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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 KHA, and THA

하 카 그리고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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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호수.
작품등록일 :
2020.08.11 20:00
최근연재일 :
2021.02.24 23:55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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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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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4쪽

4-8.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1"

DUMMY

!!!!!!!!!!!!!!!!!!!!!!!!!!



어, 어, 어, 어떻게...


이, 이, 이런 일이...



소포를 보자마자, 그렇게나 아팠던 내 머리.


다시 한 번, 정신 차리고 발신인을 봤더니.



갑자기 술이 확 깬 것처럼 초롱초롱해졌어...



순식간에 아팠다가.


순식간에 맑아지는.



어처구니없는 나의 뇌...




시민의나라가 건국되고 나서.


‘텔리니오라마이카‘와 ’라마이카나이‘라는 이름.



완전히 지워진 동시에.


다시 꺼내져서는 안 될 단어가 돼 버렸다고.




그,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무려 하스테리아가?


나의 생존을 알아버렸다?!



내가 라마이카나이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것!


지온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도, 도대체 누가 하스테리아에게 알려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


앞으로가 중요하단 말이야.



그, 그렇다면?


하스테리아는 곧바로 사람을 보내서?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아, 아, 안 되겠어!!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지온을 찾아야 해, 지금 당장!!!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반드시 알!...



펄럭.




“...뭐야? 그런 웃기지도 않는 표정을 하고선 어디를 나가려 했던 거냐.”



무거운 몸을 어떻게든 추스르고.


천막 밖으로 나가 지온을 찾으려 했는데.



그 순간, 천막 안으로 들어온 마타쎄.


바로 앞에 나타나, 길을 가로 막았어.



“시, 시, 신경 꺼 줄래요?!!”


“후훗. 말 안 해도, 얼굴에 다 써져 있군.”


“뭐라고요?! 우, 웃기시네...”



“웃기는 건 네 표정이겠지. 하스테리아가 발신한 등기 소포에 네 실명이 적혀있는 걸 보고는, 어쩔 줄 모르며 호들갑 떨고 있는 네 면상.”



!!!!!!!!!...



“차, 차, 참나!!... 누, 누, 누가 호들갑 떨고 있다는 거야?!!!”


“네 맘 다 알겠으니까, 일단은 여기에서 잠자코 지온을 기다리고 있어.”




...젠장할.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라.



당황하는 모습, 저 자식한테만큼은...


절대로 보여주기 싫었는데...



어? 마, 맞아!


이 소포, 저 자식이 가져온 거잖아?!



저 자식한테 뭐가 어떻게 된지 물어보...




관두자, 관둬.


자존심 상해.



안 그래도 당황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짜증나는데.


저 자식에게 괜히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



재수 없는 땅꼬마 자식...




...아냐.


내가 지금 그런 하찮은 자존심을 따질 때가 아니잖아.



정신 차려, 니카텔리.




“저, 저기... 하나 물어볼...”


“알았다고 했잖아. 일단은 기다리래도?”



“어, 어, 어떻게 가만히 기다리냐고?!! 하스테리아가 내 존재를 알!...


“아, 거 참!!! 말 더럽게 많네?!!! 그냥 입 닥치고 지온을 기다리면 된다니까?!!!!”


“...”



“어차피, 네가 지금 뭘 알게 된다 하더라도!!! 네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다시 드러누워서 술이나 깨, 알겠어?!!!!”




크, 크흑...



아, 아니!!


내가 정상 아니냐고?!!



누가 봐도, 이건 진짜 심각한 상황 아니냔 말이야?!!!



너무나도 애가 타는 나머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오히려 반대로 화를 내는 마타쎄 때문에.



영문도 모르는 채, 그저 위축되고 말았다...




으으으...


괘, 괜히 말 꺼냈어...



제기랄...


그냥 애초 생각대로 입 다물고 있을 걸...




“그, 그, 그나저나!! 이 천막에 다시 왜 돌아온 거예요?!! 나한테 막말하고 나갈 땐 언제고?!!!”


“...”




...어?



애꿎은 마음에, 너무나도 얄미운 나머지.


그냥 화풀이 식으로 말을 던졌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평소 하던 대로 까칠하게 말을 던졌으니.


당연히, 독한 말로 받아칠 줄 알았는데.



뭔가, 되게 낯선 표정으로...


머뭇머뭇 거리고 있어...?




“크, 크흠... 알고 보니, 오늘은 대장간이 쉬는 날이더라... 다른 곳엔 아무도 없고, 너만 여기에 남아있어서... 호, 호, 혼자만 덩그러니 있기엔 조금 뭐하니까...”



?!!!



아, 그래서...


대장간 직원들이 어제 그렇게 흥청망청...



...그런데?


혼자 있기가 뭐해서 내가 있는 곳에 왔다, 그런 말?



마타쎄, 이 자식...


보기와는 다르게, 귀여운 구석이...



털썩.



괜히, 자기도 그런 말을 해 놓고는 민망했는지.


내가 누워 있던 침대의 반대편 쪽 의자로 가서.



편한 자세로 앉아, 딴청을 부리고 있어.




...




이후로는, 계속 이런 식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흐르고 있다.



마타쎄하고는, 언젠가부터.


티격태격하는 게 당연시됐었나봐.



그런데, 저 자식이 내 말을.


평소처럼 거칠게 받아치기는커녕.



쀼루퉁한 표정이긴 하지만, 쑥스러워하며,


저렇게 다소곳이 있으니.



분위기, 평소와 달리 너무 어색하잖아...


적응 안 되게, 이게 뭐냐고...





...마타쎄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어.


인간이 아닌 걸 알고 나서 보면, 확실히 보이는 듯.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라는 사실.



처음에는, 그저 꼬마인 줄로만 알았고.


피부는 화상을 입은 줄로만 알았었는데.



두 번째 보고 나서야, 인간이 아님을 깨달았어.


엄밀히 말하면, 목소리를 듣고 나서 알아 차렸지.



그 목소리,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니까.




그나저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미안하긴 미안하네.



그때, 마타쎄에게...


노예냐고 말했던 일...



두 번만 본 거면, 사실상 초면이나 마찬가지인데.


괜히 친한 척 한 번 해 보려다가.


아무 생각 없이, 코앞에서 노예냐고 물었으니.



입이 세 개라도 할 말이 없긴 해...



그래도, 정말로 반전이야.


지온 아저씨의 부하이기는커녕.


아저씨와 편하게 말을 할 정도의 관계였을 줄은.



하여튼 간에, 그런 걸 떠나서...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



“얼굴 닳아지겠다.”


“...네?”


“그만 쳐다보라고. 잘 생긴 얼굴, 처음 봤어?”


“...거울 안 봐요?”




야, 야, 야...


느키티...



내가 먼저 사과하려고 했잖아...


한 번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거잖아...



“너, 암묵적 규칙에 대해 전혀 모르나 본데.”


“암묵적 규칙?”



“못생긴 사람이 자기 얼굴을 가지고 유머를 던지면, 그 내용에 상관없이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규칙.”


“그, 그런 규칙이 있었어요?”


“그래.”


“처음 듣는데...”



“그럼, 지금부터 잘 새겨 두라고. 부족한 외모를 지닌 자들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려 노력할 때, 그냥 옆에서 잠자코 도와주란 말이다.”




...일단은 참자.



왠지, 저 규칙...


저 자식이 만든 것 같긴 하지만...




“마, 마타쎄 아저씨...?”


“왜.”



“제가 잘못했어요...”


“...뭘.”



“지, 지난번에... 제가 아저씨보러...”


“...”



“지온 아저씨의 노예라고 했던 일... 정식으로 사과하...”


“글쎄다.”


“...네?”



“사과라는 게, 모름지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성의를 보여야 하거든. 그 정도는 멍청한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



“그런데, 너는... 싸가지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말이지...”




...아.



진짜로...


못해 먹겠네...



그래도, 내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일단은 참자, 무조건.



그리고, 저 자식에게 나중에라도...


카타를 배우게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저, 종족차별주의자... 절대로 아니에요.”


“글쎄다.”


“진짜라니까요?”



“그런데, 초면에 ‘노예세요’라는 말을 바로 박아 버린다고?”


“그, 그건...”


“지온이 예전부터 사람 보는 눈이 없긴 없었지. 암, 그렇고말고.”



“저, 정말로 그런 사람 아니라고요... 제 친구가 네 명이 있는데, 그 중 둘이나 다른 종족이에요.”


“!!...”



미묘하긴 하지만, 마타쎄의 표정이 변했어.



“...정말이냐?”


“진짜에요. 평범하게 사귄 평범한 친구 정도가 아니라, 어딘가로 끌려가던 중 죽을 위기에 처했던 걸 구해줘서 친구가 된 거니까요.”



“!!!!!!...”



마타쎄의 눈, 순간 엄청 커지더니.


다시 두 눈을 감고는 생각에 잠긴 모습.




...마타쎄 덕분에, 오랜만에 떠올랐어.


푸요와 펄을 처음 만났을 때가.



내 기억으로는, ‘타마우돌’의 도로를 지나던 때였을 걸?



그때만 해도, 나하고 아인 둘이서.


어떻게 어떻게 검문을 피해가며.


네이스테리아 대륙의 남쪽으로 향했지.



아인에게 있어, 남하할 이유는 전혀 없었어.


오히려 내가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거든.



왜냐하면, 어떻게든 시민의나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졌어야 했으니까...



다행히, 아인은 내 말을 순순히 잘 들어 줬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했어.




어쨌든, 치안이 너무나 불안했던 국가.


타마우돌을 경유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그나마, 타마우돌이...


통행증 검사를 거의 안한다는 소문을 들어서였어...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돈벌이가 아예 없어서.


구걸하거나 숲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연명해 가며, 사람들 눈을 피해서.


조금씩 남하하는 중이었거든.



하루는 갑자기 커다란 인기척이 느껴졌는데.


멀리서 노예 상단이 오고 있더라고.



당연히, 숲속에 들어가 숨어 있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용병단의 펠리오니스 편대.



뭐, 상대조차 되지 않았고.


상단은 순식간에 약탈당했지.



그때, 상인들과 노예들의 시체더미 속에서 찾은 게...


바로, 초록 푸요와 초록 펄...




푸요와 펄, 누가 봐도 알 수 있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라는 걸.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아인이 그 둘을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냥, 얼굴이 조금 특이한 정도?


그 정도까지로만 생각한 듯.



물론, 맨 처음에는 설명해 보려고 했는데.


시도도 안 해보고 그냥 관뒀지.



그때까지만 해도, 아인의 말이 꽤 어눌했거든.


간단한 의사소통만 어느 정도로 가능한 수준?



대화를 통해 어떤 지식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으니까, 아인의 의사소통 능력.



그래서, 내 기억상으로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했던 것 같아.



물론, 지금이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인의 말하는 능력이 엄청 늘었지만.




어찌됐든, 그 이후로도 아인은 그 둘을.


계속 인간으로 대했고.



나도 처음에는 선입견 때문에 거부감이 약간 있었지만.


같이 지내다보니, 외모만 다를 뿐.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었어.



똑같이 직립보행에다가,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는 오히려 아인보다 말을 더 잘했으니까...



결국, 우리 모두는 친구가 되었지.


그 후로는 그 둘에게 내가 이름도 붙여 줬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예전의 대타협 당시, 타 종족들에게 살 땅을 배분할 때.



어떤 종족과 개체는 권역.


어떤 종족과 개체는 비권역.



이러한 분류에 있어, 사용된 기준에 대해서 말이야.



가장 중요했던 조건은.


인간에게 친화적인 종족이나 개체인가.



그 다음 조건으로는.


인간과 얼마나 비슷한가.



저 둘에 관련된 세부 기준이야, 엄청 많았겠지만.


아무튼 간에 저 두 가지를 밑바탕으로 삼아.



권역 내에 남길 종족과 그 개체를 결정했대.


탈락한 종족과 개체는 비권역으로 배정됐고.



권역에 배정된 종족이라도, 개체간 편차가 존재해서.


종족과 별개로 비권역에 배정된 개체도 있다 그랬어.




어찌됐든, 대타협때 사용됐던 기준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까지 관습으로 내려와.



더 좋은 노예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사용되고 있대.



내가 알고 있는 구체적 예를 들어 본다면.


같은 노예라도, 직립보행을 하면 그 값이 높고.



인간의 언어를 하면 가치가 훨씬 치솟는다고 그랬어.



그런데, 펄과 푸요는 둘 다 충족했으니.


노예로서 상당히 가치가 나가는 개체였겠지.



뭐, 저 두 가지 조건 외에도.


따져 볼 조건이야 엄청 많이 있지 않을까?



직립보행이니, 인간의 언어니.


꼭 이 두 가지 조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과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노예의 가격이 비싸진다고 그랬...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네?!! 아... 그냥...”



“아니, 나도 너에게 호감이 조금 생긴 것 같아서 말 좀 붙이려 했는데. 거의 타키온 급으로 생각에 잠기며 똑똑한 척을 해서.”



정말이지, 이 자식...


하루라도 시비를 안 걸면 죽는 병에 걸렸나...



“아무튼, 네 사과를 받아주기로 하지. 뭐, 지온도 나를 친구로 삼아줬는데. 그런 존재를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


“그런 만큼, 나도 존중해야겠지. 네가 그런 훌륭한 인간이라면, 나야말로 존중해야 마땅하니까.”



“고, 고마워요. 그때 일, 다시 사과할게요...”


“괜찮아. 잊었으니까, 너도 잊어. 그나저나...”


“...네?”



“다른 종족이라는 네 친구들, 걔네들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 봐.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 됐어.”


“아...”



"어떻게 된 거야? ‘바깥사람’이었는데 망명한 거야? 아니면, 권역으로 ‘밀입역‘한 거야? 그것도 아니라면, 원래부터 다른 인간의 노예였는데, 너희들이 구해줬던 거야?“




...마타쎄도 다른 종족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친구, 푸요와 펄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이네.



마타쎄가 적극적으로 묻는 바람에.


나도 푸요와 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해.



어떻게 만나게 된 것에서부터.


그 뒤로 어떻게 같이 살아오다가.


리리 협곡에 들어가, 산적 활동을 하게 된 것까지.




...




...




...




“...그랬군.”



상당히 흥미롭고 흡족하다는 표정의 마타쎄.



“야, 너!”


“네?”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훌륭한 면이 있었네? 보통은 신고를 해서, 보상금과 포상금을 받으려 혈안이 됐을 텐데. 그런데 신고는커녕, 오히려 같이 지내 주면서 친구가 되어 주다니.”


“아...”



신고...?


보상금? 포상금?



“고맙다, 느키티. 비인간 종족을 대표해, 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뭐, 뭘요... 저희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했을 뿐이에요.”



“어쨌든 타마우돌에서 만난 노예 상단이라면, 십중팔구 탐 광산에서 일하는 노예들이었을 텐데.”


“아?! 맞아요. 펄하고 푸요도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생김새는 펄하고 푸요랑 닮았고?”


“네, 말씀드린 것처럼요.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어준 거고요.”


“펄하고 푸요랑 닮았다... 그렇다면...”


“...”



“아마도, 종족은 ‘두비둠’이었을 거 같은데.”


“두비...둠...?”


“노예 종족 중에서도, 상당히 값이 나가는 종이다. 인간의 말도 곧 잘하고 지성도 상당히 높은데다가, 감정의 무작위성이라던가 흉포성이 전혀 없으니까.”



...흐음.


‘감정의 무작위성‘ 빼고는, 다 알아먹은 듯.



“감정의 무작위성?”


“인간에게도 감정이 있는 것처럼, 다른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어. 그런데 감정을 느끼는 방식, 종류, 크기, 속도 등 종족에 따라 그런 것들이 인간과 당연히 다르지 않겠어?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총칭해 ‘감정의 무작위성’이라고 불러 왔지. 물론, 철저히 자기네들의 기준에서 만든 이기적 개념이긴 하지만.”


“아...”



“이유야 어찌됐든, 그 두비둠 둘은 탈주한 노예나 마찬가지인데. 그 둘을 신고하지 않은 일, 정말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야. 물론 이 말은 방금 전 내가 했던 말과 정반대로, 어디까지나 인간 입장이 아닌 타 종족 입장에서 전하는 거지만.”



“그, 그런데... 탈주한 노예를 신고하면 돈을 줘요?”


“그럼. 주인한테는 보상금을, 국가로부터는 포상금을 받는 게 관례지.”



“그렇게 되면, 질문이 있는데... 멜리다타가 됐든, 리리 협곡이 됐든, 그 이후로 저희가 쭉 같이 생활을 했잖아요?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펄과 푸요가 띄었단 말이죠?”


“그렇겠지.”


“그럼, 왜 아무도 그 둘을 신고하지 않은 건가요? 그 이후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는데, 이때까지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의아해서요. 돈까지 준다는데, 신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너.”


“네?”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



“하나 묻지. 인간하고, 노예인 다른 종족하고 성교를 해서 애를 가졌다고 치자. 그러면 그 애는 인간으로 취급받을까, 아니면 노예 종족으로 취급받을까.”


“...노예?”



“아니, 인간이다.”



!!!!!!!!!



“하의 최고가치 중에, ‘최고등종족’이라는 게 있어. 알아?”


“대충은요. 인간이야말로 최고의 종족이다, 이런 뜻 아니었어요? 당연히, 구체적으로는 모르고요.”


“맞아. 그 최고가치에서 파생된 ‘하의 법’이라든가 ‘최고규율‘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골자는 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모든 종족에 있어 최고 위치에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지.”


“흐음,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왜 꺼낸 거예요?”



“왜냐하면, 인간에 대한 정의 때문이다.”


“이, 인간에 대한 정의?”


“‘인간이란 종족은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있어, 생물학적 정의와 법적 정의가 갈리거든.”



?!??!!



“저, 정말요? 아니, 인간이면 그냥 인간 아니에요? 법적으로 따지고 말고 할 게 있나...?”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먼저 말하지. 너, 하기아에 대해선 당연히 알겠지.”


“그럼요.”



“첫 번째, 하기아는 ‘법적’으로 인간이다.”



??!!?!?!!?!!



“저, 저, 정말로?!!”


“그래. 물론, 인간들이나 하기아들이나 자기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거 아니겠니? 생물학적으로는 엄연히 다른 종이니, 당연히 서로가 서로를 다르다고 생각하며 엄격히 구분해 왔지.”


“...”



“하지만, ‘하의 법’상으로는 하기아 역시 인간으로 정의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 하기아도 누릴 수 있다. 그 때문에, 너도 알다시피 그 두 종족이 권역에 있어 모든 권한과 이익을 누려 왔고.”


“아니, 그런데 갑자기 하기아 이야기를 왜...”


“일단은 들어봐. 아, 정말 성격 더럽게 급하네. 지금 인간의 ‘법적 정의’에 대해 하나하나씩 말하는 과정이잖아.”


“...”



“두 번째, 그 어떤 종족의 개체든간에... 자신의 타즈마에 인간의 것이 약간이라도 섞였다면...”



타, 타즈마?


뭐였더라...



“...그 개체는 인간으로 여겨진다.”



!!!!!



...그래.



어쨌든, 마타쎄가 힘 줘서 말하려 했던 건.


이 두 번째에 대해서인 것 같은데?



“잠깐만요. 이제야 대화의 흐름이 이해됐는데, 그 전에 질문 하나 할게요.”


“해 봐.”


“타즈마가 뭐예요? 예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들으니까 기억이 안 나는 건지 애초에 몰랐던 건지 헷갈려요.”


“뭐, 깊이 들어가면 복잡하겠지만. 타의 ‘질’이나 ‘질적 정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도 간단히 기억해 둘 수 있을 거다.”



?!!!!



“아, 맞다! 타즈마, 타마즈, 카즈마, 카마즈... 이제야 다시 떠오른 것 같아요.”


“그래. 타마즈는 타의 ‘양’ 또는 ‘양적 정보’.”



“그러면, 카마즈는 카의 ‘양’... 카즈마는 카의 ‘질’...”


“또는, 그 양과 질에 관련된 정보들을 각각 총칭하는 개념.”




...흐음, 조금 헷갈리려 하는데?


아! 이렇게 외우면 되겠어.



카가 됐든, 타가 됐든...



‘마즈‘가 붙으면 ‘양’ 또는 ‘양적 정보’.


‘즈마‘가 붙으면 ‘질’ 또는 ‘질적 정보’.




“설명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까 하던 말 계속 해 주세요.”


“알겠어. 내가 괜히 타즈마라는 개념을 써서 네가 조금 어렵게 받아들인 것 같은데. 인간들이 흔히 쓰는 말로 표현해 보자면, 혈통이 어쨌느니 누구의 피가 섞였느니... 그런 말들, 많이 하잖아?”


“네.”



“그런 식으로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인간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여 있는 개체다? 그럼, 자신의 종족에 상관없이 법적으로는 인간이라 취급받을 수 있는 거라고. 또한, 하기아도 법적으로는 인간이니까 같은 법리가 하기아에게 적용되겠지? 하기아의 피를 조금이라도 물려받은 개체 역시, 법적으로는 인간일 거다.”


“...”



“물론, 지금 이 이야기는 철저히 법적인 측면에서만 말한 거지. 너의 빠른 이해를 위해, ‘종족차별주의’ 같은 사상적 요소들은 배제하고 설명한 거고.”




“...그런데, 왜 그게 펄과 푸요가 신고받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는 건데요?”


“으이그. 타즈마 설명 때는 하나를 가르쳐주면 넷을 아는 똑똑한 친구네, 이렇게 생각했는데. 응용력이 아예 없구나, 너?”


“...”



“어떤 종족의 어떤 개체든 간에, 외관상으로는 ‘법적 인간’이냐 아니냐를 곧바로 파악하기가 꽤 어렵다는 말이다.”



!!!!!!!!!!!!!



“아...”


“그래. 심한 경우는 외관상 누가 봐도 타 종족일 수 있겠지만, 그 마저도 법적으론 인간일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였어.


펄과 푸요가 신고를 받지 않은 이유.



나도 한눈에 그 둘이 인간과 다른 걸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걸 못 알아차렸을 리가 없어.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


쉽사리 신고하지 못한 거구나...




“거기에 더해, 너도 인간이니 잘 알겠지만. 하의 최고규율에 ‘최고등종족 모욕’이라는 게 있잖아.”


“아, 그건 잘 알고 있어요. 인간에게 다른 종족이라고 칭하거나 그에 준하는 취급을 하면 큰 모욕죄에 해당된다는...”


“맞아. 그렇기 때문에, 정보가 확실하지 않는 이상은 함부로 다른 개체의 종족을 가늠할 수 없는 거지.”



“...확실히 이해했어요. 그래서 펄과 푸요가 지금까지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거네요. 노예상단이 습격을 받았을 당시의 목격자, 저와 제 친구가 전부니까.


“그렇겠지. 그렇기 때문에, 보상금과 포상금 제도가 더 중요시되는 거야. 노예를 분실하거나 노예가 도망쳐버리게 되면, 그 이후로는 주인 입장에서 상당히 찾기 어렵게 되니.”



“어?! 그러면?!! 다른 노예들이 그냥 다 쉽게 도망쳐버리면 되는 거잖아요.”


“쯧쯧... 신분증이랑 통행증은 생각 안 하냐?”


“앗!!...”



“인간도 신분증이나 통행증이 없으면, 두 대륙 내에서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한데? 처벌 또한 상당히 엄하고. 하물며, 인간이랑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긴 놈들이 신분증이랑 통행증 없이 돌아다닌다? 빼도 박도 못한 채, 곧바로 노예인 게 들통 나는 거지.”


“...”


“적발되면, 즉결 처형 정도가 아니야. 그 나라에서 가장 거친 형태의 형벌을 받을 거다.”




맞아, 그 두 개가 없으면.


권역 내에선 어떻게든 이동이 어렵잖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와 내 친구들 만큼은...


직접 겪어 봤기에 그걸 절실히 알고 있지...



그래도 우리는, 나이가 어리다는 걸 무기로 삼아.


종종 찾아왔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겨서.



어떻게 어떻게, 겨우 겨우.


멜리다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거니까.




그나저나, 신분증과 통행증이.


노예와 관련해 그런 기능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어린 나이도 나이지만, 나와 아인은 인간이었기에.


그 먼 길을 어떻게든 이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



타마우돌이야, 다스트쿠트와 맞닿아 있으니.


펄과 푸요의 이동거리는 비교적 상당히 짧았어.



만약, 쌍둥이가 시민의나라에서 출발했다면...


다스트쿠트까지, 절대로 오지 못했을 수도...




“그, 그러면... 마타쎄 아저씨도 다른 종족이잖아요?”


“그렇지.”


“그럼, 무슨 종족이에요?”



“...비밀.”


“왜, 왜요? 말해주면 안 돼요?”


“안 돼. 나, 신비주의거든.”




지, 진짜로...


가지가지 한다...




“그래도, 한 가지 알려 주자면. 나, 법적으로 인간이다?”


“네에?!!!”



“...뭘 그렇게 놀라. 지온이랑 나랑 사이, 눈치 못 챌 정도로 멍청해 보이진 않는데. 물론, 법적으로 인간이 아니었을 때부터 지온과 나는 친구였지만.”



!!!!!!!!



“그, 그, 그러면 아저씨는 나중에 인간의 자격을 법적으로 얻게 된 거에요?!!!”


“그런 셈이지.”



“어, 어, 어, 어떻게요?”


“뭐가 어떻게긴 어떻게야. 돈 주고 샀지.”



?!!!!!!!!!!!!!!



“저, 정말요?! 어, 얼마에?!”


“1 델리아리아리아”



“...네?”


“1 델리아리아리아라고.”



“...네?!”


“1 ‘델리아리아리아‘라니깐?! 귓구멍이 처 막혔나!!”



!!!!!...



데, 데, 데...


델리아리아리아...



1 델리아는 1만 델.


거, 거기까진 알겠는데.



델리아리아도 아니고, 델리아리아리아면...


도대체 어, 얼마...



“1조 델.”


“...네?”



“1조 델이라고.”


“1조...?”



“억 다음 단위야.”



!!!!!!!!!!!!!!!!!!!!!!!!!



“‘리아’라는 말이 붙으면, 0이 네 개씩 붙는 거 몰라? 의외로 멍청하군.”


“터, 터, 터, 터!...”


“...”




“터무니없어!!!! 그 돈을 구해서 인간이 될 권리를 샀다고?!!! 아저씨가?!!!!”




“...그런데 얘가 갑자기 말이 짧아지네?”


“아!... 그... 그게...”


“...”



“죄,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못 사지. 그 정도의 액수면, 잘은 몰라도 개인은커녕 국가 차원의 정도가 아닐까? 어쩌면, 국가 차원의 수준을 넘어 네이스테리아 대륙 차원에서 유통되는 액수 수준?”


“그, 그, 그런데!! 값이 그렇게나 터무니없는데!! 아저씨는 어떻게 지불하고 권리를 샀다는 거에요?!!!”



“할부로.”



!!!!!!!!!!!...



“잘 들어, 느키티. 돈이 있다고 인간이 될 권리를 아무에게나 파는 게 아니야. 하스테리아나 네이탈소스푸토처럼 예외적 경로를 논외로 친다 하면, 일반적으론 우선 두 대륙에 있는 국가연합인 ‘네이스테리아국가연합’이나 ‘브라키스테리아국가연합’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해. 일정 수준 이상의 명성을 쌓거나, 권역과 인간 문명에 유의미하게 기여했다고.”


“...”



“그 단계를 무사히 넘겼다 치자고. 대륙 내 웬만한 사람들이 그 대상에 대한 명성이나 기여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치자. 그러면, 국가연합은 그러한 민심을 반영해 자체 심사에 들어가겠지? 저 개체에게 과연 인간의 권리를 줘도 무방할 것인가, 에 대해서.”


“...”



“그래서 그 심사에 통과하게 되면, 그 대상에게 통보가 날아가게 된다. 당신은 일정 대가를 지불해 법적으로 인간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



“다시 말해, 그 대상은 ‘인간의 권리를 돈 주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는 거야. 이쯤 되면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그 대상과 상황에 따라 값은 매번 달라. 가격 역시, 심사 과정에서 별도로 책정된다.”


“...”



“너도 저 액수를 보면 알 테지만, 사실상 평생 노력해도 절대 갚을 수 없는 액수야. 너와 내가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처럼, 네이스테리아국가연합도 이걸 당연히 알고 있겠지? 바보가 아닐 테니.”


“그, 그럼... 도, 도대체가... 저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채, 책정한 이유가...”




“두 가지야. 첫 번째는, 타 종족의 다른 개체들에게 ‘인간의 가치란 이 정도로 고귀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


“두 번째는, 내가 할부로 갚아가는 기간 중... 조금이라도 인간의 입장에 마음이 안 드는 행동을 할 경우...”


“아아앗!!!...”



“그래. 곧바로 나에게 줬던 권리를 회수해 버리는 거지. 아직 잔금을 모두 치루지 않았으니, 거래는 완전히 성사됐던 게 아니라는 명분으로. 물론, 그때까지 냈던 할부금은 위약금이라는 명목 하에 국가연합이 그대로 꿀꺽해 버리는 거고.”




와, 완전히...


양아치네...



그렇게 되면, 평생 못 갚는 액수니.


죽을 때까지 돈을 내야 하는 건데.



살아생전, 인간의 뜻에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행동하면.


후천적으로 얻은 인간의 권리를 곧바로 회수해 버린다?



이거, 정말이지...


완벽한 족쇄잖아...




“그, 그러면... 아저씨는 몇 개월 할부로 내고 있는 거에요? 그 1조 델이라는 액수를요...”


“1백만 개월.”



“네넷?!! 1, 1, 1백만 달?!! 아저씨, 그 정도로 수명이 길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하기아의 수장이라도 되냐?”


“그, 그러면 어떻게 백만 개월 할부라는 게 성립할...”



“느키티, 말했잖아. 애초부터 네이스테리아가 그 돈을 모두 받아낼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한다니까? 이 아이는 도대체가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



“아...”


“그냥, 저 액수에다가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마. 그냥 나에게 인간들이 채워준 ‘목줄’ 정도로만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해질걸.”



모, 목줄...



“그럼... 제가 계산이 잘 안 돼서 그러는 건데, 1조 델을 1백만 달 할부로 낸다 그러면...”


“한 달에 100 델리아.”


“커, 커헉...”



“그래, 한 달에 1백만 델. 사람답게 살아 보겠다고, 네이스테리아국가연합에게 갖다 바치는 액수가 그 정도나 된다. 정말이지, 뭣 같은 현실이야.”


“...”



“더 뭣 같은 사실, 하나 더 알려 줘?”


“...뭔데요?”



“내가 네이스테리아국가연합에서 산 인간의 권리, 브라키스테리아에선 적용 안 된다. 만약, 내가 브라키스테리아에 넘어가게 된다? 또 다시 가축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거지.”



!!!!!!!!!!!!!!!!!!



“허얼... 마, 말도 안 돼...”


“그런데, 이거에 대해선 나도 뭐라 딱히 불평하기는 조금 애매한 게... 이것뿐만 아니라 칭호가 됐든, 국가 및 대륙의 이름있는자가 됐든, 그 외에 뭐가 됐든... 모든 법적, 사회적 제도와 웬만한 개념 따위들은 대륙간 상호 호환과 거리가 멀어.”


“어어?? 지, 진짜요? 그러면, 브라키스테리아에서 타이파 칭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래. 그 경우, 네이스테리아에서는 타이파 대접을 받을 수 없는 거지. 뭐, ‘옆 대륙에서 정말로 훌륭한 분이셨군요’ 정도의 존중은 표현해 줄 수 있겠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명예일 뿐이지, 자신이 예전 대륙에서 누려 왔던 그 어떤 특혜나 권력도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해.”


“그, 그렇구나...”



“다시 말하면,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와 그 칭호가 더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이유이기도 해. 어떤 대륙이든 상관없이, 어디에 있다 하더라도 권역 전체에서 절대적인 효력을 지니니까.”




...몰랐던 사실이야.



두 대륙 사이의 사상 차이와 지역감정 정도는.


나도 오다가다 들어 대략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제도와 같이 실체가 있는 부분에서도.


이렇게나 벌어져 있을 줄이야.



그래도, 마타쎄 입장에선 너무 억울하겠는데?


나도 아무리 인간이라지만, 너무하단 생각이 들어.



그렇게 거액을 주고도...


권역의 반쪽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다니...




“그래도,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 나는 국가연합에게 상당히 견적을 잘 받은 경우야.”


“그, 그래요? 견적을 잘 받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까 내가 말한 ‘적정 가격 책정’의 첫 번째 측면에서... 대상의 종족과 상황을 막론하고, 인간의 권리를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할 총 액수는 항상 어마어마한 규모거든? 그걸 깎아버리면, 명분상으론 인간의 가치가 깎이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런 만큼, 국가연합 측면에서는 가격의 액수를 직접적으로 크게 떨어뜨리는 데에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지. 그래서, 총액 부분에 있어서는 예외 없이 말도 안 되는 금액이 항상 책정된다.”


“...”



“그래서 대상별로 할증이나 할인 따위를 적용할 때는, 보통 할부의 ‘기간’을 통해 편차를 줘. 나는 그나마 다행히 할부 기간을 100만 개월이나 얻어서, 한 달에 100 델리아밖에 안 내게 된 거야. 100 델리아도 액수만 보면 상당히 크지만, 전례를 살펴보면 꽤 저렴한 축에 속해.”



마, 말도 안 돼...


한 달에 100 델리아가 싸게 먹힌 거라니...




...당연히.


1조 델이란 액수를 들었을 때가 훨씬 놀랐어.



하지만, 한 달에 100 델리아?!


1백만 델?!!



가,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나면서...


나를 인간으로 낳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게 된다...



엄마, 그리고, 아빠.



평소에도 보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요...




...어?


뭐, 뭐야?!



“자, 잠깐만요! 아저씨, 지온이랑 같이 대장간에서 일하는 거 아니었어요?”


“맞아. 나랑 반반씩 자본을 투자해서 만들었지.”


“참나, 지온 아저씨는 돈이 없어서 엄청 허덕이고 있다고요. 그러면, 도대체 수익 분배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간단해. 지온이 번 건 지온이 갖고, 내가 번 건 내가 갖는다.”


“...”



“말했잖아, 나랑 반반씩 투자해서 이 대장간을 시작했다니까? 똑같은 돈을 출자해서 만들었으니, 각자가 번 돈을 각자가 갖는 게 맞지.”


“그, 그래도요! 친구가 어려우면 도와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온이 지난 한 달 넘게 얼마나 힘들었다는데!!”



“...뭐, 보나마나 무료 배식과 같은 지온의 자선 사업과 관련해서 물어보는 것 같은데.”


“...”



“당연히, 나도 여력이 있으면 지온을 돕지. 나야말로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해, 가난과 차별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니까.”


“그, 그런데 왜...”



“너도 알다시피, 한 달에 1백만 델을 만든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야. 매 순간, 손과 발이 닳도록 일해야 한다고. 게다가, 지온이 심부름하고 부탁을 좀 시켜? 그런 것까지 다 해 주면서 내 목숨 값을 벌고 있는 거다. 매달, 납기일에 쫓겨 산단 말이다!”


“...”



“너, 무슨 은행에다가 원금이나 이자를 매달 갚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유예? 그딴 건 없어. 국가연합이 봐주는 건 딱 한 달 뿐이야! 두 달 이상 밀리게 되면, 곧바로 내 인간 권리를 회수해 간다고!!”



!!!!!!!!!!...



“할부금 상환에 있어서는, 나도 매 순간을 살얼음판 위에서 걷고 있는 기분이다. 매달 100 델리아를 때 맞춰 지불하는 데에 있어, 단 한 순간도 삐끗할 수 없어. 평생 동안 내 손과 발에 채워진 족쇄를 달고 사는 기분이야. 처음부터 인간으로 태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려 온 네가 내 처지를 알기나 하냐?”


“...”



“그런 만큼, 내 사정을 뻔히 아는 지온은 웬만해선 나에게 손을 안 벌리려 하지. 그리고 그게 지온에게 이익이기도 해. 내가 지온 옆에서 ‘인간’으로 남아 있어 줘야, 본인이 됐든 대장간이 됐든 그 모두에게 이익이니까.”




...지온이 그 부분에 대해 이해해 준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중요한 게 전혀 아니었다?



마테쎄, 한 달에 100 델리아 이상 벌 수 있는 능력가?!




“...잠깐만요, 마타쎄 아저씨.”


“뭔데.”



“똑같이 대장간에서 일하는데... 지온을 포함해, 돈이 없어 허덕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


“한 달에 백만 델 이상을 벌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나야말로 돈이 없어 허덕이기는 하다만...”


“...”


“수입 측면만 떼어 놓고 말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허어얼!!! 마, 말해줘요!! 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거예요?!!!”



“...하나 알려줄까?”


“네, 뭐든지!”



“어쩔 땐, 대장간 내 나머지 인원들이 버는 돈보다 내가 더 많이 벌 때도 있어.”




!!!!!!!!!!!!!!!!!!!!!!!!!!!!!!!!




“커, 커헉...”


“물론, 그 돈이 고스란히 국가연합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울화통 터지는 일이라 그렇지...”




아니, 도대체 뭘 만들어서 갖다 팔기에...


그 정도의 액수를 벌 수 있다는 거야...



새, 생각해보니?


갑자기 잘난 척까지 해 버리네?



아냐, 아냐, 아냐.


잘난 척? 할 수도 있지.



한 달에 100 델리아면...


충분히 그럴 자격이 된다고 봐...




“마, 마, 마타쎄~”


“...”


“역시~ 사람은 외모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



“...예전부터 가끔씩 그러더니.”


“네?”



“나, 사람 아닌데?”


“엇...”



“보나마나, 내가 한 달에 백만 델 이상을 번다고 하니까. 갑자기 친하게 지내고 싶은 거겠지.”




...어휴, 얄미워.


아냐, 참자.



카타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마타쎄랑 친하게 지낼 이유가 점점 늘어나네?



그리고, 점점 더 궁금해진다...


대장간에서 도대체가 뭘 만들어 팔면 저렇...



펄럭.



“오, 늦어서 미안. 아니, 나는 한참 전에 도착했는데... 유레이를 피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만...”


“어? 지온 아저씨!”


“참나... 말 안 해도 뻔하다, 뻔해. 알겠으니까, 빨리 시작하기나 해. 바쁜 사람 붙잡아놓고 뭐하는 거야.”


“미안, 미안. 매번 신세지는군, 마타쎄.”




...어이가 없어서.


자기도 자기보러 사람이라고 하는구만.



대충, 패턴이 짐작 간다.



자기가 처한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서...


인간과 타 종족을 왔다 갔다 하는 거겠지...




“아니, 사과까지는 필요 없어. 나도 나름,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을 쟤랑 보냈으니까.”


“흠, 그렇네? 확실히 둘 사이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


“지온 아저씨! 물어볼게 있어요!! 마타쎄, 도대체가 뭘 만들...”



“야, 조용!!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



빠른 속도로 친해지고 나서는.


지금까진 그래도 쾌활했던 마타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어...



엄청 진지한 마타쎄의 분위기.


어쩌면, 부사관이랑 논의했을 때보다.


훨씬 무거운 기류야...




“...고마워, 마타쎄.”


“지온 아저씨...? 저희 지금 뭘 하려는 거에요?”



어...?


지온 아저씨의 분위기도 상당히 무겁다...?



“마타쎄. 등기 소포, 느키티한테 안 전달했어?”



아무 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소포를 가르키는 마타...



!!!!!!!!!!!!!!!!!!!!!



아, 마, 마, 맞아!!


저 소포!!



마타쎄랑 대화하느라, 잠깐 까먹고 있었어!!!



하, 하, 하스테리아가!!!!


내 존재를 알아 차렸다고!!!!!



“지, 지, 지온 아저씨!! 안 그래도 마타쎄한테 물어보려 했는데!! 자꾸 아저씨가 오면 직접 물으라 그래서요!!! 아니, 어떻!...”



마음속에 묻혀났던 의문들.


한꺼번에 쏟아내려 했는데.



천천히 오른손 검지를 들어.


자기 입술에 갖다 대는 지온.




“...그렇군. 일단은, 느키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행하는 게 맞는 순서인가.”


“...”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




“하스테리아에게, 너의 생존을 알렸다”




!!!!!!!!!!!!!!!!!!!!!!!!!!!!!!!!!!!!!!!!!!!!!!!!!!!!




“뭐, 뭐, 뭐라고요!!!!”


“잠깐, 내 말 끝까지 들...”


“아니?!!! 나부터 이야기해야겠어요!!! 왜 그런 짓을 한 거예요?!!!! 텔리니오라마이카와 라마이카나이를 부정했던 하스테리아에게!!!! 왜 저의 존재에 대해 말해준 거냐고요!!!! 도대체 왜!!!!!”


“우선은 진정해! 느!...”


“못해!!!! 진정 못 하겠다고!!!! 하스테리아가 날 죽이러오면 어떡하려고?!!!! 아니?!!!!! 하스테리아한테 나를 죽이러 오라고 초대한 거야아?!!!!!!”


“그런 거 절대 아니야!! 일단은 내!...”


“사기꾼!!! 거짓말쟁이!!! 말만 번지르르 늘어놓은 거였어?!!!! 날 지켜주겠다며어?!!!!! 그런데 내 목숨을 하스테리아에 갖다 바!!...”



“!!!조용히 하라고!!!”



!!!!!!!!!!!!!!!!!!!!!!!!!!!...



맞아.


그때.


그거야.



펠리온.


앞에서.



외쳤던.


소리다.




그때는.


그나마.



나를.


겨냥한 게.


아니어서.



놀라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지온이.



나를.


겨냥해.


소리쳤고.



그 소리의.


압력이.



내 카와.


내 타를.



마비시켰다.




“...미안하다, 느키티. 네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타카라도 써서 너를 진정시켜야 했어. 지금 건 나도 모르게 힘이 조금 많이 들어가긴 했다만... 잠시 후 곧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 너무 놀라지 않아도 돼...”



...그런가.


이 소리의.


정체.



타로 하는 카.


타카의.


일종이었나.




“하스테리아, 너와 내가 그 무엇을 상상한다 해도. 무조건 그 이상의 힘과 권력을 지닌 집단. 라마이카나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있는 네가 아무리 도망친다 하더라도, 결국엔 꼬리가 잡힐 수밖에 없어.”


“...”


“그리고, 그 끝엔... 너는 그 누구도 모르게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겠지. 하스테리아도 바보가 아닌 만큼, 네가 하스테리아에게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적대심을 인지하고 있을 테니.”


“...”



“그러므로,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정면돌파’다. 평생 도망쳐 다니면서 비겁하게 사는 길이 아니라! 네가 앞으로 무슨 꿈을 가지고 무슨 목표를 이루려 하던 간에! 어깨를 펴고 당당히 살아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내 의무라 생각했어.”




입을 열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까 지온의 말처럼, 아직도 내가 마비된 건지.


아니면, 내가 아직 말을 할 준비가 안 된 건지.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내 입이 떨어지지 않아.




“생각하면 할수록, 이게 맞는 선택이었다. 하스테리아와 너와의 싸움, 성립조차 될 수 없을 만큼 그 힘의 차이가 너무나 현저하기에. 이럴 바엔 숨어 버리는 게 아니라, 아예 애초부터 네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게 오히려 너에게 안전하다고 오랜 생각 끝에 판단했어.”


“...”



“비록, 네가 라마이카나이라고는 하지만. 하스테리아가 부정하면서, 끝내 사라지게 된 가문의 일원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마이카나이’라는 이름이 지닌 위명이 있어. 처음가문, 개역공신, 단어와 표현이 어떻게 됐던 간에! 네 가문은 권역과 하스테리아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즉, 네가 라마이카나이라는 신원만 세상에 확실히 알려지게 되면! 하스테리아 입장에서도 너를 제거하는 데에 있어, 정치적 부담감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야. 권역에는 라마이카나이뿐만 아니라, 다른 처음가문이나 개역공신 같은 존재들이 있으니까.”


“...”



“하스테리아가 너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행위, 장기적 관점에서는 그들에게도 좋지 않게 비춰질 수밖에 없어. 그걸 용인하게 되면, 먼 훗날 자신들도 하스테리아로부터 그러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나올 테니까. 그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 버리게 되는 거야.”


“...”




“즉, 하스테리아는 너를 쉽게 제거할 수 없는 입장이 되게 된다.”




...지온이 하려는 말.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너무나 무모해.



내 신분이 확실히 증명된다면야.


분명, 저 논리가 성립할 수 있지.



그런데, 어떻게 증명하려고?



내가 라마이카나이라는 걸!


하스테리아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는 말이야!!



그냥, 하스테리아 입장에서는!


어차피 진실은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에!



나를 그저, 스스로 ‘라마이카나이’라고 떠들어 대는!!


허풍쟁이로밖에 생각해 버리면 어떡할 거냐고!!



그래서, 저런 놈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면!!!


괜히 시끄러워질 테니까, 그저 조용히 시키려고!!!



소리 소문 없이 나를 죽여 버릴 수도 있단 말이야!!!!




...내가 라마이카나이를 입증할 확실한 수단.


제대로 확보해 놓지도 못해 놓고.



그냥 내가 라마이카나이라고!


하스테리아에게 말해버린 꼴이면!



그냥 나를 죽여 달라고 말하는 자살 행위와...


뭐가 다르냐는 말이야, 지온 아저씨...




...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지온을.


따르기로 한다.



그 결심을.


하자마자.



차분해진.


내 마음.




이미.


일이 이렇게 돼 버린 이상.



하스테리아.


내 존재를 알게 된 이상.



이와 관련해서.


더 이상 생각하는 것.



...무의미해.



그저.


나에게 남은 선택은.



지온을 믿는 것뿐...



나를 지켜주겠다고 한.


지온의 약속을 믿는 것 외에는.



너무나도 나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대신.


지온 덕분에.


깨닫게 된다.



말로만.


생각으로만.



센 척을 해왔던.


내가.



얼마나.


하스테리아를.


무서워하고 있는지를.




무의식에.


숨어있던.



하스테리아에 대한.


두려움이.



순식간에.


터져 나와.



내 자아를.


휘둘렀고.




순간.


이성을 잃은.


그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에...




...




“...지온.”


“듣고 있다.”



...이제야 말이 나와.



“알겠어요.”


“...”


“믿을게요.”


“...”



“이해하려 들지 않을게요. 무조건 믿을게요.”


“...”



“그러니, 제발... 저를...”


“...”




“...지켜 주세요.”




...




“니카텔리...”


“...”


“네 말에 대한 대답, 하지 않겠다.”


“...”



“...대신.”


“...?”




“행동으로 보여주지.”




단호한 눈빛의 지온 아저...



“마타쎄.”


“알았어.”



...?!



별 말 없었는데도, 지온 아저씨의 부름에.


한 동작으로 침대 위에 있던 소포를 가...



턱.



마타쎄, 신속한 동작으로.


소포 상자를 지온 앞 탁자 위에 올려 뒀어.



곧바로, 지온이 상자에 손을 댄...



“타마즈 급속 충전을 시작합니다. 작동 준비 완료까지 예상 소요시간, 6분.”




?!!!!?!!?!!?!?!?!?!




뭐, 뭐, 뭐, 뭐, 뭐야?!!?!


소, 소, 소포가 말을 했어?!!!?!!




“곧 시작이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긴장하도록.”


작가의말

20,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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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지도입니다. +4 20.09.07 628 0 -
123 4-인터루드3. "한편, 권역에서는 3" +3 21.02.24 141 6 57쪽
122 4-인터루드2. "한편, 권역에서는 2" +4 21.02.09 61 6 38쪽
121 4-인터루드1. "한편, 권역에서는 1" +1 21.01.30 71 4 41쪽
120 4-32. "신성수호국 6" +3 21.01.22 65 7 42쪽
119 4-31. "신성수호국 5" +4 21.01.16 125 7 33쪽
118 4-30. "신성수호국 4" +2 20.12.26 61 6 33쪽
117 4-29. "신성수호국 3" +5 20.12.22 77 6 48쪽
116 4-28. "신성수호국 2" +1 20.12.19 65 5 34쪽
115 4-27. "신성수호국 1" +2 20.12.15 61 8 48쪽
114 4-26.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3" +3 20.12.12 59 5 63쪽
113 4-25.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2" +3 20.12.10 57 6 45쪽
112 4-24.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1" +2 20.12.08 58 5 41쪽
111 4-23. "예기치 못한 사투 2" +3 20.12.05 58 8 44쪽
110 4-22. "예기치 못한 사투 1" +2 20.12.03 61 6 22쪽
109 4-21. "드디어 외출 4" +2 20.12.01 58 4 42쪽
108 4-20. "드디어 외출 3" +2 20.11.28 62 4 36쪽
107 4-19. "드디어 외출 2" +5 20.11.26 128 3 28쪽
106 4-18. "드디어 외출 1" +4 20.11.24 77 6 27쪽
105 4-17. "내 친구들 전부, 내 손으로 죽였어 2" +4 20.11.21 80 9 38쪽
104 4-16. "내 친구들 전부, 내 손으로 죽였어 1" +1 20.11.19 81 9 67쪽
103 4-15.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5" +1 20.11.14 75 6 33쪽
102 4-14.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4" +1 20.11.12 64 7 37쪽
101 4-13.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3" +4 20.11.10 57 5 43쪽
100 4-12.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2" +8 20.11.07 82 7 32쪽
99 4-11.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1" +1 20.11.05 72 7 35쪽
98 4-10.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3" 20.11.03 77 3 26쪽
97 4-9.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2" +2 20.10.31 66 6 30쪽
» 4-8.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1" +2 20.10.29 81 4 44쪽
95 4-7. "죽음의 광야 4" +2 20.10.27 75 4 26쪽
94 4-6. "죽음의 광야 3" +3 20.10.24 77 7 27쪽
93 4-5. "죽음의 광야 2" +2 20.10.22 83 7 21쪽
92 4-4. "죽음의 광야 1" +3 20.10.20 84 7 23쪽
91 4-3.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3" +2 20.10.17 114 5 17쪽
90 4-2.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2" +2 20.10.15 96 10 17쪽
89 4-1.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1" +3 20.10.13 114 8 23쪽
88 4-프롤로그6. "하이파공의회 6" +13 20.10.10 147 10 43쪽
87 4-프롤로그5. "하이파공의회 5" +4 20.10.08 162 10 26쪽
86 4-프롤로그4. "하이파공의회 4" +9 20.10.06 173 10 37쪽
85 4-프롤로그3. "하이파공의회 3" +13 20.10.03 211 11 35쪽
84 4-프롤로그2. "하이파공의회 2" +4 20.10.01 184 9 40쪽
83 4-프롤로그1. "하이파공의회 1" +1 20.09.29 195 12 47쪽
82 3-에필로그3. "하스테리아 견문록 3" +5 20.09.28 145 15 24쪽
81 3-에필로그2. "하스테리아 견문록 2" +2 20.09.27 176 12 24쪽
80 3-에필로그1. "하스테리아 견문록 1" 20.09.26 151 12 20쪽
79 3-31. "하의 뜻이었다 3" +2 20.09.25 211 12 33쪽
78 3-30. "하의 뜻이었다 2" 20.09.24 122 9 25쪽
77 3-29. "하의 뜻이었다 1" +5 20.09.24 123 13 19쪽
76 3-28.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4" +1 20.09.23 122 15 39쪽
75 3-27.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3" 20.09.23 159 10 27쪽
74 3-26.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2" +3 20.09.22 122 11 35쪽
73 3-25.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1" +1 20.09.22 138 12 26쪽
72 3-24. "순례자의 격(格) 3" +4 20.09.21 146 10 28쪽
71 3-23. "순례자의 격(格) 2" +2 20.09.21 131 11 32쪽
70 3-22. "순례자의 격(格) 1" +1 20.09.20 178 11 29쪽
69 3-21. "세상의 중심에서 4" 20.09.20 146 13 21쪽
68 3-20. "세상의 중심에서 3" 20.09.19 142 14 21쪽
67 3-19. "세상의 중심에서 2" +2 20.09.19 135 9 24쪽
66 3-18. "세상의 중심에서 1" +1 20.09.18 155 12 16쪽
65 3-17. "새 친구와 함께, 시공간을 접어 2" +1 20.09.18 155 14 22쪽
64 3-16. "새 친구와 함께, 시공간을 접어 1" +3 20.09.17 145 17 29쪽
63 3-15. "재회 3" 20.09.17 160 14 19쪽
62 3-14. "재회 2" +1 20.09.16 131 15 19쪽
61 3-13. "재회 1" 20.09.16 136 16 20쪽
60 3-12. "나는야 등산왕" +1 20.09.15 218 15 18쪽
59 3-11.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3" +1 20.09.15 124 15 17쪽
58 3-10.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2" 20.09.14 150 12 23쪽
57 3-9.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1" +2 20.09.14 134 14 22쪽
56 3-8.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3" +2 20.09.13 151 11 16쪽
55 3-7.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2" 20.09.13 185 13 18쪽
54 3-6.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1" 20.09.12 167 14 16쪽
53 3-5. "하느느" +1 20.09.12 139 15 17쪽
52 3-4. "원수에서 친구로 4" +2 20.09.11 141 18 22쪽
51 3-3. "원수에서 친구로 3" +1 20.09.11 137 18 17쪽
50 3-2. "원수에서 친구로 2" +1 20.09.10 169 17 19쪽
49 3-1. "원수에서 친구로 1" 20.09.10 146 15 15쪽
48 3-프롤로그2. "숨어 있던 세력의 등장 2" +4 20.09.09 158 12 19쪽
47 3-프롤로그1. "숨어 있던 세력의 등장 1" +1 20.09.09 199 14 16쪽
46 2-에필로그. "하스테리아 조사관의 보고서" +1 20.09.08 162 14 19쪽
45 2-25. "죽음의 문턱에서 3" 20.09.08 153 11 13쪽
44 2-24. "죽음의 문턱에서 2" 20.09.07 138 15 14쪽
43 2-23. "죽음의 문턱에서 1" 20.09.07 149 13 14쪽
42 2-22.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3" 20.09.06 157 11 18쪽
41 2-21.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2" 20.09.06 143 15 16쪽
40 2-20.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1" 20.09.05 145 13 16쪽
39 2-19. "은밀한 거래 2" +2 20.09.05 159 15 18쪽
38 2-18. "은밀한 거래 1" 20.09.04 158 14 14쪽
37 2-17. "니신에서 홀로 3" +1 20.09.04 167 14 15쪽
36 2-16. "니신에서 홀로 2" 20.09.03 188 14 15쪽
35 2-15. "니신에서 홀로 1" 20.09.03 205 17 15쪽
34 2-14. "아무도 보지 못했다 4" +2 20.09.02 180 18 19쪽
33 2-13. "아무도 보지 못했다 3" 20.09.02 183 16 16쪽
32 2-12. "아무도 보지 못했다 2" 20.09.01 194 19 15쪽
31 2-11. "아무도 보지 못했다 1" +3 20.08.31 228 16 14쪽
30 2-10. "시공간의 시공간 4" +1 20.08.30 208 20 17쪽
29 2-9. "시공간의 시공간 3" +2 20.08.29 191 19 17쪽
28 2-8. "시공간의 시공간 2" +1 20.08.28 205 17 16쪽
27 2-7. "시공간의 시공간 1" 20.08.27 198 18 15쪽
26 2-6. "다른 시공간에서 3" 20.08.26 224 20 16쪽
25 2-5. "다른 시공간에서 2" 20.08.26 217 22 14쪽
24 2-4. "다른 시공간에서 1" +1 20.08.25 256 19 16쪽
23 2-3. "진실은 미궁 속으로 3" 20.08.25 230 22 14쪽
22 2-2. "진실은 미궁 속으로 2" +1 20.08.24 212 22 13쪽
21 2-1. "진실은 미궁 속으로 1" +5 20.08.24 254 20 14쪽
20 1-에필로그. "이야기의 시작" +6 20.08.23 289 23 13쪽
19 1-18. "하, 카, 그리고 타" +1 20.08.23 286 25 13쪽
18 1-17. "우정의 다리 4" +5 20.08.22 277 26 14쪽
17 1-16. "우정의 다리 3" +1 20.08.21 269 24 12쪽
16 1-15. "우정의 다리 2" +2 20.08.21 290 25 12쪽
15 1-14. "우정의 다리 1" +1 20.08.20 296 23 13쪽
14 1-13. "혼란의 혼란 3" +11 20.08.20 325 28 13쪽
13 1-12. "혼란의 혼란 2" +3 20.08.19 322 32 10쪽
12 1-11. "혼란의 혼란 1" +3 20.08.19 347 35 14쪽
11 1-10. "바깥사람 2" +7 20.08.18 378 30 12쪽
10 1-9. "바깥사람 1" +2 20.08.17 415 37 16쪽
9 1-8. "이상한 꿈" +5 20.08.17 413 39 15쪽
8 1-7. "운명과 운명의 충돌 3" +14 20.08.16 452 37 13쪽
7 1-6. "운명과 운명의 충돌 2" +6 20.08.15 462 33 16쪽
6 1-5. "운명과 운명의 충돌 1" +5 20.08.15 518 34 13쪽
5 1-4. "차도스의 충신 2" +2 20.08.14 593 39 14쪽
4 1-3. "차도스의 충신 1" +6 20.08.13 694 40 10쪽
3 1-2. "뜻하지 않았던 이별 2" +5 20.08.13 799 44 11쪽
2 1-1. "뜻하지 않았던 이별 1" +40 20.08.12 1,669 67 27쪽
1 프롤로그. "협곡의 풋내기 산적단" +57 20.08.11 3,462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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