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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시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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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2.11.26 22:54
최근연재일 :
2013.03.24 01:4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2,643
추천수 :
235
글자수 :
420,623

작성
13.01.2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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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추천
3
글자
8쪽

9.사북-4




붕어 없는 붕어빵, 시계 없는 시계의 아이







DUMMY




마법사들은 정말 돈을 먹는 기계인 걸까. 밀리아는 서류에 적힌 물품과 액수를 보면서 혀를 찼다. 현후가 요구한 물품을 구입하느라, 밀리아의 영지 곳간이 텅텅 비어가고 있엇다.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인간으로서 차마 구하기 어려운 것도 많아서 쉽지 않았다.

제이드의 금고를 써도 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면 제이드가 금방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어디에 썼는지 물어볼 것이다. 숨긴다고 숨길 수록, 제이드는 의심할 것이다.

팔라스에 대한 일은 되도록 숨기고 싶었다. 오래 속이지 못할 것은 알았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제이드가 몰랐으면 했다. 팔라스도, 밀리아도 제이드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정말 이 마법사를 믿어도 될까.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현후의 말을 따르고 있었지만, 밀리아는 마법사의 속성을 알고 있었다.

'차라리 카라라면 괜찮은데.'

카라는 거만하고 변덕스러운 사람이었지만, 약속은 확실히 지켰다. 나중에 제이드가 무탑의 주인이 되면, 무탑에 대한 정보를 주기로 한 대가로, 카라는 얀디르에서 제이드를 구해주었다. 그 외에 다른 대가는 요구하지 않고, 여러모로 제이드를 승리로 이끌어주었다.

카라의 제자인 현후가 그 스승의 반이라도 닮아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섰다.

밀리아는 생각에 잠기느라, 누군가 자신의 방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밀리아 드 라미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밀리아는 흠칫 놀랐다. 밀리아는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머리카락의 남자가 문설주에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몹시 낯익은 얼굴이었다. 밀리아는 되도록 침착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

“오랜만이네요. 콜미오 드 블랑코.”

“그런가. 나한테는 그다지 오랜 세월은 아니었는데.”

콜미오는 문설주에서 몸을 뗐다.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마법사에게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지.”

한때 기사였던 남자가, 제법 마법사인 척 말했다. 그 어색함에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경비병이 있을 텐데. 문책해야겠군요.”

콜미오는 이제 지척까지 왔다. 밀리아는 책상 옆에 세워둔 사브르에 손을 가져갔다.

“왜 왔어요?”

“이전에 한 맹세를 지키러.”

이전에 한 맹세. 밀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해요, 콜미오. 이미 세월도 많이 흘렀고...제이드도 당신에게 많이 미안해했어요.”

쾅. 콜미오는 책상을 내리찍었다.

“웃기네. 무얼 미안해한다는 거지? 미안한 놈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무탑의 주인이 되겠다고 설쳐대?”

“그건, 그건....”

밀리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녀석, 지금도 제 버릇 못 버렸더군. 팔라스가 용인과 대결한다고 하더군. 애인을 사지로 보내고 자신은 시간을 벌다니. 멋진 생각이야.”

“그건 제이드의 뜻이 아니었어요.”

“그게 무슨 차이가 있어?”

콜미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밀리아는 달려가서 문을 막았다.

“그건 제 뜻이었어요.”

“무슨 소리야?”

“영주께서 전사하시고, 대부분의 기사들이 죽었어요. 세인 성은 포위된 상태였고. 당신은 그 자리에 없어서 아무 것도 몰라요. 성을 버려야만 했어요.

제이드는 비올라를 두고 오려 한 적 없어요.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했죠. 하지만 그때 그 용인이, 케룬이 비올라에게 흥미를 보여서...”

용인들 대부분은 집착과 색욕으로 가득한 자들이었다. 밀리아는 그 집착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모두를 위해서 희생해달라는 말을, 밀리아는 망설이지도 않고 말했다.

'당신이 제이드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에요.'

단 한 번도 제이드를 사랑한 적 없는 여인이었다. 의붓 오라비에게 연정을 품고, 그 오라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그 주군인 제이드를 택한 여자였다. 제이드가 콜미오를 형제처럼 여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뻔뻔함이 싫었던 걸까, 아니면 질투 때문이었을까.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그때는 말했었다.

'한 번이라도 제이드를 위해서 뭔가를 해 본 적 있어요?'

그 말에, 비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겠다고.

제이드에게는 비올라가 곧 따라올 거라고 말했다.

'일행을 둘로 나눠야 탈출하기 쉬워요. 눈에도 안 띄고.'

완전히 성에서 탈출한 뒤에야, 제이드는 비올라가 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았다. 밀리아의 생각대로, 비올라는 좋은 미끼가 되어주었다. 용인인 케룬은 탈출하는 인간무리를 쫓는 것보다 성에 남은 인간여자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묻는 제이드의 눈을 봤을 때에서야 밀리아는 죄책감이 들었다. 망연히 자신을 바라던 눈이 물기를 머금고 수그러드는 것을 보고, 밀리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두 저를 위해서 하신 일이겠지요.'

그 아이는 원망하는 말은 한 마디도 입에 담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내가 비올라에게 남아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비올라도 그러기로 했고요. 제이드는 탈출할 때까지도 몰랐어요.”

콜미오의 은백색 눈이 묘하게 빛났다.

“그럼 여태까지 왜 그 녀석이 그 말을 하지 않았지?”

“그때 우린 연인이었잖아요. 제이드는, 그 애는...”

밀리아와 콜미오는 그 당시 연인이었다. 깊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제이드는 마음이 여린 아이였다. 아니, 그 전에 제이드는 너무나 자신을 존경했다. 제이드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비난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우리가 헤어진 후에도 녀석은 말하지 않았어.”

“말할 시점을 놓쳐서 였어요. 당신은 그 후에 여길 떠났고요.”

밀리아는 빌었다.

“제발요. 그 애를 나줘요.”

“무슨 근거로 네 말을 믿으란 거냐."

"콜미오가 믿지 않아도 이게 진실이에요."

진작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모두가 망가진 가슴과 바쁜 형편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든 게 진정되어 말하려고 했을 때, 콜미오는 그 자리에 없었다.

"설사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제사 제이드와 너를 구분할 수 있을까.”

밀리아는 설득을 포기하고 사브르를 뽑아들었다.

콜미오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밀리아는 검을 휘둘렀다. 불로 만든 검은 밀리아의 손길을 비웃듯 좌우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쳤다.

“네 말대로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데 말이다.”

갈색의 검기가 날카롭게 불꽃을 비집고 들어왔다. 불꽃의 검은 싹둑 검기를 잘랐다. 밀리아가 바닥을 향해 검기를 던졌다. 콜미오는 화염의 막을 쳤다. 몇 개인가 검기가 화염 사이로 사라졌다.

“네 특기가 뭔지 알고 있지. 검기로 만든 막, 그런 거지?"

비죽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염이 밀리아를 둘러쌌다. 마법의 화염은 복도의 벽과 천장을 삼키고 있었다. 밀리아의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그것도 대단한 거긴 하지만 말이야. 마법은 기본적으로 속임수라는 거, 잊지 말라고."

바닥에 흩뿌린 검기들이 바닥을 튕겨 올라갔다. 화염을 갈기갈기 찢으면서 그 너머의 광경을 보여주었다. 없었다. 콜미오는 어디에도 없었다.

“콜미오!”

밀리아는 소리쳤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갑니다...





작가의말

 

....밀리아의 속성은 “죄책감”이랍니다. 어찌할 수 없는 죄책감.

 제이드에게 못할 짓은 좀 많이 했죠....

 비올라문제도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제이드의 동생도 밀리아 때문에 죽은 거라 할 수 있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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