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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참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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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작품등록일 :
2022.10.26 23:17
최근연재일 :
2022.11.17 23:29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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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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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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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5 먹을만하네요

DUMMY

015 먹을만하네요




시간을 약간 되돌려 며칠 전. 마법사는 검잡이에게 물었다.


영혼의 존재를 믿느냐는 말이었다.


헌터는 당연히 믿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후세계는 어때?’


헌터는 무엇을 말하려다가 침묵한다.


‘그걸 말하면 시공오염을 초래할 거 같다.’


마법사는 웃었다.


‘과연 별난 세계에서 온 것 같네. 성기사랑 비슷한 곳일지도.’


마법사는 설명했다.


‘내 전문 분야는 마법과 신비. 그중에서도 '혼'이지.’


조금 있으면 보여줄 수 있을 거라면서.


헌터는 그 문답이 기억났다.


눈앞에서, 영혼이 보였다.


누군가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으려 한다. 사후세계는 없으며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죽음은 영원한 소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 세계의 사정이고 이 세상은 무저갱이다.


영혼은 존재한다. 그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중첩되어 귀가 아닌 듣는 이의 혼째로 뒤흔든다.


잡아먹히는 영혼의 단말마는 귀를 막아도 혼으로 전달되는 최후의 구조신호와 같았다.


“······그게 이상했지. 구조신호? 어째서? 의문이 들었어. 이 세상의 특성일까? 어째서 이 작은 참피의 단말마에서 그런 특이한 현상이 관측되는 걸까.”


마법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헌터는 묵묵히 영혼의 솥에 참피들의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본다.


“우리들은 참피란 존재의 특성을 눈치챈 거야. 이 종족의 창조 목적을 말이야.”


살아 움직이는 유기생물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세상에서 쥐만큼 약한 참피들만 살아있다는 것부터가 어색했다.


자동기계들이 지상의 문명을 관리하고 철저하게 참피들을 박멸하는 것 같으면서도. 박멸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 건 우연이 아니다.


“참피들은 작디작은 소동물이지만. ‘영혼’ 이 있어. 그리고 그 영혼은 고통을 받을수록 저 특유의 구조신호를 보내지. 마지막 영혼의 단말마를 말이야.”


그리고 그 단말마는 집적되고 축적된다.


“그걸 보고 깨달은 거야. 그렇구나. 참피란 종족은 고통받기 위해 창조된 생명체구나.”


육체적인 학대부터 먹이를 구할 수 없는 기아. 자동적인 청소. 대량 학살. 미친 인간의 부작위적 변덕.


고통받고 죽기 위해 태어난 존재.


참피.


“당신도 지상에서 봤지? 미친 인간이 참피를 학살하는 모습.”


“봤다.”


“무저갱의 자동기계들이 참피들을 자동적으로 도륙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야. 영혼이지. 그 영혼에 고통을 가하면 욕망이 충족돼.”


참피에 고통을 가하면 욕망이 충족된다.


어떤 욕망을?


“참피를 죽이면 무저갱에 가득 차 있는 ‘혼돈’으로 신호를 발산해.”


구조신호.


“영혼의 구조신호가 힘이 되어 혼돈을 매개로 마치 화폐처럼 변하는 거야. 게임 같지. 야생 몬스터를 죽이면 떨어지는 부산물 같은 골드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 그렇게 설계되어있으니까.”


무저갱에서는 참피의 고통이 화폐처럼 쓰인다.


영혼의 은화.


그것은 일찍이 비유적인 표현이었지만 무저갱에서는 실제로 기능하는 구조인 것이다.


“누가 창조한 종족인지는 모르지만. 이 심연에서 가장 어울리는 종족이 아닐까?”


고통당하기 위해 창조된 종족. 고통을 당하면 발하는 구조신호. 그 구조신호가 화폐처럼 욕구를 충족시킨다. 영혼의 착취를 위해 만들어진 종족.


참피를 착취하는 대상은 자동기계부터 무저갱의 전부. 미쳐버려 무저갱에 적응한 미친 인간들까지 포함한 전부. 그것들은 단순한 가학심을 충족하기 위해 참피를 죽인게 아니었다.


이게 무저갱의 정상적인 욕구 충족방식이었다.


무자비한 학살을 관조하던 헌터는 그 담담한 설명에 투철한 이성으로 상황을 이해했다.


“그래서 너는 저 영혼의 솥을 사용하는군.”


“맞아. 저 솥은 그 구조신호를 집약하고 축적하는 도구지··· 혼의 저장고.”


모든 것이 혼돈으로 화하는 상황에서 그 힘을 질서로 되돌릴 수 있는 역전장치였다.


“무저갱에서 저 ‘구조신호’는 정상적인 사람은 사용할 수 없어. 미치거든. 당연하지 무저갱의 혼돈을 자기 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미칠 수밖에.”


생존자들은 이성을 유지했다.


“미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는데 정작 가장 큰 에너지원인 참피의 혼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런 모순이 어디 있겠어. 그래서 만들어낸 게 저 도구야.”


마법사는 어떤 특수한 방법으로 본래 사용할 수 없는 참피의 혼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


“그 결과가 이 참피 양식장이군.”


“수만 번의 회기 동안 생존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에너지의 원동력. 혼돈의 힘을 사용할 수 있던 비법이지.”


마법사는 분함 2호기와 참피 콜로니와 콜드슬립기, 각종 자동공장··· 생존자들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치료에 쓰이는 에너지도, 기운도, 마나도, 차크라도, 엔트로피도, 신성력도······ 뭐라 말하든 간에 각자의 세상에 있던 에너지는 무저갱에 없어. 그렇게 보이고 변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 있는 혼돈의 에너지뿐이야.”


무저갱에 존재하는 에너지는 오직 혼돈뿐. 인간은 여기서 혼돈을 몸으로 ‘여과’하여 자신의 원래 세상의 방식대로 힘을 사용한다.


“그러니 미치는 거지.”


하지만 이 장치를 이용하면 미치지 않는다.


마법사는 자신의 혀를 내밀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덕분에 상처는 금방 낫잖아.”


헌터는 순식간에 재생된 혀끝의 어색한 감각을 느낀다.


‘과연 그렇군.’


헌터는 생존자들의 무자비한 참피 학살에 대해 수긍이 갔다.


무저갱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 소동물을 대량학살하는 것뿐이니까.


그렇지만······


‘왜 마음에 안들지?’


헌터는 사냥꾼의 감각으로 이성을 가다듬었다. 목표는 생존. 그리고 드래곤 사냥. 그것을 위한 사전준비. 그 방법이 이종족의 대량 학살.


‘지능이 있는 이종족이라는게 내 의지에 반하는가.’


만약 가축처럼 양식하는게 아니라 사냥하는 행위였다면 헌터로서는 적극 동의 했을 터.


생존을 위해 사냥하는 것은 설사 그 상대가 지능이 있다 해도 가차 없으니까.


‘하지만 가축을 잡는 건 내 취향이 아니군.’


헌터는 그 점이 영 불쾌한 것이다. 검잡이처럼 (경우는 다르지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은가. 비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할지라도.


헌터는 여기서 마법사의 목을 잘라버려 행위를 멈출 만큼 의분은 일어나지 않았다. 참피란 종족에 그렇게까지 애호심은 없기 때문. 단지 생리적인 거부감뿐이므로 이 학살을 멈출 이유도 없는 것이다.


헌터가 혼자 고뇌하고 있을 때 마법사는 영혼의 솥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슬슬 솥을 툭툭 친다.


“이 솥도 거의 다 찼네. 이번 회기 안에는 새로운 솥을 만들어야겠어.”


헌터는 수억이 넘는 영혼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그 모습이 지옥의 마왕보다도 더 악한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


그러나 여기는 그 마왕이나 악마도 별다를 것 없는 무저갱이다.


마법사는 혼을 쓸어 담는 행위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헌터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그건 알아 헌터? 아이러니한 건, 우리 인간들도 참피랑 사실상 다를게 없다는 거야.”


“···?”


“미친 인간 말이야. 미친 인간은 무저갱에서 주체가 아니야. 객체야.”


인간들은 늦든 빠르든 심연의 광기에 미치고 만다.


“그 미친 인간들의 말로는 뭐가 될 것 같아?”


마법사는 입을 크게 벌려 한입에 삼키는 듯한 과장된 몸집을 보여준다.


“드래곤.”


헌터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참피가 먹이사슬의 최하위를 담당하는 플랑크톤이라면. 참피를 잡아 에너지를 채우는 것은 자동기계는 중간 포식자다.


그리고 미친 인간은 그 상위 포식자.


하지만, 미친 인간이 무저갱의 최상위 포식자이던가?


“맞아 드래곤이야.”


드래곤에게 무저갱에 떨어진 인간은, 곧 참피다.


“우리들은 여러번 관측했지. 빵빵하게 혼을 쓸어 담은 미친 인간들이 드래곤에게 먹히는 광경들.”


미친 인간들이 참피의 혼을 먹어치워 어느 정도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 그들은 드래곤이 있는 광야로 나아가 용의 아가리로 몸을 바치는 것이다.


무저갱 혼돈의 본능일까, 무저갱의 혼돈이 그리 시키는 것일까.


“아직 그 원리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저 드래곤은 유일한 출입구를 지키면서, 자동으로 먹이가 배달되는 거야. 누운 자리에서 배부르게 먹는 플렉스만 끊임없이 즐기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이 무저갱에서 인간과 참피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결국, 드래곤의 밥이 되니까.


“단지 우리 생존자들은 더 발버둥 칠 수 있을 뿐이야.”


마법사는 헌터에게 총잡이의 최후가 드래곤에게 먹혔다는 것까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헌터는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살아서 발버둥 치나 미쳐서 포기하나··· 그 모든 귀결은 결국 저 드래곤의 뱃속이라는 거군.”


헌터는 영혼의 솥을 보았다.


그리고 그 곁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헌터가 말했다.


“이제 알겠군. 이 솥을 만든 재료도.”


“···눈치챘어?”


“그래. 그러고 보니 마침 후타바 공원에 묶어놓은 한 녀석이 있었다.”


헌터는 영혼의 솥을 보고. 얼마 전 금속으로 단단히 묶어 제압한 붉은 인간을 떠올렸다.


“그래. 이 영혼의 솥의 재료는 ‘미친 인간’이 맞아.”


영혼의 솥의 표면은 금속질이 아닌 인간의 혈관이 보이고 생명의 박동이 느껴지는 인체 그 자체였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참피 뿐만 아니라 인간이었던 것까지 남김없이 사용해야 하는군.’


참피의 혼을 먹어치우는 그 무저갱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것··· 과연 무저갱에서 오래 생존한 생존자들의 끔찍한 지혜였다.


“필요하다면 그 녀석을 써라.”


“과연 사냥꾼. 상황에 대한 적응이 빨라.”


마법사는 설명한다.


“하지만 솥의 재료로는 최소 노란색 등급, 제대로 쓰려면 초록색은 되어야 하지. 그 이상 등급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생존자들 모두가 함께하는 ‘파티플레이’가 필수야.”


마법사는 생존자들의 한계를 알렸다.


“우리가 무저갱에서 빼어난 강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 중 가장 큰 힘을 내는 검잡이는 파란색이니까. 미친 인간 사냥은 시공 오염을 동반하는 만만찮은 일이란 말이지. 그러다가 보라색 등급을 만난다? 죽음마저 각오해야 해.”


미친 인간을 잡는 일이 회기마다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혼의 솥의 저장량이 한계에 다다르면 준비 끝에 차후 회기에 한다는 설명까지 이어졌다.


마법사는 설명을 듣던 헌터가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돌며 솥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걸 알 수 있었다.


“왜 그래?”


“그렇군. 알겠다.”


헌터는 깨달았다.


가축 같은 참피를 학살하는 건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다. 영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사냥이로군.”


미친 인간을 사냥하는 것이 자신의 취향이라는 것을.


헌터는 무저갱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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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먹을만하네요 22.11.16 19 0 11쪽
13 013 먹을만하네요 22.11.15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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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2 이상해요 22.11.02 3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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