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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참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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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작품등록일 :
2022.10.26 23:17
최근연재일 :
2022.11.17 23:29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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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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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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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3 먹을만하네요

DUMMY

013 먹을만하네요




참피 콜로니엔 죽은 참피만이 남았다. 곧 시체를 처리하는 유기전환로의 자동기계들이 튀어나와 유기체를 분해하고 생체 분자로 되돌린다.


텅 빈 참피 콜로니를 뒤로하고 헌터와 검잡이는 분함 2호기에 탑승했다. 선별된 죽순참피와 함께 말이다.


죽순참피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대스승인 검잡이에 대한 믿음으로 미지에 발을 내디뎠다.


“어떤가? 죽순참피?”


작은 검을 등에 멘 참피는 분함의 밖을 흐르는 마그마와 점점 멀어지는 자신의 좁은 세상, 참피 콜로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가 ‘세상 밖’ 인 데스?”


“아니다. 여긴 세상의 지하다. 진짜 세상 밖은 이 위에 있지.”


“그곳이 천국, 후타바 공원인데스?”


“천국인지는 모르겠지만··· 후타바 공원은 그곳에 있지.”


“정말 있는데스? 후타바 공원은 전설이 아니었던 데스!”


죽순참피는 기쁜 나머지 방방 뛴다. 그동안의 수련은 헛되지 않았다면서. 조금 전까지 절멸당한 동족들은 금세 잊은 걸까.


그렇게 세 명이 타고 있는 분함 2호기는 파타모르가나로 향한 것이다.



모선으로 귀환하는 와중에 검잡이는 작은 참피를 상대로 무예를 전수해 주었다. 과연 선별된 재능은 참피의 작은 몸으로도 검잡이의 무예를 능숙하게 따라 한다.


또 검잡이가 헌터에게 대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헌터는 생존자들이 남긴 정보를 완전히 익히지 않아 기준을 잡지 못했고, 어디까지 힘을 내야 할지 실전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는걸 고려했다.


둘은 서로 무기도 이능력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육체만으로 대련하기로 했다. 죽순참피는 얼결에 관전인이 되었다.


검잡이는 말한다.


“헌터 당신은 강해. 그 강함은 확실히 나랑 다른 별개의 차원이지. 이곳과는 다른 이세계에서 당신은 필시 뛰어난 사냥꾼이었을 터.”


“검잡이 당신도 마찬가지다. 검잡이 당신은 스스로의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강한 무인이었으리라.”


둘은 상호에 대한 존중을 보이며 주먹을 마주친다.


그리고 서로 몸이 엇갈리며 풍압이 스쳐 지나간다.


죽순참피의 무예로 강화한 동체 시력에 겨우 잡힌 몸놀림. 엄청난 반사 속도로 둘은 서로 단 한 번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않고 주먹을 교환한다.


헌터는 생각했다.


‘섬세하다. 1억에 가까운 참피를 섬세한 힘 조절로 솎아낼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절제력이다.’


검잡이 역시 주먹을 막으며 생각했다.


‘노련하다. 예상보다 더 정확하군. 순수한 육신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가 없겠어.’


검잡이보다 몸집이 2배는 큰 거구의 헌터였으므로. 맨몸 싸움은 당연히 헌터가 유리했다.


체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검잡이가 보여주는 무예의 숙련은 헌터를 앞섰다. 있어야 할 곳에 주먹은 사라지고, 그곳에 도달할 주먹은 어느새 사각에 가려지거나 허공을 가르는 단계로 넘어가자. 무한에 가까운 수 싸움이 죽순참피의 눈 앞에 펼쳐졌다.


숨 쉴새 없이 이어지는 합.


‘굉장한데스. 이게 대스승씨의 무예인데스? 저 스승의 친구인 헌터씨도 굉장한데스.’


둘의 전투를 바라보며 탐닉하듯 몸놀림을 훔치는 죽순참피였다.


땀 흐르는 육신의 대화가 끝나자 어느새 그들은 파타모르가나의 모선으로 귀환했다.




파타모르가나 모선의 지하 공동.


몸의 대화로 인해 서로 익숙해진 검잡이와 헌터는 너스레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드래곤을 단번에 무찌를 절초(絶招)다. 반드시 상대를 끝낼 수 있는.”


필살의 무기. 당연히 사냥꾼인 너도 갖고 있으리라. 헌터는 답했다.


“모두 마찬가지다. 보일 수 없지만, 비장의 무기는 다들 품고 있는 법.”


“총잡이를 생각해보면 그 필살의 일격마저도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은 목숨을 건 최후의 일격.”


소유한 힘의 최대치를 퍼붓고도 다차원 존재라는 드래곤을 잡을 확신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일격을 거머쥐기 위해 나는 제자를 둔 것이지.”


“··· 그 일격에 참피가 필요한가?”


그래. 검잡이는 단언하듯 말했다.


“궁극적으로 참피를 우리와 같은 수준의 힘을 갖도록 끌어 올리는 거다. 참피들이 생존자들의 절초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야.”


그리고 그 참피를 무한하게 늘린다···


“페이지가 무한한 다차원 존재? 뭐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쪽도 무한하게 절초를 퍼부어 모조리 죽이면 되는 거다. 그깟 책 따위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다 찢어버리면 그만이지.”


매우 간단하다.


당장 다차원 존재인 드래곤을 무찌를 방법을 찾지 못했으니 결국 정량적인 수단만이 남는다.


“듣고 있나 죽순참피?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나만큼 강해져야 한다. 진짜 최후의 적인 드래곤을 무찌르려면 말이지.”


죽순참피는 기겁하며 소리지른다.


“모, 못하는데스. 대스승씨만큼 강해지다니 무리데스! 죽순참피는 아직 연약한데스! 약한데스!”


“아니. 넌 강하다.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참피 중에서도 손꼽히도록 말이야.”


검잡이는 죽순참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개 인간이었던 내가 도달한 경지인데 무한히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참피들이 익히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거기다 뛰어난 스승이 있으니 분명 너희들의 작은 검으로도 저 용의 머리쯤은 잘라버릴 수 있을 거라며..···


“······”


그 터무니없는 호언장담에 헌터는 침묵했다.


‘그게 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이 지나친 게 아닐까?


그때 다른 생존자들 역시 원탁으로 모였다.


“또 그 이야기인가? 참피가 우리 수준으로 강해지다니 객관적으로 무리다.”


“아키.”


백의의 가운을 펄럭이며 원탁에 털썩 앉은 아키가 말했다.


“망상에 가깝다.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원숭이가 무작위로 타자를 쳐 글자를 조합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같은 예술을 완성할 수 있다고 치자.”


그것만으로도 이미 기적.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 중의 하나.


“하지만 검잡이 너는 그 원숭이를 무한에 가까운 다수로 만들수 있다는 소리를 하고 있지. 기적에 기적을 제곱하겠다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없어. 불가능에 불가능을 곱셈하면 그냥 0이다.”


냉정한 아키의 판단에 검잡이가 말한다.


“그럼 너희들 계획은? 영혼, 육신, 광신, 설계··· 무엇이든 어느 측면이든 개미 눈곱만큼 나아가고 있지 않나.”


“훨씬 현실적이지.”


“참으로 그렇겠군.”


검잡이는 이죽거렸다.


양극단에 있던 아키와 검잡이 곁으로 메카닉, 성기사, 마법사 세명이 다가왔다.


“어머, 검잡이가 참피를 데려왔어?


고깔모자 마법사는 원탁에 앉은 참피에게 우쭈주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하지만 검잡이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탁' 치며 참피를 막아섰다.


“너무한데.”


“만지지 마라. 혼이 더러워진다.”


검잡이는 마법사를 한번 째려보며 거부했다.


“자네 너무 까칠한 거 아닌가? 신입이 와서 그런가? 요근래 회기 때와는 좀 다른 분위기일세.”


강화복을 입은 노인이 부드럽게 대하자 여전히 냉소를 퍼붓는 검잡이.


“당신도. 조금 전까지 고깃덩어리를 짓이기고 왔지. 그 무의미한 육가공을··· 하지만 내 애제자를 봐라.”


헌터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제자, 죽순참피를 보인다.


“내 제자의 성취가 느껴지나? 난 분명 광기의 7단계 중 초록색에 맞먹는 초식을 퍼부었다. 그런데 그걸 가볍게 막아내는 신위를 보여준다. 이 참피가 말이야.”


검잡이의 말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절초를 발휘하지 않았음에도 초록 등급의 힘을 낼 수 있다면, 조금만 더 익혀 파란색의 신위를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그렇다면 벌써 7단계 중 5단계의 힘을 거머쥐는 것이다.


이 작은 참피가 말이다.


“영육을 뒤집어 헤집고 세뇌하지 않아도. 생명은 이토록 발전의 가능성을 가진 것이다. 그것이 참피라는 종족이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냐며 죽순참피에게 눈길을 건네자 죽순참피도 자신의 강함을 보이려는 듯 작은 검을 뽑으며 한껏 기운을 뿜어낸다.


“그런데스! 대스승에게 전수받은 죽순참피는 강해진데스! 그리고 더 강해질 수 있는 데스!”


참피의 작은 몸이 위태로울 만큼 자신만만한 기세.


당장 이 원탁의 생존자들 모두가 손가락 하나로 녀석을 짓눌러 죽일 수 있지만···


“자랑은 거기까지 하도록 하지 검잡이. 지금은 신성한 저녁 시간이니까.”


“그래 성기사. 그러니 특별히 이번 식사는 요 제자 녀석과 함께하기로 하지, 문제 없지?”


“물론.”


원탁의 저녁식사.


테이블 곁에 준비된 물질 재조합장치로 유기물질이 허공에서 만들어지며 온갖 산해진미가 프린트 기기처럼 뿜어져 나온다.


일상생활을 담당하는 자동기계 골렘들이 시중을 들며 초인들의 식사를 돕는다.


“참으로 신기한데스. 우마우마한 음식이 허공에서 뿜어지는데스. 이곳은 정말 천국인데스.”


앙거리며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죽순참피.


“많이 먹어라. 많이 먹고 강해져라.”


이것저것 제자에게 음식을 챙겨주는 검잡이.


반면 나머지 생존자들은 그런 죽순참피와 검잡이를 제각기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의 애제자를 애정으로 대하는 검잡이를 보며 헌터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 것 같았다.


‘비현실적인 기적에 목메는 구도자를 보는 시선이군. 알 것 같다.’


헌터는 같은 무인으로서 심정으로는 그에게 끌리나 비현실적이라는 냉정한 사냥꾼으로서의 판단 역시 양가적으로 존재했다.


참피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는 검잡이를 보자 헌터는 저절로 목소리가 나왔다.


“나도 한번 가르쳐보고 싶군.”


“?”


“참피 제자 말이야. 나에게 그럴 권리가 있나?”


헌터는 후타바 공원에서 ‘오리’라고 이름 붙인 소매치기 참피가 떠오른 것이었다.


아키가 말했다.


“곧 당신 전용으로 콜로니가 할당될 예정이다. 콜드 슬립 이전까지 말이지”


헌터 전용의 파타모르가나 분함과 함께.


“어떻게 참피를 다룰지는 개인의 자유··· 하지만 다른 생존자들이 관리하는 콜로니를 다 둘러보고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당장 검잡이의 방식대로 하는 게 나아 보여도 다른 동료들을 보면 또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검잡이 다음은 마법사의 차례.


헌터는 맹한 얼굴의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헌터의 뜨거운 시선에 입에 한껏 넣은 스테이크 먹다가 켁켁거렸다.


‘학대파.’


검잡이가 애호파라면··· 학대파라는 이 여자가 관리하는 참피들은 대체 어떤 상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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