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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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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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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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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451,055

작성
22.09.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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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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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외전 6화

DUMMY

외전 6. 이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얘기지?”


비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말 그대로야.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지 않았어.”


의문을 해결해주는 목소리는 유리에게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 뒤.

모습을 숨긴 채 두 신과 한 사람을 바라보던 아일린에게서 들려온 것이었다.

아일린은 자신을 바라보는 유리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고 비샤에게 다가가 검지로 콕콕 가볍게 가슴을 찔렀다.


“이번 달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겠지, 비샤?”


자신의 체감으로는 분명히 한 달이 끝이 났다.

하지만 둘이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고 했다.

유리만 그랬다면 안 믿었을 거다.

시간의 여신인 아일린도 같은 말을 했기에 간단히 넘겨짚을 수 없었다.

답은 금방 나왔다.


“이번 달은 유일하게 하루라는 시간이 더 있는 달이었구나.”

“그래. 하마터면 네 전지전능이 위험할 뻔했어. 그러니 나에게 고마워 하라구.”


비샤는 가슴을 찌르던 아일린의 손을 붙잡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


말이 끝나자마자 할 줄은 몰랐던 건지.

심지어 손까지 붙잡을 줄 몰랐는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 그래! 그···그거면 됐어!”


아일린은 말과 함께 황급히 손을 가져갔다.

비샤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유리에게 다가가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먼저 입을 연 건 비샤였다.


“하마터면 약속을 못 지켜줄 뻔했네.”

“깨달으셨으면 다행입니다. 그보다 이 손은 제게 뭔가를 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

“지금 그 상태의 너와 딸을 만나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니까.”

“제 상태가 어떻길래 그러십니까?”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잖아.”


그렇다.

유리는 딸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수없이 죽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며 모든 감정이 메말라 있었다.


“딸과 얘기를 나누는데 무미건조한 건 그렇잖아?”


비샤의 손에 검은색의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유리의 가슴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분노, 불안, 절망, 행복 등

이때까지의 삶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모든 감정이 하나씩 몸을 채워가는 느낌을 받았다.


“흐억!”


감정들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식은땀과 함께 신음을 내뱉었다.

분노가 들어왔을 때는 살기를 풍기고 무언가를 죽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 들어왔을 때는 펑펑 울며 한없이 오열했다.

절망이 들어왔을 때는 온몸을 떨며 세상이 무너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여러 감정이 들어올 때마다 그에 걸맞은 생각과 행동과 표정을 보여줬다.


“자, 이걸로 끝이다.”


마지막으로 평안함이 들어오자 몸의 떨림은 사라졌고 일그러지던 얼굴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의자 위로 늘어뜨리던 몸을 원래대로 하며 차분한 눈빛으로 비샤를 바라봤다.


“딸은 언제 볼 수 있는 건가요?”


비샤는 가슴에서 손을 떼더니 어느새 생긴 등 뒤의 문을 가리켰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딸이 있을 거야.”


몸을 일으킨 유리는 문으로 걸어갔다.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얀이 한마디 거들었다.


“시간은 많으니까 얼마든지 얘기를 나눠.”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


마리아가 크게 외치며 달려와 품에 꼬옥 안겼다.

유리의 눈에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그렸던 딸의 모습이 이제야 들어왔다.

붉은색의 리본으로 묶은 금색의 머리칼.

분홍색 원단에 흰색과 노란색의 꽃무늬가 그려진 아이용 원피스.

발에는 즐겨 신던 빨간 구두까지.

살아있던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리아···.”


유리는 떨리는 손으로 마리아를 꼭 끌어안았다.


“마리아!”


참아왔던 감정을 토해내듯 울며 소리쳤다.

마리아는 그런 아빠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나도 보고 싶었어, 아빠.”

“미안해. 네가 행복했으면 했는데. 꼭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 너를 불안하게 만들었어.”

“괜찮아. 아빠 탓이 아닌걸. 그래도 이렇게 나를 보러 와줬잖아. 나는 그거면 돼.”

“마리아···.”


마리아는 품에서 떨어진 뒤 유리를 바라봤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마리아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줬다.


“정말 울보네, 울보.”


유리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마리아는 이번에도 말없이 끌어안고 등을 가볍게 토닥여줬다.

그렇게 안긴 채 한참을 운 뒤에야 유리는 진정하고 평범하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힘들진 않았어?”

“힘들고 무서웠어. 하지만 아빠는 기사님이잖아? 그래서 나를 구하러 올 거라 생각하니 조금 괜찮아졌었지.”


그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즐거웠던 것부터 슬펐던 것까지.

모든 것을 가지고 대화를 나눴다.


“이제는 할 얘기도 없네.”

“그럼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유리는 또 눈시울을 붉히더니 딸을 끌어안았다.


“헤어져야겠지.”


마리아도 아빠를 꼭 끌어안았다.


“아빠가 내 아빠라서 하루하루가 행복했어.”

“나도 마리아가 아빠 딸이라서 정말 행복했어.”


한참을 더 끌어안은 채 시간을 보낸 뒤에야 서로 몸을 떨어트렸다.

유리는 항상 출근할 때와 똑같이 마리아를 행해 손을 흔들었다.


“그럼 아빠 이제 가볼게.”


마리아도 똑같이 손을 흔들었다.


“아빠! 또 보자!”

“그래, 마리아!”


그리고 문을 열고 방을 나왔다.

비샤가 유리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약속은 지킬 거니 걱정 안 해도 돼. 딸의 다음 생은 정말 행복할 거야.”

“네. 그럼 이제 저도 떠나야 하는 건가요?”

“어.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재워주셨으면 해요. 마지막은 잠든 채 조용히 가고 싶네요.”

“네가 그렇다면야.”


비샤가 힘을 일으키자 다시 검은색의 기운이 일어나더니 유리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정말로 고생했어.”


그 한마디를 듣는 것을 끝으로 유리는 정신을 잃고 몸을 쓰러트렸다.


“어이쿠!”


재빨리 얀이 그의 몸을 받쳐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가야 할 곳으로 인도해야지.”

“그럼 잠시만 기다려 줄 수 있어?”

“할 게 있는 거야?”

“이 아이에게도 선물을 하나 주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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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6화 22.09.18 26 0 7쪽
82 외전 5화 22.09.15 25 0 8쪽
81 외전 4화 22.09.10 29 0 7쪽
80 외전 3화 22.09.07 29 0 10쪽
79 외전 2화 22.09.04 31 0 8쪽
78 외전 1화 22.09.01 31 0 5쪽
77 77화(완) 21.02.08 55 0 7쪽
76 76화 21.02.07 38 0 11쪽
75 75화 21.02.06 4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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