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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남궁 공자가 그걸 어찌 아시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12 23:20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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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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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8,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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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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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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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
11쪽

유능제강

DUMMY

남궁호는 잠시 남궁태와 눈싸움을 했다.

어느 누구도 먼저 눈을 돌리지 않았다.

남궁호가 해방혈공과 씨름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순해졌던 남궁태의 눈빛엔 다시 자신감이 차올라 있었다.


‘창궁검법에 몰두하라고 했더니 편법으로 단기적인 소득을 얻어서 어깨가 한껏 올라간 모양이야. 마공 쪽은 아직 화후가 얕은가 본데. 마공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네.’


남궁호는 눈싸움을 하면서 남궁태에게서 정보를 얻었다.

마공은 특유의 포악한 기운이 있었다.

천마건공과 범수상초가 있는 남궁호조차 마공을 많이 익힌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할 정도.

그런데 아직 남궁태에게서 마공을 익힌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천지기가 올라서 기감도 더 향상됐을 텐데.... 마공은 엄청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나 보네. 그래도 마교에서 준 영약은 확실하게 복용했구만?’


마교의 영약에 포함된 독에 중독되면 귀 밑에 희미한 잿빛의 반점이 생겼다.

지금 남궁태처럼.

한 순간에 내공이 급증한 덕에 눈도 못 마주치던 녀석이 이렇게 남궁호에게 덤빌 수 있었다.

남궁태는 한참 남궁호를 응시하더니 불쑥 부탁을 해왔다.


“야, 네가 저번에 창궁검법이 중요하다고 했지? 그 후로 꽤 열심히 수련했는데 혹시 부족한 게 있나 좀 봐줘.”


“오.... 새로운 접근인데.”


남궁호는 남궁태의 요청에 진심으로 놀랐다.

건방진 꼬맹이로만 보고 있었는데 이번엔 제법 머리를 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남궁운한테 했던 것처럼 지금 자기 수준이랑 내 실력을 비교해보겠다 이거지? 창궁검법 운운하면서 도발했던 말이 있으니까 적절한 핑계도 있고.’


남궁태의 속셈을 짐작한 남궁호는 피식 웃었다.


“좋아. 대신 이제부터 형이라고 불러.”


주는 게 있으면 무언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언행을 바꾸면 생각도 따라오게 되어 있는 법.

남궁호는 남궁태의 호칭부터 바로잡기로 했다.


‘물론, 이 자식이 받아들인다면 말이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던진 제안에 남궁태는 의외로 진지하게 반응했다.


“...그럼 너도 나 어린애 취급 그만해.”


남궁호를 형이라고 부를 의향은 있다는 대답이었다.

이에 남궁호는 녀석을 신기해하며 보았다.

일언지하에 거절할 줄 알았으니까.


“흠... 네가 내게 배움을 구하는 처지 아니냐? 조건을 또 걸면 수지타산이 안 맞잖아?”


“으...!”


골리듯 말하자 분해하는 남궁태.

이번에는 정말 포기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잠시 후 남궁태의 입이 어렵게 열렸다.


“...형.”


“어엉? 뭐라고?”


“아! 놀릴 거면 그만두고!”


남궁태는 못 들은 척하는 남궁호의 행동에 버럭 성질을 냈다.

하지만 그런 동생을 보며 남궁호는 피식 웃었다.


‘이거 은근 듣기 좋네. 근데... 이런 놈이 마교의 손을 빌려?’


훈훈한 마음이 들다가도 남궁태가 실수한 걸 생각하면 짜증이 팍 치솟았다.

가족이 멍청한 행동을 했는데 잘못한 줄도 모를 때의 감정이라고나 할까.

남궁호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표정을 감췄다.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하니 나도 가르침을 좀 주마. 태.아.야.”


남궁태에겐 남궁호만큼의 인내심이 없었다.

녀석은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검을 뽑았다.

이어 남궁호의 허리춤으로 눈짓을 하는 남궁태.

비무 형식으로 창궁검법을 봐달라는 의미였다.

남궁호는 순순히 교룡운우를 빼들고 남궁태를 겨눴다.


“와 봐.”


남궁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궁태는 창궁검법을 사용했다.

녀석에겐 과연 자신만만할 근거가 있었다.

남궁호가 펼치는 창궁검법에서 매서운 검풍이 휘몰아쳤으니까.


-휘이익!


마치 강물 속에 들어온 것처럼 강한 압력이 쏟아졌다.

남궁태가 일으킨 강풍에 남궁호의 옷은 찢어질 듯 펄럭거렸다.

하지만 녀석의 검풍이 영향을 준 건 딱 옷뿐이었다.

남궁호는 앞에 내민 검으로 자신의 중심을 흔들어놓으려는 검풍의 흐름을 갈라버렸다.

결국 남궁태는 강한 힘을 냈지만 요란한 바람만 일으키고 공격엔 실패한 셈.

이 상황에 남궁호는 문득 검왕이 직전에 가르쳐줬던 게 떠올랐다.


‘유능제강이라는 화두를 곱씹어보라고 하셨지. 이건 남궁태한테도 통용되는 이야기겠다. 물론 아직 내가 완전히 이해한 이치는 아니라 이놈의 검초를 부드러움으로 제압할 순 없지만.... 그래도 말로 가르치는 건 되겠지.’


남궁호의 검이 천천히 움직였다.

사령곡에서 활강시의 강한 몸뚱어리를 갈라버릴 때처럼.

같은 창궁검법이지만 남궁호의 검풍은 남궁태의 것을 짓눌러버렸다.


“힘은 더 큰 힘에 밀리는 법이지. 무작정 강하게만 검격을 뽑아내는 게 답은 아니야.”


이에 남궁태의 입매가 비틀렸다.

남궁호가 한 말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력을 더 높였다.

방금 남궁호가 검풍을 파훼한 것보다 더 많은 내공을 쏟아 부은 것이었다.


-펑!


공기를 압축했다가 터트린 것처럼 폭발음이 들릴 정도의 검풍.

남궁호는 남궁태의 공격을 보고 눈에 이채가 흘렀다.

확실히 남궁호도 이 정도 위력엔 타격을 입을 듯했다.

그가 어제의 남궁호였다면.


‘내가 너한테 내공으로 밀리려고 그 개고생을 한 줄 알아?’


고작 마교에서 준비한 중간급 영약을 흡수한 정도로는 남궁호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남궁호는 마치 화포의 탄환처럼 날아오는 남궁태의 검풍 가운데에 검을 찔러 넣었다.


-피슉!


중앙에 구멍이 뚫린 검풍은 허무하리만치 조용하게 산들바람으로 화하여 사라졌다.

반면에 남궁호의 찌르기로부터 쏘아져 나온 한 줄기 바람은 남궁태의 상체를 뒤흔들어놓았다.


“헉...!”


남궁태는 상체에 내공을 집중해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남궁호의 검풍을 감히 버텨낼 순 없었다.


-퍽!


가슴팍에 묵직하게 들어간 타격.

큰 통증을 일으킨 건 아니었지만 남궁태의 정신에 충격을 주기엔 충분했다.


“....”


남궁태는 분명히 무공 실력에 있어서 큰 도약을 했다고 자부했는데, 남궁호가 그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남궁태의 표정은 살짝 울적해 보였다.

남궁호는 그런 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제법이네. 확실히 많이 늘었어. 검풍을 다채롭게 쓰는 건 나도 많이 배웠다, 남궁태.”


“...!”


강력한 검풍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남궁태의 경계가 예상치 못한 몇 마디에 허물어졌다.

남궁태는 눈을 땡그랗게 뜬 채 굳었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뭐, 뭐...?”


“뭘 뭐야. 앞으로 요행 찾지 말고 계속 정진해봐. 네 강점을 살려서.”


남궁호는 남궁태에게 조언을 툭 던지고 연공실로 향했다.

인정은 남궁태가 받았는데, 어째선지 남궁호의 마음이 뿌듯해졌다.


‘아닌가? 그냥 영약 먹고 처음으로 힘을 많이 써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남궁호의 단전과 심장에서 왠지 모를 뻐근함이 느껴졌다.

불편한 감각이 아닌 운동 후의 근육통처럼 보람차면서도 익숙지 않은 느낌이었다.


* * *


검왕의 앞에서 창궁무애검법을 시연한 남궁호.

그의 검초에 검왕은 박수를 쳐주었다.


“며칠 새 또 발전했구나, 호아야.”


“아직 많이 부족하죠.”


“네 나이대엔 적수가 없을 텐데 너무 겸양을 떠는구나. 이 아비는 곧 열릴 용봉지회가 기대되는걸?”


검왕은 몹시 기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남궁호의 고민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직 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해서 조급한 게지?”


“...네, 맞아요.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신 유능제강에 대한 것도 아직 체득이 안 됐고요.”


“그래. 나도 혈기왕성할 땐 그랬지. 그러면 한 번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 검법에 적용한다는 생각은 싹 잊는 게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무조건 이기려 드는 자세를 버려 보거라.”


남궁호는 검왕의 말에 의아한 듯 시선을 보냈다.


“무공이라는 것은 그저 싸움에 국한된 공부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 가치관, 의식과 같은 것들이 표현되는 거지. 그래서 때론 일류 무사가 절정 고수와의 전투에서 이기기도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게야. 그리고 음....”


설명을 하던 검왕이 잠시 주춤하며 뜸을 들였다.

말하기를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예를 들자면, 지난날에 회의실에서 내가 서러워하는 태아에게 내 잘못된 논리로 찍어 누르지 않았어야 했다는 거지.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당장의 일들을 해치우려다 보니 몹쓸 짓을 했어.”


검왕이 쓰게 웃었다.


“유능제강을 삶에 적용했다면 태아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네게도 충분히 보상을 할 방법이 있었을 게야. 그랬다면 가정이 화목해졌을 테니 가장으로서 승리했다고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그는 남궁호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과오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또, 태아가 네게 버릇없이 구는 것도 따끔하게 혼냈어야 했는데.... 미안하구나. 근래에 요양을 하면서 유진과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내가 검에 미쳐서 사느라 아비로선 여전히 부족한 게 많았더구나. 부디 넌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게 무리(武理)를 생에 적용해 보거라. 내가 겪어본 바, 필히 성과가 있을 게야.”


검왕은 자신의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는 듯 강한 눈빛을 보였다.

이에 남궁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긴, 아버지가 가족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무의 경지가 올라가는 걸 직접 봤잖아.’


검왕이 그냥 사과하기에는 민망한 나머지 괜한 소릴 섞어서 하는 건 아닐 터였다.


‘근데.... 가정교육이 개판인 걸 어머니랑 이야기 하면서 겨우 깨달으셨다고...? 아버지 둔감한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네.’


남궁호는 속으로 경악했다.

하긴 사회적으로 큰 성과를 낸 사람들이 가정에서 허술한 사례는 심심찮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도 희소식이 있다면 팽유진이라도 검왕에게 문제점을 짚어줬다는 것이리라.

아직 팽유진이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었으니까.

남궁호는 조만간 어머니의 인정과 사과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부모님도, 저도 앞으로 실수를 줄여나가면 되겠죠. 아버지 말씀대로 이제부턴 삶에 유능제강을 되새기며 지내볼게요.”


“그래, 그래. 넌 똘똘하니 금방 좋은 결과가 있을 게다.”


남궁호는 속으로 남궁태에 대한 계획을 조금 변경했다.


‘남궁태를 마교랑 엮어서 완전히 박살내는 건 조금 미루자. 일단 기회를 좀 줘 봐야겠어.’


만약 아까 남궁태가 먼저 배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혹은 남궁호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이미 마공의 마기에 지독히 물들었다면.

또는 조금 전 검왕의 가르침이 다른 방향이었다면.

남궁호는 다른 선택을 했을 터였다.

지금과 같은 가족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을 선택을.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아직 마공 수준이 심각한 상태는 아닌 거 같았으니까 어쩌면 적당히 타일러서 잘 해결될 수도 있지.’


남궁태에 대한 확실한 약점을 갖고 있으니 일이 틀어진다 해도 남궁호가 손해 볼 경우의 수는 없었다.

남궁호는 조만간 애정이 듬뿍 담긴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유능제강이라.... 어쨌든 상황이 부드러워지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


자신의 주먹을 슬쩍 쓰다듬는 남궁호.

형제간의 소통을 꼭 말로만 할 필요는 없으리라.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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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교룡운우 +6 23.07.02 4,410 109 12쪽
56 아, 영약! +10 23.07.01 4,359 123 13쪽
55 이 기회에 +6 23.06.30 4,338 116 13쪽
54 비보 +8 23.06.29 4,434 122 12쪽
53 백전 +8 23.06.28 4,493 117 13쪽
52 네가 낫다 +4 23.06.27 4,529 117 14쪽
51 이요제요 +5 23.06.26 4,608 119 12쪽
50 이거 감당이 되려나? +4 23.06.25 4,884 120 12쪽
49 상단전 +5 23.06.24 4,840 109 12쪽
48 저 운 좋은 놈 +7 23.06.23 4,950 116 13쪽
47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6 23.06.22 4,980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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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하지만 지금은 제... +7 23.05.28 7,089 1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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