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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8,649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08.23 11:32
조회
59
추천
2
글자
12쪽

34화 좀 더 농익거든 찾아와라, 애송아.

DUMMY

실크는 대검을 휘둘러 오비디언을 공격했지만, 오비디언은 단지 두 손가락만으로 휘둘러지는 검을 잡아버렸다. 다만 거기까지는 실크도 예상한 바라 연이어 오비디언의 가슴께를 발로 찼지만, 그마저도 다른 한 손으로 막혀버렸다.


두 마왕의 시선이 교차했다. 실크는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고, 오비디언은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실크는 자신의 수가 읽혔다고 느껴지자 반대편 발을 휘둘러 찼지만, 그마저도 오비디언이 집고 있던 칼을 놓자 중심이 흐트러져 허공을 차버렸다.


오비디언은 자신에게 발목이 잡힌 채 거꾸로 매달린 실크를 보며 말했다.


“전보다 움직임은 부드러워진 것 같은데 말이지······.”


오비디언은 실크의 발목을 잡은 그대로 날려버렸다.


“역시 아직 여물지 못한 과일이군. 흥미롭지 않아.”


이번에는 미겔의 차례였다. 미겔은 지끈거리는 두통에 괴로워하다, 곧 표정이 바뀌며 날뛰기 시작했다.


“싸움! 싸움이다! 드디어 전쟁다운 전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와 다른 말투, 평소와 다른 전투방식이었다. 원래 미겔이 싸우던 방식이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다 되받아치는 공격이었다면, 지금의 미겔은 호쾌한 액션을 즐기는 막무가내의 방식이었다. 미겔은 자신의 체중이 가벼워 묵직한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아는지, 작은 체구와 작은 단검으로 이리저리 쏘다니며 오비디언의 팔다리 힘줄을 끊어내는 걸 노리고 있었다.


재빠르게 오비디언의 주먹을 피하는 미겔은 칼날이 오비디언의 비교적 둔한 두 다리를 스칠 때마다 도발을 날려댔다.


“후손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네! 고작 인간 하나를 가지고 쩔쩔매다니 말이야!”


물론 어쭙잖은 도발에 넘어갈 오비디언이 아니었다. 고작 단검 정도로 피부가 뚫릴 리도 없었다. 다만 성가실 뿐이었다.


오비디언은 바닥에 주먹을 내리쳐 주변의 땅을 뒤집었다. 미겔, 아니 미겔의 몸을 지배하던 사념체가 잠깐 주춤하기만 해도 그는 충분했다. 오비디언은 지반이 흔들거리며 발을 헛디딘 녀석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해골이 되어버린 미겔의 골반이 끊어져, 오비디언을 방해는커녕 걷지도 못할 것처럼 보였다.


오비디언이 갑작스러운 살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몸을 추스른 실크가 스텝을 밟으며 커다란 대검을 휘둘러 내려치고 있었다. 방금처럼 고작 두 손가락으로 막을 정도가 아니었다.


오비디언은 그대로 왼팔을 방패 삼아 실크의 품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쇠가 뼈를 긁는 소리가 났지만, 오비디언은 개의치 않았다.


“좀 더 농익거든 찾아와라, 애송아.”


오비디언은 그 말을 끝으로 실크의 복부를 갈궜다.


실크는 피를 울컥 토한 뒤,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오비디언은 병사들에게 루가루 마을을 불살라버리라 명령한 뒤, 뒤돌아 갔다. 이번에는 왕국군 병사의 차림을 한 벨라가 그의 앞을 막았기에, 오비디언은 걸음을 멈추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제야 벨라가 나타났음을 깨달은 줄리엣이 결정석 마법으로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벨라가 꺼내는 수십 병의 포션은 막지 못했다.


벨라는 오비디언에게 가진 모든 포션을 던져 깨트렸다. 수면과 중독, 마비와 산성까지. 개중에는 섞이면서 몇 배는 독해지는 포션들도 있었다.


모든 포션이 섞이며 자욱한 보랏빛 연기를 들이마신 오비디언은 그 즉시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기증 탓에 주춤하는 오비디언은 콧속이 헐어버려 피가 흘렀다. 내상을 입어버린 오비디언은 처음으로 무릎을 꿇어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다만 벨라는 서큐버스의 여왕인 줄리엣의 결정석 마법을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벨라의 발끝으로 시작해 엉겨 붙어 커지는 결정석에 벨라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게 아마 듀라한 게일이 보았던 벨라의 죽을 운명이었을까?


벨라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결정석에 갇혀버렸다.


“실크님······!”


벨라의 외마디 외침을 듣자마자, 실크는 정신을 차리려 바닥에 검을 찍고 일어섰다. 아직 오비디언은 고통을 버티느라 웅크리고 있었다.


원래대로였다면 그가 마왕의 자리를 뺏었을 때, 해야 했던 일이었다. 줄리엣이 미처 마법을 쓸 새 없이, 실크의 대검은 오비디언의 몸속에 파고들었다.


“마왕님!”


“실크!”


줄리엣과 마침 따라온 선발대들의 외침이 한 공간에서 섞였다. 칼에 꿰뚫린 오비디언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을 뿐이었고, 실크는 오비디언에게 칼을 꽂자마자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오비디언이 쓰러졌음을 확인한 줄리엣은 스탕달과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줄리엣은 꿈 포탈을 열어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렸다.


오비디언이 사라졌으니, 스탕달이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스탕달은 국왕 바크만이 타고 있는 마차를 향해 칼을 쥐고 다가갔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피를 닦으며 밖으로 나온 스탕달은 그제야 오비디언의 세뇌가 풀린 병사들을 휘어잡아 모이게 했다.


갑작스러운 결말에 어리벙벙하던 선발대들은 쓰러진 미겔과 실크를 추슬러 치료를 하기 위해 마을 안으로 돌아갔다.


“뭔지 몰라도, 해치운 건가······?”


그 와중에 네드가 말했다.





열 명 남짓한 종업원과 거인 넷, 그리고 키클롭스의 합창이 끝났다.


음악을 자주 즐겨 듣지 않는. 애초에 음악을 들을 일이 없는 게일이었지만, 화음이 적절히 어우러져 균형감 있고 재미있게 구성된 노래라고 생각했다. 전달하는 바도 명료했다. 다만 음악으로 전쟁을 멈추겠다는 얼뜨기를 폴암으로 꿰뚫어 본 게일은 없는 귀를 후비면서 말했다.


“그래서 만토데아라는 용병 마을의 사람들이 자꾸 와서 호시탐탐 땅을 노리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건가?”


“그럼요! 저희는 안타깝게도 온천을 운영하느라 바빠서요.”


심벌즈를 쥐고 있던 종업원이 밝게 답했다. 종업원은 팔짱 끼며 앉아있는 키클롭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전쟁이 터지기 전, 루가루 숲 근처에서 살던 키클롭스는 화산지역의 온천에 마음을 뺏긴듯했다. 그는 곧장 온천장을 만들고 매일매일 청결하게 자신을 가꾸고 있었다. 전쟁 중에는 전쟁고아들을 거두어 종업원으로서 일하게 해주었고, 전쟁으로 상처를 입거나 지친 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물론 키클롭스는 대외적으로는 인덕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본인 휘하의 종업원들에겐 유난히 엄격했지만 말이다.


‘싸울 시간은 없는데 합주하고 노래 맞춰볼 시간은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던 게일은 “싫으시다면 물값을 계산하고 떠나주시면 됩니다.”라고 건네받은 영수증을 보고 붉은 두 눈동자를 크게 태웠다.


“무, 물 한잔이 사, 삼 골드! 열다섯 잔이니 사십오 골드라고? 거기에 팁을 십오 골드를 떼가? 공연료? 이건 또 뭐야? 무슨 물 한잔이 드래곤의 눈물을 한 방울씩 모아 정령 왕이 축복한 물과, 황무지에 만년에 한 번 내릴까 말까 하는 눈이 녹아 흘러 생긴 오아시스의 물을 적절히 배합하기라도 했단 말이야? 바가지! 이거 완전 바가지잖아! 방금 두 잔 마셨으니까 열 세잔은 도로 가져가!”


게일의 숨 가쁜 말이 끝나자마자, 가볍게 심벌즈를 울린 종업원이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


“정확히 보시는군요. 읽으신 그대로입니다. 다만 이 온천에선 환불은 받지 않습니다.”


“이 사기꾼들······! 내가 누군지는 아는가? 마왕성의 듀라한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


이번에는 튜바를 두른 종업원이 낮은 비 플랫으로 소리를 울려 게일의 말을 끊었다.


“그 듀라한들은 다 죽고, 듀라한 따라서 다른 마왕군도 대부분 궤멸 되었죠. 그러니 마계는 사라지기 직전이구요.”


키클롭스가 종업원들의 말을 뒷받침하며 덧붙였다.


“당장 인력이 부족해서 임프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야. 몇 날 며칠이고 있어 달란 말도 안 해. 그냥 만토데아만 처리해주면 되는 거야. 어때, 참 쉽지?”


오랜만에 갑옷에 서리가 내려앉은 게일은 터지려는 화를 삭이려 애를 썼다.


한편 소란에 끼고 싶지 않은 챠오는 토토가 수분을 보충하자, 어딘가를 향해 가려고 하는 걸 알아챘다.


“토토? 무슨 일이야?”


토토는 챠오의 품을 벗어나려, 온천의 한쪽 구석으로 가려 했다. “안돼, 여기에 있어.” 하고 말리던 챠오는 토토가 거세게 얼음 조각을 휘두르자, 어쩔 수 없이 토토를 놔주고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토토를 무작정 따라가던 챠오는 어느새 질척이는 커다란 온천에 들어가게 되었다. 바지가 젖기 시작했지만, 토토가 너무나 좋아하며 뛰어가는 탓에 말리기에도 뭐했다.


“어디까지······.”


마침 반대편에서 또 다른 슬라임이 뛰어오고 있었다. 화염을 두른, 토토와 비슷한 크기의 슬라임이었다. 눈이 쌓인 설원지대에 오래 노출되어 있었던 토토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아마도 화산지대인 이곳에 오래 있었기에 불을 몸에 담아버린 게 아닐까 싶었다.


두 슬라임은 만나자마자 오랜만에 상봉하는 형제처럼 얼굴을 비비려 했지만, 서로 가진 속성이 전혀 달라 충격을 받는 것 같았다. 두 슬라임은 닿자마자 떨어지고, 다시 또 다가가다 멀어지길 반복했다.


또한, 챠오가 보기에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물이란 건 원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일진대, 챠오가 발을 담그고 있는 온천수는 되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위쪽으로 샘솟아 올라가고 있었다.


챠오의 고개가 천장으로 향하며, 커다란 얼굴을 발견했을 때였다.


“챠오, 잠깐만! 기다려!”


키클롭스를 상대하느라 챠오를 뒤늦게 발견한 게일도 시선을 위로 올리고 있었다. 게일을 내려다보던 그 큰 얼굴이 말했다.


“어머나, 여기서 군단장님을 뵐 줄은 몰랐어요.”


마더 슬라임, 크리스티안이였다. 토토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겠다 싶었지만, 이곳에서 갑자기 만날 줄은 게일도 챠오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못 본새 크리스티안의 몸집이 어느 망루보다도 커졌으니 게일이 놀랄 만도 했다.


“그, 크리스티안. 키가······, 엄청 자랐네?”


크리스티안은 게일을 내려다보며 빙긋 웃었다.


키클롭스는 헛기침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크리스티안 님도 이곳에 지내시는 대신, 우리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지. 댁도 모쪼록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면 좋겠군. 아니면 팔십 골드를 내야 하니까.”


키클롭스는 목욕하러 자신의 전용 탕을 향해 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 온천의 제 일 규칙. 몸을 깨끗이 씻는 것.”


키클롭스가 손짓하자, 다시 거인들이 게일의 사지를 붙잡고 탕으로 들어가려 했다.


“안돼! 이 간지러움! 이 감각!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야! 날 함부로 씻기지 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청결한 신체! 개운한 감각이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어서 저자를 매우 씻겨라!”


챠오와 크리스티안은 게일이 피우는 소란을 뒤로하고 얘기를 나눴다.


“내 아이를 용케 여기까지 데려오다니, 정말 고맙구나.”


“아니에요. 토토 덕분에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어요.”


챠오가 쭈그려 앉아 토토를 부르자, 곧바로 토토가 어미의 품을 떠나 챠오에게 안겼다. 어린 슬라임이 자기 어미를 두고 다른 사람의 품으로 떠나는 건 크리스티안도 처음 보는 일이라, 크리스티안은 챠오에게 적잖이 호기심이 생겼다.


“내 아이랑은 어떻게 만났니?”


“저희 누나는 벨라, 서큐버스예요. 챠오는 누나가 가지고 있던 슬라임 조각에서 태어난 아이예요.”


“벨라, 흐음. 그랬구나. 그래서 마왕이 또 다른 내 아이를 데리고 있던 거였어.”


크리스티안이 눈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때였다.


“만토데아가 다시 쳐 들어왔어요! 크리스티안 님! 부탁드릴게요!”


크리스티안은 화염 슬라임 또한 챠오에게 맡기며 말했다.


“이 아주머니는 이제 일하러 가봐야겠다. 챠오 너도 구경하러 따라오겠니?”


챠오는 뜨거운 탕 속에서 괴로워하는 게일을 뒤로하고 대답했다.


“네,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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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나는 악당이 되어야 해. 19.10.14 36 2 12쪽
55 55화 마, 마족의 침공입니다! 19.10.11 37 2 12쪽
54 54화 썩 꺼지쇼! 19.10.09 34 1 12쪽
53 53화 엘라이자는 가지 않아. 19.10.07 37 1 12쪽
52 52화 당신을 용서할게요. 19.10.04 45 1 12쪽
51 51화 나도 엘라이자, 당신을 사랑해. 19.10.02 35 1 11쪽
50 50화 동화책에서 읽었어요. 19.09.30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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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그게 귀족의 특권 아니겠나. 19.09.20 54 1 12쪽
45 45화 사죄를 하고 싶군. 19.09.18 56 2 12쪽
44 44화 슈네트를 막아야 한다! 19.09.16 50 1 11쪽
43 43화 제발 연락이 닿기를……! 19.09.13 44 1 12쪽
42 42화 우리가 그 멍청한 마을이야……. 19.09.11 56 1 12쪽
41 41화 그 케이크는 가짜니까, 먹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19.09.09 53 1 12쪽
40 40화 남자는 가끔 홀로 씹는 고독이 필요한 법이죠. 19.09.06 64 2 12쪽
39 39화 인간들만 절실한 게 아니란 말이야. +1 19.09.04 62 2 12쪽
38 38화 믿을게 필요한 사람들 눈에 띄면, 믿음직해 보이는 법이야. 19.09.02 7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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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또 새로운 실험체를 만들러 가볼까. 19.08.26 61 1 12쪽
» 34화 좀 더 농익거든 찾아와라, 애송아. 19.08.23 6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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