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시공간의 시공간 4"
[웃기는군, 괴물 자식이. 허세는 네가 부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못생긴 놈아?]
[크크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놈의 자식은 저리 빠져 있으시고.]
[뭐라고?! 내가 아무리 어려도, 대가리에 칼이 박히고는 잔뜩 겁먹은 놈에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이런. 내 말에 기분이 많이 상했나보군. 사과하지. 그래도 난 하카이트에게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고. 너의 껍데기뿐인 가르침, 잘 들었다.]
[...무슨 속셈인가요. 저의 혼란을 유도하려는 건가요.]
[아이고, 그런 쓸데없는 일을 뭐하러 하나~ 말 그대로야. 실망했다고.]
[...]
[이제야 솔직히 말하지만, 사실 조금은 걱정됐지. 정말로 지는 줄 알고.]
[...]
[하지만, 결국은 아무 것도 없군. 크크크...]
[아뇨, 전혀요. 여기서 당신이 무슨 테세를 만들어 내고 무슨 카이트를 시전한다 하더라도, 저 두 가지 사실은 절대로 극복해 낼 수 없습니다.]
[하하, 그거야 그렇겠지. 그런데 난 그거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닌데?]
[...그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크크, 꼬마야. 너도 봤지. 내 머리통에 검이 깊게 박힌 거.]
[당연하지. 쪽팔린 줄 알라고~]
[그런데 이상한 거 못 느꼈어?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
!!!!!!!
...맞다.
잠시 잊고 있었어.
그 뒤로 저 놈이 저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승리감에 취해 잊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어떤 번지르르한 말을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하카이트 아저씨의 공격이 무효했다는 건...
[그래, 표정 보니 눈치 챈 것 같군. 하카이트 놈의 공격, 전혀 효과 없었잖아. 사실이 그래. 본질은 그거라고.]
[...제가 분명 말씀드렸을 텐데요. 당신에게 유효타로 적중할 수 있는 카이트를 찾아내서 공격하면...]
[그러니까, 그게 전혀 잘못된 접근이라고. 카이트를 바꿔서 공격하면 된다? 지금 전혀 감도 못 잡고 있구먼, 헛똑똑이 하카이트 선생.]
[...]
뭐야...
이 분위기, 어쩔 거냐고...
[물론 네가 앞서 말한 두 가지 충고, 새겨듣도록 하지. 그러나 저 문제에 대한 본질적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무엇도 의미 없다. 이대로 지겨운 전투를 반복하다가, 그대로 지쳐서! 결국에는, 내 손에 쓰러져라! 크하하하!!]
젠장.
놈의 말이 맞아.
하카이트의 카이트가 종류와 위력을 막론하고.
놈에게 무조건 무효하다면...
진짜로 그 무엇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야.
저 자식 경험이 없다느니, 움직임이 어쨌느니.
아무리 말해 봐도...
이후로도, 수십 번 수백 번 공격당한다 해도...
저 놈이 그냥 무시하면서 전투를 계속해 나간다면.
...무의미한 소모전 끝에, 결국 하카이트의 패배.
아니, 우리의 패배.
나의 패배.
나도 죽어, 아저씨가 죽으면...
[아인. 내 말에 집중.]
?!!!!
갑자기 하카이트로부터 호출이...?!
[시간 없음. 요점만. 기존 작전은 철회. 제 쪽으로 합류. 그럼 당신 손에 ‘검’. 그걸로 ‘창’만 방어. 나머지는 회피. 검의 운용법, 알아서 터득. 나머지 것들도 알아서.]
[크하하하!! 바보 같은 놈들. 너무나도 뻔뻔하구나! 다 들리는데?!]
...
놈은 곧바로,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
호탕한 외침, 비웃음 섞인 말과 함께.
하카이트도 응전하고.
아까와 같은 양상의 싸움이 계속된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까와 다르기에.
몸이 선뜻 움직여지지 않는다...
아무리 같은 패턴의 전투가 계속된다고 하지만.
...알고 있기에.
이 싸움의 끝, 우리의 패배임을 알고 있기에.
아냐, 아인.
약해지지 말자.
단순히, 저 괴물의 심리전일 수도 있잖아.
그 공격, 비록 유효하지는 못했지만.
어찌됐든, 적중은 시켰어.
말로만 떠들고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저 괴물과 달리.
[아인!! 뭐하냐고!!!]
...마음을 다잡은 난.
하카이트의 지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카이트와 합류하기 위해.
하카이트를 향해 이동한다.
일단은, 긴장하지 말자.
한 번에 하나씩만 생각하는 거야.
처음으로 해야 할 건 하카이트와 합류.
하지만 가로 질러서 가지 않는다.
최대한 거리를 두고, 우회해서 안전하게 가자.
그 와중에, 흔들리는 마음을 굳게 다잡아야 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아무것도 못해.
지금, 이렇게 불안한 마음 가지고는...
오늘이야말로, 첫 전투다.
아닌데?
예전에도 많이 싸워 봤잖아.
나와 친구들 목숨을 짊어지고.
...아닌데?
맞다고, 첫 전투.
오늘 깨달았어.
내가 했던 것들은, 애들 장난이었던 것을.
나름 진지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 왔고.
그 속에서 난 꽤 강하다고 생각해 왔어.
하지만, 아니었다.
오늘 내가 본 전투.
그리고 내가 지금 참전하려는 전투는.
상상에서조차 그려보지 못했던 싸움.
달려가는 중, 아저씨와 괴물 쪽을 바라본다.
...내가 저 전투에 끼어든다고?
심장이 아파온다.
겁먹지 마, 아인.
하나씩만 생각하자, 제발.
생각의 간소화.
생각하지 말라는 게 아니잖아.
필요한 생각만 간단하게 하자고.
그러면서 두려움을 극복한다.
첫 번째 단계는, 합류.
그 다음, 내 손에 검.
그 다음, 그 검으로 창을 차단.
다른 두 가지 공격은 회피.
섬광과 화염구 공격은 피하기.
동선이라던가 아저씨와의 간격 따위 등의.
나머지는 임기응변.
...명심해.
내 존재 자체가 짐이야.
시킨 것 외에는 절대로 나서면 안 돼.
도움이 되려고 하지 마.
최대한 방해가 안 되도록 하는 거다.
지이이잉.
!!!!!!
어느새 오른손에 생긴.
온기를 움켜쥔다.
따뜻하다.
쳐다본다.
하카이트 아저씨가 말한 대로야.
노란 빛의 검, 어느새 내 오른손에 생겨 있다.
...따끔따끔해.
깨닫는다.
이 검을 보자마자.
이 빛을 느끼자마자.
전투의지를 다지고 있는 줄 알았던 난.
...멍을 때리고 있었다는 걸.
공포감으로부터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초록빛 반투명 창.
[...험해!!]
즈즈즈즈...
...가까스로 창을 쳐냈어.
검과 창이 부딪혔을 때.
낯선 소리가 들렸다.
촉감도 완전 달라.
일반적인 창과 검이 부딪힐 때와는.
[간격, 조금 더 가까이!]
하카이트의 지시.
대답할 여력은 없다.
그저, 집중해야 한다.
집중한다.
섬광은 피한다.
화염도 피한다.
창은 막는다.
...
크게 체감하지 못했어.
멀리서 볼 때는.
엄청난 속도감, 이 전투.
일단, 괴물의 움직임.
엄청 빠르다.
동작이 빠르다기보다는...
공격이 빨라.
거의 없어.
공격과 공격 사이의 시간이.
더 놀라운 건, 하카이트.
하카이트의 움직임.
이 정도로 빠를 줄이야.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과 속도...
나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라.
그래서 자부해 왔어.
내 민첩성과 속도를.
하지만 지금, 제대로 실감한다.
격이 달라, 하카이트의 속도는.
어떻게 가능하지, 이런 움직임?
설명이 되지 않아.
같은 편이지만, 압도된다.
...
계속되는 전투 중, 깨닫는다.
이제야 알겠어.
간격을 조금 더 좁히라고 한 이유를.
내가 막을 수 없는 두 가지 공격.
회피에 실패할 때마다.
아저씨가 와서 막아준다.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지면 안 돼.
유지하자, 지금 거리.
더 가까워지면.
놈의 공격에 동시 타격된다.
즈즈즈...
이번엔, 아저씨에게 간 창을 내가 가로막았어.
이제 좀 연계가 되는 듯.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으로.
[헉... 헉... 잘했다.]
대답하지 않는다.
집중한다.
그래.
나머지도 이해했어.
이 정도 간격의 의미를.
아저씨한테 향하는 창 공격.
내가 막아야 해.
하카이트에게.
여유를 벌어다 줘야 한다고.
세 개 막을 걸.
두 개 막는다?
그만큼 여유가 생길 것이다.
시간이든, 체력이든, 힘이든.
그렇게 되면.
내 몫은 확실히 하는 거야.
...
큰일이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하카이트의 호흡이.
점점 더 올라오고 있어.
...아까 회복이 덜 된 것일까.
아저씨에게 가는 공격의 횟수는 적어졌어.
내가 합류했으니까.
아저씨가 막아야 할 공격도 줄어들었다.
세 가지 중 한 가지는 내가 막으니까.
하지만 더 힘들어 보여.
회복이 덜 된 거다, 분명히.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없다, 그럴 여유.
내 움직임에도.
바쁘기에.
그저.
믿는 수밖에.
...
...
이대로는 안 돼.
뭐라도 해야 해.
내 활동량.
늘려야한다.
그리고 내 쪽으로.
놈의 신경을 더 모아야 해.
회피 중간 중간에 섞자.
놈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을.
속든 안 속든.
우선은 시도한다.
[아인! 네 검!]
??!?!?!?!!?!?!
뭐, 뭐야?!!
크기가 줄어들었다.
빛도 약해졌잖아.
안 돼, 잃어버리면!
내 유일한 무기이자 희망.
이게 없으면.
난 바로 전력 이탈.
어떡한다...
[네 카와 연결! 헉... 헉...]
...?
아.
카로 만들어진 검인가.
그래서 점점 소멸하는 건가.
애초 부여된 카가.
점점 소진되면서?
...찾아내야 한다.
내 카와 이 검을.
연결할 방법을.
...
위험하다.
거의 사라졌어.
살려내야 해.
하카이트에겐 여유 없어.
이 검을 내게.
다시 만들어 줄.
하지만, 나한테도.
여유가 없잖아.
다음 움직임.
생각하기도 버겁다고.
[촉감! 헉... 헉...]
하카이트의 외침.
...설마.
검을 쥔 내 손에 있는 느낌.
찌릿찌릿한 감촉.
여기에 내 정신을 연결.
아저씨가 가르쳐준.
속으로의 대화.
카를 통한 대화.
그때 그 첫 느낌을.
되살린다.
똑같이 시도한다.
언어가 아니라.
손에.
돼라, 제발...
...
지이이잉.
!!!!!!!
이거군.
다시 살렸어.
위험했다.
단도만큼 짧아져 있었어.
한 두 번의 방어 후엔.
소멸이었다고.
어쨌든 됐어.
다시 시작이다.
[크하하하!! 하카이트,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 이제 그만 쉬는 게 어떻겠나?!]
하카이트를 향한 녀석의 조롱.
조롱이자 도발.
아저씨에게 대답할 여력.
없어 보여.
반면, 놈은 아직도 팔팔하다.
??!?!
...이상해.
뭔가 이상하다.
나도 지금 많이 움직여.
카이트도 구사하는.
아저씨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데 내 체력 소모는.
별로 안 크다?
내 체력이 더 좋아서?
그런 느낌이 아니야, 전혀.
뭔가가 있어.
나와 하카이트가 모르는.
이 공간에 대한, 뭔가가.
...
...
정말 위험해.
이대로는 정말 위험해.
시간이 꽤나 지났다.
아저씨, 너무 힘들어 보여.
손과 발의 움직임.
상당히 둔화됐...
!!!!!
이제는 거의 못 움직이잖아...
카이트를 카이트로 받아치기만 하잖아?!!
[아저씨! 안 돼! 움직이라고!!!]
[크아아아악!!]
!!!!!!!!!!!!!!!!!!!!!!!!!!
...맞았어.
아저씨의 왼발에, 놈의 섬광이.
[휴, 드디어 잡았구만. 쥐새끼같이 도망만 치더니... 크하하하하!]
뭐?
쥐새끼...?
‘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싸움은 끝났다.
졌다.
결국 하카이트는, 막바지에 접어들자.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았는지...
회피 기동 없이, 제 자리에서 카이트로.
놈의 카이트를 막거나 받아치기만 했다.
카이트 대 카이트 만의 싸움이라면...
결국엔 속도전에 밀려, 무조건 질 수 밖에 없었어...
아무리 수읽기에 우월해도...
카이트 시전 속도가, 애초에 절대적으로 차이 났고...
그걸 회피 기동으로 상쇄해 왔던 것이니까.
발이 멈추자 하카이트의 시간은.
놈의 시간에 따라잡히기 시작했고.
결국, 따라잡혔다...
발에 공격을 적중시킨 걸 보니.
놈도 이 양상에 대해, 진작부터 눈치 채고 있었나 본데...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조금씩 실감이 난다.
나의 죽음이.
내 인생도 여기까지인가...
[후후후후...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카이트. 옆에 있는 청년도 고생 많았어. 너희들의 마지막, 어떻게 장식해 줄까.]
[...너 따위는 바깥 세상에서 만나면! 하카이트 아저씨한테, 한 주먹 거리도 아니었을 텐데...]
[후후... 후후하하하!! 그건 맞지. 밖에서는 하카이트가 평생 살면서, 나와 만나기는커녕. 내 존재 자체를 알 기회조차 아예 없었을 것이야.]
[헉... 헉... 헉...]
[크크크... 오늘 일, 평생 안주 거리로 삼아주지. 영광으로 알아라, 하카이트. 크하하하핫!!!]
표정을 추스르려 노력하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하카이트.
무릎 밑으로는, 사라진 아저씨의 왼발...
찢겨져 나간 형태지만, 피를 흘리고 있지는 않아.
누가 봐도 피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모습이지만.
이곳에서의 육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육신이 아닌 건가.
그래도 아저씨가 느끼고 있을 고통은.
일반 세상에서 다리를 잃었을 때 고통과 비슷해 보인다.
참고, 참으려 해도...
새어 나올 수밖에 없겠지...
[...아인.]
[아저씨... 괜찮아요? 많이 아프신...]
[지금 많이 안 힘들죠.]
[...네?]
[별로 안 지쳤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네? 네... 하나도요.]
[...과연. 그랬군.]
[...뭐라 말한 거냐, 하카이트.]
[한참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해 왔고, 결국 깨달았지.]
[뭐라고?]
[조금 전, 확신에 이르렀다.]
[후후... 죽음을 앞두니, 천하의 하카이트도 이상한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구나.]
[내 말이 이상한 말인지 아닌지는, 내가 찾은 해답을 직접 겪어 보면 알겠지.]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
[크아아악!!!]
[키야야야야야야!!!]
[아아아아그그아악가아악!!!]
태어나서.
처음 겪는.
엄청난 고통.
뭐야.
이건.
차라리 날.
죽여줘.
저 둘도 나와.
같은 걸 느끼나.
우리 셋.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괴성.
어마어마한 비명.
[하카이이트으으으!!!! 너 도대체 무스으은, 크아아아악!!!!!]
[같이 죽는 거다, 이 새끼야아!!]
[서어얼마아아아아!!!!!!]
[...그래. 내 타테세카를 닫아주마아아!!!]
지금 이 상황.
안 궁금.
하나도.
안 중요.
고통이.
앗아간다.
내 의식을.
내 모든 걸.
없다.
어떠한 여유도.
없다.
비명 지를 여유도.
혼미해져.
정신이.
더 계속되면.
고통이.
못 하게 된다.
생각조차.
잃는다.
자아마저.
[머어엉처엉한 노오옴!! 그러며언 너어도오오!!!]
[알고 있다. 우리 같이... ‘라의 바다’에서 방황하자고. 여엉워어어언히이이!]
[이이이 자아아시이이익이이이!!!]
[뭐해애애, 이 새끼야아아! 나도 한계라고오오!! 빨리 칼으을 꼽아아아!!! 아아이이이인!!!!]
산산조각.
정신이.
찌그러져.
공간이.
본다.
내 몸.
일그러져.
있고.
일그러지고.
있다.
하카이트도.
저 괴물도.
일그러지고.
있다.
이겨낼 수.
없을 거 같아.
이 고통.
[...라고! 빨... 머리... 검을... ...고...]
이상해.
소리도 마치.
물속에서 듣는 소리.
점점 작아져.
듣기 힘들어.
소리가.
가라앉는다.
...?
아직.
들고 있네.
이 검.
이젠.
놓고 싶어.
검도.
전투도.
삶도.
가라앉는다.
의식이...
!!!!!!
잠깐만.
들고 있잖아.
이 검.
알고 있어, 난.
녀석한테.
꼽아야 하는 거.
견뎌.
고통을.
차리라고.
정신을.
그래.
맞아.
꼽는다.
검을.
저 녀석에게.
쳐다본다.
하카이트를.
몸부림친다.
소리친다.
나를 향해.
괴물.
괴로워 한다.
그런데, 아저씨.
미안해.
못할 것.
같아.
몸이.
움직이질 않아.
알아볼 수 없어.
내 형체를.
!!!!!!!!!!!!!!!!!!!
아인, 이 미친놈아.
정신 차려.
놓으면 안 돼.
너 자신을 놓지 마.
생각하지 마.
걸어.
우선, 걸어.
아니.
걸으려고도 하지마.
왼발 내밀어.
...다음, 오른발.
...다음, 왼발.
...다음, 오른발.
좋아.
이걸.
유지하는 거야.
오른손, 확인.
왼손, 확인.
검, 확인.
안 돼.
이 촉감.
잃으면.
...
왔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촉감.
확인.
다행히.
칼은 아직.
내 손에.
[!@#$!@$!@...]
[@#($)!($(%)!@@($)!...]
두 놈들.
나한테 계속.
소리친다.
못 알아먹어.
무시해 버려.
중요한건, 나.
바로, 나.
끝낼 수 있다.
내가.
끝낸다.
내가.
이 싸움을.
생각하지 마.
그냥 하면 돼.
든다, 오른팔.
...움직이지 않아.
거든다, 왼팔.
검을 가운데로.
두 팔로 든다.
...잘 안 움직여.
고통에 점점.
조종할 수 없어.
내 몸을.
...더 단순하게.
더 간단하게.
생각해.
두 어깨를 돌려.
앞쪽으로.
...됐다.
들었어.
어깨와 팔.
그리고 검을.
더 이상.
안 올라간다.
그럼 됐어.
이제.
힘을 풀어.
푹.
[크아아아아 이 애애소오오옹이이이가아아...]
...
어라...?
사라졌잖아?
내 몸을 휘어잡고 있던 고통이.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들고 있던 검이.
괴물 한가운데를 잘랐어.
괴물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크아아아아아앗!!!!...]
??!!?!?!!?!?!!?
솨아아아아...
괴물의 몸에서, 몸에 난 틈에서...
빛이 쏟아져 나온다...
눈부셔....
볼 수가 없어...
...
...
...
조금씩 돌아오는 시야.
뭔가 점점, 눈에 익는 모습이 나오는 듯한데?
아.
하카이트 아저씨가 처음 만들어 낸 공간이다.
...어?
하카이트 아저씨는?
아저씨!
하카이트!!
어디있어요?!!!
...뭐야.
말소리가 안 나오잖아.
그 자식의 ‘집’이 사라지고.
하카이트의 공간으로 온전히 돌아왔지만.
아저씨는 보이지 않는다.
말하는 것도 안 된다.
...그러고 보니, 병사들도 없네.
아앗!
흰색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형체가 들어나기 시작한다.
내가 왔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야.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병사들, 연병장, 막사, 숲, 프르슈, 땅, 하늘...
[살려줘, 아인.]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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