 36화 내가 이겼고, 난 네가 마음에 든다. 19.08.28 64 1 12쪽
35 35화 또 새로운 실험체를 만들러 가볼까. 19.08.26 61 1 12쪽
34 34화 좀 더 농익거든 찾아와라, 애송아. 19.08.23 60 2 12쪽
33 33화 야, 이 망할 녀석아! 19.08.21 56 1 14쪽
32 32화 하지만 용사와 마왕 둘 다 무사했음 좋겠지? 19.08.19 74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