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보다 강하지만 F급헌터
“지원은 언제 오는거야!”
국내 7명의 S급헌터 중 유일한 힐러인 유단희.
힐러임에도 너무 강력한 힘을 가진 덕에 S급 중에서도 3손가락안에 꼽히는 헌터다.
“강시원헌터님이 지금 출발하셨답니다!”
“지금 출발은 무슨! 다 죽고나서 올 생각이냐고!”
유단희는 홀로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거인형 마수와 대치하고 있었다.
“여러분은 주변 시민들부터 모두 대피시키세요!”
“하지만..! 헌터님 혼자서..”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요!”
“알겠습니다!”
B급 이상의 헌터들이 몇이나 있었지만, 방해만 될 뿐이었다.
“다들 도망갔나..쿨럭!”
헌터들과 시민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던 유단희도 한계였다.
점점 힘이 빠졌고, 단희가 펼친 결계안에 갇혀있던 거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되겠어.’
이 정도 시간이면 인근의 주민들은 모두 도망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다른 S급 헌터가 도착하기 전까지 근처를 돌며 시간을 벌어야 했다.
“따라와 괴물놈아!”
콰앙-!!
거인이 휘두른 무기가 낡은 빌라에 부딪혔다.
사람은 없는듯 했지만, 단 한방에 4층짜리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한대만 맞아도 위험하겠어.”
힐러에다가 공격력도 뛰어났지만, 유단희는 방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콰앙!!
‘제발.. 강헌터님 빨리 와주세요.’
속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도망가는 중간중간 거인의 움직임이 둔해지도록 결계를 펼쳤지만, 아파트 한채만한 크기인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하는데는 큰 힘이 필요했다.
“더 이상은 못 버텨..”
그때였다.
끼이익..쿵.
“하~암, 그늘져서 시원~하네. 응?”
바로 앞에 주택에서 문이 열리더니 속옷차림을 한 남자가 배를 긁으며 나왔다.
“피해!!”
아차싶었다.
근처 모든 동네에 주민대피령이 내려졌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헌터들이 도왔다.
분명 모두 도망갔을거라 생각했는데..
“도망가라고!!”
“어?! 유단희 헌터? 저기요, 저 사인 좀 해주실래요?”
“이 미친놈아!! 저거 안보여! 크흑..!”
갑작스레 나타난 시민 때문에 유단희는 거인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어쩔 수 없이 거인이 뛰어오던 방향으로 뒤돈 순간.
쉬이익-!
거인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퍼억-!!
성인남성의 몸보다도 큰 곤봉이 단희를 덮쳤다.
“커헉!”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녀석을 상대할 힘은 없었다.
둥실.
하지만.. 바닥에 곤두박질쳐졌어야할 몸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유단희가 힘겹게 눈을 뜬 곳은.
“심하게 당하셨네.. 이따 사인은 해주고 가세요.”
좀 전까지 마당에서 배를 긁고있던 남자의 집 마당이었다.
“조···심···.해..ㅇ..”
“잠깐만요, 간단한 치료정돈 할 수 있죠? 물 좀 갖다드릴게요.”
끔찍하게 당한 유단희의 모습에도 남자는 너무 태연했다.
쿵!쿵!
거인이 날아간 단희를 찾아 오는데는 얼마걸리지 않았다.
“도망..가··· 제..발.”
여전히 남자는 태연히 단희의 상태를 확인했고, 단희는 그런 그가 너무 답답했다.
쐐애액-!!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거인이 커다란 곤봉을 휘둘렀다.
‘제발.. 강헌터님 제발 와주세요..’
유단희는 마음속으로 외치면서도 포기한듯 눈을 감아버렸다.
쿵.
쿵.
쿠웅-!
쉬이익-
눈을 감은지 얼마되지않아 지면이 울리고,강한 바람이 불어와 단희의 머리칼을 날렸다.
“야!! 마당 다 까진다!”
조금 전 땅에 떨어지는 단희를 받아준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기요, 괜찮아요?”
눈을 감고 한참이 지났다.
남자는 여전히 태연했고, 거인의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강헌터님..?”
단희는 그제서야 눈을 떴다.
하지만 강시원헌터는 보이지 않았다.
강시원은 오지 않았지만,
“허!”
거의 쓰러져가던 그녀가 소리를 지를만큼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녀의 앞에는 그 커다랗고 폭력적이던 거인이 의지를 잃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잠시만요, 저것 좀 먼저 처리하고 올게요.”
남자는 단희를 마당 한편에 뉘여놓고 거인을 향해 다가갔다.
“넌 좀 맞아야겠다.”
“크어어···”
말과 함께 남자가 손짓하자, 거인이 들고 있던 커다란 곤봉이 공중에 떠올랐다.
“몇대 맞을래?”
“쿠···어..?”
“이천대?”
“쿠어어어어!!”
이천대란 말에 거인은 질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만대?”
“쿠어어어!!!”
더욱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였다.
“두대? 그건 안되지, 그럼 이백대만 맞자.”
그리곤 공중에 떠올랐던 곤봉이 무릎꿇은 거인의 발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한대! 두대! 세대!”
“크어어억!!컥!!”
어느새 발바닥 이백대를 맞은 거인은 새빨개진 발을 붙잡고 입에 거품을 문채로 쓰러졌다.
“다..당신 누굽니까? 헌터인가요?”
단희는 생각했다.
자신을 제외한 6명의 S급헌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그 중 단희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외국인..?”
“저 완전 한국인이거든요?
“당신같은 헌터를 제가 왜..모르죠?”
“쉿! 비밀로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쉬이익-!
그때, 강시원 헌터가 날아오듯이 점프해 들어왔다.
“어떻게 된겁니까.”
국내 최강의 헌터인 강시원이 도착한 곳은 참담했다.
다행히, 민간인 피해는 없었지만 평범한 가정집에 거대한 몬스터와 국내 최상급헌터가 함께 쓰러져있었다.
“강헌터··· 이제 오면..어떡..”
여전히 마당에 쓰러진 유단희가 강시원을 노려봤다.
“미안해요, 내가 좀 늦었죠? 손님이 오는 바람에.”
“강시원 헌터님, 이분 많이 다치신것 같은데 일단 병원부터 가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거인을 쓰러뜨린 남자가 강시원에게 다가왔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헌터십니까?”
“예.”
“그럼 혹시 헌터님께서 저 녀석을 처리하신겁니까?”
“아닙니다, 유단희 헌터님이 녀석을 쓰러뜨렸습니다.”
남자는 뒤에 쓰러져있는 유단희를 바라보며 강헌터 모르게 눈을 깜빡였다.
“후··· 맞아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는 듯 했고, 단희는 그를 지켜주기로 했다.
“헌터님께서 유헌터님을 보살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혹시 어느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최대한 보상을..!”
“소속은 없습니다, 여기 마당만 돌려놔주시죠.. 그리고 저에 대한 관심은 꺼주셨으면 합니다.”
남자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했다.
그리고 저 강력한 몬스터 앞에서 이런 복장으로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다.
쓰러진 괴물놈의 기운만으로도 ‘국내최강의 헌터’라 불리는 강시원도 소름이 끼쳤다.
“최근 각성한 S급 헌터이십니까? 아니면 최소한 성함이라도..!”
“이름은 이경빈, F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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