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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시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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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2.11.26 22:54
최근연재일 :
2013.03.24 01:4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2,638
추천수 :
235
글자수 :
420,623

작성
13.03.10 04:48
조회
320
추천
2
글자
10쪽

10.교차-7




붕어 없는 붕어빵, 시계 없는 시계의 아이







DUMMY




와그작, 와그작. 용인은 인간의 머리를 씹고 있었다. 단단한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 안에서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뇌수가 솟아났다. 용인은 그것을 쭉쭉 빨았다.

“네, 네놈...네 놈이 어떻게 여기에...?”

용인의 식사를 지켜보던 기사가 망연히 중얼거렸다. 이곳은 기사들의 성지인 아레스였다. 이 곳에 용인이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저 제이드가 용인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게 진짜였다니.

“말하자면 난 교화된 용인이랄까.”

용인이 비뚜름하게 웃었다. 그 바람에 입에 머금었던 뇌수가 흘러내렸다.

기사는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일어섰다. 그의 주위에 있던 부하들은 모두 저 용인의 밥이 된지 오래였다.

“내 이름은....다.”

용인은 흐물흐물한 뇌를 한 가득 입에 물고 우물거렸다. 용인에게 산채로 뇌수를 빨린 동료는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나, 나는....아스 드 린이다.”

아스는 억지로 떨어지지 않는 입을 움직였다. 용인은 기사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상대가 이름을 밝힌 이상, 기사인 아스도 이름을 밝혀야 했다.

“오호라, 그 사생아 놈이군.”

용인의 말에, 아스는 수치심을 느끼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용인, 세윌은 아스를 슬쩍 바라보았다. 역시나 애송이였다. 간신히 인간의 성장기를 넘겨 기사로 갓 입문한 인간이었다.

“네 아비가 널 데리고 다니는 이유를 알겠구나.”

경험이 없는 아스는 용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기사였다면 최소한 어째서 자신의 신분을 아는지, 용인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약해 빠진 녀석이라니.”

“이야앗!”

세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스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스는 공포를 이기려고 고함을 질렀다. 용인의 번쩍이는 노란색 비늘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용인은 몸을 똑바로 세웠다. 2모타를 훌쩍 뛰어넘는 용인은 전설 속의 거인 같았다.

“죽어라!”

달려가는 아스의 몸에 가속도가 붙었다. 아스의 검날 끝에는 노란색의 검광이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역시 애송이구나, 쯥.”

아스의 검이 닿으려는 순간, 용인의 비늘이 번쩍이며 닫혔다. 아스는 그대로 비늘에 수직으로 부딪혔다. 실력있는 기사라면 검을 살짝 옆으로 틀어, 비늘의 틈을 노렸을 것이다. 검날이 비늘에 미끄러졌다. 아스의 몸이 균형을 잃고 옆으로 뒤틀리는 순간, 세윌의 무릎이 아스의 턱을 후려쳤다. 달려오면서 붙은 가속도에 아스는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힘에 더해 용인의 무릎이 턱을 치자, 아스는 더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세윌은 피식 웃고는 아스를 어깨에 멨다. 세윌은 양피지를 바닥에 던지고는 훌쩍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닥까지는 4모타가 넘었지만, 세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높이였다.

세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세윌은 입가를 닦았다. 세윌의 앞에 있던 여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세윌은 피식 웃었다.

"인간 여자, 네가 말한 대로 그 사생아 놈을 데려왔다.“

”아, 네. 그 일에 대해서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자의 표정은 풀어질 줄 몰랐다.

”왜 그런 표정인가? 난 이제 너에게 관심 없다. 꽤 강한 여자라서 내 아이를 갖게 하면 훌륭한 2세가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만...넌 기사잖은가? 게다가 남의 여자는 내 취향이 아니다.“

밀리아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윌은 밀리아가 제이드의 여자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용인들 세계에서는 항상 남자가 여자의 주인이니까. 그리고 남자의 옆에 있는 여자란 그렇고 그런 존재들이었다.

밀리아는 예전에 전장에서 세윌을 만났다. 그때 노골적으로 자신을 노리던 세윌을 떠올리고는 몸서리를 쳤다. 자신이 아이를 갖지 못하는 기사라는 것을 안 이후에도, 세윌의 일방적은 구애는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밀리아가 제이드 쪽 사람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덜커덕 밀리아가 제이드의 첩이라고 오해하고 말았다. 그 후로는 자신에게 더 집적거리지 않았다.

밀리아는 차라리 세윌이 저렇게 오해하고 있는 편이 좋았다.

“당신의 주인에게 약속했던 것을 드리겠습니다.”

밀리아는 세윌에게 작은 나무함을 내밀었다.

“흠.”

세윌은 함을 소매 속에 집어넣었다.

“되도록 빨리 떠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겠지.”

“역시 도착지는 그곳이겠죠?”

“그래.”

세윌은 덤덤하게 말했다. 밀리아의 눈빛이 흐려졌다.

“제이드....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팔라스에게 안부전해주시겠어요?”

“팔라스?”

“제이드의 기사에요.”

세윌은 이마를 찌푸렸다.

“우리 용인도 일부다처제지만 말이야, 밀리아...”

“그럼 안녕히 가세요.”

“...바람둥이는...”

세윌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밀리아는 거대한 용인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문 밖으로 밀어냈다.

“그런 바람둥이는 결코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고.”

세윌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문 뒤에 있을 밀리아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왔지만, 세윌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몰랐다. 다만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하여간 인간 여자들은 왜 그런 놈을 좋아하나 몰라.”

세윌은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스는 어둠속에서 눈을 떴다. 아스는 제일 먼저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다. 아직 제대로 붙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자신은 용인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었다.

“여기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스 군.”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스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어둠에 눈이 익어 주위가 보였다. 아스 자신은 창살이 있는 방, 즉 감옥에 갇혀 있었다. 창살 너머, 호리호리한 체구의 여성이 보였다. 밀리아였다.

“당신은....”

아스는 말을 더듬었다.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밀리아 드 라미아. 이름을 한 번 들어보셨을 만도 한데요.”

아스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밀리아라고요?"

아스는 침을 삼켰다. 애써 몸이 떨리는 걸 막으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밀리아는 그걸 보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용인을 보낼 필요까지도 없었군.‘

“아닙니다. 아스 군. 저는 용인에게 끌려가던 당신을 구한 것뿐입니다.”

아스는 밀리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 여자라면 모를까 인간 남자인 자신을 끌고가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걸까.

“그, 그렇습니까...”

밀리아의 말에도 아스는 쉬이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오히려 전보다 더 안절부절 못했다.

"저, 전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전....“

아스는 다음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아스는 창살을 바라보았다. 정말 자신을 구했다면 이런 감옥에 자신을 가둘 리가 없었다.

“송구합니다만...몸값을 지불할 형편도 못됩니다.”

“부친께서 지불하실 능력이 못된다니...안 믿어지는데요?”

밀리아의 말에 아스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아스의 부친은, 아스를 아들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 대단한 파네스 경께서 말이죠.”

밀리아는 창살 가까이로 걸어갔다.

‘끝장이다, 끝장이야.’

아스는 파네스와 제이드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둘이 어떻게 해서 서로에게 원한을 졌는지도. 게다가 최근에 아스의 부친인 파네스는 제이드가 아닌 알렌에게로 표를 돌렸다.

‘내게 화풀이를 하려는 거야.’

용인의 도시락이 될 뻔했다가 이제는 제이드쪽의 장난감이 될 판이었다.

파네스는 자식들이 아주 많았다. 아스 자신 외에도 열여섯명이나 더 있었다. 그들 모두는 정식으로 혼인한 여자들의 자식이었으나, 아스는 그렇지 못했다. 아스의 어미는 천한 하녀였다.

파네스는 아스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이름 하나 주지 않았다. 그저 이것저것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기사가 늘면 좋은 일이라면서, 파네스는 아스를 억지로 기사의 길로 입문시켰다.

여린 성정의 아스로서는 기사의 길은 악몽 그 자체였다. 아스는 사실, 사제가 되고 싶었다. 사제가 되어 기사들을 치료하고, 병자들을 돌보는 게 아스의 꿈이었다. 늙고 병든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아스는 진작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파네스는 그것도 모자라 아스를 옆에 데리고 다녔다. 남자다워지라면서, 죽은 용인의 머리를 말뚝에 박는 일을 시키기도 했다. 아스는 용인의 머리를 보는 순간 구토했고, 파네스는 계집애 같은 놈이라며 아스를 검면으로 마구 때렸다.

아스는 파네스가 끔찍하게 무서웠다. 아스는 파네스의 아들도, 시종도 아니라, 그저 파네스의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이었다.

그런데 그런 파네스가 자신을 구하려고 할 리 있겠는가.

“저, 밀리아 경. 모르시는 말씀인데, 저는 그 분의...”

“네, 알아요. 사생아시죠. 어쨌든 경의 말은 안 믿어지는 군요. 아무리 그래도 자식인데.”

아스는 정말 울고 싶어졌다. 어떻게 이 여자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아스는 두 팔을 힘없이 축 늘어트렸다.

“알겠습니다. 저한테서 뭘 원하시는 거죠?”

“글쎄요. 저는 다만 경께서 손님으로서 머물러주셨으면 하는데요? 아까 경이 하신 말씀도 확인해보고요.”

몸값 협상을 하겠다는 소리였다.

“하아, 건투를 빕니다.”

아스는 털썩 침대에 주저앉았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갑니다...





작가의말

 

 

불쌍한 아스...

사제가 되고 싶었지만 억지로 기사가 되어버린 마음약한 인물입니다.

알다시피 이 소설속 기사의 세계는 약육강식입니다. 피비린내나는 경쟁사회지요.

뭐랄까, 부모의 기대에 떠밀린 불쌍한 청년이랄까요.

기사로서의 실력도 그다지 좋지 못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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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그레이스장
    작성일
    13.03.12 17:52
    No. 1

    용인은 남자들만 있나요? 죄다 인간 여자만 탐하는 듯.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ㅡㅡ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회색물감
    작성일
    13.03.21 00:51
    No. 2

    네, 용인은 남자들만 있습니다. 인간을 잡아먹고, 인간여자에게서 자손을 얻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L에일리
    작성일
    13.03.19 12:34
    No. 3

    아쉽군요.. ㅋㅋ 인간세상이 다 그렇죠뭐..먹고 먹히는.. 실제로 먹진 않지만..밟는거죠..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회색물감
    작성일
    13.03.21 04:38
    No. 4

    그런가요.....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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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9.사북-4 +4 13.01.28 335 3 8쪽
64 9.사북-3 +2 13.01.28 375 3 15쪽
63 9.사북-2 +4 13.01.26 384 3 9쪽
62 9.사북 +3 13.01.25 301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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