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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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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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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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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7화 칠 야차 묵혼주

DUMMY

어눌한 목소리에 일행의 발걸음이 즉시 멈추었다. 들려온 소리로 말한 이의 혀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내공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었건만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일행들의 발과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량문의 고개가 돌아가며 목소리의 주인공과 서로의 시선이 부딪쳤다.


“...!”


“으음??”


어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년의 남자였다. 피부가 탱탱해 피부만 본다면 중년으로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추레한 그의 모습은 그를 충분히 늙어보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살짝 풀어준 눈과 몸에서 풍기는 주향은 그가 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


‘젠장...하필이면 이 놈이...’


백량문은 고심했다. 눈앞의 있는 자가 자신이 생각한 그자가 맞는다면 이 자리를 벗어나는 길은 요원하기에.


“딸꾹.”


중년의 남자는 딸꾹질을 한번 하더니 허리춤의 술병을 들어올려 입가로 가져갔다.


콸콸콸.


팔을 들어 올린 그 행동은 술을 입에 담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얼굴에 쏟아 붓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거의 수직으로 뒤집어진 술병에서 술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허나 중년의 사내의 입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그 술을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었다.


꿀꺽꿀꺽꿀꺽.


“캬아아아아....”


중년의 사내는 목 넘김이 끝나자 손으로 입가를 훔쳤다.


통통.


술병에 술이 남아있지는 않은지 중년 남자의 다른 한손이 술병의 바닥을 두드렸다. 허나 그럼에도 술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쩝...벌써 끝인가.”


말 그대로 뱃속에 주충이라도 들은 것인지 중년의 사내는 입을 다시며 술병을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정말이지. 곤란하군. 술을 누가 훔쳐 먹기라도 하는 것인지.”


중년의 사내는 그 스스로가 먹었던 것은 이미 기억에 없는지 비틀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아 그래. 그래. 요 길을 통과하려 한다고?”


“...”


선두에 있는 백량문은 심상치 않은 얼굴로 중년 사내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진해라...곤란하군.”


중년의 사내는 손가락으로 코를 긁적였다.


“아무리 내가 이런 한지에서 밥...아니 술이나 축내는 밥버러지라고 한들 그냥 네 하고 보내줄 수는 없단 말이지. 평범한 이들이라면 뭐 아무래도 좋지만 흑무련이 공식적인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무림맹의 인물, 그것도 비도무적이라면 이야기가-”


쐐애애애액!


중년 사내의 말이 끊기기도 전에 단 한 자루의 비도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들었다.


파악!


중년 사내의 얼굴이 있던 그 자리를 꿰뚫은 비도가 허공을 지나 뒤쪽의 나무를 몇 개나 꿰뚫고는 바닥에 박혔다. 중년 사내가 얼굴을 비끼지 않았다면 충분히 머리가 꿰뚫려 죽었으리라.


“성급하시군. 비도무적 나으리.”


‘칫.’


급하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들인 기습이었건만 보기 좋게 빗나간 공격에 백량문이 혀를 찼다.


“설마 하니 이런 걸로 나를 어쩌려고- 끄윽.”


중년의 사내는 위세 좋게 말을 하다 트림을 토해냈다.


“후우...이제야 좀 취기가 도는군.”


“...”


대충 훑어보아도 중년의 사내는 빈틈투성이였다. 하지만 백량문은 그 틈에 공격할 생각도 없이 잠자코 품에서 꺼내는 비도를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의 위압감이 중년의 사내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


“설마하니 나 묵혼주를 비도질 한 번에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닐 것 아냐.”


묵혼주.


그 한 마디에 모용교와 낙여홍의 몸이 굳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묵혼주라 하면 흑무련의 오야차 중의 한 명이 아니던가.


강호의 꼭대기에 존재하는 열 세 명의 절대 고수. 그 중 한명을 육안으로 목격한 것으로 굳는 것은 당연했다.


후우우우우.


백량문이 굳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나?”


“모를 리가 있나? 무림맹의 폭탄. 비도무적 백량문을.”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냥 보내줄 수 없겠나?”


“하! 정말로 이제 와서 하는 말이군. 남의 구역에 어슬렁어슬렁 와 놓고 할 소리는 아니지. 꺼내든 비수가 울 소리는 그만하고. 자아...”


묵혼주가 운기를 시작하자 체내의 기가 외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몸에서 주향이 가득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옷자락이 기로 펄럭였다.


“말은 필요 없는 것 같고. 슬슬 시작하자고?”


‘...괴물같은 놈.’


백량문은 자신의 손에 들린 비도를 한 번 쳐다보고는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 강한 투지를 불태우며 그 또한 운기하기 시작했다.


양 측의 옷자락이 강하게 펄럭였다. 마치 돌풍이라고 불고 있는 듯이. 허나 사방이 나무와 성벽으로 둘러싸인 데다 날씨도 멀쩡한데 돌풍이 갑자기 불리는 없는 법.


그저 이 현상은 본격적으로 운기하기 시작한 고수들의 몸속에서 기가 거세게 흘러나오고 있는 그 뿐인 일이었다. 물론 말로 하면 지극히 간단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겠지만 그걸 실제로 보고 피부로 접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청룡단원은 물론 묵혼주의 수하들까지 몸이 굳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저 본능적인 공포. 그들에게 닥친 것은 그것이었다. 다만, 움직일 수 있는 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이들의 경지에 보다 가까이 다가간 이일 터였다.


[여기서 싸울 생각이오?]


용운휘의 전음이 백량문의 귓가를 때렸다.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합공한다면-]


[나서지 마라!]


‘...?’


거센 백량문의 전음에 용운휘가 의아함에 사로잡혔다.


[무슨 소리요? 한시가 급한 상황에.]


[어차피 피하기는 글렀다. 틈을 봐서 빠져나가라.]


[뭐?!]


용운휘의 전음에 백량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보법을 밟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두 초고수의 신형이 중인들의 눈앞에서 금세 사라졌다.



***



타다닥!


두 사람이 있는 위치는 이미 관문에서 한창 떨어져 있었다. 두 초 고수의 발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건만 누구 하나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 그리고 움직이는 것은 발뿐만이 아니었다. 손, 아니 전신을 움직여 서로 간에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과연이랄까...역시라고 해야 할까. 비도무적이란 이름값은 하는군.”


묵혼주가 공방을 나눈뒤 뒤로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수없이 날아드는 비도 중 하나 들려져 있었다. 하나의 비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로 흔들며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이 상황은 말 그대로 소강상태였다. 서로 간의 짧은 탐색전이 끝나고 서로가 서로의 바닥을 헤아리고 있는 것을 둘 다 모르고 있지 않았다.


“...네놈이야말로.”


“훗. 이런 벽지에 배치되었을 때는 빌어먹을 련주에게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런 대어가 걸릴 줄이야.”


“...나는 꽝을 뽑았고 말이다.”


“이런이런. 답지 않군. 천하의 독불, 비도무적 나으리가 이렇게 약한 무인이었다니.”


“...”


“흥이 떨어지는 소리는 그만하고, 슬슬 다시 시작해볼까.”


묵혼주의 도발에 백량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백량문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계속한다면 우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말로 무림맹과 흑무련이 크게 싸우길 바라질 않는다면-”


“아아. 정말이지 흥이 떨어지는 소리만 하고 있군.”


“뭐?”


“내가 뭣 하러 당신에게만 암경을 보냈을까?”


“...”


싸움이 벌어지기 전 관문에서 먼저 비도를 날린 것은 백량문이었다. 허나 그것은 묵혼주의 암경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벌인 일이며 백량문은 상대의 암경에 그저 반격한 것뿐이었다. 그 모든 것은 묵혼주의 집념이자 광기였다.


“아무리 그래도 련주한테 한 칼 맞기 싫으니까 먼저 은밀하게 손을 쓴 것뿐인데 설마 이렇게까지 잘 풀릴 줄이야.”


“...두주일괴(斗酒一怪)...묵혼주.”


말을 듣고 있던 백량문은 묵혼주의 별호를 입에 담았다.


“그래 내가 바로 두주일괴(斗酒一怪)라고. 클클클”


백량문은 일괴가 왜 일괴인가 다시금 상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별호에 두주(斗酒), 즉 말술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 충분히 알수 있는 사실이다. 허나 일괴라는 범상치 않은 말이 별호에 들어간 것은 그가 그만큼 괴이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언행은 언제나 술주정뱅이의 그것. 허나 그럼에도 그의 행동을 돌아보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은 광기와 종잡을 수 없는 기괴함뿐이기에 붙은 별호였다.


무림맹과의 전면전은 바라지 않는 흑무련 소속으로써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은 아무리 백량문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고 하는 겉치레가 있다곤 하나, 련주의 분노의 사기엔 충분한 일이었다. 허나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묵혼주는 백량문과의 싸움을 즐기려 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 자신이 따분하다는 이유만으로. 벽지에서 따분한 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신경이 닳고, 인내심 또한 바닥난 그에게 지금의 싸움은 설사 그 자신 스스로가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도취되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일. 묵혼주 그는 그런 인간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살았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한 사고구조. 허나 그는 단 하나의 목숨으로 그와 같은 삶을 고수했고, 끝까지 살아남아 지금의 별호와 위치를 얻은 위인이었다.


단체에 속하기에는 더없이 어울리지 않는 향락적인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건만 그가 흑무련에서 계속 있을 수 있던 이유는, 그저 그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강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지금까지 흑무련에 속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미친 놈에게 사람의 말을 하려한 내가 잘못이지.”


“이런이런. 너무하는군. 아무리 그래도 내가 미쳤다니.”


“...어차피 네놈의 얼굴을 본 순간, 일이 제대로 풀리긴 글렀다고 생각했었다.”


“킥. 어쩔 수 없잖아. 궁금했거든. 비도무적이라는 별호가 붙은 이인데. 맛을 안보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뭐 련주의 후환이 두렵긴 한데. 이 정도면 어떻게 대충 삼사할 정도의 확률로 살아남을 수 있을 테고 말이야.”


“...후우. 그래. 사실 나도 궁금했다. 칠 야차니 뭐니 거들먹거리는 네놈들의 실력이 말이다.”


“아. 하긴. 당신도 칠 야차 후보이긴 했었지.”


“그 따위 잡스러운 별호 따위, 이쪽에서 사양이다.”


“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


백량문의 말에 묵혼주는 갑자기 광소를 터트렸다.


“이봐이봐. 늙은이. 강호에서 손꼽을 정도의 최정상의 고수로 대접해준다는 것은 자기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내가 누구보다 강했기에 강호의 동도들이 손꼽아 붙여준 것을 그리 투정해서야 쓰나?”


“미친 놈이라 그런지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구나.”


“...뭐?”


“칠 야차의 누구라 한들, 내가 뒤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 그 말이 과연 가능한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고 말이야. 설마 하니 칠 야차라는 명칭을 마작해서 땄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곧 알게 될거다.”


그말을 끝으로 양자 간에 전의가 극한까지 고조되었다. 무언의 대치. 허나 그 대치도 한순 간이었다.


두 명의 절대 고수가 진심으로 합을 나누게 되자 하늘이 흔들리고, 땅 또한 갈라졌다. 뒤늦게 쫓아와 싸움을 보고 있던 용운휘와 곽지성에겐 말 그대로 천상의 신들이 벌이는 싸움과도 같이 보였다.


“...”


그것을 보고 있는 곽지성은 몸을 떨었다.


“이게...꼭대기에서 버티고 있는 놈들의 싸움인가. 참을수가 없군.”


들뜬 얼굴로 흥분을 불태우고 있는 곽지성과 달리 용운휘의 얼굴은 심각했다.


‘빌어먹을.’


지금 그는 갈등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작가의말

개인 사정으로 좀 늦어졌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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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보타산 +1 24.07.13 133 7 12쪽
75 75화 협 +1 24.06.30 190 8 11쪽
74 74화 첩보 +1 24.06.26 194 8 11쪽
73 73화 시험종료 +1 24.06.23 215 9 12쪽
72 72화 시험 +2 24.06.22 197 7 13쪽
71 71화 재능 +1 24.06.20 213 6 14쪽
70 70화 경악 +2 24.06.18 235 8 11쪽
69 69화 수련 +1 24.06.15 243 10 11쪽
68 68화 신입 +1 24.06.12 249 10 12쪽
67 67화 상단전 +2 24.06.11 266 11 13쪽
66 66화 청룡단원 일호 +2 24.06.09 234 9 11쪽
65 65화 백량문 +1 24.06.08 257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2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5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6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8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0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5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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