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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 KHA, and THA

하 카 그리고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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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호수.
작품등록일 :
2020.08.11 20:00
최근연재일 :
2021.02.24 23:55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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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6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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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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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7쪽

4-16. "내 친구들 전부, 내 손으로 죽였어 1"

DUMMY

!!!!!!!!!!!!!!!!!!!!!!!!!!!!!!



후, 후드를 뒤집어 쓴 채


내 몸을 붙들며 이, 입을 막고 있!!...



...?


어...?



나를 붙들고 있는 손이랑 내 입을 막은 손,


그렇게 큰 힘을 주고 있지 않아.



그렇다고 나약한 손은 절대 아니야.


촉감으로도 전해지는 적의 강인함.




...왜 이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뿌리칠 수 있을 것 같다?!



퍽.



!!!!!!!!!!!!!



그, 급소를 차려 했는데!


알아차리고는 바로 막았어!!



“후후, 역시나... 꽤나 당돌한 아가씨구만~”



뭐...?


설마?!



“나의 소중이를 으깨시겠다~? 앞으로도 쓸 날이 많다고~”



제기랄!...


그, 그, 그!...



“그라이스!!”


“딩동댕~ 걱정이 돼서 찾아왔...”



짝!!



“악! 가, 갑자기 왜 때!...”


“흐어어엉!!!... 이 새끼 정말로 미친 새끼 아니야?!!! 사람을 봐 가면서 장난을 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흐어어어엉!!!!...”


“아, 아니... 그러니까 왜 뺨을 때!...”


“내가 오늘!!!!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봐 놓고는!!!! 나한테 그딴 되도 않는 장난을 친다고오오?!!!!! 진짜로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단 말이야아아!!!!!! 흐어어어어어엉!!!!!!...”


“그, 그러니까~ 나는 그냥 네 기, 긴장을 풀어줄!...”


“넌 정말로!!!! 사람 새끼가 아니야!!!! 알아아아?!!!!! 나가 뒤져어어!!!!!! 나가 뒤져 버리라고오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퍽, 퍽, 퍽, 퍽...




내 눈앞에 나타난 대상,


그라이스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놀랐다가,


한순간에 맘이 풀려.



울음이 폭발했어...




야속한 그라이스,


그의 뺨을 갈기곤.



사정없이 오열하며,


그의 가슴을 때린다.




...




돌아이인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 자식은 모든 돌아이를 뛰어넘는 돌아이야.



진짜로 죽을 뻔한 사람한테!


날 죽이려는 이들로부터 도망치는 사람한테!



주, 죽음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하긴, 그때 알아차렸긴 했어.



그 광야에서 한 달 동안 못 먹은 사람에게, 대놓고


‘그냥 굶게 만들어서 죽일 걸‘ 라고 말한 자식이니.



스스로에게 ‘농담의 허용 범위’라고 설정한 영역,


일반인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 유머가 나를 향했을 때, 그제야


비로소 그 파괴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심장이 세게 구겨졌다가


한순간에 펴지는 느낌을 받았어...




그라이스, 정말로 이 새끼는...


명불허전, 진짜로 미친 새끼...



농담에 목숨을 건 새끼...


장난에 목숨을 건 새끼...



무엇보다도 이런 게 재미있다는 착각에 빠져,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새끼...



아무리 속으로 욕을 박아 봐도,


내 마음속 분이 풀리질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가속도를 크게 한 번 받은 내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라이스의 위로,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채...


내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




토닥토닥...



“어때~ 이제는 조금 진정이 돼?”


“...”


“휴, 너... 이 정도의 장난도 받아 넘기지 못하면... 앞으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 그러니~? 마음에 여유를 장착하란 말이야, 여유를~”




“...하나 말해줄까요?”


“뭔데~? 말해! 뭐든 좋으니, 다 말하란 말이지~ 나는 누구와 달리, 엄청 대범하니까~”



“앞으로는 아저씨한테 절대로 오빠라 안 부를 거야.”


“허어억...”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그라이스는 냄새 풀풀 나는 아저씨!!!”


“크허허헉!...”



으으으...


이렇게 해도, 분이 절대로 안 풀려...



“어, 어떻게 하면... 내가 오빠라는 칭호를 다시 되찾을 수 있겠니...? 나에게는 하스테리아와 국가연합의 그 어떤 칭호보다 더 소중한 단어인데...”



오, 오, 오빠라는 칭호...라고?



지, 진짜로... 진짜로 병신인가...


오빠란 단어를 이름있는자랑 칭호에다가 비비다니...



정말이지, 사람 새끼가 아니야...


진심으로, 너무나도 화가 난다...




“모, 모, 몰라요! 그나저나! 오밤중에 저를 어떻게 미행한 거예요?!! 제가 있는 곳은 어떻게 찾고요?!!”


“후후후... 타잔 추적이야말로 내 특기라 할 수 있지.”



?!!!!



“...아까도 펠리온이 말한 걸 듣긴 했는데, 카의 흔적인 ‘카잔’의 개념과 같은 맥락인 거죠? ‘타잔’이니까, 타의 흔적을 의미하는 단어? 어렴풋이나마, 그렇게 알고 있어 와서요.”


“맞아, 제대로 알고 있어. 게다가 네가 훔쳐 탄 펠리온은 우리가 갖고 있던 녀석이니, 그 굽 자국을 쫓아가는 건 나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



“아앗! 그, 그러면 보라 펠리온의 수하도 저를 쫓!...”


“걱정하지 마, 느키티. 내가 널 따라오면서 모두 지웠으니까.”



!!!!!...



“아, 그리고... 정말로 죄송해요... 제가 급하게 서두르다가 펠리온이 넘어지는 바람에...”


“그건 그렇게 마음 쓰지 않아도 돼. 너를 찾아오는 길에 확인했는데,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이더라고. 돌아갔다가 날이 밝으면, 동료들에게 알려서 회수할 예정이야. 물론, 그때까지 살아 준다면 말이지... 생명에 지장이 없을 거란 내 짐작이 맞았으면 좋겠다만...”



“죄, 죄송합니다... 그 비싼 펠리온을 저 때문에...”




...저 말을 하면서 갑자기, 그라이스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순식간에 빠지더니.



대신, 진지함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운다...



그라이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니까,


내가 괜히 위축되는 게 느껴져.



우, 웃음기가 빠진 그라이스의 모습...


이렇게도 무섭고 위압적이었나...



말도 쉽게 걸지 못할 정도야...




“미안해?”


“...네?”


“말도 없이 고가의 펠리온을 훔쳐 타서 도망친 것도 모자라, 그 펠리온을 다치게 해서 당분간 못 쓰게 한 거잖아. 어쩌면, 다시 찾으러 왔을 땐 이미 죽어버릴 수도 있는 거고.”


“...”



“...안 미안한가 보네. 당당하네, 당당해.”


“다, 다, 당연히... 미, 미안하죠... 미안함을 넘어, 죄송하고요...”



“네 잘못과 미안함을 보상할 방법, 하나 있긴 한데.”


“저, 정말요...?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할게요...”


“간단한 일이야, 바로...”


“바로...?”




“...나를 오빠라고 부르면 돼~”


“아아아... 씹... 제발!! 제발!... 좀...”




...또 당해 버렸어.



오빠란 단어를 못 들으면 죽는 병에 걸렸나...


하루라도 장난을 안 치면 죽는 병에 걸렸나...




“...야.”


“네...?”



“안 하고 뭐하냐고.”


“아... 그게...”


“안 미안해? 안 미안하냐고?! 어엉?!!”


“...”



“어서!”


“오... 오... 오!...”



“...오빠. 그라...이스... 오, 오빠...”


“그래~ 느키티~ 오빠가 다 알아서 해 줄 테니~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




...재미있냐? 그래, 재미있겠지.



나를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데,


재미가 없을 수 없을 테니.



으으... 너무나도 분하고 재수 털려...



겉으로는 오빠라 해준다마는...


너는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아저씨인 줄 알아라...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그런데, 보자 보자 하니까?! 이런 시답잖은 걸 하려고, 그 고생을 해서 내 타잔을 지워주며 나를 쫓아온 거냐고요?!! 아니, 농담이랑 장난도 상황이랑 상대를 좀 봐 가면서 적당히 하라고요!! 제발!!!”


“크하핫~ 너무 야박하게 그러진 마~ 유머야말로, 내 삶의 이유니까~”



...???!



웃으면서 농담을 던지는 동시에,


후드를 벗더니 등 뒤에서 배낭을 꺼냈어...?



부스럭부스럭...



?!!



배낭을 열어, 안에서 새 횃불을 꺼...



치이이익...



“아무래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으니, 예전 횃불이 꺼지기 전에 새 거에다가도 불을 옮겨 붙여 놔야 할 것 같아서. 갈 때 횃불 두고 갈 테니까, 유용하게 써.”


“가, 감사합니다...”



“카핫! 별 말씀을~ 내가 이렇게 옆에 지켜주고 있을 때, 한숨 크게 돌리라고~”




...저 말이 맞아.



나 혼자 있을 때하고


그라이스가 내 옆에 있어 줄 때,



정말이지 하늘과 땅 차이야...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있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쉰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자. 먹어. 도망도 배가 불러야 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물병은 여기다가 세워 둘 테니, 있다가 까먹지 말고 꼭 챙겨 가고.”



바스락바스락...



“오오오오!!... 가, 감사합니다!!!”



빠, 빵이다!



여러 개의 빵이 담겨있는 프르슈이 주머니를


그라이스 아저씨가 줬어!!



이걸 보고 나서야,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하는 허기.



우적, 우적... 읍!! 컥!... 커헉...


꿀꺽, 꿀꺽, 꿀꺽...



반가운 마음에 빵을 하나 꺼내서


입에 넣어 씹었는데, 바로 목이 메었어.



물을 마시자, 갑자기 막혀 버린


목과 가슴이 뚫린다.



이제야 알아차렸는데,


확실히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긴 했나봐.



생각해보니 음식도 음식이지만,


물이야말로 정말 귀한 선물이야.



먹을 거야 숲속에서 어떻게든 구할 수 있겠지만,


식수는 진짜로 구하기 어려울 터.



그라이스가 건네준 빵과 물에,


내 생명이 연장된 느낌을 받는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소중한 물과 음식이야.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줄 모르니,


계획을 세워서 아껴 먹어야 해.




...그나저나, 원래대로라면?



빵을 한 입 베어 먹고 나서


눈물이 쏟아 졌을 것 같거든?



그런데 그라이스 저 자식이 아까 전에


내 눈물을 미리 다 빼놔서 그런가...?



예상했던 거와 달리...


아무렇지도 않네...



이러한 감동에 흘리는 눈물이라면


전혀 아깝지 않겠지만,



그라이스의 하찮은 장난에


그 많은 눈물을 쏟았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참자... 네가 참아야 한다, 느키티...




“...아저씨. 그런데, 이렇게 빛을 밝히면서 저희 위치를 노출해도 되는 거예요? 밤이 깊었으니 저희 말소리는 그렇다 쳐도... 아저씨가 밝힌 불빛 때문에, 저 역시 멀리서 식별할 수 있었단 말이에요.”



“...어허!”


“네?”


“아저씨라니!”



“아... 네... 오, 오빠...”



정말이지, 단 한 번을 그냥 안 넘어가네...


제발 좀 적당히 해라, 그라이스...



“어쨌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일단 이 숲은 무자비한 사냥으로 인해, 맹수를 포함한 야생동물의 씨가 진작 말라버린 곳이니까. 보라 펠리온 또한, 아직 추격대를 편성하지 않았고. 즉, 지금이야말로 네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거지.”


“저, 정말요? 그러면 저희가 아직까지는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도 된다는 거죠?”


“으이그, 겁은 많아가지고...”




...참나.



아니, 그런 일들을 겪으면...


없던 겁도 생기는 거 아니겠냐고...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러려니 하긴 하는데... 보라 펠리온,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거예요? 몰래 뒤통수 쳐서, 20시간 전에 저를 쫓아오는 거 아니냐고요...”


“글쎄, 그렇다니깐~ 안 그래도, 네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유레이가 니신 시장을 비롯한 시청 고위 관리들이랑 지역 유지 예닐곱 분을 모시고 왔더라. 그 중 두어 명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긴 했지만.”



!!!!!!!!!!!!!!!



“자세한 내용은 자기들끼리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 상의해 듣지 못했거든? 그런데 오늘 일이 어떻게 어떻게 매듭지어진 것 같긴 하더라고. 그 외부인들을 공증인으로 삼아, 형님과 펠리온이 임시적으로나마 합의를 본 것 같던데?”



??!?!!!?!!?!?!?!



“하, 합의까지요?”


“물론, 그게 아닐 수도 있어. 그냥 내 짐작이 그렇다는 거야. 형님께서 직접 나에게 설명해 주시기 전까지는, 그 세부 사항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겠지.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그 뒤로 어떠한 전투나 충돌 없이 양쪽 다 그대로 물러섰다는 거다. 나도 그래서 합의란 표현을 쓴 거고.”



“헐!! 서, 설마?!! 그, 그렇게 되면?!!! 저에 대한 기소도 철!...”


“미안하게 됐지만 그건 아닐 거야, 느키티. 애초의 약속대로 20시간이 지나면, 너는 보라 펠리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겠지.”


“...”



“너도 직접 들어서 잘 알겠지만, 그 펠리온 자식이 너를 중앙군사법원에다가 기소했잖아. 그렇게 된 이상, 이제 네 문제는 니신이라는 촌구석에 한정된 국지적 문제가 아니라... 다스트쿠트라는 하나의 나라 차원에서 다뤄지는 범국가적 문제가 돼 버린 거다. 다시 말해, 보라 펠리온뿐만 아니라 다스트쿠트의 모든 공권력이 너를 쫓게 된 것과 마찬가지.”




!!!!!!!!!!!!!!!!!!!!!!!!!!!!!!!!!!!




지, 진짜로...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말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 맞는 거야...?



다스트쿠트라는 거대한 권력 전체가?!


앞으로는 내 생명을 노리고 추격한다?!!



사, 사,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


한 국가가 내 목숨을 찾으려 한다는 걸...




“더 안타깝게도, 네 기소가 되돌려질 방법은 더더욱 없어. 불기소처분이나 기소유예에 대한 기대는 고사하고, 이미 판결까지 나와 버린 상태니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야, 군사법원에선 항소란 개념이 없다고. 다시 말해, 네 죄와 그에 따른 형벌은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된 거다.”


“아아아... 그, 그럴 수가...”



“물론, 가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네이스테리아국가연합과 하스테리아처럼, 다스트쿠트보다 더 큰 권력집단이 존재하기는 하니까. 정말 기적적인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내가 알지 못하는 초법적 수단이 그들에 의해 발휘되지 않는 한...”


“...”



“...넌 두 번 다시, 다스트쿠트 땅을 밟지 못하겠지.”




!!!!!!!!!!!!!!!!!!!!!!!!!!...




...그라이스가 내 처지에 대해


모든 걸 친절히 설명해 주긴 했지만,



어쩌면 무의식 속의 난 이미 그 전부터


이런 사실들을 전부 알고 있었을 수도...



저렇게까지 구체적으론 몰랐지만,


이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나는 평생,


다스트쿠트로부터 쫓기며 살게 됐어.



게다가 내 옆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됐다고.


친구들도, 지온도, 대장간 식구들도, 전부 다.



혼자서 이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해, 니카텔리...




...그나저나 내 신변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는 부분에 대해선 그렇다 쳐도.



이제는 나에게 더 이상 의지할 곳이


남아있지 않게 됐다는 건 차치한다 해도.



오늘의 사태를 덮은 과정에 대해선...


그와 별개로 확실히 궁금하긴 해....



아니, 그 엄청난 일을 어떻게 끝맺을 수 있었을까?



병력 기동의 규모도 보통이 아닌데다가,


다른 이도 아닌 카이트가 둘이나 다쳤다고!



내 의문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야.



지온이 그렇게까지 구차하게 말하고 행동했는데도,


끝까지 꿈쩍도 하지 않은 펠리온이었어.



마지막에 자신이 물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한 발짝 양보한 놈이었다고...



그런데, 그런 자식을 상대로


충돌을 피하는 정도에서 그친 게 아니라?!



임시적이라지만, ‘합의’라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과연, 뒤늦게 나타난 유레이 아저씨께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변수’를 만들어 낸 건가...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마무리가 생각보다 깔끔하게 됐네요...? 제 짐작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유레이 아저씨의 수완 때문이겠지요? 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 유레이 아저씨의 등장 말고는 없는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해야겠지. 방금 말한 것처럼, 나도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오늘처럼 유레이가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던 일들, 예전부터 비일비재 했으니까. 유레이가 잔소리는 많아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보다 한 박자 빨리 움직이는 데에 있어서는 달인이니.”


“하아... 유레이 아저씨가 그 정도의 능력자인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빨리 오시지...”



“아냐, 그게 엄청 빨리 온 거라고. 출타 중이었다가, 보라 펠리온이 병력 기동을 준비한다는 첩보를 오늘 오후에서야 얻었나봐. 그래서 그때부터 곧바로 준비해서 찾아온 게 그 정도... 사실상, 유레이 아니면 흉내도 못 낼 추진력과 속도지.”


“아아, 하긴... 보라 펠리온이 병력을 움직이기 전부터 미리 알고 대처했기에,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서 도착할 수 있었던 거네요. 그렇게 보니, 그러한 대응을 당일치기로 했다는 게 정말 대단하긴 하네...”


“그럼, 그렇고말고. 너무 고지식해서 가끔씩 재수가 없기는 해도, 유레이의 두뇌와 책략만큼은 그 누구도 인정하는 부분이니. 엄밀히 말하면, 우리들 중 최종 명령권자는 형님이 아니라 유레이 자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아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예전부터 대략적으로나마 눈치를 채긴 했는데... 계략을 만들어 내는 지적 능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라 펠리온이 오늘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대장간에 쳐들어 올 거란 첩보는 어떻게 미리 얻을 수 있었던 거죠? 저는 그 정보력이 더 대단한 거 같아서요.”


“아, 유레이는 ‘그물’을 거느리고 있잖... 아, 이건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



그, 그물?!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




“...아니지. 너는 형님이 직접 인정한 직계 식구나 다름없으니까~ 어찌됐든 이제는 ‘그물’이 꽤나 자리를 잡아서, 유레이의 정보력은 공권력의 수준까지는 못 되더라도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레벨이 됐어.”



?!!!!



이, 이제야 기억났어!



“오! 생각났어요!! 그런데, 그물은 다스트쿠트군에서 심문이나 방첩에 사용하는 지침서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들었는데...”


“오오... 나이도 어린 꼬맹이가, 그런 구닥다리 유물까지 알아?”



“...어이없네? 꼬맹이?! 꼬맹이?!! 제가 오빠라고 꼬박꼬박 불러 드리면,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존중이 되돌아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미안, 미안~ 공주님~ 어쨌든, 네 말이 맞긴 해. 그 그물도 그물이고, 내가 말한 그물도 그물이지. 둘 다, 유레이가 만들었으니까.”



!!!!!!!!!!!!!!!!!!!!!



“네에에?!!!”


“네가 어디서 그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방금 전에 말한 ‘그물’... 한때는 다스트쿠트군과 정부가 애용했던 지적 자산이긴 했어. 확실히, 유레이가 사람의 심리 분석에 대해 일가견이 있긴 했으니까. 그래서 형님이 다스트쿠트군에 계셨을 때, 유레이가 집필한 거야.”


“오오... 그, 그랬구나...”



“한때는 그 교범이 각광받긴 했는데, 쓰여진지 시간이 많이 흘러서... 현재 기준에서는 더 이상 ‘기밀’이라 말할 것도 없게 됐지.”


“아, 그래요? 저는 한 다스트쿠트군 병사가 설명해 줬는데... 그 그물에 걸리지 않으려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정답이라 그랬어요.”



“후후후, 그런 편법들은 전부 옛말이 됐어. 온갖 기술과 타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전 또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니까. 이제는 다른 나라나 군대도 ‘그물’보다 훨씬 더 나은 방첩 지침서를 가지고 있을 걸? 네가 그 병사한테 뭘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정말로 소중한 정보야.



이제는 나를 지켜줄 지온도 없는 만큼,


언제 어디서 다스트쿠트군과 맞닥뜨릴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내 몸을


무력으로 방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 안전을 ‘지력’으로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지, 나는 오히려 지력이야말로


무력보다 훨씬 더 자신 있어 하니까.



그렇다면, 아무래도 나의 롤 모델은


지온보다는 유레이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나?



하여튼 간에, ‘그물’, 절대로 맹신하지 말...




...잠깐만?


그러면, 그라이스가 말하려던 ‘그물‘은 뭐지?



“오빠, 그러면 아까 오빠가 말하려 했던 그물은 뭘 뜻하는 단어였어요?”


“아, 그게... 흠...”


“참나? 아까는 가족이니 뭐니 말하며 저한테는 말해도 될 것처럼 굴더니??”



나의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아리송한 표정으로 주저하는 그라이스...




“에라, 모르겠다~ 느키티, 어디가서 절대로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알겠어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을 게요.”



“진짜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형님과 마타쎄, 나하고 투르프, 그 외에 두세 명 정도만 알고 있는 거니까.”


“아, 거 참! 속고만 살았어요?! 게다가, 제가 그걸 말할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그물은 유레이가 조직한 ‘비인가 사조직’이야, 조직의 주된 목적과 임무는 정보 수집.”




?!!!!!!!!!!!!!!!!!



“비, 비인가 사조직?”


“뭐, 사조직에 대해선 설명할 필요 없겠지?”


“네. 국가나 국가연합, 또는 하스테리아가 아닌 개인이 만든 조직을 사조직이라고 표현하신 거 아니에요?”


“맞아. 그럼, ‘비인가’라는 부분이 궁금한 거군.”


“네...”



“규모 50명 이상의 조직을 만들 때는, 반드시 국가연합이나 하스테리아의 인가가 필요해. 그게 용병단이든, 상단이든, 기업이든, 조합이든, 비영리단체든, 뭐든지.”


“아, 진짜로요? 몰랐어요.”



“그런데 두 대륙 곳곳에는 하의 최고가치, ‘적당한 관대함’을 지렛대로 삼아, 그러한 규칙을 어기고 몰래 만든 ‘비인가’ 조직이 꽤 있지. 유레이가 만든 ‘그물’ 역시, 그중 하나고.”


“...유레이 아저씨가 그런 걸 운영하고 있었구나.”



유레이가 창설해서 이끄는


비인가 정보 수집 조직...



그물이라...



“아직은 완성 단계가 아니라서, 경제적으로 자생할 수준까지는 아닌가봐. 아직까지는 마타쎄 형님의 물적 지원 하에서 틀을 갖추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어.”


“어어?! 그러면 이번에 채권 수색과 관련해서, 유레이 아저씨의 그물을 활용하면 됐잖아요.”


“한 건데? 이번 일, 채권을 찾는 데에 있어... 유레이의 활약이 결코 작지 않았어.”



!!!!!!!!!!!



“저, 저, 정말요?!!”


“마타쎄 형님이 말 안 해 줬나? 융펠사의 은행가와 금융가를 샅샅이 뒤지며 둘째 펠리온의 채권을 추적했다는 거.”


“아, 말한 것 같아요.”



“그 작전에 필요한 모든 준비와 계획, 유레이가 모두 물밑에서 한 거라고.”



!!!!!!!!!!!!!!!!!!



“말로야 ‘금융가 및 은행가 내 채권 행방 추적‘이라고 내뱉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게 절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누가 너에게 그런 임무를 맡긴다면, 해낼 수나 있겠어? 나는 엄두조차 못 내겠는데.”


“아아앗... 그, 그건...”



“물론, 이번 일에 있어선 보라 펠리온의 정보력과 실행력에 밀린 꼴이 돼 버렸지만... 보라 펠리온은 한 지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군사령관이야. 애초부터 상대가 안 되는 거였지. 나도 놀랐다고, 다스트쿠트 중앙은행 직원의 목을 잘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 놨을 때.”




...저 말이 맞아.



나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가 봐도,


보라 펠리온의 힘과 권력은 정말로 대단했으니...




“그래도, 난 유레이의 능력을 믿어. 그 조직이 제대로 궤도에 오르기만 한다면, 엄청난 정보 수집 조직으로 발돋움할 걸?”


“지온과 마타쎄가 대단한 건 알았지만... 유레이 아저씨마저 그 정도의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물론, 카타이파란 칭호는 들어서 알고 있긴 했는데... 칭호랑 수완이랑은 완전히 직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뭐, 대화를 길게 나눌 시간이 없으니 유레이와 관련해서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겠다만...”


“...”



“유레이의 능력, 네가 방금 표현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해. 군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바로 책사니까. 전쟁터 위에서 우리들의 목숨, 사실상 유레이에게 달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 물론, 지금은 우리들 모두 퇴역했긴 했어도.”



!!!!!!...



아, 갑자기 생각나는 유레이의 별명...


‘빛의 왼 지팡이’...



“기다려 봐. 안 그래도, 유레이가 너에게 전해 달라고 한 게 있으니.”


“...네?! 유, 유레이 아저씨가요?”



부스럭부스럭...



“자, 받아.”


“...이게 뭐에요?”



“느키티 맞춤으로 제작된 ‘재활훈련 설명서’. 그리고 이건, 앞으로 한 달 동안 복용해야 할 약초 배합.”



!!!!!!!!!!!!!!



이 모든 걸 나, 날 위해서...?!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준비를 할 수 있...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네...? 뭐, 뭘요? 그게 무슨...”



“유레이, 네가 곧 떠날 거라는 걸 대충 짐작하고 있었나봐.”




!!!!!!!!!!!!!!!!!!!!!




“네가 숨기려 노력하긴 했지만, 친구들한테 돌아갈지 말지를 두고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는군. 그것도 남몰래 말이지. 유레이 덕분에, 네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걸 지온 형님 역시 알고 있었고.”


“...”



“느키티. 네 신분증, 잘 간직하고 있지?”


“네... 비대면 갱신 이후로는, 잘 때에도 항상 곁에 둬요...”



“...자.”


“??”



“그 신분증은 앞으로 노출하지 말고, 대신에 이걸 써. 형님이 따로 마련해 주신 거야.”




!!!!!!!!!!!!!!!!!!!!!!!!!!!!!!!!!!




“난 잘 모르겠지만, 네 원래 신분증은 정말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절대로 꺼내지 말라고 형님이 그러던데? 아니면, 그 신분증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줄 수 있는 대상에게만 보여주라 그랬어.”


“아아...”


“뿐만 아니라, 네 신분증이 도대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거는 한 번 분실하거나 파손되면 끝이라며? 그래서 형님이 그 신분증을 따로 마련해 준 거야.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래.”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저의 원래 신분증을 아예 사용하면 안 되는 건가요? 그래서 그 대신 이 신분증을 사용하라고 만들어 준 거에요?”


“글쎄다? 나는 그렇게 극단적인 말까지는 듣지 못했어. 그래도 형님이 네게 새로운 신분증을 만들어 준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테니, 웬만하면 지금 네가 받은 신분증을 사용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네, 알겠어요. 제 원래 신분증, 그 가치를 알아줄 사람에게만 보여라... 하지만 그냥 웬만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쪽으로 행동해라... 어?! 그러면 제 원래 신분증과 관련해서, 지온 아저씨가 하스테리아에 대해 따로 언급한 게 있어요?”



“...흐음. 그 이야기가 중요한 거였어...? 말 한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는 것 같기도...? 아, 아닌가? 아예 안 하신 것 같기도 하고...”



...으이그.



유레이는 그렇게나 똑똑한데,


너는 왜 그 모양이니... 만날 오빠 타령만 하고...



“아이씨, 몰라. 확실한 건, 방금 네게 준 이 신분증은 마타쎄가 멜리다타에 일 보러 갔을 때 겸사겸사 만들어 왔다는 거야.”



!!!!!...



아... 그렇다면...?



내 크라이비아카 신분증의 갱신보다


훨씬 전에 발급받은 거였네?



그렇다면 애초부터


하스테리아의 입장 발표와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내 크라이비아카 신분증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 거였구나...




“...그리고, 자.”


“이, 이거는?! 설마?! 돈주머니?!!”



“500 델이야. 형님의 마지막 선물.”




!!!!!!!!!!!!...




저, 정말이지...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돈이야...



그라이스가 주머니를 꺼내 보인 순간,


이건 돈주머니임을 나의 속물근성이 직감했어.



역시, 돈 냄새 하나는 예전부터


기가 막히게 잘 맡긴 했지...



“아.... 지온 아저씨...”



미간에 억지로 힘을 주며,


어떻게든 눈물을 참아보려 한다...




“그리고, 이거는 형님이 주신 편지.”


“아앗! 지금 읽!...”


“오우! 오우!! 넣어 두라고~”



“...네?”


“그런 건 혼자 읽는 거야, 알겠어? 내가 떠나거든 읽으라고, 괜히 즙 짜지 말고~ 그런 분위기, 딱 질색이다~”



“...참나. 누, 누가 운다고 그래요?!! 어, 어이가 없어서...”


“응, 느키티는 고장난 수도꼭지~”


“...”



...제기랄.



저 말을 받아치기에는


아까 전 내가 흘린 눈물이 양이 너무 많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그나저나, 정말이었다니.



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걸


유레이가 미리 알아차렸다는 말,



솔직히 말하자면 믿기 꽤 힘들었거든.



나조차 마지막 순간까지 지온과 친구들 사이에서,


저울질을 멈추지 못하며 결정을 못 내렸으니까.



하지만 지온과 유레이가 나를 위해


사전에 준비해 뒀다는 물건들을


그라이스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건네받았을 때,



나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내 속마음을


유레이는 미리 알아차렸던 거야,



...내가 친구들에게 끝내는 돌아갈 거라고.



더불어, 그러한 생각을


나에게 어떠한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설명서, 약, 새 신분증, 돈,


이 모든 걸 티도 안 내면서 묵묵히 준비했다니...




내가 지금 받은 모든 것들,


하나부터 열까지.



나에게 있어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될


소중한 것들뿐이야.



정말이지, 지온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돼 버렸을까.



처음 시작부터 하염없이 받기만 하다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 철저히 받기만 하고.



대장간 직원들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너무나도 무례하게 떠나 버렸어.



지온과 지온의 식구들에게...


내 목숨과 그 이상의 것들을 빚져 버렸다...




“야!”


“네?! 아, 네...”


“아주, 아주... 감동의 파도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구만~ 그래, 그렇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란 말이지~”



“...뭐에요? 누가 보면 자기가 준 줄 알겠네?”


“크, 크흠!... 그, 그건 그렇다만...”



“평소 같았으면 그 정도의 생색은 가볍게 받아줄 정도였지만, 아무래도 오늘 제가 오빠한테 크게 당한 게 있어서... 그냥은 못 넘어가 주겠네요~”



나도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그라이스에게 저절로 농담을 해 버렸어.




“...그래? 이거, 참... 아쉽게 됐는데...?”


“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너에게 아직 안 준 것들이 남아 있는데... 감히 네가 나한테 이 따위 푸대접을 해...?”


“커, 커헉!... 아, 아, 아직도 제가 받아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요?!!”



“남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야.”



?!!!!!!!!!!!!!!!!!!!!!!



“네, 네, 네에에?!! 지금 이것들도 어마어마한데, 이제부터가 진짜라니?!!!”


“엣헴! 받고 싶으면, 처신 똑바로 하라고~”




“오, 오, 오빠...”


“...안 들리는데?”



“오빠~”


“...부족해.”



“오빵~!”


“...만족스럽군.”




우우욱...


견뎌라...


느키티...




부스럭부스럭.



“짜잔.”


“어...? 그게 뭐에요?”


“말이 필요 없어. 직접 열어보면 알거야.”



척.



일단, 그라이스로부터 받은 건


얇고 기다란 상자야.



꼭대기 부분이 배낭 위쪽으로 삐져나와 있어서,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던 거긴 한데...



저게 내 거일 줄은 생각조차 못했어.



내가 받을 물건 중에,


상자에 담겨서 올 게 있나...?



딸깍.



!!!!!!!!!!!!!!!!!!!!!!!!!!!!!!!!



“우, 우와와아앗!!!”


“후후후...”



거, 거, 거...


검이다!!



“마, 만져 봐도 돼요?!”


“그럼. 네 건데.”



스윽.



!!!!!!!!!!!!!!!...



일단, 촉감만 봤을 때에는


그렇게 큰 특별함을 못 느끼겠어.



그, 그런데... 내가 쓰기에는...


크기가 너무 큰 것 같...



척.



??!?!!?!?!??!!!!?!??!



가, 가, 가!...


가벼워!!



“가벼워요!!! 헐, 이거 뭐야?!!! 뭐냐고!!!!”


“후후후...”


“아, 아니! 크기에 비해 가벼운 것도 가벼운 건데! 그걸 떠나서, 제가 예전에 쓰던 검과 무게가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어, 어떻게 이렇게 저에게 딱 맞춰서 만든 거예요?!!”



“우리들이 대장간 짬밥을 얼마나 먹었는데, 이 정도도 못 맞출까. 너 정도 되는 나이랑 체구의 여성이 사용할 무기를 맞춤 제작한다? 척하면 척이라고~”



지, 진짜야... 정말이라고...



저 말만 뱉었다면 당연히 허풍으로 생각했을 텐데,


실제로 그 결과물이 내 손에 쥐어져 있어...



“그런데... 이거 정말로 펠로 만들어진 거 맞아요? 부피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것 같아서요.”


“당연히 아니지. 펠로 그 정도 크기의 검을 만들었으면, 더 무거울 테니.”


“아아앗?!! 그, 그렇다면?!! 트, 특수물질로 만든 거에요?!!!”



“...선 넘네? 공짜로 무기를 얻는 주제에, 특수물질 무기를 찾는다고? 그것도 맞춤 제작된 걸로? 양심이 가출했네, 가출했어~”



“아...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알았으니, 한 번 휘둘러보기나 해 봐~”



후우-우이잉-.



?!!!!!!!!!



“우, 우와왑!! 처음 소리는 펠로 만들어진 검이랑 비슷하다가, 중간이랑 끝의 느낌이 조금 달라요.”


“오, 감이 없는 건 아니구만.”



중간 느낌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에선 검이 한 번 더 우는 느낌이야...



“아니, 뭘로 만들었냐니까요? 그냥 알려주면 되지, 왜 이렇게 뜸을 들여요?!!”


“크크... 네가 그렇게 당황해 하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서.”



...변태야.


진짜로 변태...



“펠린.”


“네?”


“‘펠린‘으로 만들었다고.”



“...‘펠리아’는 들어봤는데, 펠린은 처음 들어요.”


“펠리아는 펠을 가지고 몇 번의 공정을 더 거쳐서 만든 금속이고. 펠린은 펠과 다른 종류의 금속이야, 특수물질은 아니지만.”


“그렇구나...”



“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경도 측면에서는 펠보다 약간 떨어질 테니.”


“어어?! 그, 그러면 차라리 펠로 된 검이 더 좋잖아요...”



“절대 아니지. 무게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가벼울뿐더러, 탄성 역시 펠보다 훨씬 우수해. 상대가 두꺼운 갑옷이나 방패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오히려 이게 효율이 훨씬 더 좋아. 너, 전쟁터에 나가서 중장보병이랑 싸울 거 아니잖아?”


“그, 그렇기는 하죠...”



“다시 말하면, 네가 쓸 무기를 만들 소재로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아... 듣고 보니 그렇기는 하네요.”



“무조건 단단하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크팔타크가 무기나 방어구에 안 쓰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이 말이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했어.



뭐, 저 말의 뜻을 떠나서...


이 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어?! 자, 잠깐만요. 이렇게 검만 달랑 주신 거예요? 칼집은요.”


“으이그, 검을 꺼낸 상자 밑바닥을 드러내 봐.”



딸깍.



“아앗... 여, 여기 있었네...”




...상자의 구조, 2층으로 돼 있었어.


숨겨져 있던 1층에서 검집을 찾는다.



손님이 아니라 편한 사람한테 주는 거니까,


그냥 별다른 격식 없이 간편히 줄 수 있잖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렇게나 가져온 게 아님을 느낀다...



실제 고객에게 제품을 건네주는 것처럼,


포장도 신경 써서 해 놨어.



따로 설명을 받진 않았지만, 직감할 수 있다.



분명, 지금 이러한 포장 형태는


실제 제품 판매에서 사용되는 걸 거야...



스으으- 팅!



“와, 검집에 넣으니까 이제야 완성된 느낌이 나요! 한 번 넣었다가 발검해 봐도 돼요?”


“참나, 가지가지 하는구만~ 마음대로 해 보라니까?”



스르릉-



!!!!!



여, 역시나...


펠로 만든 검이랑 발검 소리가 미세하게 달라.



어?! 잠깐만?!



“오, 오빠! 예전에 저를 구해주러 오셨을 때 찼던 검, 이거와 같은 금속으로 만든 거예요? 그때도 펠로 만든 검과 다른 발검 소리였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해서요.”


“흠, 날카로운 지적이긴 한데~ 그건 아니야. 그때 뽑은 검, 지금 내가 차고 있는 거랑 같은 거니까.”



“그, 그러면 제가 그 검을 한 번 뽑아 봐도 돼요?”


“휴... 갑자기 이런 상황에서 호기심과 학구열을 발휘한다고? 힘들 텐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검을 차고 있는 왼쪽 옆구리를


내 쪽으로 내밀어 주는 그라이스.



?!!!



“무, 무겁다... 모, 못 뽑겠는데요...”


“그래. 내가 쓰고 있는 검, 동일 크기를 기준으로 말하면 펠로 만들어진 것보다 더 많이 무거워. 게다가 애초부터 양손용으로 만들어진 무기니까, 크기도 당연히 더 크고. 다시 말해, 네가 여태까지 만져왔던 검보다는 훨씬 더 무겁겠지.”



“아... 그러면 뭘로 만들었는데요?”


“비. 밀.”


“...”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검이지, 여러 가지 금속과 특수물질을 배합해서 만들었고.”


“우, 우와... 대단하다, 정말...”



“차암나아~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네? 당연히 놀랍죠... 특수물질도 섞여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성능이나 능력 또한 비범할 거 아니에요... 부럽다... 부러워...”




“...휴. 이거야 원, 이래서 어린 애들하고 다니면 피곤하다니까. 하나하나 다 설명해 줘야 하니~”


“네...?”



“네 검, 내 거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



“네에?!!”


“네 검이 내 것보다 100,000 카트로드는 더 비쌀 걸?”




??!!?!!!?!!?!?!?!!!!?!!?!?!!??




“네에에에?!!!! 여, 여, 열 배나요오?!!!!!”


“그것보다 더 비쌀 수도 있어. 손잡이 부위를 보고 바로 알 거라 생각했는데... 아, 어두워서 잘 안 보였을라나?”



...어?



확실히, 손잡이 맨 윗부분...


날밑 바로 아래에 뭔가가 감겨져 있...



“들어는 봤니? ‘카이파부여무기’라고.”




?!!!!!!!!!!!!!!!!!!!!!!!!!!!!!!!!!!!!!!!!!!!!!!!!!!!!!!!!!!!!!!




“카, 카!... 카!!... 카!!!...”


“...”



“카이파부여무기이?!!!!!!”




“역시, 느키티랑 대화하는 건 정말이지... 꿀 재미 중에 꿀 재미라고~ 반응과 타격감이 아~주~ 좋다, 이 말이야~!”


“우, 우와... 마, 마, 말도 안 돼...”


“이제야 네 손에 들고 있는 게 뭔지, 제대로 알아차린 느낌인데?”




‘카이파부여무기’



무기 자체에 카이파가 충전돼 있는 무기야...



이 무기를 들고 있으면, 횟수가 제한되긴 하지만


카이파를 쓸 수 있게 된다고...



직접 들고 있는데도 믿기지가 않기에...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훑어보고 있다...




카타나 타카 같은 ‘타’ 계열의 특수능력, 그리고


카이트와 카이파 같은 ‘카’ 계열의 특수능력.



저 중에서 더 귀한 능력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후자.



카이트와 카이파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그야말로 국가나 대륙의 핵심 인재가 된다.



위력도 위력이고, 희소성 측면에서도


엄청난 가치가 있기에.




대신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사물에 카이트나 카이파를 미리 ‘부여’해 놓는 것.



특정 카이트나 카이파를 물체에 충전해 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거야.



그런데, 나도 말로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라고...



‘카이트부여주문서’나 ‘카이파부여주문서’ 같이,


보통은 일회용 제품을 통해 사용한다고 들었어.



그런데 그러한 일회용품마저...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린다지...



아무리 한 번밖에 못 쓴다 해도


카이트와 카이파를 구사하게 되는 것이니,


가격이 절대로 쌀 수가 없어. 절대로!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이


‘카이트부여주문서’보다는 ‘카이파부여주문서’가


더 귀하고 비싼 걸로 알고 있단 말이야.




그, 그런데!


지, 지, 지금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부여주문서가 아니라, 부여무기!!


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란 말이야!!



일회용품의 부여주문서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그, 그, 그것도 카이트가 아니라?!!!!


카이파가 부여된 무기다?!!!!




미, 미, 미...


미쳤다... 미쳤어...



정말이지, 내 주제에 넘치는...


어마어마한 걸 손에 넣어 버렸다고...




“저기.. 감동하고 있는 중에 방해해서 미안한데...”


“어아아?!! 아... 미안해요, 오빠... 너무 놀라는 바람에... 신기하기도 하고...”


“감정이 벅차오르는 표정을 보아 하니, 이거에 대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괜히 내가 뿌듯해지는구만~”



“아, 아니... 그, 그, 그런데 이, 이렇게 귀한 걸 어떻게 구, 구하셨어요? 그 뿐만이 아니에요. 구한 건 둘째 치고! 저, 저 같은 사람한테 이, 이렇게 귀, 귀한 걸 줘, 줘도 되는 거예요?!”


“그럼. 부럽다, 부러워~ 나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써보지를 못했는데~ 카이트부여무기~ 캬하~”



“오, 오빠! 제 질문에 답해 달라니까요?! 오빠조차 단 한 번도 안 써본 무기를! 저한테 이렇게 줘 버려도 되는 거냐고요?!!”


“당~연~히~ 그게 내 거였으면 너한테 줬겠니? 바로 내가 썼지... 그것뿐만이 아니야. 네가 들고 있는 건,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 그, 그러면...? 도, 도대체 누가 이 귀, 귀한 걸 제게...”


“흐음, 아무래도 형님께서 네게 말하지 않으셨나 보네?”


“마, 말해 주세요! 말해 달라니까요?!”



“누구긴 누구야, 마타쎄지.”



!!!!!!!!!!!!...



“...아니, 마타쎄 아저씨가 돈을 많이 번다는 건 전에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항상 금전 사정이 안 좋다고 들었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 귀한 걸 사서 저한테 줬냐니까요?! 뿐만 아니라, 이건 돈이 많다고 다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요!!”



“마타쎄가 산 거라고 말한 적 없는데?”


“네에?!! 그, 그러면...?”




“직접 만든 거야.”




?!!!!!!!!!!!!!!!!!!!!!!!!!!!!!!!!!!!!!!!!!!!!!!!!!!!!!!!!!!!!!!




더, 더 이상...


감탄조차 나오지 않아...



이, 이, 이제야 깨닫게 돼 버렸다...


마타쎄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어 왔는지...



무기에다가 카이파를 부여해서,


그 많은 돈을 벌어 왔던 거구나!



카이트도 아니고, 카이파를 부여하다니!!



하긴 본인이 카이파인만큼, 부여를 하면


카이트가 아닌 카이파를 부여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우와, 그런데 다른 걸 다 떠나서...


어떻게 된 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검이 내 거라는 게 실감이 도저히 안 난다...




“마타쎄의 본업을 아는 사람들은 대장간 내에서도 몇 명 안 된다고~ 이로써, 너는 우리의 확실한 식구로 자리매김한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걸?”


“저, 정말로 신기하기는 해요... 말로만 듣던 꿈의 무기가 제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이... 그런데, 왜 카이파부여무기를 만드는 사실에 대해 숨겨야 할 이유가 있나요? 마타쎄 아저씨가 뭘 하는지에 대해 다들 쉬쉬한다는 분위기를 예전부터 느껴왔거든요.”



“엄청난 고위의 국가기밀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심스러운 이유는 확실하게 있지. 카이트가 됐든 카이파가 됐든, 종류를 막론한 부여장비나 부여주문서는 다스트쿠트 정부가 특별히 신경 써서 관리하는 전략적 자원이기 때문이야.”



!!!!!!!!!!!!...



“아... 그래서 그런...”


“다스트쿠트뿐만이 아니다. 두 대륙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도 카이트와 카이파가 부여된 장비나 주문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원으로 취급돼.”


“그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럴 것 같네요.”



“물론, 몇 십 개월 전부터 국가간 전쟁에서 부여장비 및 부여주문서를 통한 카이트-카이파 사용이 하스테리아에 의해 전면 금지되는 바람에... 그 중요성이 다소 낮아지긴 했어. 그래도 하스테리아가 국가간 전쟁에 대한 규율을 언제 어떻게 바꿀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국가들은 여전히 카이트 및 카이파의 부여장비와 부여주문서를 알게 모르게 비축하고 있지.”



“그런데 비축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략적 자원으로서 특별 관리한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이에요?”


“뭐, 별로 어려울 건 없어. 정부가 허가한 물량만 생산한다, 정부가 허가한 단체나 개인에게만 판매한다, 절대로 적대국이나 적대국에 관련된 개인 및 조직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정부가 허가하지 않은 물량을 생산하거나 판매할시 사전에 반드시 인가를 받아야 한다, 등등...”


“...흐음.”



“이 정도쯤 이야기 했으면, 나머지 규칙들에 대해선 대충 감이 오겠지?”


“아, 네... 무슨 말인지 이해한 것 같아요.”



“그래, 그래서 마타쎄와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낸 나와 투르프도 부여무기를 가져 본 적이 없다니까? 아, 거기까지 갈 것도 없지. 왕실에서 나온 이후론, 형님조차도 부여무기를 소지해 보지 못하셨을걸? 카이파 부여가 가능한 카이파를 바로 옆에 두고, 이게 무슨 헛짓거리인지~”


“그럼...? 예전에 검은 리리 용병단이나 빛의 기사단에 소속됐을 땐...”


“그때는 마타쎄가 카이파 부여를 하지 못했어. 누구한테 배운 건지, 독학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장간을 시작하고 나서야 익히게 된 기술일 걸?”




그랬구나...



지온과 그 부하들이 예전에


용병단이나 정규군에 소속해 있었을 때는


마타쎄가 카이파부여를 못했던 거였어.



그나저나, 그라이스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할 수 있겠는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카이파부여무기를 만드는 데도,



그걸 가질 수조차 없으니까 말이야...



한 마디로 부여무기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선,


정부로부터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잖...



...??!?!?!



“아... 어어?! 자, 잠깐만요... 그, 그, 그럼 이건...”


“맞아, 불법 무기~”



!!!!!!!!!!!!!!!!!...



“네가 들고 있는 검. 정부가 생산을 허가한 적도 없을뿐더러, 그 누구도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몰라. 말 그대로, ‘비인가 무기’지. 걸리면 큰 벌을 받게 된다고, 느키티~”


“차, 차, 참나?!! 제가 벌 받는게 그렇게 신나는 일이에요?!! 왜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해요?!!!”



“아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뭘 그리 놀라고 그래? 너, 어차피 즉결 처형 대상인 사형수잖아~”




!!!!!!!!!!!!!!!!!!!!!!!!!!!!!!!!!




“아... 그, 그건 맞긴 한데...”


“물론, 어제 마타쎄가 다시 멜리다타로 떠나기 전에 부랴부랴 만든 걸로 알고 있거든? 다시 말해, 네 기소와 판결에 대해 전혀 몰랐을 때 만든 거지.”



!!!!!!...



“보나마나 너에게 줄 불법 무기를 만들면서, 곤란해 하는 네 얼굴을 연상하며 혼자서 엄청 히죽히죽했을 걸? 그 검에다가 카이파를 부여하면서 말이야~


"..."



"진정한 변태는 내가 아니다, 마타쎄지... 크크크...”




그, 그래서 자기 천막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었던 거였어...




...뭐, 별로 상관은 없겠지.


불법 무기면 어떻고, 합법 무기면 어때.



그라이스의 실 없는 농담,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와.



별의별 거친 풍파가 몰아치는 세상에,


너무나도 무력한 내가 던져져 버린 상태라고.



이 검이야말로, 나에겐 그저


한 줄기의 희망과도 같단 말이야...



그저, 마타쎄에 대한 압도적 감사만이


내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면, 마타쎄 아저씨가 이걸 만들고 나서 그라이스 오빠한테 맡긴 거예요? 저에게 전해달라고?”


“아니, 투르프한테 맡겼지.”


“아... 그럼 투르프가 왜 저를 안 찾아오고 오빠가 온 거에요?”



“...느키티.”


“네?”


“섭섭한데...”



“아? 아...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닌 거, 잘 알잖아요.”


“훗, 농담이야. 첫 번째로 내가 타잔 추적에 능해서, 너에게 줄 모든 물건을 넘겨받아 네 뒤를 쫓아온 거고. 두 번째로, 투르프는 너를 위해 따로 가야할 곳이 있어서 거기로 향했지.”


“네? 어디를요?”


“네가 한동안 숨어 지낼 은신처.”



?!!!!!!!!!!!!!!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느키티. 도보로 이동하는 거니, 빨라도 하루는 더 가야 이 숲을 완전히 빠져나갈 거야. 숲에서 나왔을 때, 어느 정도 더 직진해. 그래서 사막 느낌의 광야가 펼쳐지기 시작하면, 직진하지 말고 우측으로 꺾어. 만약 광야가 아닌 가도가 나온다면, 왼쪽으로 꺾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요. ‘다가’로 가라는 거잖아요.”


“오, 공간 감각은 나쁘지 않는 것 같군. 정확히 맞췄어. 그런데 다가가 나오게 되면, 다가로 들어가지 말고 동문을 바라본 상태에서 우측으로 꺾어서 쭉 올라가. 그러면 오두막 하나가 나올 텐데, 거기에 할머니가 살고 있거든? 그 할머니한테 ‘어르신이 보내서 왔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돼. 그러면 나머지는 알아서 될 거야.”



“동문? 어떤 문이 동문인지 어떻게 알...”


“걱정하지 마. 다가에는 서문과 동문, 딱 두 개 뿐이니까. 너의 시야에 들어오는 첫 번째 문이 무조건 동문이다. 너, ‘쿠트라마‘ 쪽에서 다스트쿠트로 넘어오는 게 아니잖아.”



“아! 이해했어요. 그렇다면 투르프가 지금 가고 있다는 곳이...”


“맞아. 그곳이야. 네가 도착하기 전에 앞서 가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을 수 있으니.”



“그, 그런데.. 저는 보라 펠리온 사령관뿐만 아니라 다스트쿠트에게 쫓기고 있잖아요. 그러면 최대한 다스트쿠트를 벗어나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한시라도 빨리 쿠트라마로 넘어가는 게...”


“으이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그 간단한 사실, 유레이도 모를까봐? 어련히 다 알아서 조치할 거야. 그리고 어쩌면, 내가 지금 네게 말해준 곳은 단순한 1차 접선지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아...”



“그곳에 가면, 그 다음엔 네가 뭘 해야 할지 그때그때 알게 될 거다. 열 번 양보해서 거기가 최종 종착지라 하더라도, 그건 그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란 말이지.”


“흠...”



“그냥, 일단은 유레이를 전적으로 믿어 봐. 그 자식의 실력, 내가 보장한다니깐? 나뿐만이 아니라, 형님 밑에 있는 전원이 유레이를 믿어 왔다고. 형님이 네 안녕을 주시하며 신경 쓰시는 한, 유레이가 알아서 네게 필요한 모든 조치를 미리 강구할 거다.”




저, 정말이지 지온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나 큰 폐를 끼치고 가네...



고마워요, 지온 아저씨.


물론, 유레이 아저씨도요.




...어? 가만 있어 봐?!



“그런데요! 어떻게 제가 융펠사 쪽으로 가지 않고 다가로 향할 줄 알았어요? 아니, 그라이스는 타잔을 추적할 수 있으니 제가 지금 있는 곳을 찾았다는 건 그렇다 쳐도... 투르프는 대장간에서 처음 출발할 때부터 다가 방면을 향했다는 거잖아요.”


“쯧쯧쯧... 무식한 투르프가 그렇게 예측해서 움직였겠니? 당연히 유레이가 알려줬지, 느키티는 융펠사가 아니라 다가로 향할 거라고.”



!!!!!!!!!!!



그렇다면, 유레이가 내 생각을 미리 읽고서는


투르프에게 그렇게 지시한 거겠지?



정말로, 항상 한 박자 빠르게 알아차리고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기는 하네...



“제가 지금 가려는 장소 역시, ‘그물’이라는 조직과 관련된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물론, 나야 잘 모르지만.”


“...”



“뭐, 두려운 마음에 이것저것 질문하는 건 이해하겠다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느키티. 앞으로 네게 어떠한 종류의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항상 유레이가 한 발짝 더 빨리 알아차려서 대책을 마련해 줄 테니. 보라 펠리온의 영향권이라 근심된다기보다는, 유레이의 영향권이라 안심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란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다른 걸 믿으라는 게 아니라! 유레이의 능력을 믿으라는 거야, 느키티.”


“아... 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가혹해서 그런가,


끊임없이 발현하는 나의 ‘의심병’.



그래도 이게 절대로 터무니없진 않아.



그렇게 의심하고 의심하며 조심했는데도...


주황 펠리온에게 끌려가, 그 수난을 당했으니...




...그래도, 그때와는 완전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끼긴 해.



확실히 내가 지금까지 유레이 아저씨에 대해


직접 보고 겪은 게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레이를 믿으라는 그라이스의 말에


안심이 되긴 했어.



그뿐만이 아니라, 유레이 아저씨는


예전에 제 생명까지 구해 줬잖아.



유레이를 믿지 못하면,


도대체 누굴 믿을 수 있겠어?




그래... 어차피 나 혼자서


이 걱정 저 걱정 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그저 유레이 아저씨를 전적으로 믿어 보는 거야!




“마지막으로, 자. 네 살림살이가 갑자기 늘어난 만큼, 네가 더 필요할 거 같아서.”


“아아! 그렇긴 하네요... 감사합니다, 오빠...”


“데헷~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리고 검을 찰 혁대는 바쁘게 오느라 못 챙겼어. 나중에 여유가 되면 네가 직접 사야 할 것 같아.”


“아... 괜찮아요. 그때까지는 배낭에 넣어 다니죠, 뭐.




그라이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배낭을


나에게 건넸어.



지금 생각해 보니, 가방이 하나 필요하긴 했네.


소지품이 갑자기 엄청 늘어나 버렸으니까.



주섬주섬...



그라이스의 배낭을 받아,


확인했던 물품들을 다시 그 안에 집어넣는다.




“휴... 이제 다 쌌네요. 그런데 이 배낭, 생각보다 큰데요? 검의 크기가 꽤 되는데도, 쉽게 빠지지 않을 깊이로 들어가네.”



“...으이그. 느키티!”


“네...? 무슨 문제라도?”



“빼 먹은 거 없어?”


“이상하네... 다 챙겼는... 아니, 이 상자는 빈 곽이잖아요. 이것도 들고 가야 해요?”



“정말로? 후회 안 하지?”


“...아, 씨! 그냥 시원하게 말해 달라고요, 좀!!”



“나 같으면~ 상자를 한 번 더 뒤져 본다~”



?!!!!



부스럭부스럭...



“...어? 이 말려있는 프르슈이는 뭐지...? 제품 품질 보증서? 뭐, 그런 건가?”


“우와...”


“오오, 맞아요? 맞죠?!”


“오오 맞아요 좋아하시네~ 맞기는 무슨... 너, 말도 잘 지어낸다? 품질 보증서? 캬, 그럴 듯하다~ 그럴 듯 해~”



“으으으... 또 시작이네?! 오빠라 불러주는데! 제발 좀 적당히 놀려 먹으라고요!!”


“크크... 알겠다, 알겠어. 어찌됐든, 그 봉인은 절대로 풀지 마. 쓸 때가 되면 그때 풀라고.”


“쓸 때 풀라고...요? 이게 뭔데요?”



“카이파부여주문서.”




!!!!!!!!!!!!!!!!!!!!!!!!!!!!!!!!!!!!!!!!




“마타쎄가 너를 어지간히 마음에 들어 한 모양이야. 합법과 불법을 떠나서, 이때까지 마타쎄가 공짜로 다른 누군가에게 카이파부여무기를 만들어 준 걸 본 적이 없거든? 그런데 부여무기뿐만이 아니라, 부여주문서까지 서비스로 넣어 주다니... 정말이지, 눈물겨운 우정이야~”



고, 고, 고...


고맙습니다... 마타쎄 아저씨...



아니, 진짜로 진심이에요...



이때까지 아저씨에게 괜히 짖궂게 굴고


싸가지 없게 대했던 모든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미안함과 감사함이 수도 없이 교차하고 있어...




...어? 어어??



그, 그런데... 이 주문서도 그렇고...


카이파부여무기인 내 검도 그렇고...



사용법이 어떻게 되는 거지?


또한, 어떤 종류의 카이파가 내장된 거고?




“잠깐만요, 그라이스. 카이파부여무기도 그렇고, 부여주문서도 그렇고... 충전돼 있는 카이파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 내장된 카이파는 어떤 카이파고요??”



“...흐음, 일단은 두 번째 질문부터.”


“아, 네! 신중하게 듣고 있어요.”



“안 그래도, 투르프가 어떤 카이파가 부여됐냐고 물어봤대. 그런데, 딱 이 말만 너한테 전해 주라는데? 마타쎄가.”


“무, 무슨 말이요...?”



“‘놀라지나 마라‘.”


“...”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원래는 뒤에 ‘크흐흐흐...’ 이렇게 꼭 기분 나쁘게 비웃어 달라 그랬다고. 너를 생각해서 일부러 안 웃었구만...”



그라이스도 마찬가지고, 마타쎄도 마찬가지고...


어떻게 된 게,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네...



“아! 대신, 이건 정확히 알려줬어.”


“오, 뭔데요?!”


“사용횟수, 3번이래. 3번 기준으로 카이파를 부여해 뒀다는데, 물론 네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2번이 될 수도 있고 4번이 될 수도 있다 그랬어. 당연히, 위력과 사용 가능 횟수는 서로 반비례하겠지?”


“아! 정확히 이해했어요.”




그, 그래도...


사용 횟수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야...



그나저나, 어떤 카이파가 충전돼 있을까?


검이랑 주문서엔 다른 종류가 부여된 걸까?



구, 궁금하긴 엄청 궁금하네...


아씨, 줄려면 제대로 주지...



그렇다고, 그걸 알려고 이 귀한 횟수를


함부로 소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서, 서, 설마...


그때 내 앞에서 했던 미친 소리처럼...



‘신비주의’... 이 염병을 떤 거야?




...참자, 참아.



이 종류면 어떻고, 저 종류면 어때?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마땅하다니까?!



더불어, 막상 무슨 카이파인지 설명을 들어 봤자


뭐가 뭔지 전혀 모를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말하는 건데...”


“네...? 아! 네!! 종류는 둘째 치고라도, 사실은 그게 더 중요하죠. 아무리 좋은 게 있어도, 사용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 돼 버리는 건데.”



“...나도 몰라.”


“...네?”



“나도 모른다고.”



“...장난해요, 나랑?”


“아냐, 나 지금 진지하다고. 진짜로 몰라. 나와 투르프는 부여무기나 부여주문서를 사용해 보기는커녕, 카에 대해서 무식하기 그지없는 놈들인데... 마타쎄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아냔 말이지.”




...환장하겠네, 진짜.



이거, 어마어마한 걸 얻었는데도


막상 한 번도 못 써보는 거 아니야...?




“카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긴 해도, 오다가다 들은 것들이 몇몇 있기는 하거든? ‘가동기화’, ‘반동기화’, ‘동기화’... 아마도, 네 카를 이용해서 무기와 주문서에 부여된 카이파를 활성화한다... 뭐, 그런 형태로 사용하는 게 아닐까?”


“아니, 그러면 적어도 마타쎄한테 이 물건들을 받으면서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성의가?!”


“당연히 투르프가 물어봤지. 그런데, 씨익 웃으면서 그랬대... 그 무기와 주문서는 그런 걸 전혀 몰라도, 느키티가 사용 가능하게끔 애초부터 만든 거라고.”



“...네?”


“자세히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투르프의 추측에 의하면...”


“의하면?!”



“아마도, 네 카에 맞춤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하더라? 불특정 다수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지 않고, 오직 너만 사용할 수 있도록. 즉 부여된 카이파의 활성화, 오직 너에게만 반응하게 돼 있나봐.”



!!!!!!!!!!!!!!!!!!!!!!!!!!!!



“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제가 카의 각성을 겪지 못해서 그렇게 만든...”


“흠, 그건 아닐걸? 내가 알기론, 부여된 카이트나 카이파를 꺼내 쓰는 건 굳이 카의 각성까진 필요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서. 하여튼 간에, 나도 잘 몰라. 너무 믿지는 말고...”


“아...”



“...느키티, 너무 걱정하지 마. 마타쎄가 아무리 짓궂어도, 설마 쓰지도 못할 걸 만들어서 네게 줄 리는 없지 않겠어? 마타쎄가 말한 것처럼, 네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을 거야. 걔가 워낙 변태스럽기는 해도, 일 처리만큼은 깔끔하게 하니까.”




나,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는 한데...



내가 지금까지 마타쎄한테 너무


함부로 대했던 것들이 있어서 그런가,



괜히 이유 없이 불안하긴 하네...




“자!!”


“아악! 까, 깜짝이야...”



“이제 내가 너에게 볼 모든 용건이 끝났네~”


“어...? 아...”



“이제, 이별의 시간이야. 느키티.”


“아... 그라이스... 오빠...”



“아니, 니카텔리라 불러야 하나? 어느 이름을 더 선호해?”


“그, 그건... 뭐, 편하실 대로 불러 주세요...”



“알겠어요~ 어여쁜 우리 꼬마 공주님~!”



!!!!...



그라이스의 마지막 말을 들은 순간,


눈물샘이 움찔거린 걸 느꼈어...



“오늘만큼은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숙영해. 안 그래도 고생 많았잖니? 아, 그렇지. 모닥불은 여기다가 피우지 말고, 저기 있는 커다란 나무 밑에서 피워. 연기가 올라가기 전에 전부 퍼지도록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배 좀 채우고 나서 지금 잔 다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이동하는 게 좋을 거야.”


“아, 알겠어요... 그, 그런데 여기까지 걸어온 거예요?”


“차암나~ 미쳤니? 여기서 꽤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내 펠리온을 묶어 놓고 왔지.”



?!!!



아아, 그런 거였네...



내가 들었던 펠리온 소리,


그라이스가 타고 온 펠리온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너.”


“네?”


“여벌의 옷이랑 속옷, 없지?”


“네... 그런데, 갑자기 왜요?”



“...나, 예전에 용병단 시절이 생각났지 뭐야.”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네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서.”



!!!!!!!!!!!!!!!!...



“흐읍...? 크아악!!...”




이, 이제야 알아차리게 된...


내 몸에서 난 악취...



생각해보니, 아까 운동하고 나서


바로 씻었어야 했었어.



그렇게 땀을 흘렸는데, 씻기는커녕


속옷조차 그대로 입고 있었잖아.



게다가, 그대로 땀이 마른 상태에서...



그 사단을 겪고 그 이후론 도망까지 친 다음,


처음에 흘렸던 땀만큼 또 흘려 버렸으니.



땀 위에 땀이 겹치는 바람에...


이딴 쓰레기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겠지...




“...야.”


“...”


“뭘 그렇게 고민하고 그래?”


“...”



“내거 빌려줘? 속옷까지도 가능한데. 나, 어제 새 걸로 갈아입었다?


“오, 오, 오빠!!!”



“크하하핫!! 그래~! 그래야 느키티 답지~!!”



!!!!!!...



제, 젠장할...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렇게 장난을 친...



“느키티.”


“...네?”



“이제는, 진짜로 안녕이다.”


“아... 오빠...”



“우리, 앞으로 다시는 보지 말자고.”



!!!!!!!!!!!!!!!!!!!



“제, 제, 제발 좀!!! 제발 좀 적당히 하라고요!!! 어떻게 된 게 마지막까지 그렇게 장난을 치고 싶어요?!!!!”



“...나, 장난 아닌데?”


“네...?”



“우리, 앞으로는 절대로 다시 만나선 안 돼. 다시 보게 된다면, 너나 나 둘 중 한 명은 죽어서 보게 되는 걸걸? 다스트쿠트의 땅 위에서 네게 허락된 곳, 이제는 더 이상 없을 테니까.”



!!!!!!!!!!!!!!!!!!!!!!!!!!!!!!...



“아... 그, 그, 그런 뜻에서...”


“그래, 느키티. 우리가 아무리 한 식구가 됐다 하더라도, 아까 말했던 것처럼...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넌 두 번 다시 다스트쿠트 땅을 밟지 못하게 될 거야. 유레이가 너를 살펴 주는 것도 잠시일 뿐, 네 몸이 완전히 회복하고 사태가 진정되게 되면 곧바로 떠나야 할 거다.”


“...”


“아무래도, 네 첫 번째 행선지로는 쿠트라마가 가장 유력하겠지. 쿠트라마에서 다른 곳을 간다 치더라도, 일단은 ‘쿠트라사‘를 반드시 경유해야 할 거고.”


“...”



“그래도, 오늘 이후의 단기적 계획에 있어서는 너무 고민하지 마. 아마도 유레이가 다 마련해 놓을 테니까. 알겠지, 느키티? 일단은 네 회복에 집중하며, 상황이 진정되기를 침착하게 기다리는 거다.”


“네... 아, 알겠어요...”




“그럼, 아까로 돌아가서 다시 작별 인사를 해 볼까?”


“...”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느키티.”




...두 번째 듣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할 수 없었어.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내 목소리를 꽉 막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진 마.”


“...”



“떨어져 있어도, 다시 볼 수 없어도...”


“...”




“...친구는 친구니까.”




!!!!!!!!!!!!!!...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진짜로 마지막 말을 끝낸 그라이스,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서서는.



나와 멀어지기 시작한다...



친구라... 다시 볼 수 없어도 친구라...


그래도 마지막 말에 마음이 조금 녹...



...??!!!?!?!!!?!!?!



“자, 자, 잠깐만요!!! 오빠!!! 그라이스 오빠!!!!”




“...왜?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있어?”


“치... 친... 제...”


“...?”



“제, 제 친구들이요!! 리리 협곡에서 살고 있던 제 친구들!! 어떻게 됐는지 들은 거 있어요?!!! 페, 펠리온이 제 친구에 대해서 따로 말한 게 있었냐고요?!!!! 아니면, 꼭 그게 아니라도!!!! 제 친구들에 대해서 뭐라도 알고 있는 게 있으면 말해주!!...”



!!!!!...



내, 내가 말하는 중에 갑자기...


후드를 뒤집어 쓴 그라이스...




“...느키티. 내 말 들리니?”


“네, 잘 들려요! 괜찮으니까, 빨리 말해 주세요!! 제 친구들, 어떻게 됐냐고요!!!”



“물론, 그 잘난 펠리온 자식이 네 친구에 대해 따로 언급한 건 듣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래.”


“아...”



“하지만... 아무리 들은 게 없고... 본 것도 없다지만...”



?!!!!!



아, 제발... 제, 제발...


그 말 만큼은...



“...네 친구들 전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은 아니겠지.”




!!!!!!!!!!!!!!!!!!!!!!!!!!!!!!!!!!!!!!!!!!!!!!!!!!!!!!!!!...




“네가 직접 모든 걸 봤으니, 설명할 것도 없겠지만... 보라 펠리온은 너 하나를 잡겠다고, 그 대군을 이끌고 왔다.”


“...”


“거기까지 말할 것도 없이, 자신 휘하의 병력을 총동원해 리리 협곡을 수색... 동생의 시신을 발견한 놈이야. 들판에서 바늘을 찾았단 말이다.”


“...”



“뿐만 아니라, 동생을 죽인 살인범들 중 너 하나를 완벽하게 잡겠다고... 모든 법적 증거를 확실히 준비한 것도 모자라, 특검까지 조직해서 다스트쿠트가 네 목숨을 평생 동안 노리게 만들었어... 물론, 네게 있어 보호막과도 같은 형님 때문에 그 공을 들인 거긴 하겠지만.”


“...”


“형님이 아니었으면, 너는 차가운 고깃덩이가 될 때까지 온갖 고통을 받았겠지.”


“...”



“그런데, 걔네들은 너처럼 너를 지켜줄 존재도 갖지 못했다.”


“...”


“고문을 안 받았으면 다행일 정도야. 약간의 고통으로 깔끔하게 죽는 것이야 말로, 네 친구들에게 주어질 수 있었던 최선의 운명... 지금쯤이면 이미, 땅속에 파묻혀 거름이 돼 버렸을 걸."


“...”



“내가 했던 말들, 막연한 추측으로 뱉은 게 절대 아니야. 내 말, 확정된 사실이라 생각해. 그게 앞으로의 네 정신 건강에 이로우니까.”


“...”




“...네 친구들, 전부 죽었다.”





그라이스가.


이야기하는 동안.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생각도.



나오지 않았고.


들지 않았다.



마치 내 정신이.


내 자아로부터 빠져나와.



위에서 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어.




친구들.


내 친구들.



이제는 펄뿐만이 아니라.


키엔과 푸요, 마지막으로 아인까지.



나를 홀로 남겨 둔 채로.


전부 이 세상을 떠나다.




“느키티, 이제 너는 이 거친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 거야.”


“...”


“하지만, 절대로 낙심하지 마. 친구들의 죽음,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니까.”


“...”



“나도 전쟁터에서 수많은 전우들을 잃어봐서 잘 알지만, 죽을 사람은 어떻게든 죽게 돼 있어. 네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


“살 사람은 살아야 해, 느키티. 그저 친구들의 죽음을 가슴에 간직하고는, 앞으로 네가 걸어가야 할 길을 걸으면 되는 거야.”


“...”



“친구들의 죽음을 곱씹으면서...”


“...”



“...끝내는 강해지는 거다.”


“...”




“절대로 죽지 마라, 니카텔리...”


“...”




“...너보다 먼저 간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격려인지, 위로인지.


아니면, 회상인지.



정체 모를 말을 하고는.



그라이스, 어떠한 머뭇거림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나, 니카텔리 라마이카나이.


아니, 보라 느키티.




죽어버린 친구들을 뒤로 한 채,


구차하게나마 혼자서 살아남다.


작가의말

3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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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55 리얼트루
    작성일
    20.11.20 09:53
    No. 1

    느키티 민폐덩어리인데 이상하게 정이가네요~나중에 아인과 만나게 되었을때가 기대되요!!!^^* 꾹꾹 눌러담아 써주셔서 2편본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자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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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4-28. "신성수호국 2" +1 20.12.19 65 5 34쪽
115 4-27. "신성수호국 1" +2 20.12.15 61 8 48쪽
114 4-26.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3" +3 20.12.12 59 5 63쪽
113 4-25.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2" +3 20.12.10 57 6 45쪽
112 4-24.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1" +2 20.12.08 58 5 41쪽
111 4-23. "예기치 못한 사투 2" +3 20.12.05 58 8 44쪽
110 4-22. "예기치 못한 사투 1" +2 20.12.03 61 6 22쪽
109 4-21. "드디어 외출 4" +2 20.12.01 57 4 42쪽
108 4-20. "드디어 외출 3" +2 20.11.28 62 4 36쪽
107 4-19. "드디어 외출 2" +5 20.11.26 128 3 28쪽
106 4-18. "드디어 외출 1" +4 20.11.24 77 6 27쪽
105 4-17. "내 친구들 전부, 내 손으로 죽였어 2" +4 20.11.21 80 9 38쪽
» 4-16. "내 친구들 전부, 내 손으로 죽였어 1" +1 20.11.19 81 9 67쪽
103 4-15.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5" +1 20.11.14 75 6 33쪽
102 4-14.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4" +1 20.11.12 64 7 37쪽
101 4-13.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3" +4 20.11.10 57 5 43쪽
100 4-12.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2" +8 20.11.07 82 7 32쪽
99 4-11.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1" +1 20.11.05 72 7 35쪽
98 4-10.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3" 20.11.03 77 3 26쪽
97 4-9.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2" +2 20.10.31 65 6 30쪽
96 4-8.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1" +2 20.10.29 80 4 44쪽
95 4-7. "죽음의 광야 4" +2 20.10.27 75 4 26쪽
94 4-6. "죽음의 광야 3" +3 20.10.24 77 7 27쪽
93 4-5. "죽음의 광야 2" +2 20.10.22 83 7 21쪽
92 4-4. "죽음의 광야 1" +3 20.10.20 84 7 23쪽
91 4-3.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3" +2 20.10.17 114 5 17쪽
90 4-2.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2" +2 20.10.15 96 10 17쪽
89 4-1.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1" +3 20.10.13 113 8 23쪽
88 4-프롤로그6. "하이파공의회 6" +13 20.10.10 147 10 43쪽
87 4-프롤로그5. "하이파공의회 5" +4 20.10.08 162 10 26쪽
86 4-프롤로그4. "하이파공의회 4" +9 20.10.06 173 10 37쪽
85 4-프롤로그3. "하이파공의회 3" +13 20.10.03 211 11 35쪽
84 4-프롤로그2. "하이파공의회 2" +4 20.10.01 183 9 40쪽
83 4-프롤로그1. "하이파공의회 1" +1 20.09.29 195 12 47쪽
82 3-에필로그3. "하스테리아 견문록 3" +5 20.09.28 145 15 24쪽
81 3-에필로그2. "하스테리아 견문록 2" +2 20.09.27 176 12 24쪽
80 3-에필로그1. "하스테리아 견문록 1" 20.09.26 151 12 20쪽
79 3-31. "하의 뜻이었다 3" +2 20.09.25 210 12 33쪽
78 3-30. "하의 뜻이었다 2" 20.09.24 122 9 25쪽
77 3-29. "하의 뜻이었다 1" +5 20.09.24 123 13 19쪽
76 3-28.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4" +1 20.09.23 122 15 39쪽
75 3-27.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3" 20.09.23 159 10 27쪽
74 3-26.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2" +3 20.09.22 122 11 35쪽
73 3-25.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1" +1 20.09.22 138 12 26쪽
72 3-24. "순례자의 격(格) 3" +4 20.09.21 146 10 28쪽
71 3-23. "순례자의 격(格) 2" +2 20.09.21 131 11 32쪽
70 3-22. "순례자의 격(格) 1" +1 20.09.20 178 11 29쪽
69 3-21. "세상의 중심에서 4" 20.09.20 146 13 21쪽
68 3-20. "세상의 중심에서 3" 20.09.19 142 14 21쪽
67 3-19. "세상의 중심에서 2" +2 20.09.19 135 9 24쪽
66 3-18. "세상의 중심에서 1" +1 20.09.18 155 12 16쪽
65 3-17. "새 친구와 함께, 시공간을 접어 2" +1 20.09.18 155 14 22쪽
64 3-16. "새 친구와 함께, 시공간을 접어 1" +3 20.09.17 145 17 29쪽
63 3-15. "재회 3" 20.09.17 160 14 19쪽
62 3-14. "재회 2" +1 20.09.16 131 15 19쪽
61 3-13. "재회 1" 20.09.16 136 16 20쪽
60 3-12. "나는야 등산왕" +1 20.09.15 218 15 18쪽
59 3-11.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3" +1 20.09.15 124 15 17쪽
58 3-10.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2" 20.09.14 150 12 23쪽
57 3-9.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1" +2 20.09.14 134 14 22쪽
56 3-8.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3" +2 20.09.13 151 11 16쪽
55 3-7.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2" 20.09.13 185 13 18쪽
54 3-6.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1" 20.09.12 167 14 16쪽
53 3-5. "하느느" +1 20.09.12 138 15 17쪽
52 3-4. "원수에서 친구로 4" +2 20.09.11 141 18 22쪽
51 3-3. "원수에서 친구로 3" +1 20.09.11 137 18 17쪽
50 3-2. "원수에서 친구로 2" +1 20.09.10 169 17 19쪽
49 3-1. "원수에서 친구로 1" 20.09.10 146 15 15쪽
48 3-프롤로그2. "숨어 있던 세력의 등장 2" +4 20.09.09 158 12 19쪽
47 3-프롤로그1. "숨어 있던 세력의 등장 1" +1 20.09.09 199 14 16쪽
46 2-에필로그. "하스테리아 조사관의 보고서" +1 20.09.08 162 14 19쪽
45 2-25. "죽음의 문턱에서 3" 20.09.08 153 11 13쪽
44 2-24. "죽음의 문턱에서 2" 20.09.07 138 15 14쪽
43 2-23. "죽음의 문턱에서 1" 20.09.07 149 13 14쪽
42 2-22.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3" 20.09.06 157 11 18쪽
41 2-21.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2" 20.09.06 143 15 16쪽
40 2-20.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1" 20.09.05 145 13 16쪽
39 2-19. "은밀한 거래 2" +2 20.09.05 159 15 18쪽
38 2-18. "은밀한 거래 1" 20.09.04 158 14 14쪽
37 2-17. "니신에서 홀로 3" +1 20.09.04 167 14 15쪽
36 2-16. "니신에서 홀로 2" 20.09.03 188 14 15쪽
35 2-15. "니신에서 홀로 1" 20.09.03 205 17 15쪽
34 2-14. "아무도 보지 못했다 4" +2 20.09.02 180 18 19쪽
33 2-13. "아무도 보지 못했다 3" 20.09.02 183 16 16쪽
32 2-12. "아무도 보지 못했다 2" 20.09.01 194 19 15쪽
31 2-11. "아무도 보지 못했다 1" +3 20.08.31 228 16 14쪽
30 2-10. "시공간의 시공간 4" +1 20.08.30 208 20 17쪽
29 2-9. "시공간의 시공간 3" +2 20.08.29 190 19 17쪽
28 2-8. "시공간의 시공간 2" +1 20.08.28 204 17 16쪽
27 2-7. "시공간의 시공간 1" 20.08.27 198 18 15쪽
26 2-6. "다른 시공간에서 3" 20.08.26 224 20 16쪽
25 2-5. "다른 시공간에서 2" 20.08.26 217 22 14쪽
24 2-4. "다른 시공간에서 1" +1 20.08.25 256 19 16쪽
23 2-3. "진실은 미궁 속으로 3" 20.08.25 230 22 14쪽
22 2-2. "진실은 미궁 속으로 2" +1 20.08.24 212 22 13쪽
21 2-1. "진실은 미궁 속으로 1" +5 20.08.24 254 20 14쪽
20 1-에필로그. "이야기의 시작" +6 20.08.23 289 23 13쪽
19 1-18. "하, 카, 그리고 타" +1 20.08.23 286 25 13쪽
18 1-17. "우정의 다리 4" +5 20.08.22 277 26 14쪽
17 1-16. "우정의 다리 3" +1 20.08.21 269 24 12쪽
16 1-15. "우정의 다리 2" +2 20.08.21 290 25 12쪽
15 1-14. "우정의 다리 1" +1 20.08.20 296 23 13쪽
14 1-13. "혼란의 혼란 3" +11 20.08.20 325 28 13쪽
13 1-12. "혼란의 혼란 2" +3 20.08.19 322 32 10쪽
12 1-11. "혼란의 혼란 1" +3 20.08.19 347 35 14쪽
11 1-10. "바깥사람 2" +7 20.08.18 378 30 12쪽
10 1-9. "바깥사람 1" +2 20.08.17 414 37 16쪽
9 1-8. "이상한 꿈" +5 20.08.17 413 39 15쪽
8 1-7. "운명과 운명의 충돌 3" +14 20.08.16 452 37 13쪽
7 1-6. "운명과 운명의 충돌 2" +6 20.08.15 462 33 16쪽
6 1-5. "운명과 운명의 충돌 1" +5 20.08.15 518 34 13쪽
5 1-4. "차도스의 충신 2" +2 20.08.14 593 39 14쪽
4 1-3. "차도스의 충신 1" +6 20.08.13 694 40 10쪽
3 1-2. "뜻하지 않았던 이별 2" +5 20.08.13 799 44 11쪽
2 1-1. "뜻하지 않았던 이별 1" +40 20.08.12 1,669 67 27쪽
1 프롤로그. "협곡의 풋내기 산적단" +57 20.08.11 3,461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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