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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시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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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2.11.26 22:54
최근연재일 :
2013.03.24 01:4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2,646
추천수 :
235
글자수 :
420,623

작성
13.01.26 23:59
조회
384
추천
3
글자
9쪽

9.사북-2




붕어 없는 붕어빵, 시계 없는 시계의 아이







DUMMY

마르실은 웃었다. 오셀은 항상 만족스러운 답을 가지고 왔다.

“장소는 기사들이 정하기로 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로바크나 마사에 정해질 것 같다고 합니다.”

“상인들의 도시군.”

“그렇습니다.”

로바크와 마사는 콘도르 산맥 속에 있었다. 두 도시가 상인들의 도시로 불리는 것은, 상인들이 지배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의 영주는 각각 마법사나 기사들이었다. 기타 다른 도시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다, 인간과 용인의 완충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로바크가 가장 유력합니다. 기사들의 땅이니까요.”

“기사들은 어때? 내 말을 믿는 것 같아?”

“그 자들은 전하께서 머리가 비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에 미쳐서 산골에 틀어박혀 계시니까요.”

오셀의 뾰족한 말투에도 마르실은 그저 웃기만 했다.

“앞치마까지 두르고 사과를 깎고 계시니 그럴 만도 하죠.”

“아아, 이거 참 앞치마를 입은 보람이 있구만.”

마르실은 손톱을 옷에 문질러 닦았다.

“시계의 아이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나?”

“아직까지는 별 성과가 없습니다만...결과가 곧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신앙자”들을 인간들 틈에 풀어 놓았다. 오셀의 영지에 살던 “종교”의 성직자들이 드디어 “메시아”가 오신다고 그들의 신자에게 선포했다. 메시아를 찾기 위해서 신자들은 인간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대륙에 퍼진 엘 교와는 전혀 다른 종교를 믿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메시아를 찾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사람들이었다.

‘이제 슬슬 써먹을 때도 됐지.’

“자, 그럼 안에 들어가볼까?”

부스럭.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오셀의 삼안이 움질거렸다. 마르실이 표정을 찌푸렸다. 오셀은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 소리의 주인을 잡아챘다.

“아악!”

짤막한 비명이 수풀 쪽에서 들려왔다. 오셀은 손톱을 거둬들였다. 손톱 끝에 잡힌 소년이 질질 끌려왔다. 소년은 손톱에 관통당한 팔을 잡고 울먹거렸다.

“뭐냐.”

“그 꼬마군요.”

오셀이 중얼거렸다. 소년의 다른 쪽 품에는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 꼬마라니, 아는 녀석인가?”

“이곳 대리자의 아들놈입니다.”

오셀은 휙 소년을 바닥에 던졌다. 소년은 바구니를 안고 쓰러졌다. 오셀은 손톱을 털었다.

“무슨 일이죠?”

위층에서 부스럭거리면서 창문이 열렸다.

“세르나. 아무 것도 아니야. 들어가 있어.”

마르실이 불쑥 일어났다. 세르나는 창문을 내다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햇살이 너무 밝았다. 오셀이 와 있었다. 그것 외에는 특별한 건 없어보였다.

“알았어요.”

세르나는 고개를 돌리려다가 문득 오셀 옆에 있는 바구니에 눈이 갔다.

“그 바구니....”

세르나의 초록색 눈에 의심이 어렸다.

“오셀, 뭐죠?”

오셀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과를 담을 겁니다만.”

“그런가요.”

탁. 세르나는 창문을 닫았다. 오셀은 몸을 돌렸다. 소년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뭐냐.”

소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렸다.

“그, 그게...부인께서, 민들레를 먹고 싶다고, 그러셔서...가져오면 돈을 주신다고...”

소년의 바구니에는 민들레의 푸른 잎사귀가 담겨 있었다.

“말도 안 돼. 세르나가 이런 것 따위를 좋아한다고?”

마르실이 얼굴을 찌푸렸다. 오셀은 사과를 집어 들어 소년의 입에 처박았다. 사과가 입에 틀어박힌 소년은 숨을 쉬지 못해 버둥거렸다. 마르실의 손톱이 소년의 목을 찔렀다.

소년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소년의 눈에서 피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갔다 버려라. 저런 건 먹고 싶지도 않아.”

마르실은 손톱을 털면서 말했다. 마르실은 집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실 거라면...대리인들도 죽이는 게 나을 겁니다.”

오셀의 말에 마르실이 돌아보았다.

“왜?”

“가족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어린 아들이 죽었으니. 그들 또한 아들의 뒤를 따르는 게 낫지요. 대리인은 제가 따로 다시 뽑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오셀은 소년의 몸에 손톱을 내리쳤다. 소년의 몸이 잘게 토막났다.

“전하. 한동안 제가 여기 오지 못할 듯 합니다.”

“어째서?”

“전하께서 시키신 일 때문입니다. 다른 용인들을 단속할 일도 있고. 여차여차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쁩니다. 맹세컨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

마르실은 담담이 말하고 돌아섰다. 마르실은 집안으로 사라졌다. 하인들이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그들은 마르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았다.

오셀은 소년의 토막 낸 시체를 하인들이 치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오셀은 그들 중 하나를 잡았다.

“이걸 가져가라. 오늘 저녁 식탁에 올리도록. 특히 마님께 드려라.”

오셀이 건넨 바구니를 들고 하인은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묻지 않았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어, 오셀은 빙그레 웃었다.

“이름이 뭐지?”

“카바인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네가 대리자다.”

오셀의 말에, 카바인은 왜냐고도 묻지 않았다. 카바인은 수레에 실려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소년의 시신을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대리자는 눈치가 빨라서 좋았다.

오셀은 몸을 돌렸다.




팔라스는 크게 숨을 들이마셔 보았다. 적당한 습도에 청명한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탑 주변은 항상 날씨가 좋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핀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바퀴의자를 끌고 오고 있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

“신부님이 괜찮다고 했어. 이 정도는 무리가 없다고 했거든.”

“그렇지만....”

핀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모자를 푹 눌러썼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바퀴의자를 흘끔흘끔 보곤 했다. 그 시선이 민망했는지, 핀은 안전부절 못했다.

“저, 저....”

“밀리아한테도 허락 받았어.”

‘대체 어쩔 생각인 건가요?’

밀리아의 당황한 눈이 떠오라, 팔라스는 풋하고 웃었다.

“아, 다 왔다.”

팔라스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제이드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라스는 문을 열었다. 핀은 바퀴의자를 끌고 들어왔다.

”음?“

제이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이드는 핀을 한 번 바라보고는, 바퀴의자를 바라보았다. 핀은 당혹스러운, 그러면서도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오늘은 산책가도 좋다고 하더군요.”

팔라스의 말에, 제이드는 정말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제이드는 묻는 듯한 시선으로 핀을 바라보았다. 핀은 시선을 피했다.

“도시락도 쌌으니까 함께 가실래요?”

“무슨 생각인 거야?”

밀리아와 똑같은 질문이었다. 팔라스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핀, 옮겨드려야지.”

핀은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제이드에게 걸어갔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제이드를 바퀴의자로 옮겼다. 중간에 내려놓다가 손이 미끄러져 쿵하고 내려놓고 말았다.

“앗, 미안. 고의로 그런 거였어요. 아니, 아니. 고의가 아니었다고요.”

제이드는 팔라스를 한 번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핀이 바퀴의자를 밀었고, 팔라스가 앞서서 걸었다. 팔라스는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하얀 블라우스와 파란색 스커트. 치장이라고는 목에 두른 붉은 색 스카프밖에 없었다. 이전에 기사처럼 하고 나타났을 때와도 달랐고, 비올라처럼 치장하고 나타났을 때와도 달랐다.

“사람은 햇살을 쬐야 하는 거라고요. 그렇게 방에 틀어박혀 있어서는 낳을 병도 안 낳을 걸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정원.”

팔라스는 환하게 웃었다. 늘어트린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햇살에 부딪혀 눈부시게 빛났다.그 모습이 허상처럼 느껴져 제이드는 덜컥 겁이 났다.

“잠깐만, 팔라스. 앞서 걷지 마. 이리와.”

팔라스는 걸음을 천천히 했다. 바퀴의자가 다가왔다. 팔라스는 제이드 옆에서 걸었다.

핀은 제이드를 내려다보다가 팔라스에게로 얼굴을 돌렸다.‘아직 말 안한 건가.’

만약 제이드가 무탑의 결정을 들었다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태연하게 산책을 나갈 일도 없었을 것이고. 핀은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제이드는 불안한 시선으로 팔라스를 바라보았다. 팔라스는 웃고 있었다.

“왜 그렇게 불안해하죠?”

“그냥.”

제이드는 팔라스에게 손을 뻗었다.

“잡아줘.”

팔라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제이드의 손을 잡았다. 팔라스의 손은 따듯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오른 손을 내줬을까. 팔라스의 오른 손은 갓 태어난 것처럼 보들보들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연금술사들이 재생시킨 팔이었으니.

바퀴의자가 천천히 돌바닥위를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아갔다. 제이드는 그래도 계속 손을 놓으려 들지 않았다. 팔라스가 슬그머니 손을 뺐다. 계단 끝이었다.

“같이 들게.”

팔라스는 핀을 도와 의자를 정원으로 내려놓았다. 정원의 흙바닥에 닿자, 바퀴는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다시 팔라스가 보이지 않았다.

“팔라스?”

제이드는 몸을 돌렸다.

“음. 왜요?”

팔라스는 아까의 그 꾸러미를 품에 안고 웃었다.

“아냐.”

제이드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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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1 회색물감
    작성일
    13.01.27 00:00
    No. 1

    미치겠네요. 요새 너무 몸이 아파서 글이 안써지네요. 갑자기 감기라는 복병을 만나다니...ㅠㅠ...어쩔 수 없지요. 연참대전 마지막까지만 갈 수 있으면 다행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페르타
    작성일
    13.01.27 02:12
    No. 2

    힘내세요. 잘읽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시다면 잠시 쉬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회색물감
    작성일
    13.01.28 02:11
    No. 3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군다나 저렇게 문단도 안 띄운 것을...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L에일리
    작성일
    13.03.19 11:25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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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9.사북-3 +2 13.01.28 37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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