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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인자강 특) 격투기 피지컬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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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9.18 16:36
최근연재일 :
2024.01.02 13:2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2,664
추천수 :
743
글자수 :
239,870

작성
23.12.22 08:20
조회
862
추천
13
글자
11쪽

한상헌

DUMMY

대개 옥타곤에 입장하면 반대편 코너에서 상대 선수가 기다리고 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끔은 케이지를 쭉 돌아보면서 바닥 컨디션을 체크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오늘은 그런 통상적인 상식을 깨는 놈이 나타났다.

내가 들어오는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니.

게다가 손을 불쑥 내밀어 악수 요청까지?


“이거 손이 민망하네요. 아직 경기 시작된 거 아니니까 악수 정도는 받아주시죠?”


능글맞은 태도를 보이는 상대.

그러고 보니 얼굴이 왠지 익숙했다.

양팔을 뒤덮고 있는 이레즈미.

뱀 같은 눈.

아, 첫날에 신주섭한테 시비 걸었던 녀석이구나?

난 그날 이놈 하는 짓이 꽤 인상적이어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얜 아닌 모양이었다.

마치 예의 있는 사람처럼 구는 걸 보니까.


“음, 이런 적은 처음이어서. 잘 해봅시다.”


“그럼요. 재밌는 경기 만들어보자고요. 난 한상헌이에요.”


이제 아주 통성명까지?

난 굳이 대꾸하지 않고 악수를 끝냈다.

한상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떠들었다.


“과묵한 편이시네. 흐, 경기로 보여주는 타입? 여기서 완전 화끈한 경기 만들면 보너스도 주는 거 알고 있어요? 어차피 둘 중 하나는 몸 꽤나 상할 텐데 돈이라도 챙겨보자고요.”


마치 보너스를 받아봤다는 듯이 말하는 한상헌.

나로서도 돈 얘기엔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끈한 경기 얘기를 하는 걸로 봐선 타격 베이스인가?

난 한상헌의 팔다리를 훑어봤다.

하지만 화려한 문신으로 덮여있어서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순 없었다.

정말 인사만 하려는 거였는지, 한상헌은 금세 옥타곤의 반대편으로 갔다.

그제야 중앙으로 온 심판장.

둘이 대화한 것에 대해선 딱히 지적하지 않고 양쪽의 준비 상태를 살폈다.

그러고는 이내 경기 시작 선언을 했다.


“1라운드, 시작!”


난 언제나와 같이 빠르게 전진해 옥타곤의 중심을 선점했다.

반면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한상헌.

녀석은 왼손을 내밀며 글러브 터치를 하자는 사인을 보내왔다.

첫인상이랑은 다르게 매너 게임을 하는 편인가?

내가 마주 손을 내미는 순간, 한상헌이 빠르게 주저앉았다.


-팟!


내 주의가 잠깐 위로 향하자마자 곧장 양팔로 내 허리를 감으면서 상체 태클을 걸어온 거다.

순식간에 내 측면으로 들어온 한상헌은 내 뒤꿈치에 다리를 걸어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툭!


비슷한 시퀀스를 자주 이용했었는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

하지만, 한상헌이 간과한 점이 하나 있었다.

난 이미 선수 대기실에서 이놈이 신주섭에게 수작질 부리던 걸 봤었다는 사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놈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었다.

덕분에 난 한상헌의 태클이 들어오자마자 대응할 수 있었다.

내 허리를 싸잡은 그립을 손으로 뜯어내니 간단하게 풀렸다.


-투둑!


날 바닥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체중을 내리깔고 있던 한상헌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름 속임수를 썼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혼자 나자빠진 셈.

안 그래도 매섭던 두 눈이 더 표독스러워졌다.


“이 씨발...!”


하지만 한상헌한테는 한가로이 욕이나 뱉을 여유가 없었다.

내 무릎이 곧장 놈의 얼굴을 짓뭉개려 움직였으니까.


-후욱!


내가 날린 니킥을 가까스로 피한 한상헌.

위협적인 공격에도 녀석은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

도리어 내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더니 한 손으로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양 다리로 내 오른다리를 휘감아왔다.


-스륵


뭐야, 이거?

온몸의 힘을 이용해 발목을 당기고, 동시에 내 골반을 밀어내니 버티지 못하고 넘어져버렸다.


-쿵!


기묘한 방식으로 넘어졌지만 방금의 상황을 복기할 시간이 없었다.

내가 쓰러지자마자 한상헌이 내 발목을 사정없이 비틀고 있었으니까.

난 서둘러 무릎을 꿇고 발목에 힘을 줬다.

동시에 한상헌이 힘을 주고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하체 관절기를 무력화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연계 공격의 일환이었던 모양.

한상헌은 잡고 있던 내 발목을 들어 올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휙-


어느새 나는 바닥에 등을 대고 있고, 내 복부 위로 한상헌이 올라와 있었다.

완전 풀마운트 상태.

파운딩을 맞을 수도 있고 초크나 암바 등의 서브미션을 당할 위험이 커 불리한 포지션이었다.

세상에, 태클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그라운드로 끌고 올 수 있구나...!

위기 상황에서도 난 속으로 감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위에서 악에 받쳐 욕을 씹어 뱉는 한상헌.


“이 씨발 멧돼지 같은 새끼...! 뒈져라!”


녀석은 한쪽 다리를 내 뒤통수로 넘겼다.

그것만으로도 가슴과 목에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트라이앵글 초크구나...!

난 한상헌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지금도 숨통이 조여오고 있지만, 분명 탈출 기회가 온다.

미지의 기술을 당하는 것과 다음 단계를 알고 있는 데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같은 고통도 더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생기는 거다.

난 한상헌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근슬쩍 오른 팔꿈치를 몸 중앙 쪽으로 당겨왔다.

일부러 괴로운 숨소리와 함께.


“흐읍...! 흐으....”


한상헌은 내가 자신의 기술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여겼는지, 몸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내 목 뒤로 감은 다리에 반대편 오금을 걸려고 했다.

완전히 트라이앵글 초크가 완성된다면 승리를 손에 넣을 테니까.

하지만 난 필사적으로 내 팔꿈치를 한상헌의 허벅지 아래로 밀어 넣었다.


-퍽!


거의 엘보우를 치듯 팔꿈치를 집어넣는 데에 성공했다.

순간 무게중심이 뜬 한상헌.

난 오른쪽 팔뚝과 왼손으로 놈을 힘껏 밀어냈다.


-팍!


지금까지 꾸준히 투우양성소에서 운동을 한 덕분에 내 벤치프레스 기록은 130kg까지 올라갔다.

한상헌의 체중이 얼마나 나가는지는 몰라도 130kg보단 가볍겠지.

과연 녀석의 엉덩이가 번쩍 들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오른다리가 내 머리 아래 깔려있는 바람에 완전히 던지진 못했다.

난 나자빠진 한상헌의 상체를 제압하려 했다.


“흡!”


그런데 놈은 내 상체 움직이는 힘을 이용해서 몸을 뱅글 돌렸다.

순식간에 내 오른손목을 채더니 내 겨드랑이와 팔 바깥으로 다리를 교차해 어깨 관절을 눌렀다.

이대로면 상체가 고꾸라져 얼굴을 바닥에 처박게 생겼다.

난 이제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기술적으로 내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그만 좀 하자!”


난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면서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제자리에 섰다.

오른팔엔 한상헌을 매단 채로.


“어...? 씨발, 이게 뭐야.”


한상헌은 내가 자신을 냅다 들어버릴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며 경악했다.

그러면서 잽싸게 다리를 풀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실책이었다.

기술 풀고 도망치면 난 뭐 가만히 있겠냐?

난 녀석의 목을 붙잡고 바닥에 내리꽂아버렸다.


-쾅!


바닥이 울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

한상헌의 눈이 일시적으로 풀리는 게 보였다.

난 이대로 놈의 목을 압박해서 경기를 끝내려고 했다.

그런데 분명히 정신을 반쯤은 잃은 한상헌이 움직임을 보였다.

몸을 옆으로 비틀더니 팔뚝으로 내 팔꿈치를 후려쳤다.


-툭!


역시나 반쯤은 그냥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는지 큰 힘이 실리진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상헌의 스트레이트 암락은 내 관절에 꽤 부담을 줬다.


-우득!


순간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팔뚝부터 뒷목을 타고 흘렀다.

만약 제정신인 상태로 당했으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겠다.

이에 내가 팔을 빼자 한상헌은 해롱해롱한 상태에서도 무작정 내 다리를 붙잡으며 대미지를 회복했다.


“이 지독한 놈...!”


난 한상헌의 머리를 밀어내면서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워낙 가까이 달라붙어 있으니 충분한 충격을 주기 어려웠다.

결국 눈의 초점이 돌아온 한상헌.

이 정도면 의지도, 기술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놈은 내 한쪽 다리를 붙들고는 양발로 나머지 다리의 허벅지 안쪽을 찼다.

그로인해 내 중심이 무너지는 순간 무릎이 뒤틀리는 느낌이 왔다.


-뿌드득...!


십자인대가 끊어질 것만 같은 통증.

이 지긋지긋한 그라운드 지옥에서 나만 계속 손해를 보는 것 같은데...!

잠깐, 손해...?

난 문득 최승현 관장님한테 배웠던 내용이 떠올랐다.

공방에서 항상 이득을 봐야 한다던.

비록 타격에서의 이야기였지만 꼭 타격에만 적용하란 법은 없잖아?

난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한상헌을 공격할 길을 찾았다.

내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녀석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난 즉시 팔꿈치로 놈의 정강이를 찍었다.


-빠악!


뼈끼리 부딪히면서 살벌한 소리가 났다.

이어서 튀어나오는 한상헌의 비명.


“끄아악!”


아드레날린이 뿜어 나오는 상황에서도 저런 소리를 낼 정도면 어지간히 아픈 모양이었다.

하긴 최승현 관장님의 단련된 정강이도 못 버텼으니 당연한가?

난 다시 한 번 팔꿈치를 들었다.

아주 다리를 부러트릴 요량으로.

그러자 한상헌은 도무지 못 견디겠는지 힐훅을 풀고 재빨리 움직였다.


-샤샥!


마치 바퀴벌레처럼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내 등 뒤로 넘어왔다.

난 순간 기시감을 느꼈다.

주짓수 첫 수업 때 관장님한테 당했던 기술이었다.

내가 버티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날 기절시켰던.


-으득...!


난 어금니를 꽉 깨물고 턱을 당겼다.

하지만 한상헌은 아랑곳 않고 차근차근 기술을 완성시켜갔다.

다리로 내 양팔과 몸통을 묶고.

팔을 목에 휘감아 조였다.

남은 한 팔은 내 뒤통수를 누르며 압박.

난 오직 턱을 가슴팍에 붙이는 것으로 초크에 대항하고 있었다.


“흐흐, 목 힘만으로 백초크를 막을 수 있겠냐, 병신아?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사람을 개고생하게 만들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한상헌.

이 정도 그립까지 만들어졌으면 이제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짧은 으름장이 끝나고 슬슬 힘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꾸욱...!


팔뚝이 내 턱과 목 사이의 틈으로 파고들려 애썼다.

딱 한번만 빈틈이 생겨도 곧장 경동맥을 틀어막아 뇌로 가는 혈류를 끊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단 10초.

제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고 해도 뇌에 산소 공급이 멈춰 혼절하고 만다.


“뒈져버려.... 어?”


킬킬 웃으며 초크를 조이던 한상헌은 불현듯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탄성을 냈다.

지가 온힘을 쏟아도 백초크를 성공할 수 없단 걸 깨달았겠지.


“이게 왜 안 뚫려...? 씨발 말도 안 돼!”


어느 순간부터 턱을 누르는 압력이 더 이상 강해지지 않았다.

난 아직도 더 버틸 여유가 있었고.

한상헌이 아등바등하는 동안 난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놈이 내 팔을 제압하느라 다리는 자유롭게 둔 덕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손쓸 수 없게 백 포지션 잡자마자 바로 기술을 걸었어야지.

관장님은 뒤로 갔다 싶으면 이미 목에 팔이 감겨있던데.

등에 한상헌을 업고 일어선 난 손으로 녀석의 한쪽 다리를 붙잡았다.


“유도에선 하체 잡는 게 금지라고 했는데.... 신주섭한테 미안하네. 실전에서 처음 쓸 때부터 변형을 해버려가지고.”


난 한상헌의 다리를 잡아당기며 녀석을 바닥에 메쳤다.


-쾅!


놈이 지면에 떨어지는 순간 어깨로 같이 짓눌러 충격을 한층 더 강화해주기까지.

이건 업어치기라고 해야겠지?

난 신주섭이 들으면 복장이 터질만한 생각을 하면서 한상헌에게 손을 뻗었다.


작가의말

주짓수는 실력이 참 느리게 느는 것 같습니다. ㅠ

저도 휘리릭 움직이면서 서브미션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데 영 어렵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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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꿈만 같았다 +3 23.12.17 1,039 18 13쪽
19 무기 23.12.16 1,046 16 16쪽
18 누구 말이 맞는 거지? 23.12.16 1,080 15 17쪽
17 소싸움 23.12.15 1,107 19 11쪽
16 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23.12.14 1,114 20 15쪽
15 투우양성소 23.12.13 1,168 18 18쪽
14 사고 쳤다...! +1 23.12.13 1,202 19 14쪽
13 BJ빡꾸 23.12.12 1,177 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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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처음 +2 23.12.05 1,786 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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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 무덤을 팠구나 +4 23.12.03 2,194 2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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