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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인자강 특) 격투기 피지컬로 함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9.18 16:36
최근연재일 :
2024.01.02 13:2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2,672
추천수 :
743
글자수 :
239,870

작성
23.12.16 00:20
조회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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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7쪽

누구 말이 맞는 거지?

DUMMY

촬영 다음날, 팀장은 내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투우양성소에서 나는 할 만큼 했고, 성과도 나왔으니까.

덕분에 난 여유롭게 내가 출연한 영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음, 그래도 너무 적나라하게 편집하진 않았네. 하긴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데 신경을 좀 써줬겠지.”


대중의 반응이 좋은 부분은 단연 김선호 소장과 소싸움을 하다가 바지가 터지는 장면이었다.

다행히 내가 드로즈를 입고 있었고, 노골적인 클로즈업 같은 편집은 피해줬기에 크게 민망하진 않았다.

어떠한 조작도 없이 벌어진 돌발 상황이라는 분위기를 잘 살려 유쾌한 영상이 나왔다.

노출이라는 요소 때문에 잡음이 없진 않았지만 충분히 웃고 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ㅋㅋㅋ 11:28 이거 노란딱지 붙겠는데]

[You 엉덩이 is 달콤달콤]

[오팬무... 아, 아니 이렇게까지 궁금한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관심들이 모여서 내가 투우양성소와 합방한 영상을 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만들어주었다.

일부 댓글을 제외하곤 대부분 내게 좋은 말들 위주였다.


[불도저 얘 뭐임; 피지컬 미침;]

[운동 너튜버도 아닌데 소장찡이 저렇게 극찬한 사람 처음 아님?]

[왘ㅋㅋㅋ 숨만 쉬어도 3대 400이 말이 되나]

[진짜 전형적인 인자강이네요 ㅋㅋ 저런 자세로 저 무게를 칠 수 있다니 ㄷㄷㄷ]

[웨이트 다 소용없음 ㅋ 어차피 싸우면 기술에 밀림 ㅋ 3대 천 넘게 치는 파워리프터도 무명 mma 선수한테 맞아 죽더라 ㅋ]

[└얜 뭐래냐? 둘 다 중요한거지 wfc 챔피언 존스도 3대 겁나 치는데]

[└존스는 악마의 재능이 있으니까 논외지]

[└처음 3대 치는데 저 정도면 불도저도 악마의 재능 아님?]


첫인상의 중요성이라고 할까?

한펀치TV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놓은 덕에 시비를 거는 댓글도 다른 시청자들이 알아서 반박을 해줬다.

또한 내가 의도한 이미지 메이킹도 제대로 먹히고 있었다.


[불도저님 격투기 할 생각은 없나요? 김민석 선수님 이긴 거 보면 잘할 거 같은데]

[얼굴에 상처 보니까 뭔가 하고 있긴 한듯?]

[얼마전에 BJ빡꾸랑 붙었자너 ㅋㅋ 불도저가 갖고 놀았다는 소문 있던데 꽤 거칠게 싸웠나봄 ㅋㅋ]

[빡꾸랑 엄대엄 수준이었으면 격투기 수련은 안 하는 거네]

[아쉽네요.. 베이스 없는 상태로도 그정도면 나중이 기대됐는데..]


BJ빡꾸와의 승부 영상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내 상처의 출처를 BJ빡꾸라고 생각했다.

자연히 내가 격투기에 입문했을 거라고 추측하는 댓글도 없다시피 했다.

무규칙 격투기까지 넘어가는 건 당연히 전무했고.

당장 내가 MMA 경기에 나갈 게 아니었으니 정보를 최대한 감추는 편이 좋을 거다.

대놓고 드러나는 흉터가 생겼지만, 때마침 BJ빡꾸가 시비를 걸어줘서 연막을 칠 수 있었다.

애초에 이렇게 되길 바라면서 BJ빡꾸한테 반박하는 영상에서 필터를 씌웠던 거였지.

대중의 관심은 다른 걸로 유지하면 되니까.


[기왕 3대운동 배운김에 3대 500까지 도전해주세요 ㅋㅋ]

[부상만 피하면 자세 교정이랑 기술 연습만으로 금방 500은 넘을 듯]

[ㄹㅇ 자세도 모르는 뉴빈데 저정도면 괴물 맞음]

[곧 3대 1000 호소하는 아가리 리프터들이 출몰할 글입니다]


투우양성소가 핵심 콘텐츠로 가져갈 만큼 3대 운동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주제였다.

안 그래도 내 채널에 긴 영상을 올려야 할 시기였는데, 3대 운동 기록 500kg에 도전하는 걸 장기 콘텐츠로 잡아도 되겠다.

어차피 투우양성소 센터 홍보도 해줘야 하잖아?

김선호 소장 살살 긁으면 운동 프로그램도 다 짜줄 거 같던데.

나는 어제 촬영 후반부를 떠올렸다.


바지를 갈아입은 뒤, 미팅 때 얘기했던 대로 어떻게 하면 3대 운동이 격투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배웠다.

무게를 좀 줄이는 대신 폭발적으로 움직이거나, 여건이 된다면 아예 바벨을 던지는 식이었다.

난 점점 무거운 것들을 다루는 데에 익숙해지던 참이라 김선호 소장이 알려주는 동작들을 손쉽게 해냈다.

그걸 보더니 김선호 소장은 알겠다는 듯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아, 그래! 불도저님은 전신 근육 협응이 엄청 좋네요. 운동하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근육의 양보다 근육을 제어하는 근신경이 뛰어난 것 같아요.’


라고 했었나?

옷 입고 있을 땐 골격이 좋아서 근육량도 많아 보였는데, 소싸움으로 붙어보니까 그게 아니라는 거다.

하긴, 붙어보기만 했나?

거의 맨몸을 본 수준이지.

그런데 의사는 근육 만들기에 좋다고 그랬는데....

의사도 내 체형을 보고 말한 게 아니라 상처 회복 속도 때문에 한 소리였잖아.

누구 말이 맞는 거지?

혹시... 둘 다인가?


“이 정도면 사실 태릉에 갔어야 하는 인재였던 거 아니냐고. 으흐흐....”


나는 의사와 김선호 소장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망상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투우양성소 영상의 조회수는 급증했고, 덩달아 내 너튜브 채널도 빠르게 커졌다.

얼마 전에 3800명이었던 구독자 수가 어느새 6000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떡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속도였다.


* * *


일부러 느지막이 퇴근한 나는 9시쯤 체육관에 도착했다.

관장님한테 따지러 온 거니까 사람 많을 때는 피해야지.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늘은 9시 수업에 관원이 아무도 없었다.

탈의실 안쪽에서 청소기 소리만 들릴 뿐.


-위이잉


관장님 일찍 퇴근하려고 정리하고 있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자동문이 닫히는 소리에 관장님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어서오ㅅ... 엇? 강용씨...!”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는 관장님.

아무래도 내가 올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규칙 격투기 경기를 뛰었던 관원들이 하나같이 안 돌아왔고, 금요일에 시합 나갔던 나도 월, 화까지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왜 그렇게 놀라세요? 뭐, 6개월 회비는 다 받아놓으시고 입 싹 닦으시려고요?”


“그건... 아닙니다. 음, 다친 건 괜찮아요? 꽤 위험했던데요.”


“경기는 다 보셨나보네요. 근데 왜 그날 끝나고 그냥 가셨어요?”


내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관장님은 잠시 깊은 숨을 쉬었다.


“으음.... 아무래도 험한 부상도 입었으니까 이쪽에 아예 정이 떨어졌으면... 했죠. 강용씨 시합에서 엄청 즐거워보였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멀쩡한 곳에서 일반적인 목표를 갖고 운동했으면 했습니다.”


관장님의 얼굴에서 죄책감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이미 다른 사람들을 무규칙 격투기 경기에 내보내면서 격투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겠지.

하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다.

관장님의 의견을 따르지도 않을 거고.


“관장님 말씀대로 하면 분명 좋은 점도 있겠죠. 근데 전 당장 수입이 끊기면 안 되거든요. 관장님도 처음엔 돈 때문에 무규칙 대회에 들어가게 되셨다고 하셨잖아요. 만약에 보통의 프로 선수들이 데뷔하는 방법으로 간다면 제가 언제쯤 격투기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을까요?”


“차근차근 한다면 뭐.... 어....”


답을 하지 못하는 관장님.


“관장님도 잘 모르시죠? 워낙 이상한 루트로 WFC까지 가셨으니까요. 제가 찾아봤을 땐, 그나마 빠른 케이스가 체육관 선수부에서 적어도 1년은 기본기 배우고, 아마추어 대회들 뛰면서 반년. 그 다음에 세미프로에서 반년에서 1년 정도. 그럼 2, 3년 뒤에 처음으로 몇십만 원 받고 데뷔전을 뛰어야 하는데, 전 그렇겐 못하겠습니다.”


관장님이 제안한 방식은 내 상황에 전혀 맞지 않았다.

그리고 내 특성에도.


“이번에 한 번 해보니까 알겠어요. 전 실전으로 부딪혔을 때 빨리 배우는 타입이에요. 관장님도 그렇잖아요? 알아보니까 주짓수 블루벨트는 화이트벨트 바로 다음이던데요. 근데 WFC에서 브라운벨트, 블랙벨트들이랑 비빌 수 있는 건 실전 경험 덕분 아닌가요?”


무규칙 격투기뿐만 아니라 BJ빡꾸와의 싸움에서도, 투우양성소에서 운동을 배울 때도 나는 몸으로 익히는 게 더 편했다.

그리고 관장님도 나랑 같은 부류의 사람일 거라 확신했다.

오영웅 관장님의 경기를 보면 싸움과 스포츠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것 같거든.

관장님은 내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안타까움? 괴로움? 그러면서도 반갑고 기쁜 감정도 있는 거 같았다.


“...무규칙 대회에서 계속 뛰는 사람들은 대부분 끝이 별로 좋지 않아요. 결국 망가지거나 양지를 지향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당장은 좀 느린 것 같더라도 처음부터 종합격투기를 준비하는 편이....”


“관장님. 사람을 끌어들이셨으면 책임도 지셔야죠. 관장님이 옆에서 잘 도와주시면 되잖아요, 제가 안 망가지게.”


“저도 그게 잘 되면 좋겠지만, 체육관을 운영해보니까 제가 가르치는 데엔 영 재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없는 것 같은 게 아니라 확실히 없죠.”


“아.”


내가 대못을 박듯 이야기하자 관장님은 충격을 받은 거 같았다.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셔야지.

시합 준비한다고 죽어라 패기만 하는 건 잘 가르치는 게 아니잖아?

나한텐 오히려 좋은 방식이었지만.


“배우는 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대신 저번에 스파링 잡아주신 것처럼 계속 상대해주세요. 그러다가 부족한 부분 보이면 고쳐주시고요. 스승님보다는 먼저 무규칙 대회를 거쳐 양지로 간 선배님이라는 느낌으로 끌어주시면 전 충분합니다.”


스승이 아닌 선배의 역할이라는 말에 관장님의 표정이 한결 풀렸다.

부담감이 많이 줄어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그런 의도로 한 얘기는 아니었다.

관장님은 이런 조력자도 없는 상태에서 WFC에 갔다.

그렇다면 그 경험을 공유 받으면서 같이 운동까지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다.

관장님은 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용씨. 한번 해보죠. 저번처럼 9시에 오셔서 한 타임 수업 듣고 이어서 스파링이랑 체력 훈련들 하는 걸로요. 여유 있으면 두 타임 해도 좋습니다.”


“넵! 그런데 일반부 수업 듣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까요?”


“당연하죠. 오히려 지금 강용씨한테는 제일 중요할 수도 있어요.”


“그 정도예요?”


“투기 종목의 레벨을 올리는 건 게임이랑 비슷해요. 나보다 실력이 조금 낮은 상대한테 스파링을 통해서 기술을 성공시키면 많은 경험치를 얻는 겁니다. 강용씨, 지난 무규칙 시합에서 답답했었죠?”


“어... 예.”


관장님한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스파링만 하다 보니까 회피, 방어 능력은 충분한데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딱히 말한 적도 없는데 관장님은 시합 상황만 보고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게 절 상대로 타격이든 그라운드든 공격을 성공시켜보지 못해서 그래요. 충분히 상대방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이게 될까? 하는 의심이 생기는 거죠.”


“아...! 제가 한 2m를 뛸 수 있더라도, 건물이랑 건물 사이를 넘는 걸 평소에 안 해봤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거랑 마찬가지란 말씀이시네요.”


“오, 대충 그런 의밉니다. 그러니까 다른 관원 분들이랑도 스파링 많이 해보세요. 다양한 체형, 움직임에 익숙해지면 실전에서도 좋을 겁니다.”


관장님은 스파링 대신 무규칙 격투기 경기에서 그런 경험을 쌓았을 거다.

나한테 자꾸 정석적인 훈련을 하라고 하는 걸 보면 상당히 힘든 과정이었을 거 같은데, 왜 다른 사람들을 무규칙 격투기에 내보내는 거지?


“관장님.”


“네.”


“그런데 어쩌다가 관장님이 무규칙 격투기 대회에 나갈 선수를 구하시게 된 거예요? 이렇게 체육관까지 차려가면서요.”


내 질문에 관장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건이었어요. 제가 MMA 대회로 넘어갈 수 있게 지원을 받는 대가요.”


난 관장님의 대답을 듣고 예전에 봤던 동영상이 떠올랐다.

오영웅 관장님에 대해 다뤘던.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서 PFC에 데뷔하고, 전례 없는 특혜를 받으며 WFC로 넘어갔다는 내용.

그래서 뒷배가 있는 게 아니냔 의혹이 있었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었다.


“저는 따로 소속 체육관도 없었고, 프로모터나 에이전시와 연결될 창구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무규칙 격투기 운영진의 도움을 받았어요. 대신 다른 사람들로 무규칙 경기를 40전 채우기로 하고요.”


“허.... 관장님 정도 되는 분도 조건을 어길 순 없었던 거예요?”


“강용씨도 한 번 참가해봐서 얼추 눈치채셨잖아요? 척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집단이라는 거.”


하긴, 일반인 막싸움을 위해서 대형 호텔 연회장을 빌려 경기장으로 꾸미는 수준이다.

경기에서 생긴 부상을 치료하라고 야간에 병원을 통째로 쓰고.

국내에서 수위를 다투는 대회사인 PFC와 전 세계 최고 단체 WFC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밉보이면 인생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겠지.

이런 부분이 무규칙 격투기 대회의 비밀유지가 되는 원동력 중 하나일 거다.

참가자들 대상으로 비밀유지서약서를 받기도 했지만, 운영진에 대한 두려움도 클 테니까.

특히나 사채 등으로 인해 무규칙 격투기로 흘러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험한 꼴을 봤을 수도 있고.

내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관장님은 쓰게 웃었다.


“강용씨 이전에 이 체육관에서 몇 명을 데려가긴 했는데 경기 수 채우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경기 시작 직전에 도망간 사람도 나와서 페널티를 받기도 했어요. 왜, 그때 체육관에 양복 입은 사람들 왔었잖아요? 기한 내에 싸울 사람을 데려가야 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강용씨한테 권유하게 됐던 거고요.”


“상황이 그랬다 쳐도, 절 일회용 버리는 패 정도로 써먹으셨던 거네요?”


“...죄송합니다, 이런 위험한 판에 끌고 들어와서요. 이건 입이 두 개여도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관장님은 씁쓸한 얼굴로 사과했다.

내가 먼저 격투기 대회를 나가보고 싶다고 했어도, 결국 관장님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무규칙 격투기 출전을 제안한 것이었으니까.

심지어 좋지 않은 결말이 있을 거라 예상하면서.

하지만 이제 와서 꼬투리를 잡고 화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얼마 전에 만났던 김선호 소장을 떠올렸다.

허용할 수 있는 문제에 있어서 대범하던 모습을.


“위험한 건 그래도 미리 경고를 해주셨으니 그렇다 치고요. 저를 겨우 한 번 시합 뛰고 튄 사람들 수준으로 보셨다는 게 못마땅한데요? 관장님 채워야 하는 경기 수 앞으로 얼마나 더 남은 거예요?”


“아직... 30번 정도 남았네요.”


“그 횟수, 제가 다 깎아드릴게요. 대신 연승할 수 있게 확실하게 도와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30연승이면 제 기록보다 높은데요? 같이 한번 역사를 써봅시다.”


관장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일부러 호기롭게 말해 죄책감을 덜어줬단 사실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다.

싸움 무섭다고 꽁무니를 뺀 놈들이랑 같은 취급 받는 것도 자존심 상하고.

30번의 시합을 모조리 뛸 생각도 있었다.

30연승이면 승리수당을 다 합쳤을 때 몇 억은 될 테니까.

게다가 실력도 어마어마하게 높아져 있겠지.

그때가 되면 관장님과는 다른 방법으로 양지에 나갈 수 있을 거다.

얼마 전 BJ빡꾸랑 싸움이 성사된 것처럼, 이슈가 된다면 시합이 잡힐 수 있는 세상이니까.

내가 자신이 있고 너튜브든 뭐든 영향력이 생긴다면, 다단계처럼 무규칙 격투기 운영진한테 끌려 다니며 다른 희생양을 데려올 필요가 없을 거야.


“관장님, 일단 제일 빨리 들어갈 수 있는 시합부터 잡아주세요. 언제쯤 열리는지 알고 계세요?”


“아마 이번 토요일에 경기 일정 잡혀있을 거예요.”


“아앗.... 생각보다 금방이네요...?”


한 2~3주 텀은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한참 빗나갔다.


* * *


내가 체육관에 찾아간 날부터 바로 훈련이 시작됐다.

관장님과의 스파링 그리고 폐가 터질 것 같은 고강도의 체력 운동 위주였다.

나는 회사에서 퇴근하고 바로 투우양성소로 가 피지컬 트레이닝을 한 뒤, 체육관 9시부 수업에 참여했다.

그렇게 3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이윽고 토요일이 되었다.


“휴, 여기도 두 번째 오니까 긴장이 덜하네.”


난 선수대기실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살폈다.

여전히 심상치 않은 면면들이 보였다.

그때, 대기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휙


또 누군가가 들어온 모양.

난 뉴페이스의 얼굴을 확인하려 입구 쪽을 보았다.


“...어?”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방금 대기실에 들어온 사람이 날 보고선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어이, 불도저.”


꽤 성난 목소리로 날 부르며.


작가의말

실제론 훨씬 빨리 프로 데뷔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소위 명문팀이라고 하는 체육관일수록 철저하게 준비해서 경기를 내보내는 것 같더라고요.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이 거의 없다 보니 프로 데뷔하는 선수들 보면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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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 말이 맞는 거지? 23.12.16 1,081 15 17쪽
17 소싸움 23.12.15 1,107 19 11쪽
16 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23.12.14 1,114 20 15쪽
15 투우양성소 23.12.13 1,168 18 18쪽
14 사고 쳤다...! +1 23.12.13 1,203 19 14쪽
13 BJ빡꾸 23.12.12 1,177 22 14쪽
12 복싱이 뭐냐 23.12.11 1,183 21 16쪽
11 생각이 없었다 23.12.10 1,225 2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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