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3,760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6.04 15:46
조회
316
추천
12
글자
11쪽

63화 청룡단

DUMMY

수많은 시선이 칼처럼 한사람을 파고들었다. 강렬한 눈빛은 마치 시선을 받고 있는 자를 분해하려는 듯이 날아들었지만 그 시선을 받는 이는 태연했다.


시선들은 모두 한 곳을 향해있었다. 높은 계단의 가장 위. 그곳에 위치한 단상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각양각색의 눈빛들이었다.


누군가는 질시를

누군가는 분노를

누군가는 의혹을 담고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단상 위에 위치한 이에게는 닿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선을 받고 있는 용운휘에게는 바로 눈앞의 사내. 사광몽이 말하고 있는 내용만이 중요했다.


“-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청룡단의 재결성을 알리는 바이오!”


사광몽의 외침은 크지 않았고. 사방으로 은은히 퍼져나갔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그 다운 음공(音功)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음성을 들은 이들의 반응은 정 반대였다. 각양각색의 눈빛이 모두 경악과 놀람의 빛으로 바뀌었다.


공력을 실었음에도 울리지 않는 은은한 목소리가 잔잔해지자 사광몽이 다시 입을 열었다.


“탕마멸사(蕩魔滅邪). 그 기치는 우리 무림맹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오. 수십 년 전, 강호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수많은 무림맹의 무인들이 죽어나갔소. 그때 간신히 명맥을 이어나가던 청룡단이 완전히 와해되었던 것은 맹에 속한 이들은 모두 알거라 생각하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청룡단은 빈 공석으로 있었고 번번이 부활하지 못했지만 강호의 거악들은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 법.”


말을 멈춘 사광몽이 주위를 천천히 한 차례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마중마(魔中魔)라고도 불리는 탐영혼륜공이 나타난 이상 사태는 이미 시급. 하여 맹주께서도 이 사태를 엄중히 보고 청룡단의 부활을 명하셨소. 청룡단의 부활은 맹주령으로 행해지는 바 맹에 속한 이들은 모두 그 사실을 명심하길 바라겠소.”


맹주령의 이야기가 나온 순간, 모두의 눈빛에서 불만의 빛이 사그라졌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용운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맹주의 위엄이 상상이상이군. 이들의 반응은 맹주령의 위엄 때문일까? 아니면...’


용운휘의 머릿속을 메웠던 생각은 곧 이어 이어지는 사광몽의 말에 흩어졌다.


“청룡단의 부활과 동시에 제일 먼저 입단하게 되는 것은 검광경천 용운휘요. 이미 산서에서 준동하던 사파무리 마문일세를 와해시킴은 물론 탐영혼륜공과 마주하고도 살아남은 이로 군사부의 추천으로 입단이 예정되었소. 용 소협. 앞으로.”

사광몽의 말에 따라 용운휘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발을 내딛는 그의 머릿속에서는 오일 전의 일이 떠오르고 있었다.



***



“영입이라 하시면...?”


“말 그대로의 의미요. 곧 맹에서 몇몇 자리를 만들어낼 요량인데 아직까지는 내정된 자들이 없다오. 소협이라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바. 소협이 허락만 한다면 군사부의 추천으로 올릴 생각이오.”


“맹에 들면 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음...소협도 어느 정도는 무림맹에 대해서 들었을 거라 생각하오. 기실 많은 무림인들이 무림맹은 사패천(邪覇天)과 세력다툼을 하는 정도의 무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무림맹의 기원과 그 기치는 어디까지나 의와 협이오.”


“그렇습니까?”


“일월신교는 이미 본맹에서 마를 숭상하는 사마교로 지정하였고, 나라에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게 될 것이오. 나는 사마교가 이대로 어둠으로 숨어들던 아니던 그들을 척결하는데 수많은 희생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소. 그들이 납치한 숫자는 대충 헤아려 봐도 천명에 달하는 숫자요. 사마교의 교주의 화후가 정확히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그 희생자의 숫자만 봐도 심각하기 그지없소.”


사광몽의 이야기를 들은 용운휘가 의자의 팔걸이에 올려든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폈다. 그 동작은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꿈에서나 이룰 수 있었던 일이 실제로 되어 다가온다는 것은 그로서도 격동되는 일이었다. 마음의 요동침이 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야...출세했네?]


‘...’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적가린이 말을 걸어왔지만 용운휘는 대꾸할 마음 상태가 아니었다.


[칫.]


그것을 느낀 적가린도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잠시 들떴던 마음을 진정시킨 용운휘가 물었다.


“왜 저입니까?”


“...음...너무 그렇게 직선적으로 반응하니 신선하군. 무림맹 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겐 너무 드문 일이야. 하지만 딱 잘라 말해주기엔 여러모로 걸리는 점이 많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닐까 싶네만. 들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결정은 그저 자네의 몫이라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시다니 좀 전까지 보여주셨던 모습과는 또 다르군요.”


“사람이야 언제나 그런 것이지. 갖가지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게 정상이 아니겠는가? 물론 개중에는 보고 싶은 모습만 보는 이들도 있네만...자네는 그런 이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네.”


“...”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가? 흠...자네는 여러모로 그 나이대의 사람 같지가 않군. 보통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넙죽 받아들이는 것이 백이면 백인데 말이야.”


“...생사의 위기를 여러 번 겪으니 자연스레 이리 되더군요.”


“좋은 일이지. 자신의 욕망에 지배되지 않고 타인의 속을 들여다 볼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자네의 고민을 좀 덜어주어야겠군. 나는 나름대로 무림이라는 화폭에 손을 대고 싶다네. 가능하면 깨끗한 그림을 보고 싶어. 하지만 화폭에 손을 대기에는 재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네. 자네 정도라면 능히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만...”


“그리는 것은 제가 아니라 군사님 같습니다만...”


“뭐 그거야 자네의 의지에 달린 것 아니겠나? 자네가 자네의 의지대로 행한다면 그것이 어찌 내가 그리는 것이겠는가? 자네가 그리는 것을 지켜보는 관중에 지나지 않는 것을.”


“...”


“내 속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네만...가능하면 대답은 삼일 이내로 해주길 바란다네.”


“...대답은 이미 정했습니다.”


“오. 그래? 그렇다면 대답은?”



***



자신의 대답을 이끌어낸 것이 사광몽인지 그도 아니면 자신의 욕망인지 정확히 구분이 가지 않는 용운휘였다. 그 대답을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림을 그리고 난 후라는 것을 용운휘는 어렴풋이 직감하고 있었다.


“이것은 맹주의 직인이 찍힌 임명장이오. 용 소협이 청룡단의 단주 자리에 내정이 예정되었음을 알리는 바이오.”


청룡단의 단주라는 이야기에 좌중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청룡단이 어떠한 곳인가.


무림맹에는 사라진 청룡단을 제외하면 백호, 주작, 현무 세 개의 사신단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셋과 청룡단의 이름은 그 위상이 전혀 달랐다.


용은 황제의 상징이기도 한 신수. 사신이라 하면 모두가 신성한 동물이기도 했지만 용이라 함은 사람들에게 있어 다가오는 느낌이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무림맹의 사신단도 다르지 않았다. 청룡단은 맹주의 직속으로 맹에서 가장 어려운 임무만을 맡는 특별한 단이었다. 게다가 그 한명 한명은 초절정 이상의 고수들만으로 구성하는 것이 무림맹의 관례였다.


그런 곳에 시골 구석에서 명성을 조금 얻은 젊은 고수를 넣는다?


무림맹원들에게 있어선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켜보는 그들의 눈에선 마치 불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또한!!”


사광몽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치 맹원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듯이 자못 도전적인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청룡단원들을 뽑기 위한 비무도 열릴 것이니 출전을 원하는 자는 군사부에 기별토록 하시오. 또한 청룡단의 단주를 정하는 전통 또한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오. 청룡단의 단주는 응당 단에서의 최고수여야 하는 법. 청룡단의 단주는 언제 어느 때건 단원들의 도전을 받아야 하오. 청룡단의 단주를 꿈꾸는 자라면 응당 용 소협에게 도전할 수 있소.”


“!!!!!!”


맹원들이 주변의 인물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청룡단의 부활에 이어 청룡단의 전통까지 그대로 부활시킬 줄이야.


청룡단의 전통이라고 해봐야 맹에 예법들이 들어서기도 전에 만들어진 고리타분한 맹칙이었다. 구파일팡은 물론 여러 문파들이 들어오면서 자연히 잊혀져간 맹칙까지 들고 나올 줄이야. 그들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허나 그런 파문을 만든 사광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단상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모든 것은 자네에게 달렸네. 용 소협.”


나지막하게 들려온 사광몽의 말이었다.


“...”


사전에 사광몽에게서 청룡단의 이야기와 일의 진행을 들었던 용운휘는 태연했다. 그저 담담한 눈길로 아래 자리한 좌중들의 눈빛을 받아들였다.


[현기증 나게 많은 인간들이구만.]


‘그럼 자던가.’


용운휘는 자신의 흥취를 깨는 적가린에게 쏘아붙였다.


남들 위에 선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알 수 없는 쾌감에 빠져드는 일이다. 특히나 그것이 자신이 열망하던 곳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꿈에서나 그리던 무림맹의 단상 위에서 단주 자리를 얻은 것은 용운휘에게 있어 감회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눈에 담긴 그 광경은 그대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눈을 감아도 떠오를 정도였다. 며칠이 지나도 말이다.



***



청룡단의 창설이 발표된 직후 무림맹이 들끓었다.


전통과 전설로 뒤덮여있던 청룡단이 다시 창설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림맹원들을 들끓게 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단주에 대한 도전은 물론 청룡단원들을 뽑기 위한 비무까지 열릴 줄이야.


들끓음과 동시에 생각 또한 많아졌다.


각자가,

각파가


무림맹에서의 입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주판을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허나 결국 그들은 모두 무림인.

무(武)에 가치를 두는 기질은 어찌할 수가 없다.


따로 의사를 통일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의 의사는 바로 하나 되어 나타났다.


무(武)로써 대답하라.


그것이 그들의 결정이었다.


멈출 수 없는 파도가 한곳을 향해 움직였다.



***



“사제...”


악령화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용운휘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 역시 맹에 초대받아 청룡단 창설식에 참석했지만 사전에 언질 받지 못한 그녀였기에 갑작스런 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 드는 것에 이어 청룡단주라니.


기뻐해야 할지, 그도 아니면 용운휘와 멀어져가는 것을 슬퍼해야 할지. 그도 아니면 사문의 어른으로서 꾸짖어야 할지 그녀로서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문파원이 무림맹에 드는 것은 반기지 않은 문파는 없다. 그만큼 무림맹의 위치는 무림에 있어 확고한 것. 정사중간에 위치한 문파라도 무림맹에 드는 문파원이 있다면 냉큼 정파로 돌아서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녀가 복잡한 기색으로 망설이고 있자 용운휘는 그녀의 손을 움켜잡았다.


“다 잘 될 겁니다.”


“그래...”


사형제간에 우애 다지는 것을 보다 못한 모용교가 끼어들었다.


“나도 들어간다.”


“뭐?”


“나도 청룡단에 들겠다고. 참가자격은 맹원들에게만 한하는 게 아니니까.”


모용교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일행들이 눈을 번쩍였다.


작가의말

제목을 바꿔볼까 여러가지 생각중에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욕심은 있는데 성장이 힘드네요.


더 고민해보고 공지로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24.08.24 25 0 -
공지 제목 재변경 하겠습니다 24.06.05 132 0 -
공지 50화는 17일에 올려야 할것 같습니다. 24.05.16 40 0 -
공지 제목 변경 예정 24.04.04 773 0 -
77 77화 칠 야차 묵혼주 +1 24.07.22 104 7 12쪽
76 76화 보타산 +1 24.07.13 133 7 12쪽
75 75화 협 +1 24.06.30 190 8 11쪽
74 74화 첩보 +1 24.06.26 194 8 11쪽
73 73화 시험종료 +1 24.06.23 215 9 12쪽
72 72화 시험 +2 24.06.22 197 7 13쪽
71 71화 재능 +1 24.06.20 213 6 14쪽
70 70화 경악 +2 24.06.18 235 8 11쪽
69 69화 수련 +1 24.06.15 243 10 11쪽
68 68화 신입 +1 24.06.12 249 10 12쪽
67 67화 상단전 +2 24.06.11 266 11 13쪽
66 66화 청룡단원 일호 +2 24.06.09 234 9 11쪽
65 65화 백량문 +1 24.06.08 257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2 11 12쪽
»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5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6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8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2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0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5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