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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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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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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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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DUMMY

강호가 들썩였다.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의 등장. 그것은 그 사실만으로 뜨거워지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일월신교의 성세에 더해 그 교주가 마공 중 으뜸이라는 탐영혼륜공을 익혔다는 사실은 강호에 몸을 담근 이들에게 있어 심각하기 그지없는 사실이었기에.


직접 본 용운휘의 증언은 물론 남궁세가의 검절의 증언이 더해지자 무림맹 역시 사태를 그저 좌시할 수만은 없게 된 형국이었고 곧 수십의 파발마가 강호의 전역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엄청나군.”


객잔의 식탁에 반쯤 누워 밖을 내다보던 곽지성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말 좀 해봐라. 운휘. 교주는 강했냐?”


곽지성은 무언가 계속 생각하고 있는 용운휘를 향해 말을 걸었다.


“음...”


용운휘는 무엇을 그리 생각하는지 대답 또한 느렸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저 멍하니 있는 모습이었지만 속으로는 계속해 검과 대화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했지. 강했어.”


“...? 쳇.”


곽지성은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듯한 용운휘의 모습에 흥이 깨진 듯 식탁에서 내려와 점소이를 불렀다.


“여기 주문!!”


용운휘는 곽지성이 그러거나 말거나 적가린과의 대화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흐아아아아암. 거참 성질 급한 녀석이군.]


잠들기 전의 약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 편린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잠은 여태까지 자놓고 뭘 또 자?’


[그야 그건 기운이 떨어져 반쯤 가사상태에 빠진 거니까.]


‘..,기운이라면 그...영기?’


[그래. 그래. 하암. 오랫동안 잠들어있는 동안 기운이 바닥난 거지. 나도 이런 몸이 되고 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몰랐지. 어찌저찌 네가 마주친 그 암컷을 네가 베고 나서야 회복할 수 있었지.]


‘...영기 라는 게 뭐지?’


[흐음...혼이라고 말하면 알아듣기 쉬우려나? 너희들의 말로는 원영이라고 해야 하나?]


‘원영...혼이라...’


이미 악유어에게 원영의 이야기를 들은 용운휘였기에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선도(仙道)를 닦아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


믿기 힘들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신선이란 게 진짜 있나?’


[있지.]


‘...’


용운휘는 놀라운 사실에 잠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혹시...’


[혹시 네가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겠냐고 물을 거냐면 그냥 입을 다물어라.]


‘...왜지.’


용운휘는 무언가 불끈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어느 정도 강해졌다 생각했는데 바로 깎아내리는 적가린의 말을 듣자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네가 한 세 번의 삶을 죽지 않고 살고 수행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포기하라는 얘기군.’


[네 시조 정도면 모를까. 지금의 너로선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그런 것보다는 그 남들의 영기를 빨아먹는 암컷이나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


‘뭐?’


용운휘는 뜻밖의 이야기에 몸을 움찔했다. 그것을 느낀 곽지성은 뭔 발작이라도 하는가 싶은 눈길로 용운휘를 쳐다보았다.


“내 것도 시켰나?”


“...못 먹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보군. 네가 좋아하는 고기도 주문했는데 그걸 못 들었어?”


“아아. 겪었던 일들에 대해 잠시 생각하느라.”


“쯧.”


용운휘가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이자 곽지성은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뻔한 것 아니냐. 그 암컷이 설마 그대로 죽기라도 했을까봐?]


용운휘는 식은 땀이 등 뒤에서 흐르는 것을 느꼈다. 우연이 겹쳐 어떻게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교주는 솔직히 무서운 상대였다.


그 광기에 찬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심연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그 괴이함.


자신의 혈이 뚫리면서 경지가 진일보 했지만 그렇다고 다시 싸워서 이길 수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었다.


분명 그녀가 마성에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면 필시 열 중에 아홉은 패배할 터. 그런 그녀가 살아있다? 두려운 얘기였다.


‘생각하기도 싫은 이야기군.’


[다시 만나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걸? 아마 너에 대한 원한이 사무칠 테니.]


‘원한이라는 말에 동의는 하지만. 사무친다니?’


[그 암컷이 익히는 무공을 척보면 알아야지. 인간이 그렇게 남들의 원영을 빨아먹고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게 인간에게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이들이 다른 무림인들의 원영과 힘을 흡수하고 다녔겠지. 그 암컷이 어떻게 무공을 수행했는지 알고 있어?]


[태아에게서 기운을 빨아들였지.]


[역시나...그것은 수행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버려서 힘을 얻기 위한 아주 사이한 수법이다. 그리고 그 폐해는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지. 나와 닿았을 때 그 암컷의 몸속에서는 수많은 원영이 혼재해있었지. 아직 정신이 자리잡지 않은 태아이기에 흡수가 가능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암컷의 정신은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그녀의 말에 용운휘는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확실히...정신이 온전하지는 못 하더군. 인격이 여러 개 인 것 같았는데. 내가 본 것만 세 개였다.’


[그래. 그것이 그 암컷이 치른 대가다. 힘이 늘어날 때마다 감당할 수 없기에 새로운 정신을 만들어 다룰 수 있는 힘을 나누는 것이지.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이야. 아마 종국에는 스스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힘을 행사하다 주변을 초토화시키겠지.]


‘...’


오싹한 이야기였다.


[내가 영기를 흡수하면서 그녀의 힘을 나눠서 감당하던 인격들도 무사하진 못했을 테고. 그녀에게 있어선 네가 다시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보일 테지.]


‘달갑지 않은 이야기군. 그런데... 일은 네가 벌인 것 같은데. 그 뒤처리는 온전히 내 몫 같은데?’


[...두 번이나 살려줬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는 것이냐.]


‘두 번? 이번은 알겠는데. 두 번 이라니. 멋대로 늘리지 마라.’


[네가 그 하후악이라는 인간과 마지막에 격돌했을 때. 네가 어떻기 피해도 없이 무사할 수 있었겠냐.]


‘아.’


그랬다. 용운휘는 그때 검강과 부딪칠 때 분명 백중세라고 느꼈고,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부딪친 후의 결과는 달랐다. 그것이 적가린 그녀의 힘 덕분이었던 걸까?


[이래서...검은 머리인 인간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하는 거다.]


‘...’


그녀의 막말에도 용운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때의 싸움은 백중세였기에 자칫 잘못했으면 자신이 죽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런데...너 묘하게 태도가 편해진 것 같다?’


확실히 그랬다.


[말 돌리기는.]


‘진짜라니까.’


[본녀가 단순히 검에 잠든 게 몇 백년인데 그럴만하지 않겠느냐. 어느 정도 힘도 되찾고 옛 기억이 떠오르니 응당 그에 걸맞은-]


‘그러니까 힘이 강해졌으니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 달라?’


[그야 뭐...꼭 그렇다기 보다는...너무 검집에 가두어두지만 말아다오.]


‘...’


[그 어두운 곳에서만 수백 년을 보냈다. 힘이 어느 정도 돌아와서 좀 더 자유롭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자주 자주 꺼내서 바깥 구경을 시켜달라는 이야기다. 어째 되었든 내가 너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사실이 아니더냐.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어야 하기도 하고.]


간절한 그녀의 목소리에 용운휘는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알았다. 알았어.’


[약속이다?]


‘객잔 안으로 오는 이들이 있으니까 나중에 또 이야기 하자고’


용운휘는 검을 칼집에 완전히 넣지 않은 채로 허리에 다시 찼다. 세상 구경을 원한다는 그녀의 말을 들어준 것이다.


기감으로 상당한 고수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 용운휘가 객잔의 입구로 고개를 들렸다. 바깥을 보고 있던 곽지성도 모를 수가 없었기에 입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객잔 안으로 들어온 이들 중에는 남궁욱이 있어 바로 용운휘와 곽지성에게로 찾아왔다.


“오랜만이오.”


“뭐. 며칠 되지 않았소만...”


용운휘의 말에 남궁욱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맹에서 오신 분들 때문에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 같소. 인사드리시오. 무림맹의 장로전에서 나온 분이시오.”


용운휘는 남궁욱이 손으로 가리키는 백발이 성성한 중년인에게 정중하게 포권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용운휘입니다.”


“음. 무림맹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백량문일세. 그보다 자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네.”


비도무적 백량문.


무림맹의 장로전 안에서도 손에 꼽는 고수가 바로 그였다. 젊었을 시절 낭인으로 무적을 자랑하던 그가 무림맹의 맹주에게 패배해 맹으로 들어온 것은 호사가들의 좋은 이야기꺼리이기도 했다.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용운휘가 묻자 백량문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일단 자네가 보았다는 사마교의 교단의 위치를 안내 해주지 않겠나?”


“사마교라 하시면...일월신교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아아. 그렇다네. 본맹에서는 그 사교의 이름을 사마교로 정했다네. 끌. 무서운 일이지. 그런 마공을 익힌 자를 교주로 세우고 각 지에서 임신부를 납치하다 연공한다니.”


백량문의 권유에 용운휘는 객잔에서 시킨 만두를 싸들고 길 안내를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더 황산으로 오르던 중 용운휘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이군.”


후개인 사공헌이었다.


“그렇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마공 중의 마공인 탐영혼륜공의 재래(再來)니까. 맹으로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 지하통로 안에 있는 제단 채로 사라졌으면 다행이지만 살아 있거나, 다른 곳으로 도주했다면 큰일이 아니겠어? 그러니 우리 개방도 정보망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


용운휘는 그제야 적가린의 말이 실감이 났다. 그 악몽과도 같은 한왕려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이.


“더러운 기분이군.”


“...보기 드문 모습이군. 그만큼 그 교주와의 만남이 충격이었나?”


“아아. 가능하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바라지.”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무섭군.”


“일단 생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봐야겠어.”


용운휘는 애써 불안감을 억눌렀다. 그리고 며칠 동안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자신이 탈출했던 통로의 입구를 발견했다.


“이곳인가?”


“예.”


백량문의 질문에 용운휘가 대답했다.


“흠...”


백량문은 폭싹 주저앉은 잔해에 손을 대고 살피다 자신의 일행들을 불렀다.


“어떻소? 파고 들어갈 수가 있겠소?”


백량문이 물은 이들은 기관토목으로 유명한 장인들이었다.


“일단 올라오면서 대충 지질을 확인했습니다만...듣기로는 꽤나 깊게 파고들어 간 것 같은데. 지금 상태로는 정확히 뭐라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흠...”


“단지 입구에서 다시 파고 들어간다면 최소 육개월. 길게는 일년은 걸릴 일입니다.”


“허...잘 알았소.”


백량문은 감탄사를 터트리고는 장인들을 물러가게 했다. 그는 이어 개방의 인물들과 남궁욱 불러 모았다.


“개방에서는 장인들의 협조를 받아 이어질만한 다른 통로를 찾아보게나. 남궁세가에서도 도와주겠나?”


“예.”


백량문의 지시로 광범위한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십오일 동안 수색을 하던 개방도에게서 기별이 전해져왔다.


“다른 통로로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용운휘에게 있어선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이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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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도전 +2 24.06.06 262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6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5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6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8 13 12쪽
»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2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49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5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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