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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참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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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작품등록일 :
2022.10.26 23:17
최근연재일 :
2022.11.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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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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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반가워요

DUMMY

004 반가워요


헌터와 아키참피는 어두워질 무렵 후타바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원에는 미친인간씨가 없는데스. 청소기씨도 없는데스. 다른 곳보다 안전한데스.”


길고 복잡한 여정이었다.


지하도 사이를 굴착한 미로 같은 루트의 혼잡함이 심했다. 그 혼잡한 갈림길을 이 녀석이 어떻게 외우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아키참피는 가방 안에 든 발광체를 꺼냈다. 가시광이 아닌 특정 도료에만 반응하는 특수 발광체다.


그 불빛을 길잡이 삼아 둘은 바위 앞에 도착했다.


“헌터씨 이리로 오는데스.”


“여기가 거점인가.”


아키참피는 익숙한 몸놀림으로 바위의 특정 부위를 건드렸고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틈이 벌어진다. 물리적인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바위틈 사이가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기묘한 현상이었다.


‘모르는 기술.’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자 내부공간은 비정상적으로 넓었다.


“이상하게 넓군?”


겉으로 볼 때는 컨테이너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음에도. 내부공간은 수백 제곱미터는 될법한 넓은 공간이었다.


“아키의 거점 중 하나인데스. 바위 안은 밖보다 넓은데스. 신기한데스.”


대체 어떤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것일까. 안팎의 넓이가 비정상적으로 다르다.


잠시 뒤 불이 자동으로 켜지자 헌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제조시설?”


바위 내부 거점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듯한 막대한 크기의 제조 플랜트였다.


“아키씨의 비밀공장인데스. 여기는 아키씨가 만들어내는 물건으로 가득한데스.”


“정작 진입은 못 하게 되어있군.”


헌터는 막혀있던 유리벽을 손가락으로 두드려본다. 공장이 있는 유리벽 안쪽과 다르게 바깥인 이곳은 지저분한 라커룸 같았다. 짙은 생활감이 묻어나오는 곳이었다.


“그런데스. 아키참피는 여기 대기실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데스.”


생산시설은 두툼한 유리격벽으로 막혀있다. 어떤 인증방식이 없다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


‘특정 발광체가 아니면 위치조차 알기 힘들고, 눈치채지 못한 인증 보안, 겉과 내부의 면적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고도의 공간조작기술까지.’


이 거점 제작자는 상당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리라.


범상치 않다. 헌터 혼자였다면 거점이 있는 바위까지 오는 루트마저도 추적하기도 어렵다.


“아키란 사람은 꽤 철저하군.”


“그런데스. 똑똑한데스.”


“그럼 그 사람은 어디에 있지?”


“아키씨는 아직 안일어난데스.”


아키참피는 대기실 한 쪽에 놓인 디스플레이 화면을 건드리자. 그곳에는 아주 천천히 변하는 숫자가 보인다.


“저 숫자가 100%가 되면 일어나는데스. 보통 며칠 밤은 걸리는데스.”


“?”


“아키씨는 자고있는데스. 깨우지 않으면 맨날 자는 데스. 인간씨가 용용씨가 있던 광장으로 떨어지거나, 다른 인간씨가 부르면 그제야 일어나는데스. 그렇게 하라고 아키씨한테 배운데스.”


“언제나 자고 있다고?”


“그런데스. 추운 곳에서 자는데스. 아키씨가 일어나면 항상 오돌오돌 떠는데스. 그래서 아키씨가 일어나면 언제나 따뜻한 커피를 먹는데스.”


“추운곳···. 설마 냉동 수면인가.”


콜드슬립.


장기간 동면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


현재 표시된 퍼센티지와 시간 흐름을 얼추 계산하니 100%가 되려면 약 3일에서 4일은 걸릴 터.


“그때까지는 이곳에서 대기인데스우. 헌터씨도 편안히 거점에서 쉬는데스.”


아키참피는 여정을 풀고 대기실 다른 방으로 들어가 더러운 침대 위로 다이빙하듯 눕는다.


참피용으로 만들어진듯한 미니 사이즈의 방. 방 안에는 인형의 집 같은 침대와 전용 TV처럼 보이는 작은 모니터가 있었다.


참피는 누워서 북북 엉덩이를 긁으며 알 수 없는 영상(이상한 동물이 나오는데 처음 보는 동물이다)을 보며 낄낄대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



약 100시간.


헌터가 후타바 공원의 거점 바위에서 보낸 시간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군.’


깨우는게 왕자가 아니라 참피같은 일곱 난쟁이라 좀 섞였지만 딱 그 상황이다.


그동안 헌터는 의식주를 거점인 바위에서 해결했다. 그 참피 고기로 만든 역겨운 통조림 캔 말고. 이 거점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간편 음식류가 대기실에는 가득했기 때문이다.


세면시설부터 화장실 오·폐수 정화시설 등 대기실은 쾌적했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던 참피가 가끔 무언가를 본 건지 비명을 지르는 등 신경을 긁던 것만 빼면 불쾌한 것도 없다.


그 외에는 별일이 없었다. 거점 위치를 들키면 안 된다거나, 공원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아키참피의 설명에 하루에 몇 번 정도만 공원 안을 돌아다닌 것뿐.


‘스산한 공원이다.’


본래 공원이란 도심의 휴식공간이다. 도시에 드문 야생동물부터 시작해 사람들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곳 아닌가.


그런데 이 공원은 전체적인 사이즈가 센트럴 파크 수준의 광활한 규모임에도 헌터는 단 한 번도 야생동물을 만난 적이 없었다.


‘이 세상에 동물이란게 있기는 하나?’


새 소리, 쥐 같은 작은 소동물의 움직임,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벌레들이 나뭇잎을 밟고 바스락이라도 느껴져야 정상일 것이다.


후타바 공원에는 그런 것들이 전무했다.


‘참피들만 엄청 많았지.’


공원에 참피들은 많았다. 헌터의 오감은 공원 이곳저곳에서 거주 중인 참피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집단거주를 하는 것인지 이들은 가족 단위로 건물의 틈 사이나 나무뿌리 귀퉁이 혹은 바위 틈새 사이에서 살고 있었다.


딱히 그 야생참피들을 만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눈에 보이는 참피를 추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행인 것은 이 공원에 괴생명체가 출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괴생명체나 경비용 로봇 같은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헌터는 감각을 끌어올려 공원 끝자락 도심과 맞닿은 경계까지 가보았다. 길 건너편 저 멀리 도심에서는 녀석들을 몇 번 봤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원 안까지는 괴생명체가 진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해진 루트를 자동으로 감시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청소씨같은 괴생명체는 정해진 구역과 영역만 순회하는 것일 터.


일종의 야생동물인 참피가 도심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면 납득이 간다. 현대적인 도심에서도 유해 야생동물들을 그렇게 퇴치하고 있으니까.


‘그 유해동물이 참피란게 다를뿐이겠지만···.’


참피들에겐 실로 지옥 같은 디스토피아일 것이다. 거대한 도시 문명은 유일한 생명인 참피를 자동으로 절멸시킨다. 반면 이 거대한 시스템은 딱히 그들을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았다.


‘디스토피아. 기계가 지배한 미래세상쯤 되는 건가.’


참피가 인간이었다면 딱 그런 고리타분한 SF 영화였을 터.


헌터는 대충 이 세계가 흘러가는 방식을 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하다.


‘이 세상에서 인간은?’


이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리고 대체 어떤 이유에서 자신은 이 이상한 세상에 떨어졌는가.


‘그리고 그 커다란 드래곤은 대체···.’


현대적 배경에 맞지 않게 너무나 이질적인 괴물.


풀리지 않는 그 의문을 풀어줄 사람이 바로 지금 차가운 잠에서 깨어난다.


슬슬 시간이 되었다.


헌터는 아키참피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기다렸다.



카운트다운이 99%를 지나 소수점에 다다르자 바위 거점 내의 분위기가 일순 달라지기 시작했다.


첨단 제조시설이 먼지 하나 샐 틈 없는 음압 상태를 유지하듯이 시설의 공기정화 시설이 재가동되는 모양이었다.


아키참피가 외쳤다.


“아키씨 아키참피가 온데스! 인간씨를 데려온 데스!”


그 외침에 반응하듯. 적당히 밝은 실내등이 눈부실 만큼 강렬한 조명으로 바뀌고 그 빛은 폭발하는 섬광처럼 아키참피와 헌터의 몸을 감싼 것이다.


헌터는 밝은 섬광에 대한 대처는 되어있지 않아 일순간 시야 차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몇 초 뒤 변한 광경 역시도 예상치 못했다.


“여긴?”


조금 전까지 유리 격벽 앞 대기 공간에 있던 참피와 인간은, 어느새 거대한 공동, 마치 지하 신전 같은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 공간의 중앙에는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한 구조물, 냉동 수면 장치가 있었다.


‘공간이동이라. 꽤 하는군.’


다소 허술해 보였던 유리 격벽 밖의 대기실은 이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전송공간이었다.


헌터만큼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대기실의 유리 격벽을 부숴버리고 진입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이곳으로는 올 수조차 없었을 거다.


‘이제 보니 유리 벽조차 일종의 인증장치일 수도 있겠군.’


안전과 보안에 철저한 사람이다.


‘모습을 보여라.’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통해 드디어 잠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희뿌연 냉기 입자 사이로 사람의 팔다리가 보인다.


매끄러운 전신 슈트 사이로 보이는 반투명한 피부, 가냘픈 팔다리의 여성이 상반신을 일으켜 앉는다.


“콜록, 콜록,”


“아키씨! 여기 따뜻한 캔커피인데스. 가져온데스!”


호다닥거리며 아키참피가 뛰어가 그녀에게 준비한 뜨거운 캔커피를 건넨다. 여성은 커피를 받고 느긋하게 따뜻한 액체를 들이켰다.


“후유···. 살 것 같군. 고맙다 아키참피.”


“나데나데 쓰다듬어 주는데스!”


“그래그래.”


아키참피의 털 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여성의 시선이 헌터에게 꽂힌다.


“오랜만의 손님이군.”


그녀가 헌터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황금 같이 빛나는 눈동자로 나눈 인사.


그녀는 옆에 있던 백색의 가운을 꺼내입는다. 전신 슈트 위로 백색 가운이 마치 자석처럼 체형에 맞게 딱 달라붙으며 그녀의 몸을 탄탄히 지지했다.


헌터가 말했다.


“나는 헌터다. 사냥꾼이지.”


“나는 아키텍처. 건설가다.”


“헌터라고 불러라.”


“나는 아키라도 부르면 돼. 헌터.”


“그렇게 하겠다 아키.”


그녀는 손짓으로 헌터를 한 곳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냉동 수면 장치가 있었다는 흔적만 남은 빈터. 현재는 1개뿐이지만, 총 7개의 흔적이 방사형으로 나열되어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빈터의 중앙에 있는 원탁의 테이블 앞에 둘은 착석했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얼굴이야 헌터.”


“당연히.”


“나도 그랬지. 이 세상에 와서 정말 어리둥절했어.”


“아키, 당신도 이 세상에 떨어진 이세계인인가?”


아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면 돼. 이곳에 온 인간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지.”


“그렇다면 내 궁금증 역시나 알고 있겠군.”


“물론이야. 어째서 내가 여기에 온 건지, 이 세상은 왜 이런 것인지, 그리고···.”


“그 드래곤은 대체 뭔지 알고 있나?”


헌터의 우선순위는 역시나 사냥감부터다.


아키는 씩 웃었다.


“처음 질문이 제일 핵심이군. 그리고 가장 답변하기 복잡한 질문이야.”


그러면서 아키는 원탁 아래 준비된 공간에서 필기용 수첩과 필기구를 건네는 것이다.


“이 필기구는?”


“그 복잡한 질문에 필요한 소도구지.”


“이 펜과 수첩이?”


“왜냐면···.”


아키는 한 손으로 가볍게 펜돌리기 묘기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냥 말하면 미쳐버리거든.”


아키는 씩 웃었다.


“당신도 알고 있지? 이 세상에서는 힘을 쓰면 미쳐버리는 거.”


“...!”


“가벼운 혼란, 환상, 몸의 통제력 상실, 오감의 괴리감···. 그 정도였을 거야. 어때?”


“정확하군.”


“이 세상에서는 내가 더 선배니까. 난 좀 더 다양하게 겪어봤지.”


아키는 자신의 머리 옆으로 펜돌리기를 계속한다.


“그런데. 그 미친다는게 단순히 힘을 쓰거나 하는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야.”


헌터는 침착했다. 아키는 여전히 펜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설마 대화마저도?”


“맞았어. 이 미친 세상에서는, 타인이 모르는 정보를 함부로 말했다가는 똑같이 미쳐버려.”


그것도 영영 말이야.


펜돌리기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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