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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천마님 : 잽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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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2.19 20:30
최근연재일 :
2021.04.16 06: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0,516
추천수 :
5,673
글자수 :
325,396

작성
21.03.20 23:20
조회
6,579
추천
100
글자
12쪽

4 대 2

DUMMY

“아~ 그래도 수성은 성공해서 다행이네요. 하하. 전부 탈락하는 것보다는 반이라도 남을 수 있잖아요.”


공성 미션을 하러 갔다가 지고 돌아온 황태혁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미션에 실패했다는 데에 딱히 미안한 감정은 없는 듯 했다.


“공성에 실패했으니까 우석이는 빼놓고 다섯 명 중에서 탈락자 세 명을 선택해야겠는데....”


최상엽이 입을 열었다.

그도 그렇게 심각한 얼굴은 아니었다.

황태혁과 최상엽을 제외한 나머지 도전자들만 죽상을 한 상태였다.


“솔직히, 영훈이는 알아서 빠져줘야 되지 않겠냐?”


황태혁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최영훈에게 말했다.

그 모습을 우석은 유심히 살펴봤다.


“예? 왜 제가....”


“아... 진짜. 자식이 형 얘기하는데 토를 다네. 야. 내가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다 장난 같지?”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근데 왜 말을 그따위로 해. 새끼야, 내가 앞에서 체력 빼놓을 테니까 양두원 KO시키라고 그랬지. 근데 니가 마무리를 못 해서 우리가 공성 실패한 거 아니야.”


황태혁이 인상을 쓰며 얘기했다.


“혀, 형 양두원 씨한테 2분 만에 탭 치셨잖아요.”


“아이씨. 그래도 그라운드로 끌고 가서 버티는 게 얼마나 체력을 갉아먹는 건데. 그 덩치가 당연히 힘이 빠졌지. 안 그러냐?”


황태혁은 다른 도전자들을 향해 물었다.

다른 팀원들도 황태혁이 어느 정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최영훈이 탈락자로 선정되면 그들이 탈락할 확률은 줄어든다.

팀원들은 최영훈과 그리 가깝지도 않았기에 굳이 바른 말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렇지? 아무래도.”

“조금 헉헉거리는 것 같긴 하더라.”


소극적으로 맞장구를 치는 팀원들.

이에 힘입은 황태혁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리고 어차피 너 올라가도 얼마 못 가. 그딴 실력 가지고 남은 도전자들 중에서 누구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남의 몫 뺏지 말고 알아서 짜지라고. 확 씨, 뭣도 없는 게.”


우석은 그들의 행태를 보며 조금 의아했다.


‘근데 황태혁이 영훈이보다 실력이 좋나? 주짓수 빼고는 영훈이가 더 잘 싸우는 것 같은데....’


최영훈은 복싱 베이스로 타격 실력이 상당했다.

반면에 황태혁은 그다지 특출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천마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훈이가 황태혁보다 약할까요?’


우석은 안목이 뛰어난 천마에게 물어보았다.


-저 심약한 놈이 정신만 차리면 황태혁이란 녀석은 압살해버릴 수 있지. 황가 놈은 재능이 나쁘진 않지만 거의 수련을 하지 않았어. 반면에 저 최가는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쌓아올린 게 보이는군.


천마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최영훈의 멘탈이 약한 것이 걸린다는 게 천마의 생각이었다.


‘실력도 없고 양아치 근성인 놈이 수월하게 올라가게 두긴 좀 그렇겠네.’


우석은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부류의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시절에도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어머니가 없다는 이유로 우석을 많이 건드렸고, 덕분에 숱하게 주먹다짐을 했었다.

우석의 아버지 강준태가 말하던 어렸을 때의 말썽이 주로 양아치들과의 싸움이었다.


“황태혁 씨. 오진호 멘토님 팀 수성하는 사람이 두원 씨밖에 없었어요?”


“아...니요. 한 명 더 있었는데요.”


“그럼 그 한 명은 다른 분들이 KO시킨 상황이었던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황태혁의 목소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우석은 확실한 강자.

최영훈을 대하듯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영훈이가 두원 씨를 KO시키든 말든 결과는 똑같았던 거 아니에요?”


“아니, 상황이라는 게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고.... 혹시 뭐, 남았던 도전자가.... 음....”


“말 똑바로 하세요.”


우석의 목소리에 불쾌한 감정이 담겼다.


“그, 쟤가 막내기도 하고 작전대로 못 했으니까 책임을 져야죠. 누군가는 탈락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더 가능성 있는 사람이 올라가는 게 맞잖아요!”


황태혁은 자신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그는 오히려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헛소리 하지 마시고, 자신 있으면 탈락 걸고 붙어보시던지.”


“실력 좀 좋다고 너무 그러는 거 아니에요? 시발, 그냥 나 탈락시키려고 그런다고 그러세요.”


황태혁도 사리분별이 되는 녀석이다.

우석과 붙어봤자 두드려 맞기만 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누가 나랑 붙자고 그랬나? 그쪽 네 명이랑 저랑 영훈이 둘이 편먹고 경기 하죠. 대신, 황태혁 씨는 무조건 영훈이랑 붙는 걸로.”


우석의 말에 황태혁이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잘하면 눈엣가시 같은 강우석도 떨굴 수 있겠는데. 최영훈 저 새끼는 좀 갈궈놓고 시작하면 잡아먹을 수 있을 거 같고....’


황태혁은 아직 우석이 어떻게 수성에 성공했는지 몰랐다.

그랬기에 우석의 제안이 충분히 달콤하게 들렸다.


“흐흐, 그렇게라면 괜찮죠. 형님 은근히 승부사 기질이 있으시네.”


결국 황태혁이 탈락을 건 승부를 승낙했다.


“그럼 결정 났으니까 영훈이랑 황태혁 씨가 먼저 붙는 걸로 하죠.”


“저야 좋죠. 흐, 야 영훈아. 처맞을 준비해둬라. 형님 잘 둔 덕분에 그냥 탈락만 할 거 존나게 맞고 탈락하게 생겼네? 크흐흐.”


황태혁이 최영훈을 살벌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일부러 겁을 주기 위한 수작이었다.

우석은 교묘하게 최영훈의 시야를 가려주며 다가갔다.


“영훈아.”


“네? 아, 네, 네!”


최영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법 긴장을 한 모습이었다.

어깨가 움츠려들고 동공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


“세 가지만 생각해. 하나, 황태혁은 별 거 아니다. 둘, 니 주먹은 세다. 엄청. 셋, 니가 지면 나까지 떨어진다.”


우석의 말에 최영훈의 동공이 커졌다.


“예? 그게 무슨....”


“잘 생각해봐. 3 대 1이야. 아니지, 니가 황태혁을 못 이기면 거의 3.5 대 1 정도로 싸우게 될 거야. 그러면 나도 무조건 탈락하지 않겠어?”


표정이 굳는 최영훈.

목울대가 꿀렁이는 걸 보니 마른침이 넘어가는 듯 했다.


“이제 상황 정리가 됐으면 빨리 몸 풀자. 말했지만 상대는 별 거 아니야. 너는 세고. 정신 차리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야.”


우석이 체육관에 굴러다니는 미트를 들고 와서 최영훈의 주먹을 받아줬다.

일부러 팡팡 소리가 크게 나도록 타이밍 맞춰서 미트를 움직였다.


-이놈 눈 좋은 걸 이런 데에다가 써먹는구나. 참나, 웃기는 놈이라니까.


천마는 우석이 최영훈의 기를 살려주는 데에 스스로의 동체시력을 활용하는 걸 보고 웃었다.


“이야, 빠따 장난 아니네.”

“스트레이트나 훅 두 번만 꽂아도 그냥 가겠다.”

“어우, 킥도 매서운데.”


몸을 풀게 도와주면서 계속 칭찬을 해주니 최영훈도 더욱 자신감 있게 움직였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하죠?”


몸을 충분히 푼 황태혁이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야, 괜히 발악하지 말고 적당히 처맞다가 포기해. 알겠지?”


“....”


최영훈은 위협하는 황태혁에게 대꾸하지 않고 케이지에 들어갔다.

표정을 보니 아직 두려운 마음이 다 가신 건 아닌 것 같았다.


-저놈 저거, 가진 실력에 비해서 너무 유약하네. 쯧쯧. 비수를 들고 있어도 찌르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것을... 뭐 하러 칼을 가는 게야?


천마는 타격 실력을 갖춰놓고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최영훈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벽을 부수고 나오면 좋겠네요. 그래야 저 양아치 놈도 참교육이 될 거고요.’


우석이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케이지 안을 주시했다.


“터치 글러브. 1라운드 시작!”


심판이 케이지 중앙에서 시작을 알렸다.

최영훈은 글러브를 내밀었는데 황태혁이 바로 로우킥을 차버렸다.

기본적인 매너조차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읏...!”


최영훈이 주춤하자 황태혁이 다시 달려들었다.

빠르게 쏟아지는 주먹들을 방어하며 거리를 벌리는 최영훈.

도망치듯 뒤로 빠지는 그를 보며 황태혁이 씨익 웃었다.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평소의 최영훈이라면 그 모습에 주눅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우석이 해준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 황태혁은 별 거 아니다.... 그러고 보니까 실제로 대미지를 준 공격은 아무것도 없어.’


최영훈은 자신이 펜스 근처로 물러선 것 외에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제자리에서 몇 번 통통 뛰는 최영훈.

어깨와 팔에 힘을 빼면서 가볍게 털었다.

최영훈의 가드가 내려온 걸 보고 황태혁이 재차 덤볐다.


-퍽!


하지만 최영훈은 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내려가 있던 왼 주먹이 아래에서 위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채찍처럼 후려치는 플리커 잽이었다.

미간에 잽을 얻어맞은 황태혁이 허둥대며 가드를 올렸다.


‘둘, 내 주먹은 세다.’


그 모습을 본 최영훈이 왼쪽 앞으로 움직였다.

몸이 전진하는 힘을 그대로 실어 강하게 레프트 바디를 꽂았다.


“어억...!”


올라갔던 황태혁의 가드가 다시 내려왔다.

안면이 완전히 노출된 상태.

타격 연습의 기본조차 안 된 것이다.


-후욱- 파앙!


최영훈의 라이트 훅이 황태혁의 관자놀이에 적중했다.

황태혁은 순간적으로 흰자위를 보이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엄청.’


우석의 세 번째 말은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심판이 KO 선언을 하고 있었으니까.

최영훈은 활짝 웃으며 우석을 보았다.

우석도 흐뭇하게 웃으며 엄치를 치켜들어주었다.


“형! 형 말 들었더니 이겼어요!”


“그래, 진짜 별 거 아니지?”


“네! 이제 남은 세 명을 최대한 줄여볼게요!”


최영훈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전의를 불태웠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제 나오면 돼.”


“네? 아까 3 대 1은 못 이기니까 제가 이겨야 된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3.5 대 1은 힘들다고 그랬지.”


우석은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최영훈을 밖으로 내보냈다.

최영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왔다.


‘이 세 명 상대하면 내공 좀 채울 수 있겠죠?’


-왜 최가 녀석만이 아니라 너까지 괜히 나서나 했더니.... 이런 계획이 다 있었구나?


최상엽 팀의 도전자들 수준은 김운길 팀보다 떨어졌다.

김운길 팀 다섯 명도 상대했는데 오합지졸 고작 세 명한테 질 리가 없었다.

아니, 황태혁까지 포함해서 네 명이 덤벼도 우석 혼자 다 이길 수 있었다.


‘아, 시바.... 내가 잘못 덤볐구나.’


황태혁은 케이지 안에서 맘껏 싸우는 우석을 보며 생각했다.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승부였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우석은 곧장 세 명의 도전자들을 KO시켰다.

그 광경은 모조리 카메라에 담겨 전사의 길 방송분이 되었다.

김운길 팀과 싸운 뒤에 태극권을 펼쳐 체력을 모두 회복했지만 그걸 아는 것은 우석과 천마뿐.

하루에 무려 여덟 명을 상대하고 그 중 일곱 명을 KO시키는 위용이 전국에 방영되었다.


“쓰읍.... 이렇게 되면 네 명을 모두 탈락시켜야 되나...? 다음 팀 미션은 아직 들은 게 없는데.”


최상엽이 턱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는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예~ 김 대표님. 저 최상엽입니다. 저희가 지금....”


전사의 길에서 최고 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는 김운길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최상엽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해서, 탈락자 처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화 드렸습니다. 아, 예. 예? 오히려 잘 됐다고요?”


최상엽이 김운길에게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갑자기 주위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작게 하며 체육관 구석으로 향했다.

비밀스럽게 통화를 이어나가는 최상엽.

그는 곧 전화를 끊었다.


“우리 팀 탈락자는 네 명이다. 안타깝지만 우석이랑 영훈이 빼고는 모두 탈락처리 하기로 했어.”


최상엽은 도전자들에게 돌아와 말했다.


‘그럼 우리 팀은 두 명뿐인데, 프로그램 진행이 어떻게 되는 거지?’


우석이 의아해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천마에게서 나왔다.

천마가 몰래 최상엽의 통화를 엿들은 것이다.


-팀 미션은 건너뛰고 바로 토너먼트를 진행하겠다던데? 자기네가 계획하던 게 있는데 딱 맞아떨어졌다고 좋아하더구나.


작가의말

셋, 니가 지면 나까지 떨어진다...는 뻥이야.


* * *


전사의 길 에피소드는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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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파워 +3 21.03.25 6,000 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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