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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참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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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럭
작품등록일 :
2022.10.26 23:17
최근연재일 :
2022.11.17 23:2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02
추천수 :
25
글자수 :
80,287

작성
22.11.01 22:13
조회
112
추천
7
글자
10쪽

001 이상해요

DUMMY

001 이상해요



남자는 하늘에서 떨어졌다.


여긴 어디인가 하는 생각은 피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흘러 사라졌다.


단련되어 탄탄한 육체도 중력 가속도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상황을 파악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남자는 생각했다.


기껏해야 자유낙하다. 남자가 가진 힘을 쓴다면 가뿐하게 착지할 수 있다.


‘바다는 아니군.’


지평선까지 뻗어있는 광활한 메트로폴리스. 도시 가운데 뻥 뚫려 있는 광장 같은 공간이 바로 아래 있다.


남자는 지면에 보이는 광장의 거대한 석상 옆으로 떨어지기 위해 ‘힘’을 쓰려 했다.


단련된 몸이 위급상황에 맞춰 전투 감각을 일깨운다. 그가 이능적인 힘을 쓰려던 순간 저 멀리서 괴상한 소리가 울렸다.


“인간씨! 힘을 쓰면 미쳐버리는데스! 쓰지 않는데스!”


그것은 찢어지는 듯한 확성기에 증폭된 음성이었다.


무슨 뜻일까. 적인가 우군인가, 몇 초 갈등했지만, 선택은 하나였다.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믿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을 배신한 적이 없다.


‘일단은 살아야 한다.’


남자는 자신의 이능력을 썼다. 남자의 몸은 일순 깃털처럼 중력을 배반하고 가뿐하게 지면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가볍게 미쳤다.


“?”


눈앞의 모든 것이 믹서기처럼 갈리는 기분이다. 시각부터 시작해 몸의 오감이 남자를 배신하고 강제로 혼돈을 들이붓는다.


시야는 추상화처럼 일그러지고 코에서는 있을 리 없는 달콤한 향기가 나며, 피부에서는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통각이, 귀에서는 요들송을 부르는 듯한 감미로운 자장가가 울린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뜬금없이 후끈한 매운맛까지.


정신공격인가? 아니다. 그런 낌새는 없었다. 남자는 무수한 전투로 심리를 혼란케 하는 환상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었다. 이건 환각 따위가 아니다.


‘지금 이상한 건 내 몸!’


강인한 힘으로 인해 사소한 상처나 부상 따위는 순식간에 낫는 남자의 견고한 육체다.


상황판단이 끝난 남자는 발동하고 있던 ‘이능력’을 종료하고, 필사적으로 제정신을 차리려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바닥에 쥐 죽은 듯이 엎드려 몸을 가다듬자. 불과 수십여 초 만에 몸의 통제권이 돌아왔다.


‘위험했다.’


방금의 혼란 직후 공격이 직격했다면 남자로서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전투 경험이 알려준다.


하지만 그 어떤 오랜 전투 경험도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엎드린 남자의 몸 바로 앞에는 거대한 석상. 거대한 드래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


용. 석상이라고 생각한 것은 광야에 몸을 엎드리고 있는 오색찬란한 피부를 가진 드래곤이었다. 빌딩 수십여 채를 모아도 저 몸보다는 작으리라.


그 신화적인 거대한 드래곤은 살아있었고 바로 눈앞에서 가볍게 진동하고 있다.


남자는 식은땀이 흘렀다. 적이다. 그것도 매우 강대한 적.


남자는 다시 한번 전투 상태로 몸이 깨어나려고 했다. 순식간에 전투 감각을 끌어올려 눈앞의 용에 대적하려던 그 찰나.


“싸우지 않는데스! 도망치는 데스! 미쳐버리는데스!”


광장의 구석에 도심으로 향하는 어느 구덩이에서 다시 한번 확성기가 울리는 것이다.


“어서 이리로 오는데스! 인간씨!”


이 필사적인 호소는 적어도 적의는 아니리라.


남자는 재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능력을 쓸 필요도 없다. 가볍게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남자의 가공할 만한 각력으로 순식간에 광장에서 벗어났다.


남자의 뇌리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슬며시 눈동자를 떠 자신을 바라보는 거대한 드래곤의 시선이었다.





“위험한데스. 어서 도망치는데스. 아직 용용씨가 안자는데스.”


그것은 매우 작은 소인이었다.


“...요정?”


남자의 몸에 비해 거의 손 한 뼘에서 발바닥 정도의 크기. 무릎에도 오지 않는 자그마한 몸. 움직이기 편한 옷과, 인형이나 쓸법한 배낭을 메고. 좌, 우에는 다른 눈동자 색을 지닌 조그마한 소동물이었다.


“요정이 아닌데스. 참피인데스. 아무튼 도망쳐야하는데스.”


그것의 이름은 참피라고 한다.


남자는 갑작스럽게 만난 말이 통하는 이종족의 등장에 말문이 막혔다.


‘아무튼 도움은 받았으니.’


참피가 오라는데로 구덩이 아래로 내려오자 그제야 참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저 작은 몸으로 용케 구덩이를 타고 넘는지 의아할 정도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남자는 자기소개를 하려 했다.


“일단 내 이름은···.”


“안되는데스. 이름도 밝히면 안되는데스. 미쳐버리는데스. 제일 큰 데스.”


“?”


“기억나는데스? 인간씨가 원래 세상의 힘을 쓰면 미치는데스. 이 세상에는 이 세상에 있는 힘만 써야하는데스. 안그러면 미치는데스.”


중력에 반하는 이능력을 쓰고나서 환각을 본 게 설마 그 탓이란 말인가?


“...이게 뭔?”


자기 이름조차 밝히면 안 된다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화에 남자는 할 말을 잊었다.


“다르게 부르면 되는데스. 다른 이름인데스. 원래 이름이 아니면되는데스.”


“칭호.”


“그거인 데스. 다르게 부르면 미치지 않는데스.”


그럼 이해가 쉽다.


“나는 헌터. 헌터라고 불러라.”


“헌터씨?”


“그래.”


남자, 사냥꾼은 말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저 무시무시한 용새끼가 노려보는 시선에서 말이야.”


그렇게 한 참피와 헌터는 구덩이 아래 파인 굴 같은 참호 사이로 빠르게 광장에서 벗어났다.



☆★☆★☆



“구해줘서 고맙다 참피.”


“아키참피인데스. 아키씨가 지어준 내 이름인데스.”


“그래 고맙다 아키참피.”


헌터와 아키참피는 광장 구석의 구덩이에서 연결된 참호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헌터는 슬슬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니 자신이 이 이상한 세계에 굴러들어온 다른 세상의 외부인이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현대적인 도시 구조는 익숙하다. 내가 살던 세계와는 그렇게까지 다른 세상은 아닐 테지.’


하지만 뭔가, 뭔가 결정적으로 다르다. 사소하지만 이 공기부터 분위기. 밝은 빛마저도 뭔가 꺼림칙하다.


지금까지 그의 생명을 구한 감각이 매 순간 위험하다고 적색 경고를 띄우는 이 상황자체가 모순적이다.


‘위험에서 벗어났는데도 경고가 울린다. 착각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이 좁은 굴 같은 참호. 자연적으로 만든 게 아니다. 헌터의 상식으로는 현대적 도심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의 손이 느껴지는 건설행위다. 설마 이 조그마한 참피가 만든 건 아닐 터.


“이 참호는 아키란 사람이 판건가?”


“참호? 굴데스? 아키씨가 만든데스? 아마도 데스. 난 잘 모르는데스.”


“흠.”


헌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 이 참피란 녀석은 지능이 좀 낮은 것 같다.


대충 예상은 간다. 저 광장의 드래곤에게 접근하기 위해, 포격을 피할 수 있는 사각을 만들기 위한 지형지물. 혹은 그 반대로 도망치기 위한 지형지물.


어느 쪽이건 이 세상에는 저 거대한 용에 대적하려는 자들이 있다. 그것은 희소식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적의 적은 아군이 아닌가.


‘하지만 내 능력을 쓰면 미쳐버린다니. 어마어마한 리스크다.’


아키참피의 조악한 설명 따위보다는 헌터는 자기 자신을 믿었다.


이능력을 아주 잠깐 쓰자 반동으로 전달되는 이상한 정신공격 같은 현상. 그는 걸어가면서 자신의 몸으로 실험에 열중하고 있었다.


발휘한 것은 큰 이능력도 아니다. 헌터의 원래 세상에서는 숨 쉬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가볍게 몇 초 동안 몸의 통제권을 잃어버린다.


거기서 나아가 조금이나마 현실을 비트는 깃털 같은 권능을 발휘하니 분 단위로 정신이 나가버린다.


참호를 걷다가 멈추고 걷다가 멈추고. 그렇게 반복실험하며 시간이 지체되었다.


헌터의 강인한 육체 회복력과는 별개의 무언가가 작동하는 듯하다.


‘이건···. 내 능력은 아예 못쓰겠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상의 힘을 쓰면 무조건 정신이 나간다. 아주 간단한 법칙을 깨닫자 심각성을 느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전투조차 불가능해.’


갑자기 힘을 강탈당한 것과 같았다.


하지만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다. 헌터로서 덕목인 집요함이 분명 길이 있다고 방향을 가리킨다. 마침 대적하는 이도 있지 않은가. 그 아키라고 하는 사람 말이다.


“아키참피. 이제 슬슬 참호가 끝나는데. 이 끝에 다른 인간이 대기하고 있나?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텐데.”


헌터의 예리한 감각은 소리가 울려 퍼져 반향정위를 느끼는 박쥐처럼 이 길이 끝난다는 걸 알렸다.


“무슨 소리인데스? 여기에 인간씨가 어떻게 있는데스?”


“?”


“헌터씨는 모르는데스. 이 세상에 인간씨는 두 종류뿐인데스.”


아키참피는 뭉툭한 단풍손 손가락을 벌리며 말했다.


“미친 인간씨와, 잠자는 인간씨인 데스.”


“인간이 없다고? 그럴 리가 소리가 들리는데.”


참호 끝에는 분명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야 당연히 참피들인데스.”


조심스레 참호 끝을 벗어나자 웅성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멀리 원경으로 잡히는 광경. 빌딩 사이로 골목 사이로 움직이는 쥐 떼처럼 대량의 인파가 이리저리 흩어진다.


그리고 그 인파를 쫓아가는 무기질적인 괴생명체가 마치 벌레를 퇴치하는 것처럼 참피들을 대량으로 도륙하고 있었다.


피륙이 흩날리며 비명이 바닥을 적신다.


긴 참호를 빠져나오자.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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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축하해요. 22.11.09 15 1 13쪽
7 007 뭘봐요 22.11.08 16 1 12쪽
6 006 어쩌라는거야 22.11.07 21 2 12쪽
5 005 어지러워요 22.11.05 21 1 10쪽
4 004 반가워요 22.11.04 26 1 12쪽
3 003 이상해요 22.11.03 33 2 11쪽
2 002 이상해요 22.11.02 39 2 14쪽
» 001 이상해요 +4 22.11.01 11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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