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휘유유유.
한강다리 위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난간에 비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얼룩지고 누진 와이셔츠, 헐거워지고 뜯어진 면바지, 먼지 잔뜩 붙은 머리카락, 때 구정물이 흐를 것 같은 더러워진 면상.
오랜 노숙생활로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다.
진절머리가 나는 세상이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싫지 않은 게 있다면 외롭고 힘이 들 때 다독여주던 바람뿐이었다. 어쩌면 지금 또한 조금 더 버텨보라고 불어주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락이나 다름없는 바닥에서는 더 기대할 게 없었다.
시커멓게 더러운 손을 보며 생각했다.
‘만일 내가 이십 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이렇게 바보처럼 살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적게는 수백 번에서 많게는 수천 번까지 해본 생각이기도 했다.
막 대학에 들어갔을 시절을 떠올리자니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루지 못한 소원이 한 백 가지는 되려나?”
나름 쫓기듯 살아왔지만 불행하게도 삶에 만족을 얻거나 행복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아무 낙도 없는 절망만 있는 세상이라면 떠나는 게 낫겠지.”
더 이상 암울한 현실을 이어갈 용기가 없다.
삶을 끝내기로 결심을 굳히며 몸을 던졌다.
그렇게 삶은 끝나는 듯싶었다.
- 작가의말
정말 오랜만의 연재라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ㅎㅎ;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