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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인자강 특) 격투기 피지컬로 함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9.18 16:36
최근연재일 :
2024.01.02 13:2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2,667
추천수 :
743
글자수 :
239,870

작성
23.12.07 17:50
조회
1,667
추천
28
글자
18쪽

이게 되네?

DUMMY

다음날 출근한 나는 팀에서 한펀치TV 채널을 관리하게 된 우형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형씨 한펀치 불도저 영상에 제가 단 댓글 좀 고정시켜줄 수 있어요?]


[8팀 양우형 : 지금 고정 댓글 해놓은 거 없어서 될 거 같긴 한데 일단 한펀치 쪽에 여쭤보고 알려드릴게요!]


[네 고마워요]


어제 뒤늦게 떠올랐던 해야 할 일이 바로 너튜브 계정 및 채널을 만드는 것이었다.

반강제로 채널명은 정해졌으니 어려울 건 없었다.

‘불도저’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세팅을 했다.

직종이 온라인홍보대행사다 보니 고객들의 채널을 개설해본 경험이 많았으니까.

난 불도저 너튜브 계정을 개설한 다음 바로 한펀치TV 동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불도저 박강용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로 출연하게 되어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해당 동영상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어서 내 댓글도 금방 많은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정말 본인 댓글인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온라인 공간이기에 반응이 엄청 뜨겁지는 않았다.

이에 난 우형씨에게 댓글을 고정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채널에서 고정을 해주면 내 댓글이 진짜라는 인증을 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다음으로 난 팀장과 면담을 했다.


“어, 강용씨. 무슨 일이야?”


“팀장님, 저 겸직 허가를 좀 받고 싶어서요.”


“겸직? 아니, 강용씨 업무 줄여줬더니 바로 딴 주머니 차려고? 이러면 내가 뭐가 돼?”


팀장은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표정을 구겼다.

이에 난 손사래를 치며 오해를 풀었다.


“아뇨, 아뇨. 그런 생각이 아니고요. 불도저 닉네임으로 너튜브 계정을 만들었거든요. 한펀치로 관심 받은 거 조금이라도 유지해야 다른 채널 나갔을 때 더 좋겠다 싶어서요. 근데 이것도 겸직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팀장님께 미리 보고 드린 겁니다.”


“음, 그런 말이었어요? 난 또 바로 투잡 뛰려는 줄 알았지. 근데 업무에 지장은 없나?”


팀장은 이해는 하지만 별로 탐탁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팀장을 많이 겪어본 나에게는 예상 범위 안의 반응이었다.


“당연히 퇴근하고 나서만 관리해야죠. 어차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고 반짝 이슈 됐을 때 구독자 1만 명이라도 찍어두면 여러모로 좋잖아요. 그 정도 외부 인플루언서도 섭외 비용이 상당하고, 원할 때 스케줄 잡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음, 그건 그렇지.”


“만약 허수라도 몸집 좀 있는 채널 보유하고 있으면 나중에 다른 고객사들한테 추가 계약 제안할 여지도 생길 테니까 저희 팀에 좋을 거 같아요.”


내 설명에 팀장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럴 수 있겠네. 그래요, 내가 인사팀에 말해둘게. 대신 약속대로 퇴근 후에만 신경 쓰는 거예요.”


“네, 물론이죠.”


난 팀장의 허락을 받고 자리로 돌아왔다.

팀장 반응을 보니까 먼저 얘기하길 잘했다.

아마 나중에 알려졌으면 무조건 트집을 잡았겠지.

그 핑계로 다시 업무량 늘리고, 촬영에 참여하는 건 그대로 유지하는 식으로.

하지만 이제 팀장이 직접 허락했으니까 딴죽 걸기 어려울 거야.

너튜브 채널 몸집 키우면 팀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식으로 설득해서 어쩌면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랑 합방으로 도움을 줄지도 모르고.

그런 식으로 채널이 잘 되면 어쨌든 나로선 나쁠 게 없잖아?

게다가 정식으로 겸직 허가를 받았으니 수익 창출을 하더라도 회사 규정에 걸릴 것도 없어졌지.

월급 외에 돈 들어올 길이 생기는 건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사내 메신저가 울렸다.


[8팀 양우형 : 주임님 한펀치에서 댓글 고정해도 된다고 해서 처리해놨어요!]


좋은 소식이었다.

내 계획대로라면 굳이 불도저 채널에 어떤 콘텐츠를 올려야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질 거다.

생각해둔 일들을 해결한 나는 너튜브에 들어갔다.

온라인홍보대행사의 몇 안 되는 장점이라면 업무 시간에 SNS 같은 걸 들어가도 일하는 줄 안다는 것.

물론 평소라면 업무량이 많아서 딴짓을 할 여유도 없겠지만, 지금은 고정 업무가 사라져 시간이 있었다.

너튜브에서 내가 찾아본 건 오영웅 관장님에 대한 것이었다.

WFC 선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특기나 파이팅 스타일 같은 쪽은 잘 몰랐으니까.


“오, [혜성처럼 나타난 한국인 싸움 천재!! WFC 역사를 새로 썼다 #오영웅]...? 이거 보면 얼추 관장님에 대해 알 수 있겠네.”


난 한 격투기 전문 너튜버에서 관장님에 대해 다룬 영상을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격투기를 떠먹여드리는 격수저입니다! 콧대 높은 WFC에서 한국 선수를 위해 규칙을 바꿨다면 믿으시겠습니까? WFC의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은 바로 다크히어로, 오영웅 선수입니다. 1994년도에 태어난 그는....


동영상에선 관장님의 나이부터 소개했다.

나랑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시네.

근데 동영상 내용이 왜 이렇게 부실하지?

관장님 소개 영상엔 선수 데뷔 이전의 내용이 거의 없었다.


-오영웅은 국내 최고 단체인 PFC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소속팀도, 타종목 운동 경력도 없는 그의 프로 데뷔에 많은 팬들이 의문을 품었는데요. 오영웅은 첫 경기에서 실력으로 모든 의혹을 종식시켰습니다.


화면엔 관장님의 PFC 경기 영상이 참고 자료로 나왔다.

시작과 동시에 전력질주를 하듯 상대에게 달려들어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기세가 워낙 살벌해서인지 아님 급작스러운 전개 때문이었는지 상대 선수는 피할 생각도 못하고 가드를 올려 막았다.

하지만 달려온 힘이 고스란히 실린 주먹은 가드를 부수고 바로 얼굴에 꽂혔다.

이미 그 한 방으로 승패가 갈렸지만, 관장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이어서 턱을 올려치고, 다시 스트레이트.

무너져 내리는 상대의 자세를 정확히 쫓아가며 얼굴에 다섯 번의 펀치를 더 꽂아 넣었다.

그건 스포츠라기보다는 목숨을 건 싸움처럼 보였다.


-충격적인 데뷔전을 치른 오영웅의 행보는 이후로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아마추어, 세미프로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음에도 단 3경기만에 PFC 타이틀전 기회를 얻은 오영웅. 하지만 국내 단체 챔피언은 안중에도 없었던 걸까요? 오영웅의 다음 경기는 PFC 타이틀전이 아니라 Road to WFC가 되었습니다.


Road to WFC란, 아시아 유망주들끼리 WFC 계약을 두고 싸우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선수층이 두터운 체급에서는 토너먼트식으로 우승자를 가리기도 하고, 선수가 몇 없는 체급은 하나의 경기만 열리기도 했다.

대신 한 번밖에 안 싸우는 선수들은 이기더라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WFC 계약을 얻을 수 있었다.


-RTW(Road to WFC) 미들급에 출전하게 된 오영웅! 상대는 중국의 강자, 샤오 선수였습니다. 팬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싸우는 오영웅과 레슬링 머신 샤오의 명경기를 기대했으나, 샤오 선수의 계체 실패로 경기가 불발됐습니다. RTW 미들급은 오영웅과 샤오의 경기뿐이었기에 오영웅도 덩달아 WFC행이 무산되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


어? 근데 관장님은 지금 WFC에 뛰고 계시잖아.


-놀랍게도 WFC에서 RTW 규칙을 바꾸고 오영웅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만큼 WFC에서 오영웅을 좋게 평가하고 있었던 걸까요? 이 이례적인 일에 세간에는 오영웅에게 엄청난 뒷배가 있는 게 아니냐는 루머도 퍼졌습니다. 하지만 오영웅이 WFC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루머는 오히려 WFC가 일을 잘했다는 평가로 바뀌었습니다.


영상엔 관장님이 날고 기는 선수들만 간다는 WFC에서 화끈한 KO를 만드는 장면들이 나왔다.

확실하게 격투 실력으로는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직 WFC 랭커는 아니지만, 현재 한국 선수들 중에선 가장 챔피언의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 받는 오영웅. 이 혜성 같은 선수가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함께 지켜보시죠.


영상은 관장님에 대한 기대로 끝맺음되었다.

아, 싸우는 스타일 자체가 완전 본능적이라서 가르치는 게 서투신 건가?

난 지금 체육관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게 행운인지 아닌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일단 체육관에 가서 대회 나가보고 싶다고나 해보자.

그러면 관장님 스타일로 싸우는 방법을 알려주실 수도 있잖아?

난 잡생각을 정리하고 오늘 해야 할 업무들을 시작했다.


* * *


오늘도 정시에 퇴근한 난 집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어제와 달리 7시 45분 수업을 들으러 오니 체육관에 불이 켜져 있었다.

6시 반 운동을 한 관원들과 바통 터치를 하듯 인사를 하고, 오영웅 관장님께 주짓수 도복을 받았다.

흰색 도복과 흰색 띠.


“강용씨, 탈의실에서 일단 상하의만 입고 나오시면 띠 매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관장님.”


“예.”


“저 혹시... 대회 같은 거 나가볼 수 있을까요?”


“주짓수 대회요?”


“아뇨, 격투기를 좀 더 깊게 해보고 싶어서요.”


나는 나름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는데 관장님은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즉답을 내놓았다.


“저희 선수부는 운영 안 합니다.”


“예...?”


“강용씨. 프로 선수로 뛰고 싶으신 거예요?”


“어.... 아직 확신이 있지는 않지만 이 운동에 매력을 느끼고 있긴 하거든요. 근데 아시다시피 제가 시작이 늦었잖아요? 그래서 아마추어 대회 같은 거라도 나가보고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요.”


“스물아홉이면 입문이 늦긴 했죠. 그래도 이쪽 바닥에 늦게 꽃피운 경우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만약에 진짜로 대회 데뷔하고 싶으시면 어디 명문 팀 체육관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관장님은 더없이 진지하게 답했다.

다른 체육관을 알아보라고 할 정도면 말 다했지.

그럼 경주씨가 말했던 건 뭐지?

분명히 좀 불량한 관원들한테 경기 권유를 했다고 그랬는데....

이상하네.

경주씨가 오해했던 건가?

관장님의 태도로 봤을 때, 관원을 차별하면서 속이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일단 지금 운동부터 열심히 해봐야겠네요.”


“그럼요. 그라운드 안 되면 어차피 시합은 못 뛰어요. 주짓수 연습 많이 하셔야 합니다. 주짓수는 기술이 부족하면 힘만으론 어떻게 안 되는 영역이거든요.”


힘만으로는이라니....

아무래도 어제 샌드백 일로 이상한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어쨌든 이렇게 난 선수부의 꿈은 잠시 내려놓고 첫 주짓수 수업을 들었다.

아직 연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체육관이라 모든 관원들이 다 하얀색 띠를 매고 있었다.

나 혼자 흰띠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건 참 다행이었다.


“자, 매트에 누워서 몸 풀기 시작하겠습니다! 자전거 타기부터, 시작!”


관장님의 지시에 따라 워밍업이 시작됐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 자전거 페달을 밟듯 발을 구르거나, 다리를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는 등 복근을 많이 쓰는 동작이 이어졌다.

평소에 복근운동을 안 했더니 배에 자갈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아프네...!

머리는 왜 자꾸 들고 있으라고 하는 거야...?

뒷목 당겨 죽겠다...!

새우빼기는 뭔데?

어제 타격할 땐 대강 자세라도 알려주더니 주짓수 몸 풀기 동작은 옆 사람이 하는 걸 곁눈질로 따라해야 했다.


“후욱, 후욱...!”


온갖 해괴한 움직임으로 준비운동이 끝나자 나는 녹초가 되었다.

처음 해보는 동작들이라 몸이 긴장된 탓에 계속 힘을 주고 있어서 더 지친 모양이었다.

그때, 관장님이 내게 다가왔다.


“강용씨, 이제 드릴을 할 건데요. 어떻게 하는지 보여드릴 테니까 옆에서 보세요.”


드릴은 또 뭐야?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어느새 관원 하나를 붙잡고 있는 관장님을 보았다.


“처음 2분은 암바. 두 번째는 트라이앵글, 세 번째는 기무라 드릴이란 걸 할 거예요. 잘 보세요.”


관장님은 드릴이라는 용어에 대한 내 궁금증은 생각지도 못하는 듯 연이어 처음 듣는 단어를 뱉었다.

그러더니 세 가지 동작을 보여주었다.

셋 다 일단 누운 채로 내 무릎 사이에 들어온 상대방의 소매를 잡고 시작되는 것들.

암바는 몸을 틀면서 한쪽 다리를 상대방 머리 너머로 넘겨 팔을 압박하는 걸 좌우로 반복했다.

트라이앵글은 양 다리로 삼각형을 만들어 상대의 목을 조이는 동작.

기무라는 좌우로 윗몸일으키기 하듯 상체를 들면서 상대방의 손목을 잡는 연습이었다.

뭔가 더 자세한 기술인 것 같긴 한데 관장님은 몇 번 보여준 뒤 내가 얼추 따라하는 것 같자 바로 운동을 시켰다.


“어차피 드릴은 기술을 제대로 거는 게 아니고 몸에 그 움직임을 적응시키는 훈련이니까 최대한 빠르게 많이 하세요!”


그래, 뭔가 의미가 있겠지.

기왕 하는 거 최선을 다하자!

라고 생각했지만 채 1분이 지나기 전에 내 입에선 비명이 튀어나왔다.


“끄아악! 허벅지가 터질 거 같은데요...!”

“계속 하십쇼, 강용씨! 벌써 느려지면 어떡해요!”

“헉, 헉! 배가 꼬여요!”

“이겨내세요! 다른 분들도 다 하고 있잖아요!”

“몸이 안 움직입니다....”

“하면 다 돼요! 빨리! 빨리!”


운동 전에 그렇게 정중하게 얘기하는 것 같던 관장님이 지금은 악마처럼 보였다.

배에 불이 난 것처럼 괴로운데 옆에선 계속 재촉하고, 옆에 있는 관원들과 비교를 하니까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2분씩 3번의 운동이 지나가고 난 매트에 붙은 껌딱지처럼 늘어져 숨을 헐떡거렸다.


“으으....”


무슨 훈련소에서 처음 굴렀을 때 같은 고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음 차례가 기술을 배우는 순서였다는 것.

이때는 체력을 쥐어짜는 시간이 아니었다.

다만 아직 주짓수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내겐 그저 의미 모를 동작의 연습이었을 뿐.

무슨 스파이더니 뭐니.

가드가 어쨌니 저쨌니.

어떻게 하면 패스를 당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무슨 소린지 전혀 못 알아들었다.

그저 이런 식으로도 움직일 수 있구나라는 정도.

기술 연습 시간은 그렇게 긴 듯 짧게 지나갔다.


“자, 마지막으로 스파링하겠습니다! 기술 연습했던 파트너랑 자유 스파링 해보세요!”


타격이야 직관적으로 막고, 때리고, 피하고, 맞는 거였지만 주짓수는 조금 다르지 않나?

막 관절 꺾고 목 조르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 같던데....

난 당황스러운 눈빛을 담아 관장님께 질문했다.


“어, 관장님. 저도 스파링하는 건가요?”


돌아온 관장님의 대답은 명쾌했다.


“당해봐야 금방 늘어요! 아래에 안 깔리려고 움직여보시고, 위에서는 상대방 압박을 해보세요. 뭐 팔꿈치나 어깨 꺾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무슨 마시면서 배우는 술자리 랜덤 게임 같은 투였다.

결론은 그냥 부딪혀야 한다는 소리.

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내 앞에 있는 관원을 보았다.

체격도 상당하고 소매 바깥으로 화려한 문신이 드러나 있는 남성이었다.

그나마 나랑 똑같은 흰색 벨트라는 게 내게 위안을 주었다.

왜 저 사람 벨트 끝엔 하얀색 테이프 같은 게 감겨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삑!


관장님이 3분으로 설정해둔 전자시계가 울렸다.

스파링이 시작됐다는 소리였다.

그러자 내 상대인 관원이 손을 펼쳐 앞으로 내밀었다.

악수하잔 뜻인가?

나도 손을 마주 내밀자 손바닥을 한 번 부딪힌 다음 주먹을 쥐어 내 손을 툭 쳤다.

아무래도 이게 주짓수식 인사인가 보다.

그렇게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스파링이 시작됐다.

인사를 하자마자 상대는 내 옷깃과 소매를 꽉 붙잡았다.

뭐지? 왠지 위험한 느낌인데....

나는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될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상대의 상체를 밀쳤다.


-팡!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매트에 내동댕이쳐진 상대방.

뒤로 훌렁 넘어간 상대는 문외한인 내 눈에도 무방비 상태로 보였다.

나는 곧장 상대의 가슴팍 위로 올라탔다.


“흐읍...!”


육중한 내 몸에 눌리니 신음인지 날숨인지 모를 소릴 뱉는 상대방.

그 광경을 본 관장님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오! 강용씨 배우지도 않았는데 압박 잘하시네요? 성찬씨는 뭐해요! 오늘 주짓수 처음 배운 사람한테 탭 칠 거예요? 움직여야지! 브릿지 치고! 그랄 확 떼버린다? 5개월 선배의 힘을 보여줘요!”


관장님의 말에 내 상대가 갑자기 활발하게 움직였다.

골반을 튕기듯 들어 날 떼어내려고 애쓰는 거 같았다.

나는 마치 승마를 하는 것처럼 상대의 몸 위에 앉아 중심을 잡았다.

이거, 체중 이동이 춤이랑 좀 비슷한 게 있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밸런스 유지에 적응했다.

반대로 상대방은 지쳐갔고.


“흡! 하앗! 흐으으...!”


어느새 어깨를 들썩이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상대방을 내려다보며 뭘 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아, 그래. 경기 영상을 보면 팔을 잡고 꺾던데....

내 눈에 지쳐서 힘없이 내 도복을 붙잡고 있는 상대의 팔이 들어왔다.

난 양손으로 상대의 팔뚝을 잡고 힘껏 비틀어보았다.


-꾸드득...!


방법을 모르니 그냥 일단 뭐라도 해본 것이었다.

이에 관장님도 그 꼴이 우스웠는지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강용씨, 그렇게 하면 백날천날 해도 탭 안 나와요. 어디 관절을 노려야....”


아, 역시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게 아니....


“아악...! 탭, 탭이요! 태앱!”


“...어?”


관장님의 조언이 무색하게 상대의 입에서 곧장 항복 선언이 나왔다.

...이게 되네?


작가의말

힘만으로 안 된다면 힘이 부족한 건 아닐지 생각해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ai*****
    작성일
    23.12.31 18:45
    No. 1

    겸직 계약서나 녹음증거 없으면 언제든지 뒤집을수 있으니 무효에 가깝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i*****
    작성일
    23.12.31 18:51
    No. 2

    과거도 지금도 노동계약서 하나를 작성못해서
    나중 업무와 다른일을 추가로 시키거나 오버페이를
    안주는등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하기가 쉽지않죠.
    그래도 요새는 과거와 달리 계약서가 없어도
    노동청에 신고하면 왠간한 건은 30일 이내어 받아
    낼수 있으나 그 회사하고는 끝이죠.

    고용노동계약서만 작성해도 갑질을 할 때
    눈치를 보거나 신경을 쓰게됩니다.

    (회사가 갑이라 노동계약서 쓴다는게 건방짐으로 비칠수도 있어서 꽤 조심스럽긴하죠. 고용노동계약서가 알바하는곳에 거의 없기도 하고요.
    일반회사는 계약서와 사내약관이라도 있지만
    알바는 에메하고 프리랜서는 더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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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무기 23.12.16 1,047 16 16쪽
18 누구 말이 맞는 거지? 23.12.16 1,080 15 17쪽
17 소싸움 23.12.15 1,107 19 11쪽
16 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23.12.14 1,114 20 15쪽
15 투우양성소 23.12.13 1,168 18 18쪽
14 사고 쳤다...! +1 23.12.13 1,203 19 14쪽
13 BJ빡꾸 23.12.12 1,177 22 14쪽
12 복싱이 뭐냐 23.12.11 1,183 21 16쪽
11 생각이 없었다 23.12.10 1,225 21 20쪽
10 스위치 23.12.09 1,291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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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처음 +2 23.12.05 1,786 30 17쪽
3 불씨 +1 23.12.04 1,952 27 13쪽
2 제 무덤을 팠구나 +4 23.12.03 2,194 28 15쪽
1 재능이 있는지도...? +13 23.12.02 2,855 4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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