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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시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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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2.11.26 22:54
최근연재일 :
2013.03.24 01:4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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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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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0,623

작성
13.03.22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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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교차-8




붕어 없는 붕어빵, 시계 없는 시계의 아이







DUMMY



쾅! 거대한 메이스가 병사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병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병신 같은 놈들!”

파네스는 씩씩대면서 메이스를 휘둘렀다. 메이스에 촘촘히 박힌 가시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뒤에 서 있던 병사는 마른 침을 삼켰다.

“용인이, 용인이 한 짓인 게 틀림없습니다. 병사들의 머리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하! 네 놈 말대로라면 기사들은 모두 용인이겠다? 적의 머리를 잘라 가지니 말이다.“

”아니, 저 그게....“

”메이스를 내려놓으십시오. 이 자의 말이 사실인 듯합니다.“

흰 머리의 기사가 말했다. 파네스는 마지못해서 메이스를 내려놓았다.

”그게 사실인가, 린튼?“

”씹히다 만 머리가 있었습니다.“

린튼의 말에 파네스는 흠칫했다.

”그럼...“

노기사는 파네스의 얼굴빛을 살피고는 재빨리 말을 뱉었다.

”아스의 것은 아닙니다.“

”흥! 그 멍청한 놈 따위...“

파네스는 콧방귀를 꼈다. 말과 달리 파네스의 얼굴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이것....”

린튼이 양피지문서를 건넸다.

“아직 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파네스는 성급히 문서를 펼쳐들었다. 문서에는 피 묻은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

"빌어먹을 뱀 새끼들.“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내 아들은 잘 데리고 있겠다고 하는 군. 내 아들 대신, 기사들을 내놓으라는 군.”

"기사라니요?“

”그 놈의 먹이로 기사들을 바치라는 군. 그렇지 않으면 잡아먹겠다나 어쨌다나.“

파네스는 문서를 꾸깃꾸깃 접었다. 파네스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파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파네스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아레스 근처 미모스 섬. 따듯한 봄바람이 정원에 핀 한 무리 꽃을 흔들었다. 은색 초롱꽃은 주눅이 든 것처럼 푸른 정원의 한 구석에서 고개를 저으며 흔들렸다.

"대단하군요. 예전에도 자주 아레스에 오고가긴 했지만, 아레스의 근역에까지 이런 힘이 미칠 줄이야."

제이드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제이드는 꽃을 바라보았다. 아이렐은 긴장한 표정으로 테이블 맞은 편에 낮아 있었다.

"계절을 잊게 만드는 힘. 탑에서 비롯된다지요? 이렇게 계절에 어긋나게 꽃을 멋대로 피게 할 수도 있다니. 원래는 초여름에나 피는 것을."

제이드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신기하지요?"

"아, 네. 그런 것 같...."

아이렐의 얼굴에 어설픈 웃음이 걸렸다. 제이드가 손을 저었다.

"입을 좀 다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아이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이렐은 반쯤 일어서려다가 도로 의자에 앉았다. 제이드는 말없이 꽃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초롱꽃과 수선화를 좋아한다고 했죠. 제가 기억하지 못할까봐 꽤 강조하더군요.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자신이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렐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렐은 제이드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왜 저를 이곳에 대려왔습니까.”

아이렐은 불쑥 말을 뱉었다.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렐은 대회합이 중단된 후, 서둘러 자기 영지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제이드와 알렌은 그 무리와 함께 여전히 아레스에 머물고 있었지만, 아이렐과 데미안은 자신의 영지로 떠나기 시작했다. 중간에 성급하게 알렌에게로 거처를 바꾼 바람에 두 사람의 위치는 붕 떠 있었다.

알렌은 두 사람의 안전에 대해 어떤 보장도 해주지 않았고, 로렌은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 두 사람을 믿지 못했다. 제이드는 시퍼렇게 눈을 뜨고 둘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지를 가던 도중, 아이렐은 습격을 받았다. 비가 한창 오고 있을 무렵이었다. 마차바퀴는 진창에 빠진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이렐은 마차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마차문을 여는 순간, 화살이 날아와 아이렐의 가슴을 꿰뚫었다. 화살은 심장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아이렐은 연이어 날아온 화살에 몸을 꿰뚫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아이렐의 눈에는 피로 물든 진창이 보였다. 아이렐은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시 날아온 화살이 눈에 박혔다. 욕설과 고함,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렐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곳이었다. 연금술사들이 아이렐을 치료했다. 아이렐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지만 그들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제들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법사의 영역에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흘이 지난 뒤에서야, 아이렐은 이곳 정원으로 불려왔다. 제이드를 보는 순간, 아이렐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하필이면 자신을 잡아온 자가 제이드라니. 짐작은 했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공포가 밀려왔다.

“왜 연금술사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겠군요. 사제들은 기맥을 회복시켜주지만, 연금술사는 그렇지 못하니까요.”

아이렐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 말했다.

“정말 현명한 선택이군요. 한동안 제가 당신을 공격할 일은 없겠군요."

“그런가요?”

제이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전 당신에게 충성했습니다.”

“그 충성이 어떤 것이었는지, 한 달 전에 제게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그땐 당신이 쓰러졌잖습니까. 당신이 저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아이렐, 난 당신이 아닙니다. 그런 가정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게다가 당신과 데메인만 그랬을 뿐, 다른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뭘 원하는 겁니까?”

아이렐은 끓어오르는 노기를 감췄다.

‘날 치료해준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어쩌면 제이드는 아이렐과의 타협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었다. 아이렐의 호위기사를 죽이고, 아이렐을 납치한 것은 과격하고 폭력적인 것이었지만, 그것은 흔한 일이었다. 위협, 복수, 살인 등등. 그것이 무탑의 방식이었다.

만약 제이드가 타협을 시도한 것이라면, 아이렐은 생존할 수 있지도 몰랐다.

아이렐은 제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제이드는 아이렐을 바라보지 않았다. 제이드는 초롱꽃과 그 옆에 핀 수선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예쁘군요. 그 사람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는 군요.”

여전히 다른 소리였다. 아이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아이렐은 다시 한번 화가 나는 걸 꾹 눌러 참았다.

“제이드, 제가 데메인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전...”

“설득?”

제이드는 입매를 비틀었다.

“제가 당신을 설득하려고 데려온 줄 압니까?”

아이렐은 고개를 들었다.

“그럼....”

경고도 시작하는 말도 없었다. 제이드의 손날이 테이블을 가르고 아이렐을 향해 날아갔다.

“이, 이런!”

아이렐은 잇소리를 내며 뒤로 뛰어올랐다.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다니. 아이렐은 제이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왜 데려온 겁니까?”

“...고통을 주려고.”

아이렐은 기를 끌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제이드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얼마나 화가 나는지 알아?“

푸른 색의 검기가 아이렐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타는 듯한 고통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이렐의 왼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이렐은 이를 악물었다.

“날 여기서 죽일 생각이군.”

“둔하군요. 지금 알다니.”

어쨌든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시간은 벌었다. 아이렐은 기를 끌어올렸다. 아이렐의 회색빛의 검기가 제이드를 향해 날아갔다. 제이드는 손을 검기로 감쌌다. 푸른 색 검광이 제이드의 손을 타고 나선형으로 뻗어나갔다. 제이드의 검광은 아이렐의 회색 검광을 튕겨내면서 아이렐에게로 날아갔다.

“큭.”

아이렐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검광이 아이렐의 오른쪽 발목을 자르고 지나갔다.

“젠장! 이건 불공평해. 제대로 결투를 하게 해줘. 사제에게 치료 받았다면 이것보다 더 잘 싸웠을 거다. 비겁하다, 제이드!”

“내가 결투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나?”

제이드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아이렐의 배에 칼을 찔러 넣었다.

“크악!”

“자, 당신이 기를 운용하는 데 한계가 생기겠군.”

아이렐은 제이드의 칼을 움켜쥐었다.

“이 개...”

“좀 좋은 말을 해봐. 당신 유언이니까.”

아이렐은 제이드의 단도가 하단전을 관통하기 직전, 아이렐은 기를 끌어올렸다.

‘이런 근거리에서라면 충분히....’

충분히 제이드를 죽일 수 있다! 아이렐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제이드는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푸른 색 검광이 아이렐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컥!”

아이렐은 피를 울컥 토해냈다.

“말도 안....”

기사들의 검기는 시간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검기를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그만, 쉬어.”

제이드의 손에 검광이 맺혔다. 검광은 아이렐의 ‘배출구’를 뚫고 지나갔다가 돌아와 ‘회랑’을 짓찢었다. 제이드는 아직 ‘궁전’은 파괴하지 않았다. 아이렐은 바닥에 누워 제이드를 올려다보았다. 팔다리가 사라진 아이렐의 모습은 오뚝이 인형처럼 보였다.

“제, 제이드.”

아이렐은 숨을 헐떡였다.

“데메인, 데메인을 내가 데려오면...당신은 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날, 날 죽이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아니, 아니야. 아이렐. 난 표를 없앨 거야.”

아이렐은 눈을 크게 치켜 떴다.

“데메인은, 데메인은....”

“사흘 전에 죽었어, 이곳에. 널 데려오기 직전이었지.”

제이드의 단검이 아이렐의 이마 한 가운데를 찍었다. 피가 솟구쳤다. 아이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

비명은 짧았다. 제이드는 단검을 아이렐의 옷에 문질러 닦았다.

아이렐은 무력하게 죽었다. 공평한 싸움이 아니었다. 아이렐의 말대로, 연금술사가 아닌 사제에게서 치료를 받아 손상된 기맥을 회복한 상태에서 싸웠다면 이렇게 쉽게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이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아이렐 역시, 자신의 주군이었던 카미유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연인이기도 했던 카미유를 동침 중에 죽였던 사람이었다.

“어디서 공평함을 따지는지.”

제이드는 피식 웃었다. 제이드는 고개를 들었다. 초롱꽃의 푹 숙인 얼굴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팔라스, 보고 싶어.”

제이드는 꽃잎을 매만졌다.

“미칠 것 같아. 이 기분 당신은 알 턱없지만.”

제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표는 사라졌군, 알렌.”

그동안 알렌의 움직임은 조용했다. 대로드들이 움직이긴 했지만, 알렌 자신이 스스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당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길 잃은 양떼가 될 텐데.”

근처에서 멜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는 깨끗하게 절단해서, 아레스로 보내라. 알렌이 좋아할 거다.”

멜은 제이드를 응시했다.

“왜?”

“제이드답지 않습니다.”

제이드는 피식 웃었다.

“음모를 꾸미고 괴롭히는 게 나답지 않아?”

“아뇨. 직접 이런 일을 하시는 게, 제이드 답지 않습니다.”

제이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명령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멜은 고개를 숙였다. 제이드는 저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제이드의 등을 바라보는 멜의 눈에는 근심이 어려 있었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갑니다...





작가의말

 

밀리아의 속성이 죄책감이고, 카라의 속성이 비밀이라면, 제이드의 속성은 “광기”지요. 제이드가 이율배반적인 것도 그런데서 기인해요. 밀리아는 제이드가 원래 착한 아이였는데 어쩌다보니 물들었다? 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지만...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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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9.사북-4 +4 13.01.28 335 3 8쪽
64 9.사북-3 +2 13.01.28 37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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