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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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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604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18 08:50
조회
7,155
추천
98
글자
12쪽

DUMMY

“이렇게 해서 주짓수 평가를 끝내겠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 가진 후에 다음에 있을 팀원 선정을 진행하겠습니다.”


주짓수 평가 결과가 나오고 탈락자 두 명이 정해졌다.

부상을 입은 고태성과 20세의 도전자가 주짓수 평가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다른 도전자들이 앞으로 있을 팀 미션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들떠있는 사이, 탈락자는 짐을 쌌다.

스무 살의 어린 도전자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기....”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가는데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뭐죠? 저기 저 도전자한테 마이크 좀 갖다 줘요.”


김운길이 조연출에게 이야기했다.

돌발적인 상황에 카메라가 몰리고 도전자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손을 든 것은, 심종흠이었다.


“저, 도전을... 포기해도 되겠습니까?”


긴장이 된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데에서 오는 묘한 감정 때문일까?

심종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 친구 이름이 심....”


김운길이 옆에 있는 다른 멘토에게 작게 물었다.


“심종흠이요, 심종흠. 유티버.”


“아, 심종흠 도전자. 여기서 포기를 하겠다는 말인가요?”


김운길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도전자들 모두 탈락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평가에 임했다.

심종흠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기를 쓰고 버틴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진 하차를 한다니.

김운길뿐 아니라 모든 도전자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 맞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것 자체로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것이구나, 그걸 느껴서요.”


심종흠은 탈락한 도전자를 보며 말했다.


“제가 전사의 길에 지원한 것은,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었고 또, 건방진 소리지만 재밌는 콘텐츠가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한텐 재미거리가 다른 도전자한텐 꿈이라는 걸 이제 좀 느꼈습니다.”


심종흠의 말에 멘토들은 한 데 모여 잠시 회의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론이 나왔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심종흠 도전자의 포기로 이번 주짓수 평가의 탈락자는 고태성, 심종흠 도전자입니다. 최영훈 도전자는 다음 단계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김운길의 발표에 최영훈이라 불린 스무 살의 도전자는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얻은 기회였으니까.

최영훈이 심종흠에게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고 김운길은 카메라 감독 및 조연출들에게 턱짓했다.

빨리 방송에 쓸 장면을 찍으라는 의미였다.


“감사합니다! 저한테 이런 기회를....”


“아이, 별 거 아니에요. 고마우면 나중에 내 채널에 좋아요랑 구독, 알림설정까지 눌러줘요. 하하하!”


심종흠이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최영훈을 배려해 일부러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한 것이다.


“이제 내 몫까지 두 사람 치 열심히 해줘야 돼요.”


“네, 꼭 도와주신 거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노력해서 우승할게요!”


“우승은 여기 이 괴물 같은 형이 있어서 안 될 텐데. 하하! 그래도 빡세게 해봐요.”


심종흠이 그의 옆에 있던 우석을 가리켰다.

최영훈도 우석을 보고는 심종흠의 말에 납득을 했다.

우석은 모든 평가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우석 씨. 여기 이 동생 좀 잘 봐줘요.”


“그래요. 이제 팀 정해질 텐데 같은 멘토님한테 가면 좋겠네요.”


우석은 흔쾌히 대답했다.

앳된 얼굴의 최영훈은 표정에 감정이나 생각이 쉽게 드러나는 청년이었다.

지금 그의 얼굴엔 심종흠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어리숙하지만 쉽게 남을 시기하는 김현수나 애초에 인격이 나빴던 고태성 같은 부류보다는 훨씬 곁에 둘만한 사람이었다.

최영훈이 우석의 말에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카메라에 잡히고 있었다.


“심종흠이 유티버라더니 방송을 아네. 덕분에 괜찮은 그림이 나왔어.”


김운길이 촬영되고 있는 장면을 모니터링 하면서 말했다.

김운길의 말대로 심종흠의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심종흠이 이득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 희생으로 대중에게 굉장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덕분에 한동안 정체되었던 그의 유티비 채널 구독자 수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다.


“우석 씨, 나 먼저 가요. 나중에 우리 꼭 합방 하자고요. 저 친구도 같이 나오면 더 좋고.”


심종흠이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그럼요. 연락드릴게요.”


양두원을 비롯하여 친해진 도전자들에게 모두 작별을 고한 심종흠은 이내 체육관을 떠났다.


“이제 팀원 선정이 진행될 테니 도전자들은 모두 모여주세요.”


전사의 길 시즌2 후반부는 팀으로 나뉘게 된다.

멘토 세 명이 각자 팀을 하나씩 맡아 선수들의 훈련을 보조해주고 시합에서는 세컨드도 봐주는 것이다.


“아... 최상엽만 걸리지 마라.”

“오진호 팀이 제일 좋을 거 같은데.”

“그래도 나중에 워리어FC에서 뛰려면 김운길 대표님이랑 친해지는 게 좋지 않으려나.”


팀은 각 멘토들이 팀에 분배된 절정고수들과 상의하여 팀원을 뽑는다.

도전자들이 선호하는 멘토는 워리어FC의 대표 김운길과 국내 종합격투기의 원로격인 오진호였다.

가수이자 방송인인 최상엽의 경우엔 그냥 예능용 팀이라는 인식이 컸다.

그렇게 도전자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는 동안 팀원 선정이 진행되었다.


“저희 팀에서는, 강우석 도전자를 뽑겠습니다.”

“김 멘토님 저도 강우석 도전자는 양보 못 합니다.”

“잠시만요. 저희도 강우석 도전자 원하는데요.”


이윽고 우석의 차례가 되었다.

세 팀의 멘토가 모두 우석을 자신의 팀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놈, 인기가 아주 좋구나. 크흐흐.


‘저 사람들도 이제 아는 거겠죠. 도전자들 중에서 제 실력이 최상위권이라는 걸요.’


우석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지금까지 팀원 선정이 진행되면서 세 팀에서 모두 원하는 도전자는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마님, 저 세 명 중에서 제일 안목이 좋은 멘토가 누구예요? 지금까지 실력 좋은 팀원을 뽑은 사람이요.’


-저 오진호라는 녀석이 쓸 만한 놈들을 꽤나 데려갔구나.


우석은 천마의 대답을 듣고 오진호 멘토 뒤에 앉아있는 도전자들을 살폈다.

예선전에서 같은 대기실에 있던 안경 쓴 도전자.

경호원 출신이라던 사람.

씨름 선수였던 양두원.

현재까지 이렇게 세 명을 뽑았다.


‘확실히 저쪽이 벌써 인상적이긴 하네요. 그 다음은 아무래도 김운길 대표 팀이 센 거 같고요.’


-그렇지. 저 노래 부른다던 녀석은 영... 실속 없이 고르더군.


우석은 잠시 고민을 했다.

멘토들은 서로 옥신각신 하고 있는 상황.

멘토들과 그들이 고른 팀원들의 면면을 살피던 우석이 입을 열었다.


“세 분께서 모두 저를 원하시는 거라면 제가 팀을 선택해도 될까요?”


“그게 좋겠네. 아무래도 본인이 가고 싶은 팀에서 더 열심히 하지 않겠어요?”

“맞습니다.”

“아... 가위바위보로 정하자니까요. 하하! 농담입니다~”


최상엽을 제외한 둘은 자신만만했다.

종합격투기를 수련하는 도전자들은 모두 최상엽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만큼 그는 방송을 위한 멘토일 뿐 프로그램에 대한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결국 우석이 멘토를 선택하게 되었다.


“저는....”


우석은 잠시 뜸을 들이며 멘토들을 한 번씩 주시했다.

카메라가 우석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찍었다.


“최상엽 멘토님의 팀으로 가겠습니다.”


“강우석 도전자, 후회하지 않겠어요?”

“아~ 우리 팀은 아예 전용 체육관도 있는데요.”

“...?”


-에잉? 왜?


김운길과 오진호가 아쉬운 마음을 입 밖으로 냈다.

최상엽도 우석의 선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심지어 천마도 깜짝 놀란 듯 했다.


-뭐, 노래라도 익히고 싶은 게냐? 음공이라면 내가 알려줄 수도 있는데. 저놈에게 가서 배울 수 있는 게 없지 않겠느냐?


‘제가 전사의 길에 지원한 이유가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으면 오진호 멘토 쪽으로 갔겠죠. 근데 제가 필요한 건 인지도거든요.’


우석이 천마를 보며 씨익 웃었다.


‘개천에서 용 나오는 스토리는 다들 좋아하잖아요.’


-아, 그래서 일부러 약소팀에 들어간다 이거구나! 크흐흐.


어차피 실력을 키우는 것은 천마와의 훈련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특출날 게 없는 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편이 우석에겐 좋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하하! 이렇게 다 모아놓고 보니까 확실히 빛이 나네!”


팀원 선정이 끝나고 각 팀들은 담당 멘토 및 절정고수들과 함께 모였다.

최상엽은 자신이 선택한 팀원들을 보며 크게 웃었다.


“여러분, 제가 어떤 기준으로 여러분을 뽑았는지 아세요? 최영훈 도전자 혹시 알겠어요?”


“아, 아뇨.”


최영훈도 우석과 함께 최상엽의 팀이 되었다.

앞서 심종흠이 우석에게 부탁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담은 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다른 팀원들 한 번 봐보세요. 잘 생겼잖아요? 하하! 저는 뭐 얼굴만 보고 뽑았습니다. 우리 팀은 비담이에요, 비담. 비주얼 담당! 하하하!”


최상엽이 고루한 줄임말을 써가며 떠들었다.

하지만 최상엽의 말을 들은 팀원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사람들한테 실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소리는 모욕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다들 한 가닥 하던 사람들이잖아요? 얼굴도 잘생겼는데 싸움도 잘 하는 팀이다, 뭐 그런 얘기지.”


팀원들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최상엽이 급히 얼버무렸다.


“내일은 이제 팀워크 향상을 위한 훈련을 짜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팀은, 등산을 갈 겁니다.”


“등산이요?”


“또 격투기하면 체력, 체력하면 등산 아니겠어요? 심폐지구력에 그만한 게 또 없지.”


최상엽이 스스로 생각해낸 게 대단하다는 듯 가슴을 펴고 말했다.


-등산이라.... 장기적으로야 좋겠지만 지금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녀석들한텐 그다지 필요한 훈련은 아니건만.... 쯧쯧, 다른 녀석들만 불쌍하게 됐군.


최상엽을 보며 천마가 혀를 찼다.

대부분의 팀원들도 같은 생각인 듯 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 그러면 산 타고 내려와서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때릴까요? 크으,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도네.”


약간 퇴폐적으로 생긴 도전자가 술잔 넘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우석은 그의 얼굴이 익숙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고태성과 함께 장난을 치던 놈들 중 하나였다.


“황태혁 도전자가 뭘 좀 아네. 스트레스 푸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죠.”


최상엽은 죽이 맞는 팀원을 발견한 게 꽤 반가운 눈치였다.


“남자가 풍류도 좀 즐기고 하는 거죠. 흐흐흐. 그리고 저희가 언제 또 연예인이 사주는 술을 먹어보겠어요. 그쵸? 그쵸?”


황태혁은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다른 도전자들을 보며 물었다.

딱히 대답을 바란 행동은 아니었다.

자신의 의견이 팀원들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제스처.

은연중에 무리의 주축이 되려는 수작이었다.


‘또 피곤하게 사는 놈 하나 섞여 있네요.’


-어차피 같은 팀에서 싸울 일도 없지 않겠느냐. 신경 쓰지 말고 너는 그냥 빨리 돌아가서 등산 갈 준비나 해라.


‘등산 갈 준비요?’


-내가 말했지? 다른 녀석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너는 등산을 하면서 익힐 게 있으니까 그걸 준비하라는 말이다. 흐흐흐.


천마는 왠지 모르게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 * *


3월 1일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열 명 가까이 되는 사내들이 관악산을 오르고 있었다.

최상엽을 필두로 여섯 명의 도전자들에 촬영팀까지 대동한 인원이었다.


“헉헉...! 허억...!”


그 중에서 유독 힘들어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뭐야? 예전에 프로 뛸 땐 체력 좋기로 유명하지 않았어?”

“오늘 컨디션이 별론가?”

“근육을 너무 키우면 지구력이 떨어진다고 그러긴 하던데....”


땀이 비 오듯 흘리는 사내.

바로 우석이었다.


-어어? 숨 제대로 안 쉬지? 내력 돌려. 호흡 완전히 뱉고. 들이마시고. 똑바로 해라, 똑바로.


그리고 그의 옆에는 천마가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었다.


작가의말

손쉽게 등산 다니는 꼴은 볼 수가 없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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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요즘 뭔 일 있어? +20 21.03.30 5,503 7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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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패널티 +14 21.03.28 5,330 89 12쪽
35 설전 +13 21.03.27 5,432 88 13쪽
34 2차전 +7 21.03.26 5,618 96 13쪽
33 파워 +3 21.03.25 6,002 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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