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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참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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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작품등록일 :
2022.10.26 23:17
최근연재일 :
2022.11.17 23: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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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5
글자수 :
80,287

작성
22.11.0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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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8 축하해요.

DUMMY

008 축하해요.


붉은 인간은 양손을 마구 휘두르며 연타를 가했다.


헌터는 뒤늦게 반사적으로 전투 감각을 일깨우려다가 무저갱의 광증이 생각나 필사적으로 그 감각을 억눌렀다.


‘지금 미치면 위험하다.’


어쩔 수 없다. 헌터는 연타를 허용했고 양손으로 목을 보호하며 나무에서 굴러떨어진다.


붉은 인간이 아래로 떨어진 헌터를 쫓으려 자연스럽게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 잔뜩 휘어져 팽팽했던 굵은 나뭇가지가 붉은 인간을 강타했고 그 몸은 허공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간이 함정이 적중했군.’


본래의 능력을 쓸 수 없으니 시간도 남겠다 올라타던 나무마다 함정을 설치해놨다. 시간을 벌었다.


‘빠르다. 번 시간은 십여 초나 될까.’


헌터는 천천히 근육과 신경으로 전투 감각을 일깨웠다. 그리고 어깨에 멘 배낭에서 예의 그 ‘믹서기씨’의 주둥이 칼날을 꺼내 앞으로 들이밀었다.


미리 준비해둔 공원의 구조물을 잘라낸 철제봉에 칼날 주둥이를 거칠게 쑤셔 박고 외친 것이다.


“와라.”


무기를 잡은 헌터는 자세를 잡았다.


붉은 인간이 다가온다.


“참피! 죽이는! 나쁜! 사람!”


“···”


헌터는 참피를 죽인 적 없지만 딱 봐도 대화는 불가능해 보인다.



“동물! 학대! 죽어!”


붉은 인간은 알아듣지 못할 괴성을 지르며 다시 양손을 뻗어 헌터를 짓이기려 하는 것이다.


헌터는 붉은 기운이 가득 담긴 그 연타의 속도에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어떤 가속 계열의 이능력일 것이다. 단순히 근력과 민첩성만으로는 따라잡을 속도가 아니다.


‘하지만 허술하군.’


그런데도 방어는 가능했다.


헌터는 철제봉으로 붉은 인간의 연타를 수월하게 막아냈다.


분명 상대의 속도는 헌터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헌터가 철제 봉의 양 첨단을 예리한 각도로 움직이자 다음 공격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냈다.


그 사각지대는 다시 이어지는 연타의 다음 수를 차단하는 절묘한 수가 놓이는 위치.


이를 반복하자 헌터는 아무런 이능력도 쓰지 않았음에도 자신보다 빠른 상대를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었다.


‘허술한 데다가··· 이놈 약하다?’


무작정 좌우 손으로 연타. 어떠한 무술의 묘리나 수법 같은 게 아니다. 그냥 무작정 주먹을 날리고 보는 것이다.


간혹 알아듣지 못할 미친 소리를 내뱉으면서.


“싸이코패스! 부적응자! 나뻐! 동물! 지켜!”


초점 없는 붉게 광기 어린 눈빛. 침을 흘리며 헌터의 몸을 찢기 위한 광적인 몸부림.


그 어떤 몸짓도 헌터에게 닿지 않는다. 헌터는 간혹 한 번씩 날카로운 칼날이 박힌 쪽으로 녀석의 주먹을 유도해 반격까지 집어넣었다.


‘내 타격도 약하군.’


붉은 기운이 어린 녀석의 주먹은 날카로운 칼날에 찍혔음에도 아무런 상처가 없다.


‘신체를 뒤덮어 강화하는 이능력인가. 단순무식하지만 골치가 아프군.’


힘의 정체는 붉은 인간이 가진 능력.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떠한 종류의 에너지가 전신을 강화한다.


원리가 뻔히 보여 헌터도 당장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작동방식의 이능력이었다.


어떠한 묘리도 기발한 전술도 아니다. 그냥 힘에 취해 몸뚱어리로 들이미는 적이다.


원래 능력을 쓸 수 있다면 제일 반가운 상대이건만 지금은 정반대다.


‘광증을 각오하고 나도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가.’


짧게나마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깃털같이 작은 권능을 써서 이길 수 있을 터.


헌터는 왠지 그것이 열 받았다.


‘이렇게 약한 상대에게도 광기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맞상대해야 하는가.’


너무나 불합리하다.


상대가 철저한 강자였다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고 맞서는 것이 아깝지 않을 터.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


이런 남는 것 없는 적자인 사냥은 별로다.


무저갱은 이런 불합리함만 강요하는 걸까? 헌터는 상념에 잠겨 지루한 공방은 수백여 합을 넘도록 계속되었다.


‘차라리 이대로 합이 이어져 녀석이 지쳐 나가떨어진다면···.’


그런 생각을 들 정도로 녀석의 허술한 공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갑자기 무언가 변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색의 에너지. 그것이 몸을 덮는 것이 아니라 흡사 맹렬한 수류처럼 전신을 뒤덮어 회전하는 흐름을 일으키는 것이다.


‘에너지의 순환인가?’


헌터가 살던 세상에서는 거의 못 본 힘의 작동방식.


그 에너지의 회전이 맹렬하게 할퀴듯 변한다.


비효율적인 힘의 운용이 아닌가 평가하던 헌터는 녀석의 붉은 기운이 점차 진해지다가 주황색의 빛이 묻어 나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광기의 색깔이···. 바뀐다?’


헌터는 예리한 안력으로 그 미미한 변화를 눈치챘고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빠드드드득


쇠가 갈려나간 소리.


헌터가 내동댕이친 철제봉이 녀석의 피부에 닿자 조각조각 갈려버리는 광경이었다.


‘무기를 놓지 않았다면 손까지 뒤틀렸겠군.’


몸에 닿는 물체를 맹렬하게 회전하는 에너지 흐름을 이용해 갈아버리는 붉은 인간. 이제는 주황빛이 나는 미친 인간.


미친 인간은 조금 전 기운을 강하게 쓴 모양인지 다소 헉헉대는 모습이었다.


“동물···. 혐오! 공감···. 지능! 야생동물···. 밀렵꾼! 참피···. 보호!”


비효율적인 힘의 운용이라 평가한 헌터의 어림짐작이 맞았다. 오래 유지할 수 없는 파괴적인 힘의 방식.


그 모습에 헌터는 붉은 인간과 수백합을 나누며 잠겼던 상념이 다시 떠올랐다.


너무나 허술한 힘의 운용.


한눈에 보고 따라 할 수 있으리라.


‘가능하다.’


따라 해볼까?


그 발상이 헌터의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 총체적인 판단은 이미 끝났다.


‘마침 저 비효율적인 이능력은 전신을 강화하는 공방 일체의 능력이다. 잠깐 자아와 이성을 잃는다고 할지라도 저런 약한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 터.’


쇠몽둥이 정도는 단번에 갈아버리는 방어능력이라면 그 대가로 몇 분의 시공 오염 현상 - 광증을 각오할 수 있으리라


헌터는 각오했다. 천천히 숨쉬며 천천히 자신의 진정한 힘을 일으켰다.


잠시 오감에 약간의 착란 증세가 오겠지만 광증이 오기 전에 이미 발동하면 끝이다.


헌터의 달인과 같은 전투 감각은 실수 없이 상대의 힘을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헌터의 기대는 여지없이 배신당했다.


이능력을 발휘한 헌터가 맹렬히 회전하는 능력을 흉내 냈고 단번에 붉은 인간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온난화는 허구···? 나노봇의 그레이구···? 생체 기계의 범람···? 생태계 보호······.”


허무하게 땅바닥에 처박힌 붉은 인간은 여지없이 헛소리를 나불대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다.’


기대는 좋은 쪽으로 배신당했다.


“엔트로피 역전 시도···. 불가···. 라플라스는··· 어디에···.”


미친 붉은 인간의 머리를 발로 밟아 제압한 헌터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왜 미치지 않지?”


매끈한 금속표면에 반사된 헌터의 눈동자는 붉은 기운 하나 없이 깨끗하고 맑았다.



☆★☆★☆



‘이능력을 사용했음에도 시공오염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째서?


수백 번이 넘는 실험 동안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는데 정작 실전에서는 시공오염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헌터는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다.


‘천천히 생각해보자. 변수는 무엇인가?’


헌터는 다시 이능력을 발휘해보았다. 즉각적으로 오감을 혼란케 하는 환각 증상이 찾아온다.


광증이 사라지고 공원 화장실 내 거울에 얼굴을 비추니 약한 붉은 기가 헌터의 눈빛에 새겨진다. 그 빛은 천천히 사라진다.


‘역시나 시공오염은 그대로다.’


그렇다면 혹시? 헌터는 다시 한번 이능력을 발휘했다.


그 이능력은 조금전 붉은 인간이 사용했던 이능력의 방식이었다.


헌터의 몸에서 무형의 에너지가 솟아 나와 전신을 뒤덮는다. 몸을 강력하게 강화한 에너지는 곧 회전하는 수류의 흐름이 되어 맹렬하게 사방을 찢는 전신 갑옷이 된다.


‘미친 인간이 사용했던 이능력을 따라하면 미치지 않는다.’


미쳐버린··· 붉은 인간이 쓰는 기술을 따라 하자 미치지 않는다.


헌터는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 이능력을 반복해서 발동하고 몸상태를 체크했다.


이미 미쳐버린 인간을 능력을 따라 하면, 미치지 않는다.


“드디어··· 실마리가 잡혔다.”


헌터는 무저갱에 와서 얻은 첫 번째 깨달음에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무력하지 않다.’


헌터는 막힌 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원래의 힘의 만분지 일도 안되는 미약한 이능력이지만 그게 어딘가.


혈이 뚫렸다. 이 무저갱에서 원래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혈이 뚫린 것이다.


‘그나저나 이 붉은 인간은 어쩌지?’


헌터는 철제 구조물을 이용해 양팔 양다리를 뒤로 엇갈리게 묶어 포박한 붉은 인간을 쓱 바라보았다. 이능력을 쓰면 스스로 육체가 다치도록 팔다리를 겹쳐 꽉 고정해놓았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붉은 인간. 말을 하기는 하는데 여전히 알아듣지 못할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이다.


‘당장 위험하진 않겠군.’


헌터는 일단 녀석을 살려두기로 했다.



그 사소한 전투를 겪고 난 후에는 별일이 없었다.



헌터는 붉은 인간이 발휘한 이능력을 점차 가다듬어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는 무기 없이도 무저갱의 괴생물체 따위야 단번에 갈아버릴 힘이 있다.


헌터는 숙제를 하듯 심연문법을 외우고 참피를 관찰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간혹가다 참피 무리 사이에서 목숨을 구한 ‘오리참피’ 녀석이 보자 헌터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뒤뚱거리며 걷는 고마운 참피다. 어찌 됐든 힘을 되찾게 해준 계기를 만들어준 녀석이니까.


딱히 그 참피와 접촉할 이유는 없었기에 헌터는 나무위에서 여유롭게 그 이종족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새 무저갱의 생존자들이 깨어날 날이다.


헌터는 바위틈의 임시기지로 들어온다. 아키가 만든 공간이동장치에 인증절차를 받았다.


처음 아키가 콜드슬립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화면 위로 카운트다운이 표시된다. 그 수치가 100%에 달하자 환한 섬광과 함께 순간이동이 발동했다.


“왔군, 헌터.”


정신을 차리자 다시 한번 예의 그 지하 공간.


이번엔 아키 혼자가 아니었다.


빈터였던 나머지 공간 시공간동결장치 콜드슬립 기기 6개가 차곡차곡 원형으로 배치되어있었다.


또한 중앙의 원탁의 테이블에는 이미 다섯 명이 앉아있었다.


검을 든 사람.


방패를 등에 걸친 사람.


고깔모자를 쓴 사람.


철제 강화복을 입은 사람.


그리고 하얀 백의의 가운을 걸친 아키.


이제는 눈치 챌 수 있다.


노란색의 눈동자를 지닌 아키.


초록색의 눈동자가 세 명.


그리고 검을 든 파란색의 눈동자까지.


‘강하다.’


헌터의 피부에 짜릿하게 느껴지는 기운은 하나같이 광기 어린 무저갱을 살아온 각양각색의 강자들임을 짐작게 했다.


아키가 말했다.


“생존자들 자기소개보다도 채점부터 시작하지.”


“···채점?”


“심연문법의 채점. 이 정식기지를 이용하는 동료로서 받아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헌터 당신은 동의했지.”


“···사실 좀 자신 없군.”


“그런가?”


사실 그 부분은 한 달 동안 그다지 진전이 없었다.


대화상대가 없으니 혼자 달달 외우긴 했으나. 그걸 실제로 적용하는건··· 전혀 다른 일인 것이다.


마치 보낼 상대 없는 연인에게 쓰는 편지처럼··· 혼자 쓰는 연애편지만큼 궁상스러운 게 없다. 헌터는 딱 그 기분으로 수첩을 내용을 외웠다.


멋쩍은 헌터와 달리 아키는 진지했다.


“하지만 지금 채점해야 해. 이미 우리들의 모습을 본 순간 헌터 당신의 선택지는 두 가지 뿐이야.”


채점에 통과하던가, 죽던가.


섬광이 엄습한다.


-핑


공격?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유추할 수 없던 기습.


그러나 헌터는 한 달간 연애편지를 쓰는 것 같은 지독한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즉각적인 이능력 사용에 익숙해졌다.


헌터를 향해 날아온 수백여 발의 송곳 같은 탄환들. 어두운 사각에서 날아온 그 탄환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헌터의 몸에 박혔다.


그러나 헌터의 헌터복을 꿰뚫는 탄환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이이잉


헌터의 몸에는 맹렬히 회전하는 수류가 생성되었고 탄환들은 녹아내리는 설탕처럼 힘을 잃고 갈려버리는 것이다.


반자동적으로 투사무기에 대해 대응한 헌터는 어째서 자신을 공격했는지 따지려고 했다. 그런데 아키는 손뼉을 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합격이야.”


“?”


그리고 원탁의 다섯 명 전부 가볍게 손뼉을 친다.


“심연문법을 익힌 동료가 된 걸 축하한다.”


“??”


알 수 없는, 어리둥절한 축하 인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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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피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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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먹을만하네요 22.11.17 17 0 11쪽
14 014 먹을만하네요 22.11.16 19 0 11쪽
13 013 먹을만하네요 22.11.15 19 0 11쪽
12 012 두려워요 22.11.14 15 0 10쪽
11 011 저는 기어다닐거에요 22.11.12 19 0 15쪽
10 010 모르겠어요 22.11.11 17 1 11쪽
9 009 참잘했어요 22.11.10 19 1 15쪽
» 008 축하해요. 22.11.09 16 1 13쪽
7 007 뭘봐요 22.11.08 16 1 12쪽
6 006 어쩌라는거야 22.11.07 21 2 12쪽
5 005 어지러워요 22.11.05 21 1 10쪽
4 004 반가워요 22.11.04 26 1 12쪽
3 003 이상해요 22.11.03 34 2 11쪽
2 002 이상해요 22.11.02 39 2 14쪽
1 001 이상해요 +4 22.11.01 11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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