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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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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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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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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시험종료

DUMMY

무(武)라는 말을 풀이하면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자신의 그릇을 깨 부시고 새로이 만들어나가는 행위. 부여받은 천명에 거역하는 행위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무(武)를 닦는 무림인에게 있어 정기신(精氣神)이란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정(精) 즉 육체는 결국 기(氣)와 신(神)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인의 육체를 말 그대로 새롭게 벼리기 위해선 단전은 물론 십이경맥과 기경팔맥의 단련이 필수다. 허나 정기신이란 것은 결코 떨어질 수 없고, 서로가 서로에 영향을 받는 것.


그런 견지에서 본다면 십이경맥과 기경팔맥은 정에 속하면서도 기에 속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혈과 맥이 흐른다는 점에선 정으로, 그 흐름을 따라 기도 같이 흐른다는 점에서는 기라고도 분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십이경맥과 기경팔맥을 보통의 무림인들은 얼마나 단련을 하고 있을까?


보통의 무림인이라면 십이경맥 중 한 두개의 경맥만 발달해 큰 강처럼 흐를 뿐, 그 이상의 단련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일류라면 셋 또는 네 개의 경맥,


절정이라면 다섯 개가 고작일 것이다.


다섯 개를 넘어선다면 능히 초절정의 고수라 불릴 것이나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하늘에 선택받은 소위 천재라는 종류의 인간에게만 허락된 영역. 물론 이 또한 달리 말하면 부여받은 천명을 거역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십이경맥의 단련은 십이경맥을 발달만 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 혈도들을 뚫어 언제든 도도한 기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 까지 하나의 경맥을 타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하나의 경맥에 존재한 혈도들을 어느 정도 타통하고 나서야 다음의 경맥에 진척이 있는 법. 즉 초절정 고수가 되었다 함은 쉼 없는 수련과 실전들을 겪었다는 반증이었다.


지금 수련장에서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경맥은 적어도 범인의 수준은 아니었다.


용운휘는 십이 경맥 중 여섯의 경맥을 타통했고

곽지성은 십이 경맥 중 다섯 개의 경맥을 타통 후 여섯 번째의 경맥이 뚫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뭐...승부는 대충 어떻게 될지는 알겠군.”


대치중인 용운휘와 곽지성을 보고 있던 백량문이 툭 던졌다.


“...어르신만한 고수라면 그게 보이는 겁니까?”


악령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보인다라...글쎄? 보인다고 말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느껴지지.”


“...? 양자간의 기세는 큰 차이가 없지 않습니까?”


“기세라...기세는 숨길수도 있는 것이지, 그런 것으로 상대의 전력을 판단하는 것은 바보짓이니까 그만두도록 해라.”


“...그래도 상대가 어느 정도 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기준 아닙니까?”


모용교가 도중에 끼어들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그런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것보다는 상대의 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느껴야지.”


“...상대의 기의 흐름 말입니까?”


“그래. 기란 무색무미의 것. 하지만 절정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체외에서 일어나는 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지. 공교롭게도 절정이상의 무인이라면 체내에서 맴돌던 기가 체외에서도 어느 정도 흐름을 형성하게 되니까 참으로 절묘한 하늘의 이치라고도 말할 수 있겠군.”


“...”


두 명의 여자 무인은 말을 잊었다. 지금 들려주는 무론은 그들로서도 처음 듣는 것이었기에 놀라움이 없을 수 없었다.


“뭐...너희 정도면 대충 곧 느낄 수 있게 될 거다.”


“...어느 쪽의 승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모용교의 질문에 백량문은 그녀를 돌아보더니 씩 웃었다.


“그걸 말해주면 재미가 없지.”


“...”


“보는 것도 공부니, 저 둘의 승부를 지켜보도록 하거라.”


“...어떨 것 같아요?”


모용교는 악령화에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비무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곽 소협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성장했어요. 저로서는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가지 않는군요.”


비무대회에서 곽지성과 직접 겨뤄본 그녀였기에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용운휘가 지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고, 용운휘가 지는 모습이 상상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곽지성이 지는 것 또한 그려지지 않았다.


그녀가 본 곽지성은 정말로 강했다. 그리고 그것은 모용교 또한 느끼고 있었다.


“무인의 힘이란 달인 찻물과도 같지. 그 날 그 때까지 덥혀진 찻물은 결국 누가 더 뜨겁게 데웠느냐에 따라 온도가 다른 것처럼 힘 또한 다른 법이지.”


백량문의 중얼거림에 두 명의 여자는 긴장한 기색으로 승부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비무대회에 참가한 정도로 저만한 뜨거움을 가질 순 없지.’


백량문은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마치 잠시 후의 미래가 보인다는 것처럼.



***



용운휘는 지금껏 백량문의 무론을 듣고 싸움으로써 상대가 보이는 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곽지성의 체외에서 형성된 기의 흐름은 다섯 개 되는 경맥의 타통 덕에 유려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좀 전에 싸웠던 진출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뭐...그렇다고 질 마음은 없지만.’


질 마음도, 질 자신도 없는 그였다. 곽지성을 살피던 용운휘가 검을 천천히 뽑아들었다.


곽지성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지금껏 참아왔던 만큼 곧장 앞으로 나가고자 생각했는데,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뭐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따라 놈이 커 보였다.


곽지성이 주먹을 움켜쥔 채로 노려보던 중 용운휘가 움직였다. 두 사람의 기세가 서로 부딪치고 있음에도 그의 발걸음은 가볍기 짝이 없었다.


‘이...-’


“-자식이...”


속마음이 곧 입으로 흘러나왔다.


“내가 우습게 보인다는 거냐!!”


곽지성은 노성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대치하는 것은 결코 평소의 자신이 아니었다. 분명 합을 나누다 보면 자신의 모습이 어땠는지 몸이 알아서 깨우칠 것이라는 마음으로 달려들었다.


카앙!!


주먹과 검의 부딪침. 허나 곽지성의 주먹은 멀쩡했다. 권강이 작게나마 주먹에 형성되어 검의 날카로움을 막아낸 것이다.


그가 비무대회에서 계속해 싸우며 기와 기의 흐름을 다듬은 결과 권강의 발현에 큰 시간이 걸리지 않게 된 것이다.

“헤에.”


용운휘는 곽지성의 권강을 보고 감탄을 터트렸다. 설마하니 권강을 사용할 줄 이야.


감탄성이 흘러나왔지만 곽지성은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더러웠다. 그의 귀에는 용운휘가 마치 저 위에서 장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곽지성의 손이 곧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수지공(千手指功)의 전반부에 변초를 섞은 움직임이었다. 곽지성의 천수지공은 연환초식. 마음만 먹으면 공력이 닿는 한 계속해서 연계 초식을 사용할 수도 있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초식들이 어지러이 날아들었다.


눈이 팽팽 돌아갈 듯한 연환 초식이 끝없이 요혈을 노려옴에도 용운휘는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다.


지법, 권, 손등으로 치는 이권은 물론, 팔꿈치와 어깨치기까지 동원하며 공세에 나선 곽지성이었지만 좀처럼 유효타를 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놈이야.’


곽지성의 뇌리엔 하삼범과 용운휘의 대결이 절로 떠올랐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양상은 마치 그때와도 같았다.


‘빌어먹을.’



***



밖에서 지켜보는 두 명의 여자에겐 용운휘가 거센 폭풍우 같은 공격에 금방이라도 몸이 찢겨질 것처럼 보였다.


허나 수십 초식이 지나도 용운휘는 폭풍우에 휩쓸리지 않았다. 마치 갈대처럼 모든 공격을 다 흘리고 있었다.


“달라졌군.”


모용교의 말에 악령화도 공감했다.


지금껏 보아왔던 용운휘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언제나 나아가 승리를 쟁취하던 사제가 아니었던가.


“쯧. 아직 멀었어.”


내심 감탄하고 있는 두 명의 여자와 달리 백량문은 혀를 찼다.


저 정도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만족스럽단 말인가?


“흐름을 읽고 피하는 것은 그저 호수에 떠다니는 낙엽도 할 수 있는 것. 무인이라면 흐름을 읽고 그것을 제압해야 하는 법이지.”


백량문의 중얼거림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용운휘가 공세에 나섰다.


“그래. 그거다.”


백량문의 고개를 끄덕였다.



***



곽지성은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에 미칠 지경이었다. 이미 공력의 절반은 물론 체력까지 상당히 소모했는데 얻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방어에 드는 힘은 잘만 사용한다면 공격에 사용한 힘의 절반만 있어도 충분한 법. 자신은 이미 얼굴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는데 용운휘는 지친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허락칠 않았다.


‘지금 이대로 승부를 본다!’


파파팟팟!


곽지성의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공력을 전부 사용해서라도 여기서 승부를 볼 요량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용운휘는 아무렇지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젠...장.’


곽지성이 패배를 직감한 순간 용운휘가 고개를 작게 갸웃했다. 그저 자신이 곽지성의 흐름을 끊지 못해 고개를 갸웃한 것이었지만 곽지성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이 상대로서 불만족스럽다는 의미로 말이다.


울컥.


곽지성이 진력까지 끌어내자 목구멍에선 핏덩이가 튀어나왔다. 곽지성은 억지로 그걸 삼키며 최후의 절초를 펼치기 위해 기를 끌어올렸다.


그것을 느꼈던 것일까. 용운휘의 눈에 기광이 번뜩였다. 그리곤 바로 그의 검이 섬전같은 속도로 공간을 갈랐다.


주먹을 회수하는 그 틈에 뻗어진 일격이라 곽지성으로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큽.’


기혈이 뒤틀릴대로 뒤틀린 그가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그 순간. 용운휘가 가볍게 보법을 밟아 곽지성을 뒤따랐다.


“이만 끝내자고.”


용운휘의 말이 들리자마자 곽지성이 사력을 다해 주먹을 후려갈겼지만 어느 것 하나 용운휘의 몸에 닿지 않았다.


콰직!


용운휘의 왼 주먹이 곽지성의 관자놀이를 치고 지나갔다.


‘젠...장.’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



“!!!”


악령화와 모용교는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설마하니 이렇게 쉽게 승부가 날 줄은 짐작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양 자 간에 차이가 이렇게 컸단 말인가? 아니...커졌단 말인가?


둘의 눈이 곧 백량문으로 향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수련을 했기에 용운휘가 저렇게 된 것인지 그들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너무 길었어.”


백량문이 말하자 용운휘가 검을 거두며 대답했다.


“알고 있소.”


“흐름을 읽는 것에 몰두해 공격을 하지 못할 거라면 도대체 흐름을 본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 쯧쯧”


“...”


용운휘로선 대꾸할 말이 없었다. 자신으로서도 부끄러운 일이었기에. 둘의 대화를 지켜보는 두 여자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지만 말이다.


“어쨌든 입단 시험은 이것으로 끝이군.”


“끝이라구요?”


“아. 그래. 뭐...너희들 둘은...여자니까 내가 손을 대기는 곤란하군. 단주 놈아. 이 둘의 시험은?”


“통과요.”


“뭐?”


“통과라고.”


“이런...”


백량문이 얼굴을 찌푸리자 용운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둘의 실력은 내가 잘 알고 있소. 그럼 된 것 아니오?”


“네놈 그거...권력의 사유화다. 자고로 단주란-”


“그쪽이 단주요?”


“...”


백량문이 입을 다물었다.


“억울하면 그쪽이 단주를 하지 그랬소.”


이어지는 용운휘의 말에 백량문의 얼굴에 붉은 노기가 가득 차올랐다.


“이 ....빌어먹을 단주 놈아!”


큰 외침이 수련장을 뒤흔들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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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시험 +2 24.06.22 19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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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백량문 +1 24.06.08 257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2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6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5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6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8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2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49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5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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