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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참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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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작품등록일 :
2022.10.26 23:17
최근연재일 :
2022.11.17 23:29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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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287

작성
22.11.0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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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7 뭘봐요

DUMMY

007 뭘봐요



보라색이 아니니 미치지 않은걸까.


‘저 꼴을 보니 미친건 확실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옷가지와 다르게 느릿하고 신체를 제어하지 못해 술에 취한 듯한 모습.


붉은 안광이 번뜩이지만, 여전히 초점이 없고 동작부터 어색한 것이 확실히 미친 인간이다. 보라색이 아닐 뿐.


‘보라색이 되면 영영 돌아올 수 없다고만 했지 다른 색이 정상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일곱 색상은 광기의 심도(深度)를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그 첫 번째 단계에 속하는 약한 광기일지언정 일단 미친 인간은 맞다.


그리고, 보라색이 아니라면 아키의 조언은 유효하다.


‘붉은색이라면···. 약하단 소리군.’


광기의 단계가 강함의 척도는 아니겠지만 상관관계는 있다.


저 붉은 인간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헌터에게 있어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약했기 때문이다.


‘그 창을 든 보라색 인간이 예외적으로 강자인가.’


저 붉은 인간이 풍기는 힘의 척도는 헌터가 살던 세상으로 치면 술 취한 동네 아저씨 수준이었다.


상대의 약함을 한눈에 파악하자 헌터는 좀 더 여유롭게 상대를 관찰했다.


붉은 인간은 이미 죽어 육편이 된 벤치파 참피들을 담배꽁초처럼 바닥에 짓밟아버리고 신발에 묻은 핏덩어리를 더럽다는 듯 흙바닥에 비벼 닦는다.


미친인간에게 참피란 생물은 해충 취급 정도인 걸까?


‘그건 또 아니군.’


붉은 인간은 정장 주머니에서 무언가 먹을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한 움큼 꺼내 참피들에게 뿌렸다.


“콘페이토데치! 마마! 인간씨가 우마우마한 콘페이토를 주는 데치!”


어린 참피는 별사탕처럼 생긴 콘페이토를 받아들고 그 작은 입으로 조물조물 깨물어 먹는다.


“이, 인간씨 고마운데스! 우리 가족은 인간씨 덕분에 살아난데스! 고맙게 먹겠는데스!”


어미 참피도 꾸벅 인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콘페이토를 열심히 줍는다.


황홀해 하는 어린 참피의 기괴한 표정이 콘페이토란 사료에 마약이라도 타지 않았나 의심이 갈 정도다.


붉은 인간의 행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넓은 후타바 공원 벤치를 계속 순회하며 야생 참피들에게 콘페이토를 뿌리는 걸 반복한 것이다.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바글바글 몰려든 참피 떼거리 수천 마리가 공터에 모이는 광경에 헌터는 더욱 아리송해졌다.


‘조금 전 참피를 밟아 죽여놓고 다시 참피들에게 먹이를 뿌리는군.’


품에 든 참피 먹이가 다 떨어졌는지 붉은 인간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후타바 공원 밖으로 나갔다.


헌터는 높은 나무에서 나무로 원숭이처럼 옮겨가며 그를 추적했다.


붉은 인간은 공원에서 도심가로 진입한 여타 평범한 사람처럼 근처 건물 가게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갔다 나오자 그의 주머니가 묵직해졌다.


건물 안 가게처럼 보이는 곳은 바코드가 머리에 붙은 괴생명체가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붉은 인간에게는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미친 인간은 이 무저갱의 괴생명체들이 해하지 않는가?’


괴상한 생김새만 빼면 평범한 도심이지 않는가. 당장 헌터 자신도 돈만 있다면 가서 물건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독수리보다도 멀리 내다보는 헌터의 시력으로, 붉은색 인간이 아주 자연스럽게 문명적인 소비 활동을 하는 걸 목격 할 수 있었다.


주머니에 묵직해지도록 참피 먹이를 산 붉은 인간은 다시 후타바 공원으로 와 먹이 뿌리기를 반복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공원에 힐링하러 오는 평범한 시민처럼···.


‘도심을 관리하는 괴생명체는 공원에 오지 않지만, 미친 인간들은 휴양 삼아 얼마든지 올 수 있군.’


미쳤다는 것만 빼면 정상적이다.


그렇게 붉은 인간은 몇 번 참피 먹이 주기를 반복하다가 날이 저물자 퇴근하듯이 사라지는 것이다.


헌터도 붉은 인간의 퇴근에 맞춰 임시거점으로 복귀했다.



다음 날



수첩에 적힌 심연문법에 골머리를 앓던 헌터는 붉은 인간이 찾아와 참피 먹이 주기를 반복하는 걸 멀리서 관찰하고 있었다.


다음 날 역시도 그다음 날도. 붉은 인간의 행동 패턴은 비슷했다.


며칠 동안 관찰하자 모순적이었던 붉은 인간의 행동원리를 알 수 있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만, 그 야생동물이 서로 싸우거나 하는 걸 방관하지 않는 통제광(Control Freak).’


간혹 잔뜩 모여서 참피들끼리 먹이를 두고 심하게 싸우자 그 즉시 가혹하게 밟아 죽이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 잔혹한 학살에 참피들이 도망을 치다가도, 먹이를 뿌리면 다시금 모이는 일이 반복됐다.


‘참피가 약자라고 해도 그 약한 야생동물끼리의 서열 다툼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이지. 하지만 절대 용납하지 않는군.’


전형적인 통제광의 행동 원리다. 통제를 위해 지나친 학대나 학살은 개의치 않는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통제광으로서 본연에 충실한 것이다.


‘그나저나, 마음에 들지 않는군.’


참피는 별사탕 같은 형태의 콘페이토라는 먹이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붉은 인간이 콘페이토를 한 움큼 뿌리니 공원이 참피들이 바글바글 몰려든다. 쥐나 벌레처럼.


‘말을 할 줄 안다면 쥐나 벌레라고는 할 수 없다.’


저능하지만 어쨌거나 지성이 있는 참피가 헌터의 눈에는 마치 낮은 계급의 사람처럼 보였다.


고대역사에서 왕이 하층민들에게 먹이를 뿌리는 일의 축소판 같았다.


지금은 고대역사도 아니고 왕이 아니라 미친 인간이고 하층민 인간이 아니라 참피라는 이종족이지만 아무튼 구도가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스로 먹잇감을 사냥해 충족하는 헌터의 생활방식과는 180도 다르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참피 무리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때, 헌터는 기묘한 참피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참피보다 마른 체형. 아직 성체가 되지 않았는지 다소 작고 말랐다.


그 마른 참피는 붉은 인간이 뿌리는 먹이를 줍지 않았다. 오히려 그 콘페이토를 줍는데 혈안이 된 다른 참피 무리 사이를 걸으면서 주머니 등에서 콘페이토를 몰래 꺼낸다.


마치 소매치기하듯 자연스럽게 훔치는 재주를 가진 녀석이다.


‘지성이 있으니 저런 특이 개체가 나올법하다.’


참피 무리 사이에서도 맹금류나 족제빗과가 있는 모양이다.


헌터는 그 참피를 임시로 '오리'라고 이름 붙였다. 너무 재빠른 나머지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오리걸음 같았다.


오리 참피는 은근슬쩍 적당히 품에 먹이를 훔쳤는지 과하게 욕심 부리지 않고 슬며시 먹이터에서 물러났다.


‘조직 없는 단독 개체.’


패거리로 몰려다니지 않고 혼자 충족할만한 음식을 챙긴 오리 참피는 주변의 다른 시야가 사라지자 안심했는지 천천히 걷는다. 그 종종걸음으로 향한 곳은 으슥한 나무 앞이었다.


놀랍게도 오리 참피는 나무 위로 올라탔다.


어떻게 그 연약한 몸으로 한 아름이 넘는 나무를 올라갈 수 있는 건지 자세히 봤더니 나무 기둥에 아주 작은 틈이 사다리처럼 파여 있었다.


오리 참피는 사람으로 치면 빌딩을 오르는 것 같은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높은 곳엔 참피 한 마리가 들어갈 나무 구멍이 파여 있었다.


코르크 마개 같은 소도구를 이용한 것일까? 딱따구리처럼 굴을 파 이용할 지능을 지닌 개체다.


'지능 편차가 크다. 마냥 저지능인 종족은 아니야.'


먹을 것에 환장해서 주위를 볼 줄 모르고 약한 것을 보면 서로 그 솜뭉치 같은 손으로 어처구니없이 싸우는게 하던 맘에 안들었다.


그런 참피 무리 사이에서 그나마 마음에 드는, 마치 사냥꾼 같은 참피를 만났다.


헌터는 오리 참피가 나무 구멍에 가져온 먹이를 차곡차곡 보관하는 것을 보고 그날 관찰을 멈췄다.


그리고 며칠 뒤 헌터는, 그 오리 참피를 상대로 '먹잇감'을 강제로 급여하고 있는 붉은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둑 참피··· 먹어··· 내가 주는 것만··· 먹어···.”


어눌한 발음으로 동물에게 강제로 먹이를 들이붓는 것 같은 붉은 인간.


통제광적인 행동.


‘자신이 뿌리는 먹이를 먹으면 어쨌든 좋다.

하지만 저 오리 참피는 도둑처럼 다른 참피의 먹이를 빼앗아 먹는다.

괘씸하다.

그러니 직접 먹여줘야 한다.

참피에게 먹이 주는 처지에서. 참피는 내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어야 하니까.’


...대략 그런 통제광의 행동을 간파하자 헌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저분하다.’


헌터의 세상에도 저런 이가 있었다. 애니멀 호더라고 부르는 동물 학대범들이다.


저러고 책임이라도 지면 모를까, 당당하게 참피를 밟아 죽이는 것으로 보아 그런것도 아닌 모양.


단지 참피라는 이종족에게 스스로의 힘과 권력을 확인하고픈 통제 욕구일 것이다.


‘그런 욕망을 무저갱의 광기가 광증으로 이끄는 것인가.’


그런데 예상치 못한 건 그 붙잡힌 오리참피에게 무려 '자존심' 이 있다는 것이다.


저 녀석, 콘페이토를 안 먹는다.


붉은 인간이 먹이를 입에 두며 먹이려 해도 긴장하고 입을 벌리지 않는다.


“먹는데스! 도둑참피! 왜 인간씨가 주는 맛난 콘페이토를 안먹는데스까!”


“괘씸한 도둑참피인데스! 때려주는데스. 인간씨!”


“배은망덕한 도둑참피는 분충인데스. 밥도 주면 안되는데스!”


붉은 인간 옆에 몰려든 저지능 참피들이 괴성을 지르며 닦달한다. 마치 분노한 대중들에 의해 목매달린 정치가처럼 느껴질 정도.


오리 참피가 울부짖는다.


“너희 인간이 주는 사료는 안먹는데스! 나는 내가 구한 음식만 먹는데스!”


“...”


일순 후타바 공원엔 정적이 일었다.


그 정적 사이로 오리 참피는 다시 외쳤다.


“미치광이 인간씨가 참피를 밟아 죽이는걸 못본데스? 이 미치광이 기분에 따라 다 죽어버리는데스! 이딴 미치광이 인간씨가 주는 콘페이토는 더러운데스! 먹지 않는데스!.”


“...”


오리 참피가 훔치던 먹이의 원천이 붉은 인간에게 나왔다는 모순을 차치하더라도,


남에게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 훔쳐내 쟁취한다는 그 조그마한 오리 참피의 기개에 헌터는 놀라웠다.


‘참피 평균으로 생각하면 대단하군··· 이 후타바 공원에서는 나름대로 혁명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방금 그 선언은 개돼지 취급받던 민중에게 한 혁명가가 일갈하는 그런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후타바 공원은 민중 혁명이라는 상식이 통하는 곳이 아니었다.


“미···. 친······. 참피···.”


그 짧은 명도 여기까지다.


붉은 인간의 얼굴이 우락부락해졌다. 감히 참피 따위에게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통제가 부정당했으니까.


“빌어먹을···. 분충···. 찢어···. 죽인다···.”


비하용어인 듯, 오리 참피를 ‘분충’으로 선언하자. 참피 무리는 붉은 인간에게 호응해서 열광적으로 외치는 것이다.


“분충은 제재해야하는데스! 죽이는데스!”


“도둑 참피를 죽이고 더 많은 콘페이토를 내려주는 데스!”


그렇게 미친 인간이 한 참피에게 마땅한 처벌을 내리려고 하던 찰나였다.


-깡


붉은 인간이 느릿하고 큰 동작에 손에 쥐어져 허공으로 내던져진 먹이가 –참피 사료같은 캔- 아무 경계 없이 지켜보던 헌터의 뒤통수에 직격한 것이다.


느릿느릿한 붉은 인간의 몸동작이었으나, 투석기로 쏜 것같이 곡사포처럼 고각으로 떨어졌기에 헌터는 맞을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운이 나쁘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헌터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멀리 있던 붉은 인간은 나무 위의 헌터를 단번에 눈치채고 말았다.


“사···람···?”


붉은 안광이 번뜩인다.


참피들이 소란스러워 진다.


“사람? 인간씨? 인간씨가 또 있는데스?”


“어디, 어디인데스? 안 보이는데스.”


참피들은 볼 수 없었지만 헌터는 알고 있다.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들켰다.


헌터가 나무에서 벗어나려던 찰나 붉은 기운이 헌터를 습격했다. 다르다. 느릿한 몸동작에서 갑작스레 빨라진 가공할만한 빠르기에 헌터는 붉은 인간의 일격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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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피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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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먹을만하네요 22.11.17 16 0 11쪽
14 014 먹을만하네요 22.11.16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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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축하해요. 22.11.09 1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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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이상해요 22.11.03 3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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