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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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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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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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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0화 자충수

DUMMY

아주 오래전 강호가 생겨났을 때, 아니 무공이 생겨났을 무렵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무공을 지닌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구분은 명확하며 그 양측의 입장 차이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렇기에 이 땅에는 법도와 질서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참다못한 사람들이 무인들을 백안시할 정도로 헤아릴 수 없는 싸움이 끊이질 않고 벌어졌다.


그 여파로 수많은 피가 흘러 강이 생기고, 수많은 희생자로 인해 산이 생겨났다.

그럼에도 무인들의 횡포는 끊이질 않았고 그렇게 무인들에게 눌려 영원히 신음할 것만 같았다.


그런 세상 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무인이 무공을 닦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손을 대서야 쓰겠냐고.


무뢰배들로 가득했던 강호에서도 협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세상에 마침내 한줄기 빛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 빛은 세상 전부를 비추기에는 너무나 약했고, 그렇기에 협을 품은 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무림맹의 기원이자 시작이다.


그렇게 생겨난 무림맹은 차츰차츰 혼탁했던 강호를 질서의 세계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사파의 세는 크게 줄었고, 그들 나름대로의 대의와 협을 표방하는 흑도의 숫자 또한 늘어났다.


무림맹의 이름은 일반인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고, 동시에 무림인들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다.


일반인들의 지지라는 커다란 반석을 얻은 무림맹은 곧 온 강호를 질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많은 피도 흘렀으니. 수많은 문파와 무림인들이 뼈아픈 일을 당했고 원한을 품었다. 그럼에도 무림맹은 사라지거나 쇠약해지지 않았다.


무림인들에게 있어 무림맹이란 원망이자 꿈.


누군가에게는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꿈이기도 한 그런 존재가 된 것이다.


설사 원망을 품고 있는 자들도 무림맹의 존재를 필요악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무림맹의 성세는 결코 끝날래야 끝날 수가 없었다.


그런 무림맹에 입맹 내지는 초빙을 받는다는 것은 온 무림의 관심사이자 큰 영예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예라는 것은 질시라는 말과 동의어가 될 수도 있는 법.


나이가 삼십도 되지 않은 젊은 고수가 무림맹에 초빙 받는다는 것은 무림맹을 꿈이라고 여기는 수많은 이들에게 있어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과 같은 뜻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시는 무림맹에 들지 못한 자들뿐만이 아니고 이미 무림맹에 든 자 에게서도 받을 수 있으니, 영예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 따름이다.



***



점창파의 하삼범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도 마흔이 넘어서야 든 무림맹이었다. 그런 무림맹에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시골 삼류문파의 애송이가 초빙 받는다?


용서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점창파 내에 수많은 신진 고수들도 아직 이 호북성 무한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그들을 제쳐놓고 산서의 촌놈이라니.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군사에 대해 원망과 분노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자신이 입맹하기 위해 자신은 물론 자신의 사문 점창파가 얼마나 큰 노력을 했던가.


점창파가 구파일방이라는 무리중 하나이기는 하나, 구파일방 사이에서도 세력이 강한 곳과 약한 곳은 있을 수밖에 없는 법.


아쉽게도 자신의 사문은 후자 쪽이었다. 다른 구파에 비하면 세력도 약한데다 중화에서도 거리가 먼 운남성에 위치하다 보니 이 강호의 중심지라는 무한에 들기까지 너무나 큰 희생을 치룬 점창파와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사문과 자신의 노력에 침이 뱉어진 기분이었고, 그 기분은 시간이 지나도 가시질 않았다. 좋아하는 술을 마셔도, 호북의 뜨겁고 매콤한 음식을 먹어도 도무지 기분이 가라앉질 않는 것이었다.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가슴에 식지 않는 이 뜨거운 것을 가라앉히려면 용운휘, 군사가 초빙한 그 애송이를 직접 손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흑도의 정보꾼을 써서 무한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이미 파악한 바.


이제 남은 것은 적당히 주물러주고 얻을 것을 얻어서 군사에게 내밀면 되는 것이다. 항상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살아가는 군사 사광몽도 그 정도면 납득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하하. 하늘도 아주 푸르군.”


하삼범에게 있어선 오늘 자신의 운세를 말해주는 듯한 날씨였다. 청명한 호북의 날씨도 분명 자기를 반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의 빠르고 힘찬 발걸음이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움직였다. 하삼범이 향하는 곳은 유룡객잔이었다.


무림맹 인사들이 손님들을 맞이할 때 자주 사용하는 고급객잔. 그의 발이 유룡객잔의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기를 뻗어 기감으로 사람들을 살폈다.


‘저 놈인가?’



***



용운휘와 곽지성 남궁욱은 함께 객잔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개방의 인물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무림맹에 연고가 있기도 해서 따로 묶고 있었다.


곽지성은 호북성의 매콤한 음식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매콤함 위주의 음식들을 날마다 번갈아 시키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시킨 우창어찜이 나오자 즐겁게 접시에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꽤나 즐거운 모양이군.”


“응?”


곽지성은 의문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저씨 나 알아?”


“아저-? 큼. 이래서 촌놈들이란.”


“하.”


곽지성은 웃었다. 시원스런 웃음이었다. 상대의 시비가 그에게 있어서는 그저 싸움을 알리는 즐거운 소식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 웃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하삼범은 살짝 오싹함을 느꼈다.


‘제법...실력은 있나보군.’


하삼범도 그 나름대로 혹독한 수련을 했었고, 강호에 나와서도 여러 위험천만한 일을 헤쳐나왔다. 그런 경험에서 나온 감이 지금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젊은 녀석도 나름대로 실력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운도 여기까지다.’


자신이 익힌 웅혼한 내공과 매서운 검법이라면 결코 자신이 뒤질 리 없다고 자신하는 하삼범이었다.


“촌놈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뭐...마지막 만찬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둬라.”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는 하삼범을 보며 웃는 곽지성과 달리 용운휘는 담담하게 음식을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


‘도대체 뭐야. 저 중년인은. 곽지성 저놈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야. 인간들이 잘 하는 짓이 아니더냐. 제 누울 자리도 몰라보고 눕는 것.]


용운휘는 자신의 뇌리에 들려오는 적가린의 말에 동감이었다. 눈앞의 중년인은 나름대로 무공을 닦은 것 같았지만 자신은 물론 곽지성에게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마음껏 먹어둬라. 용운휘. 그것이 네가 우한에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식사니라.”


[응?]


용운휘의 이름이 나오자 곽지성의 고개와 적가린의 목소리가 동시에 같은 곳으로 향했다. 중년인의 눈도 자연스레 용운휘에게로 향했다.


“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중년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야 원. 이무기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토룡이었군.”


[야. 너보고 토룡이라는데?]


‘후우...’


용운휘는 눈앞의 중년인을 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저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자네가 용운휘인가?”


“그렇습니다만?”


“젊은 친구, 조금 전에는 실례했네. 사람을 잘못 봐서 말이야.”

중년인은 용운휘의 말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곽지성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


곽지성은 곽지성대로 풀이 죽은 얼굴로 그저 멍하니 있었다. 잠시 후 곽지성의 입이 열리고 작은 소리로 말이 흘러나왔다.


“빌어먹을...괜히 좋아했군.”


중년인에게 있어 나름대로 신경쓰이는 말이었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곽지성이 아니었다.


“무림맹에서 나온 하삼범이다. 강호의 동도들은 응조검(鷹爪劍)이라고 부르지.”


“그 무림맹에서 나오신 분이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흥...볼일? 내가 그런 걸 말해줘야 할 위치라도 되나? 자네가?”


하삼범은 자신의 별호를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용운휘를 보며 기분이 나빠졌다. 그의 말도 자연스레 감정이 실려 있었다.


“...”


용운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곽지성은 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접시에 있던 땅콩을 입에 던져 받아먹고 있었다. 이미 자신을 향한 적의가 아니라는 걸 안 이상 그에겐 흥이 깨지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자네는 그저 자네가 목격한 마인의 용모만 화공에게 그리게 하면 돼. 그리고 볼일이 끝나면 무한에서 사라지면 되는 것이고.”


“...저는 무림맹에서 불러서 왔습니다만?”


“그래. 그러니까 용모파기를 만드는데 동참만 하면 돼. 무림맹으로선 마인의 척결을 제 일 순위로 치거든. 신성한 무림맹의 업무를 위해 자네의 기억을 필요로 한다는데 설마 자네같은 촌구석 무인이 감히 거절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엉망이군.”


“뭐...뭣?”


하삼범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말을 더듬었다. 설마하니 저런 형편없는 기운의 소유자가 주제도 모르고 나댈 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이었다.


“자네.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나에게 한 말인가?”


“분명 장로원의 사람이 통행패 때문에 이곳에 나와 일행을 묶게 했는데, 다른 무림맹원이 와서 다른 말을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지. 결국 그 이야기는 둘 중 하나를 시사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무림맹의 체계가 엉망이거나, 당신이 엉망이거나.”


“...감히. 네놈 따위가.”


“그래서? 어느 쪽인데?”


“따라 나와라, 놈!! 이미 용서를 빌 수 있는 기회는 지나갔다.”


“후우...”


용운휘는 한숨을 쉬며 하삼범의 뒤를 따랐다.


***


하삼범은 미리 수배해 둔 무관의 수련장으로 용운휘와 곽지성을 이끌었다.


“제법 쓸만한 친구를 두었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내 너희 두 놈에게 하늘 밖에 하늘이 있음을 알려주겠다.”


“천외천(天外天)이라...”


“그게 되겠어? 아저씨?”


곽지성은 계속해서 나름대로 위세를 부리는 하삼범이 재미있는지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눈길이 곧 용운휘에게 향하자 이내 시무룩한 얼굴로 변했다.


그나마 간만에 싸울만한 상대를 만났는데 하필이면 순서가 용운휘 부터였기 때문이다. 그의 즐거움은 이내 실망감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하삼범은 자신의 허리에 있는 장검을 빼들었다.


“무림의 어른으로서 내가 검집에서 검을 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네놈 또한 나름대로 검을 쓰는 나부랭이니 검을 뽑아도 좋다.”


“큭...웃겨 주는군.”


곽지성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희극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에겐 이 싸움의 결말이 훤했다. 곽지성의 비웃음에 하삼범의 오른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좋아. 무림맹에 속한 이의 가르침이라. 좋지. 좋아.”


용운휘가 다소 즐거움을 담아 말했다.


“고명하신 무림맹원의 검술을 먼저 보고 싶으니, 선수는 양보하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참다 못한 하삼범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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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5 13 12쪽
» 60화 자충수 +1 24.05.31 396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8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5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2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49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5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6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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