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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인자강 특) 격투기 피지컬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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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9.18 16:36
최근연재일 :
2024.01.02 13:2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3,114
추천수 :
751
글자수 :
239,870

작성
23.12.23 10:20
조회
850
추천
16
글자
11쪽

실행에 옮길 날

DUMMY

난 바닥에 떨어진 한상헌에게 파운딩을 날렸다.

하지만 녀석은 발바닥으로 내 골반을 밀어내면서 거리를 벌렸다.

한상헌의 반항에 나도 전진하는 발에 더욱 힘을 줬다.

하지만 다리뼈로 프레임을 만들어 버티는 데에는 방법이 없었다.

내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사람 뼈를 접어버릴 정도는 아니니까.

난 공격 목표를 바꿨다.

가까이에 있는 쪽으로.


-콱!


내 골반을 필사적으로 밀어내고 있는 한상헌의 한쪽 발을 붙잡은 뒤 정강이에 팔꿈치를 꽂았다.

아까 내게 맞아 생긴 멍이 마치 과녁 같았다.

정확하게 아까 찍은 곳을 또 가격해줬다.

이에 한상헌은 발작적으로 다리를 움츠렸다.


“으윽...!”


참을 수 없는 신음과 함께.

동시에 몸을 빙그르르 돌려 또 내 발목을 잡으려고 했다.


“사람을 멍청이로 보나....”


같은 수법을 쓰려는 게 훤히 보여서 이번엔 내가 먼저 녀석의 발목을 붙들었다.

팽이처럼 돌던 한상헌의 몸이 덜컥 멈췄다.

난 더 이상 이놈의 영역에서 싸워줄 생각이 없었다.

손에 잡힌 발목을 힘껏 당겨 놈을 케이지 벽으로 던져버렸다.


-부웅, 철렁!


완전히 내동댕이쳐진 한상헌.

난 녀석을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야, 이제 그만하고 깔끔하게 딱 붙자!”


하지만 돌아온 건 양손에 올라온 가운뎃손가락이었다.

한상헌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광경에 관객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

“안 통하는 거 알았으면 이제 딴 거 해!”

“야이씨, 자빠져 잘 거면 집에 가라!”

“저런 놈 왜 자꾸 데려오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 소리가 안 들리는 건 아닐 거다.

얼굴 가득 자존심 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래, 너도 지면 안 될 이유가 있는 거겠지.

난 이를 악물고 있는 한상헌을 보았다.

빨판이 달린 문어발처럼 내민 두 다리.

저 질척거리는 싸움방식을 짓밟아줘야겠다.


“후우...!”


깊게 호흡하며 폐에 신선한 공기를 채운 난 곧장 한상헌에게로 달려갔다.

그런 뒤 있는 힘껏 도약했다.


-후웅-


가슴까지 끌어올린 두 다리는 한상헌의 방어를 가뿐히 넘었다.

녀석은 내가 점프를 해버릴 줄 전혀 몰랐는지 눈과 입을 되는대로 벌리고 있었다.

난 한상헌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씨익 웃어줬다.


“재밌는 경기, 만들어보자고!”


잠시 체공해있던 내 몸은 금세 중력의 영향을 받아 뚝 떨어졌다.

난 낙하하는 힘을 그대로 발에 실어 한상헌의 가슴을 찍었다.


-쾅!


그 짧은 사이에 한상헌은 팔뚝으로 막았지만,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아아악!”


뚝-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팔 뼈가 부러져버렸고, 더 이상 경기를 이어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심판장은 어느새 내 곁에 와서 추가타를 치려던 날 말렸다.


“그만. 경기 끝났습니다.”


“...예.”


나는 부러진 팔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한상헌을 보았다.

관객들은 아직까지도 녀석을 향해 악담을 던지고 있었지만, 나로서는 상당히 인상 깊은 상대였다.

싸우기 전에 말을 걸면서 거짓 정보를 흘리다니.

신주섭한테 시비 거는 걸 못 봤다면 심리전에 넘어가서 불리하게 시작했겠지.

이 자식의 실력이라면 서브미션으로 초살 당했을 수도 있다.

아마 처음에 통성명을 한 것도 혹시 정 많은 상대일 경우 손에 사정을 두길 바랐던 걸 거다.

잠깐이나마 빈틈이 생기면 상황을 역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참 대단한 놈이야.”


나는 한상헌에게 칭찬을 해주고 옥타곤을 벗어났다.

초반엔 지지부진한 경기를 펼쳤지만, 사람을 집어던지고 스톰핑까지 보여준 덕분에 관객들은 내게 만족한 모양이었다.


“불도저! 불도저!”

“다음 경기도 부탁한다!”

“최고다, 불도저!”

“와아아!”


경기장을 벗어나는 날 향해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으니까.

상대와의 수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큼이나 중독적인 쾌감이 짜릿하게 뇌를 자극했다.

이 맛에 시합 뛴다니까.

나는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퇴장했다.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오영웅 관장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뭔가 잔소리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을 떠올리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선빵을 쳤다.


“주짓수 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저런 상대한테 서브미션 안 당했으면 엄청 잘했죠. 예전에 관장님이 뭐라고 하셨죠? ‘주짓수는 힘만으론 어떻게 안 되는 영역이거든요~’라고 하셨었나?”


관장님의 말투를 과장되게 흉내 내며 주짓수 첫 수업 때 했던 발언을 상기시켰다.

이에 관장님도 민망한지 얼굴을 붉혔다.


“아니, 강용씨는 사람의 범주를 벗어났잖아요. 아주 고릴라야, 고릴라. 팔을 쥐어짜서 탭 받더니 이젠 사람을 던지네. 다음엔 사람을 찢겠어.”


“그 다음이 관장님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십쇼.”


“어쭈, 한번 해보자 이거죠?”


“이미 맨날 맞짱 뜨고 있는데 뭘 더 해보시려고요.”


“그건... 맞지.”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관장님.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말이 좀 거칠 뿐이지 권위적이거나 위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맞을래요?’에 ‘한 판 뜨시던가!’로 받아쳐도 되는 타입이었다.

그러다 조금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높은 스파링 강도로 복수했지만, 어차피 빡세게 치고받으면 배우는 것도 많았다.


“어우, 근데 오늘 상대한 사람은 싸우기가 되게 까다롭던데요.”


“그렇죠. 주짓수에서 우위에 있다는 걸 아니까 대미지 입어도 그냥 누워버리면 어떻게 하기 힘들죠. 무리해서 마무리하려고 하다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고요. 강용씨 팔꿈치 부러질 뻔했잖아요. 상태는 괜찮아요?”


관장님이 내 경기를 굉장히 집중해서 봤다는 게 느껴졌다.

스트레이트 암락에 걸렸을 때 뜨끔한 고통이 있었지만 제3자가 보기엔 기술이 실패한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네. 아까는 조금 욱신거렸는데 좀 쉬니까 괜찮아졌어요.”


“아깝네요. 후유증 남았으면 다음 주에 오른팔만 죽어라 괴롭히려고 했는데.”


“관장님도 아주 부상만 입어보세요. 그날로 체육관 서열 바뀌는 날입니다.”


“제가 양팔 묶고 싸워도 아직 안 됩니다.”


“그럼 스파링 할 때 양팔 묶어주세요!”


“아, 묶을 수 있으면 묶어보시든지!”


순순히 당해주지 않겠다는 듯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관장님.

나는 장난스럽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휴.... 당분간은 제가 그냥 당해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해보니까, 그래플링 쪽으로도 더 깊게 훈련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오늘 정말 위험했잖아요.”


“그렇긴 했죠. 그런데 그래플링은 단기간에 늘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워야 할 지식도 많고,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보는 게 중요한 종목이거든요.”


그래플링은 얽혀서 싸우는 방법을 의미한다.

태클과 같은 테이크다운.

넘어지는 걸 막는 테이크다운 디펜스.

관절기, 초크 등으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 내거나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서브미션.

타격이 포함된 상황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포지셔닝, 압박까지도 그래플링의 영역이었다.

이것들은 감과 재능으로도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타격에 비해, 지식과 숙련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그래도 빨리 늘지 않을까요? 레슬링 단독으로 배우고, 반복훈련 하고요. 주짓수 체육관 몇 군데 다니면서 주특기 다른 사람들이랑 많이 잡아보면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겠죠. 근데 강용씨 지금 주말에 승현 형님한테 무에타이 배우고 있잖아요. 또 유도관도 간다고 했고. 평일에는 근력운동 다녀와서 저랑 훈련하는데 어떻게 더 늘리려고요?”


이미 나는 회사에 있는 때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시간을 격투기에 쏟아 붓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그래플링 훈련을 추가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면, 상황을 바꾸면 답이 나오겠지.


“사표를 내면... 되죠.”


오늘 한상헌과 붙어보니 알겠다.

괜히 어중간하게 하면 어디서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확실하게 결단을 내리고 전력투구를 해야 했다.

격투기라는 종목은 파고들어야 하는 요소가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까.

관장님은 내 대답에 근심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괜찮겠어요? 종합격투기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 투잡 안 뛰는 경우가 드물어요. 안정적인 직장 가진 상태에서 운동하는 게 오히려 멘탈 측면에선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저는 시작이 늦었잖아요. 퇴사하면 퇴직금도 나올 테니까 한동안은 문제없습니다.”


물론 원래 월급이 크지 않았으니 퇴직금이 많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오늘까지 8연승 쌓으면서 상금 총합이 3천만 원.

스윗티 광고비와 너튜브에서 조금씩 발생하고 있는 수익까지 생각하면 돈에 쪼들리는 건 아니었다.

관장님은 내 눈을 지그시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도와줄 사람들한테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레슬링 쪽이 좀 난제네요. 어쩌면 좀 건너 건너서 연결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고, 회사에 잘 얘기해보시죠.”


평소엔 우악스럽게 말하기도 하고, 단순해 보이기도 하는 관장님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굉장히 믿음직스러웠다.

어떻게 해서든 내게 필요한 지원을 해주려는 마음이 보였다.

나를 본인이 끌어들였다고 생각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바로 팀장님이랑 면담해볼게요. 진행상황 바로바로 관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독한 업무 지옥에 빠져 있을 때 마음속으로는 수백 번도 더 던졌던 사표.

드디어 실행에 옮길 날이 왔다.


* * *


월요일에 출근한 나는 바로 사내 메신저로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팀장은 아직 출근 전이지만, 회사에 오면 바로 메시지를 볼 수 있게.

팀장이 나타난 건 오후나 되어서였다.


“주말 잘들 보냈어요? 오전에 대표님이랑 회의가 좀 있어서 늦었네.”


사장과의 회의는 팀장이 지각할 때마다 쓰는 단골 멘트였다.

팀장 출퇴근이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건 팀원 모두가 알고 있는데 왜 맨날 굳이 변명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자기 자리에 앉는 팀장을 슬쩍 보았다.

컴퓨터 부팅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의 낯빛이 변했다.

사내 메신저를 확인해보니 내가 보낸 메시지에 읽음 표시가 떠있었다.


-띠링


잠시 후,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8팀 박철호 : 강용씨 면담 꼭 오늘 해야되요? 오늘 바쁜데..]


바쁘기는.

월요일에 맨날 늦게 와서 가능하면 업무 잘 안 잡는 거 뻔히 아는데.


[네, 잠깐이면 됩니다.]


[8팀 박철호 : 알겟어요 그럼 바로 2회의실로 와요]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2회의실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도 곧장 그 뒤를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불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팀장이 의자에 앉지도 않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곤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아... 아니죠? 에이, 강용씨 왜 그래요. 아니죠? 요즘 괜찮았잖아.”


나는 아직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팀장이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 왜! 차라리 그냥 어디 고객사랑 싸웠다고 해줘요. 아니면 콘텐츠 이슈 생겨서 온라인에서 욕먹고 있다던가....”


홍보 대행사에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괜찮다고 하는 팀장.

하지만 아무리 동정 유발을 해도 내가 할 말은 바뀌지 않았다.


작가의말

악덕 상사일수록 부하 직원이 사표 내려는 낌새를 금방 알아차리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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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통했다 +2 23.12.28 731 16 13쪽
31 23.12.27 749 15 12쪽
30 혹시 쉬운가...? 23.12.26 799 14 14쪽
29 이제는 더 이상 안 참아 23.12.25 830 17 15쪽
28 나쁘지 않게 했구나 +1 23.12.24 845 19 16쪽
» 실행에 옮길 날 23.12.23 851 16 11쪽
26 한상헌 23.12.22 873 13 11쪽
25 치명적인 +1 23.12.21 892 16 12쪽
24 뭐하는 놈이야, 이거 23.12.20 962 17 14쪽
23 이런 게 행복이지 23.12.19 961 16 13쪽
22 너무 치사하다 +1 23.12.19 994 17 13쪽
21 세상 더럽게 불공평하네 23.12.18 1,014 20 12쪽
20 꿈만 같았다 +3 23.12.17 1,048 18 13쪽
19 무기 23.12.16 1,058 17 16쪽
18 누구 말이 맞는 거지? 23.12.16 1,092 16 17쪽
17 소싸움 23.12.15 1,115 19 11쪽
16 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23.12.14 1,122 20 15쪽
15 투우양성소 23.12.13 1,183 18 18쪽
14 사고 쳤다...! +1 23.12.13 1,221 19 14쪽
13 BJ빡꾸 23.12.12 1,187 22 14쪽
12 복싱이 뭐냐 23.12.11 1,194 21 16쪽
11 생각이 없었다 23.12.10 1,237 21 20쪽
10 스위치 23.12.09 1,305 22 15쪽
9 하고 싶은 이유 23.12.09 1,383 1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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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처음 +2 23.12.05 1,800 30 17쪽
3 불씨 +1 23.12.04 1,965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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