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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시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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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2.11.26 22:54
최근연재일 :
2013.03.24 01:4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2,634
추천수 :
235
글자수 :
420,623

작성
13.02.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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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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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0.교차-5




붕어 없는 붕어빵, 시계 없는 시계의 아이







DUMMY

“네?”

어머니를 닮은 여자에게서 사레들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콜록콜록. 뭐라고 했죠?”

리엔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오렌지색 눈에는 당혹감이 어려 있었다. 어디서도 어머니와 같은 차가운 눈빛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잖아.’

리엔은 털썩 자리에 앉았다. 리엔은 턱을 괴고 여자를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여자는 움찔거리며 뒤로 바싹 당겨 앉았다.

탁. 뒤통수에서 하얀 불꽃이 튀었다. 리엔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현후였다.

“이나는 어쩌고, 이 여자한테 눈독이냐?"

"그래요, 임자 있는 여자에요.”

“아씨, 그런 거 아니니까 다들 입 다물어.”

리엔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리엔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당신 누구야? 어디서 왔어? 혹시 비올라 블랑코라는 이름 들어봤어?”

리엔의 곁눈에 로그가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리엔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여자의 오렌지색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제 이름은 팔라스. 성은 없지만 기사인데요? 블랑코라는 성을 들어보니 생각나는 이름이 있기는 하네요. 콜미오 블랑코. 제 은인이셨죠.“

”콜미오 사형 이름이 블랑코라고?"

리엔이 이마를 찌푸렸다. 콜미오의 성은 오늘 처음 들었다.

팔라스는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리엔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살아있는 용인을 가까이서 보는 건, 카겔을 빼고는 처음이었다. 황금색 눈은 맑고 투명했다. 용린만 아니라면 천진하게 생긴 청년이라고 했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어머니라니.'

양자인 노엘도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이렇게 큰 청년에게서 그런 단어를 들을 거라고는 기대한 적도 없었다. 어차피 평생 어머니가 되지 못할 팔자이니.

“리엔, 리엔. 적당히 해.”

현후가 리엔의 어깨를 두드렸다. 현후는 리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여자 애인이 힘 좀 쓰는 사람이야. 제이드라고 알아?"

"모르는데?”

“바깥소식 좀 알고 살아. 어쩌면 올해에 무탑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허걱! 그럼 왕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란 거야? 저 여자는 애첩이고?”

리엔의 목소리가 컸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팔라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그냥, 기사 일 뿐입니다.”

팔라스는 이를 악물었다.

“애첩 같은 걸로 절 부르지 마십시오.”

“왜?”

용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망울로 팔라스를 올려다보았다. 팔라스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애첩이니까 애첩이라고 부르는 건데.”

“이나 부인도 애첩이에요, 그럼?”

로그가 불쑥 끼어들었다.

“닥쳐! 그 따위로 이나를 부르지 마.”

리엔의 기다란 손톱이 낫처럼 펼쳐졌다. 날선 손톱 끝이 로그의 목을 밸 듯이 다가왔다. 로그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로그는 주저앉고 싶었지만 억지로 몸을 곧추세웠다. 그러지 안으면 목이 그대로 베일 참이었다.

“인간들이 애첩이라고 부르는 게 무슨 뜻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나는 이나를 그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어. 정식으로 혼인해서 맞아들인 여자니까 함부로 부르지 마라.”

리엔은 이나가 속삭였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나는 자신이 사생아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첩이어서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라면서.. 그때 이나의 슬픈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그래, 그리고 그 여자 가족을 전부 죽였지.”

현후가 이죽거렸다. 리엔의 손톱이 로그에게서 물러나 현후에게로 향했다. 현후는 여유롭게 리엔의 손톱을 잡았다.

“워워, 진정해. 요는 너의 이나가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싫은 것처럼, 제이드나 저 여자도 마찬가지라는 거야.”

‘제이드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만.’

팔라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과거의 기억에 갇힌 가여운 사람일 뿐. 제이드는 자신을 배려하거나 아끼는 사람은 아니었다. 제이드가 화를 낸다면 아마도 팔라스가 그런 취급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비올라를 닮은 여자가 그런 취급을 당한다는 이유에서겠지.

“어, 그런가.”

“그런 거야.”

리엔은 머리를 긁었다. 리엔은 팔라스를 바라보았다.

“미안.”

리엔의 사과는 짧았지만 솔직했다. 팔라스는 슬쩍 웃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럼 됐어요.”

리엔은 손톱을 거둬들였다. 풀썩, 로그가 주저앉는 소리가 났다. 로그는 혼이 나간 표정으로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로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로그는 울고 싶어졌다. 로그의 가랑이사이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자신도 모르게 지린 모양이었다. 리엔이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찌푸렸다.

“냄...”

“참, 리엔. 너 요새 잘 지내냐?”

리엔은 로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잘 지내지만 잘 지내는 게 아니잖아! 이 양심에 털난 여자야.”

“흠흠. 저 자비로운 영주님.”

팔라스가 기침을 터트렸다.

“여행자에게 자비를 좀 베풀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여행을 오느라 피곤하고 지쳐 있습니다.”

팔라스에게는 꽤 익숙한 말이었다. 자유기사 시절 때 수도 없이 했던 말이었으니까. 물론 그 때는 이렇게 간략하고 솔직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햇살을 나누어받겠다느니, 창이 되어 드리겠다느니 별 간지러운 소리를 다해야 햇다.

반면, 리엔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리엔으로서는 평생 들을 수 없고, 앞으로도 듣기 힘든 말이었다. 대부분 리엔이 이곳에 찾아오는 자유기사한테서 들었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이 사악한 뱀 새끼야! 어서 나와서 정의의 칼을 받아라!’

“저희 헐벗은 자들에게 목욕하고 쉴 곳을 빌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 당신의 은혜를 자손 대대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팔라스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어? 음. 뭐라고?”

“밥과 쉴 곳 달라고, 이 뱀대가리야.”

현후가 제대로 번역해서 들려주었다. 리엔은 눈을 세모꼴로 세우며 현후를 쏘아보았다.

“왜 현후 누님은 나한테 막말해? 저렇게 친절하게 말하면 안 돼? 어차피 얻어먹는 주제에.”

콩. 현후는 리엔의 머리에 알밤을 먹였다.

"아야야! 이 폭력녀,마녀. 카라 따님아!“

현후는 대답대신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리엔을 쏘아보았다. 리엔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이분들한테 잠자리와 먹을 걸 내드려. 어서.”

리엔의 부름에 하인들이 후다닥 뛰어왔다.

“아, 특히 저 숙녀분께는 친절하게 대해라. 뭐 또 바라는 거 없어요?”

리엔의 말투가 공손하게 변하자, 이번에는 현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음...저 여벌의 깨끗한 옷이 있으시다면, 영주님, 저 소년에게도 한 벌 주셨으면 합니다.”

팔라스는 힐끗, 로그는 보며 말했다.

“들었지? 그대로 해라.”

“넵!”

하인들은 서둘러 두 사람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현후는 한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까지 남은 하인들이 불안한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너....왜 쟤한테는 공손하게 구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거야."

리엔이 얼굴을 찡그렸다.

"현후 누나는 왜 안가?"

현후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현후가 눈짓을 보냈다. 리엔은 현후의 눈짓을 알아차리고는 하인들을 서둘러 쫓아냈다.

"뭐야, 너네. 왜 여기서 어기적거리고 있어? 빨리, 빨리 가서 일해."

하인들이 후다닥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나는 잘 지내냐?"

"그런 건 왜 물어?"

리엔은 아까보다 더 얼굴을 찡그렸다.

"행복하냐?"

리엔은 대답하지 못했다. 현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리엔의 얼굴은 복잡 미묘했다. 아직도 앳된 티가 남아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이제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미안하다."

현후는 말했다.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리엔이 입술을 달싹였지만 현후가 손으로 제지했다.

"대답은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해도 돼. 성급하게 하지 마라."

현후의 검은 눈에 어린 연민에, 리엔은 당황했다. 용인살해자답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현후는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겼다.

"용인과 무탑사이에 대결이 있는 건 알고 있냐?"

"응?"

"좀 네 성에 오래 머물예정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운송수단도 빌릴 생각이고."

"운송수단?"

리엔은 눈을 끔뻑였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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