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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시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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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2.11.26 22:54
최근연재일 :
2013.03.24 01:4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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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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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0,623

작성
13.01.3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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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사북-8




붕어 없는 붕어빵, 시계 없는 시계의 아이







DUMMY

카라는 힐끗 로제인의 표정을 올려다보았다. 로제인은 여전히 웃는 표정이었다. 로제인은 턱을 괴고 카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랑은 잘 있냐?”

“그럭저럭. 그 아이는 지금 영지를 거느리고 있으니까. 여기 사람이 다 되었지. 아무도 그 애를 한인의 후예라고 보지 않아.”

"현후와 다르네. 그 말 꼭 내가 현후를 잘못 키웠다는 소리처럼 들려.“

"자격지심이야.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카라는 서명을 끝냈다.

“현후 말이야. 잘 지내니?”

“그럭저럭. 듣는 대로야.”

“용인을 때려잡는 다라. 기사도 아닌데 힘들지 않겠어? 게다가 여자의 몸이잖아. 용인들이 여자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나를 보면서 그런 말이 나와?”

로제인은 피식 웃으며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카라는 로제인에게 문서를 돌려주었다.

“글세다. 나는 아직도 그 애들이 처음 왔을 때가 떠올라서. 살려달라고 울던 모습이 떠올라.

특히 현후 말이야. 내가 그 애 마저 데려가고 싶었다만.“

”그건 그 애의 의지였어.“

로제인은 카라에게서 문서를 받아들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련하더구나.”

“어린 애를 밝히다니.”

“질투냐? 제자를 질투하는 스승이라.”

로제인의 초록색 눈이 부드럽게 웃었다. 카라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제이드 말이다.”

로제인의 말에, 카라는 커피를 홀짝였다.

"칭호가 재미있더구나. 청안(靑眼)의 기사라. 그래서 그의 스승이 혹시 동쪽의 사람인가 짐작해보기도 했다.“

"그래.”

카라는 로제인이 꺼낸 말이 그냥 꺼낸 말인지, 아니면 떠보는 말인지 분간해보았다. 역시 아무 이유 없이 꺼낸 말일 리가 없었다.

“동토의 기사들, 아니지 협사(俠士)라고 불리던 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소멸했지. 용인에게 밀리기도 했고, 기술도 많이 실전되었고, 무엇보다 정치풍파 때문이었겠지. 그들 대부분이 처형당한 거 알고 있지?”

“왜 나에게 물어?”

“도서관에 자주 들락거리기에.”

카라는 빈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로제인이 다시 커피를 채워주었다. 과자를 담은 접시 또한 옆에 밀어주었다. 카라는 내키지 않았지만 잠자코 과자를 집어 먹었다.

“그네들은 보통 파란 눈을 일컬어 벽안(碧眼)이라고 하지, 청안이라는 말은 잘 안 써. ‘청(靑)’이라는 단어에 맑다는 뜻이 있어서 그럴 거야. 맑은 눈, 혹은 해맑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칭호를 준 걸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거지. 아마 어릴 때 칭호를 받은 모양이라. 보통 기사가 될 때 받는 것을. 승단식 때도 스승 없이 혼자 기사 서임을 받았다고 하던데. 돌아가신 스승이 미리 정해준 거라고 우기면서 스스로 받았다고 하니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

“네가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오도독 오도독. 카라는 과자를 씹어 먹었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보였다. 카라는 이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글쎄다.”

“현후는 어때? 그 기사 얼굴이 정말로 해맑다고 하디?”

카라는 슬쩍 회색빛 눈으로 로제인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과자로 손을 가져갔다.

“직접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네. 하지만 대 로드라잖아. 한 두명 죽였겠어? 그런 인간이 해맑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

“그렇지. 풍파가 많은 곳이니까.”

로제인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후가 용인의 비늘을 모으며 돈을 번다고 들었는데.

” 카라는 과자를 먹는 것을 멈췄다.

“누구한테 들은 거야?”

“현랑에게서. 현후가 이것저것 요새 많이 모으고 있나보더군.”

현후가 현랑과 소식을 끊은 지는 꽤 되었다. 그들의 연은 어린 시절에 끝났다. 그건 카라도 알고, 로제인도 안다.

“아, 그래. 요새 제자가 이 몸 허약한 스승을 위해서 보약을 자꾸 보내오더군.”

“좋겠구나. 내 제자는 보약은 안 보내오고 자꾸 목만 보내오는데.”

로제인은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로제인은 현후가 카라의 목숨을 노리노라 공언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약 따위 절대 보낼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데 누가 그렇게 탐이 났는지, 내 보약 통을 훔쳐봤더라고. 차라리 달라고 하지.”

“달라면 줄 거였어?”

역시 이놈이 열어봤구나. 카라는 혀를 깨물 뻔했다.

“혹시 열어본 게 너였냐?”

“음? 나는 그런 말은 한 적 없는 데. 누명 씌우지 마렴.”

로제인은 능글맞게 웃었다. 카라는 로제인을 쏘아보았다.

"로제인.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고 직접 부탁해. 설마, ‘부탁’이라는 말이 자존심 상해서 못하는 건 아니겠지?“

”거짓말쟁이에게 뭔가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

로제인은 웃음을 멈췄다. 카라도 더 이상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마법사주제에 검이라도 쓰겠다는 거야?”

“못할 것 없지. 원래 내 가문이 기사 가문이었다는 거 알지?”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로제인의 아비는 기사였다. 아직도 무탑 한 구석에 생존하고 있었다. 오래 살면서 여러곳에 씨를 뿌려, 이곳 저곳에 자식을 심어두었다. 로제인과 로케남 형제가 그중 특출났다. 덕분에 로제인은 마탑 외에 다른 탑에서도 소소한 연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다음 상자는 예의로 열어보지 않겠어. 하지만, 다음부터 용인과 관계된 일은 나에게 직접 보고해줬으면 좋겠거든.”

“그것뿐이야?”

그럴 리가 없었다. 저렇게 말로 끝나는 일이라면 마법사들 사이에 마전사가 필요할 리가 없었다.

“한 가지 더. 네게 내 제자를 하나 보낼 테니 부디 가르침을 주기 바라.”

카라는 잇소리를 냈다. 사실상 감시자를 붙이겠다는 소리였다. 카라는 쾅하고 의자를 끌며 일어났다. 카라는 쿵쿵 소리를 내며 정원을 나섰다.

“카라, 양산.”

로제인은 카라가 놓고 간 양산을 들고 서둘러 따라잡았다. 카라는 중간에 가다말고 걸음을 멈췄다. 로제인은 양산을 펴주었다.

“몸에 좋지 않아.”

로제인은 손수건을 꺼내 카라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화상에 좋은 연고가 있으니까 가져가.”

로제인은 카라의 손에 연고를 쥐어주었다. 카라는 로제인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양산과 연고를 쥔 채 사라졌다.

로제인은 카라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로제인의 뒤로 푸른색 그림자가 다가왔다.

“이대로 그냥 보내실 겁니까?”

로제인은 에시오나를 돌아보았다.

“용인과 협력했다는 증거로 몰아가셔도 좋을텐데.”

“에시오나. 카라는 제 사매입니다. 또한 이즈라펠의 오랜 친우입니다.”

“그렇지만...”

에시오나의 얼굴에 불만이 스쳐지나갔다.

“스승님께서 탑의 지하에 들어가시기 전에, 어떤 일이 있어도 카라만큼은 보살펴주라 했지요.”

“그 약속...이미 이백년 전의 것 아닙니까? 상황은 많이 변했고...”

“제게는 그리 많이 변한 게 아닙니다.”

로제인은 그 말을 하고 돌아섰다. 그 바람에 에시오나의 푸른 눈에 가득한 붉은 기운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에시오나는 돌아선 로제인의 등을 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카라는 집에 곧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도서관. 들어서자마자 건조하지만 서늘한 공기가 폐부에 밀려들어왔다. 지병 때문에 자주 들르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카라의 지병은 햇살에 아주 취약했다. 카라는 도서관 벽을 톡톡 두드렸다.

“뭐야, 당신. 이르잖아.”

금빛 머리카락의 소년이 양피지를 든 채 나타났다.

“장소를 옮겨야겠어. 로제인이 이곳을 알고 있어.”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당신은 지병을 핑계로 대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로제인이 언급한 시기가 안 좋아.“

”무슨 시기?“

소년은 눈살을 찌푸렸다.

“현후가 내게 변형물의 표본을 보내왔어. 누가 그걸 열어봤고.”

“조심했어야지.”

소년은 양피지를 도르르 말았다.

“현후도 급한 상황이었던 게지. 무탑에 잡혀 있는데다가 용인과 대결한다고 했으니까.”

“음? 현후는 마법사잖아. 당신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는 거 아냐?”

소년의 황금색 눈이 의아한 듯 벌어졌다.

“그랬다가는 내가 로제인이나 이즈라펠에게 약점을 잡힐지도 몰라.”

“바보처럼 염탐당하게 둔 건 괜찮고?”

“그건 둘러대면 돼. 그쪽에서도 현후의 사정을 대충 알고 있으니. 리메인즈의 조각이라고 해도 되고.”

“하지만 그들도 분석을 하겠지.”

“그러겠지만 ‘제조법’의 원리는 모를 테니.”

소년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 로제인에게 거짓정보라도 흘릴까? 아니면 얌전한 제자인척 하다가 등이라도 찌를까.”

“일단 동지들에게 알리도록. 그리고 장소를 옮긴다. 앞으로 내게 감시인이 붙을 거야.”

소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러고 보니까 당신, 오늘 로제인을 만났더군. 경고했을텐데.”

“그게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잖아.”

카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기야 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늦췄어야지. 에시오나의 경계도 아직 안 풀었는데.”

소년은 쯧하는 소리를 냈다.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애비게일을 통해 당신에게 소식을 전하도록 하지.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알리고.”

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양피지를 다시 움켜쥐었다.

“난 그만 돌아가야겠어. 스승이 문서고에 들이닥칠지도 모르니까.”

소년은 곧바로 벽속으로 사라졌다. 카라는 양산을 집어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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