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3,752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6.08 16:10
조회
256
추천
10
글자
11쪽

65화 백량문

DUMMY

항마대주 강백이 쓰러졌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같이 있던 이들과 쓰러졌다는 소식에 용운휘를 향한 도전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맹에 속한 이들은 대부분 명문정파와 연이 닿거나 그도 아니면 자신의 실력만으로 무림맹에 들어온 이들.


명문정파와 관련된 이들이라면 자신의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명문이라는 이름 자체에 먹칠을 하는 것이고, 실력에 자신이 있는 자들은 애초에 비무를 차륜전처럼 연달아 펼치거나 떼지어 덤비는 것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이들이었다.


강백이라 하면 무림맹안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항마대주를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맡은 자.


그런 자가 혼자만이 아니고 떼를 지어 덤볐다가 박살이 났다는 사실은 강백보다도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는 욕심으로 뜨거워졌던 머리가 찬물이 끼얹은 것처럼 식어버리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조용해졌군.”


객잔 안에서 한가로이 밥을 먹던 용운휘에게 다가온 이는 백량문이었다.


“...한가하신 모양입니다? 장로님은?”


용운휘는 기척도 없이 나타난 백량문을 보며 말했다.


“클...장로원이란 곳이 다 그렇지. 죽지 못한 노인들이 할 일이 따로 있겠나?”


“...높으신 장로분들이라면 매일같이 연공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훗...벽보고 좌선이라도 하면서 말인가?”


“...”


“사람이란 건 그렇게 쉽게 강해지지는 않지. 피와 땀을 흘려야 비로소 강해지는 것이 인간이고 무인이야. 적어도 나는 그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래. 자네도 들어보니 나름대로 풍파를 헤쳐 왔으니 알겠지. 물론 좌선같은 수행을 완전히 부정할 마음은 없어. 앞으로 나아갈 때 그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이야기야.”


“...분명 좀 전에는 죽지 못한 노인이라고 말씀하셨던 같습니다만...”


“그랬지. 그게 왜?”


“적어도 죽지 못한 노인이 할 일이 없어 그런 소리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게다가 그런 투기를 보이면서 말이죠.”


“클. 자네는 무인이란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


“천명이 다해 숨 한 번 쉴 정도의 수명이 남아있다고 해도 무인은 죽기 직전까지는 무인인 법. 눈앞에 상대가 있다. 눈앞의 상대가, 놈이 나보다 강한가? 그럴 리 없어. 나라면 이길 수 있다. 같은 이런저런 이유로 투쟁심을 불태우는 게 무인이야. 하물며 자네 정도라면 나로서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승패야 어찌되었든 간에 말이야.”


“기분 나쁜 말이군요.”


“호? 기분 나쁘다? 자네를 인정하는 말인데도 말인가? 어디 내가 무림맹의 붙어서 밥만 축내는 버러지들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할 것 같은가?”


“명백히 한수 아래로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장난감 취급을 받으면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큽....크.....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백량문은 기막을 펼친 후 마음껏 웃었다. 내공을 듬뿍 실린 음성이 용운휘와 객잔의 탁자를 뒤흔들었다.


‘크으으윽.’


[거...시끄러운 인간이군. 잠자는데...]


마치 몸이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에 있는 힘껏 버티고 있는 주인과 달리 검은 태평했다.


“이봐. 애송이.”

움찔.


용운휘는 또 다시 오싹함에 검을 움켜쥐었다. 본능이었다. 눈앞의 강자가 보이는 살기에 약자가 어쩔 수밖에 보일 수 없는 생리적인 본능.


“나는 너의 몇 배나 되는 시간 동안 무공을 닦아왔다. 네 인생의 전부를 나는 이미 무공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런 나를 네가 넘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 클...”


용운휘는 말도 없이 그저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적가린에게 대꾸할 여유도 없는 그의 손바닥에선 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식.


백량문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용운휘와 검을 움켜잡은 것을 힐끔 보더니 웃음을 보였다.


“그만두지. 적어도 지금 여기서 너와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


“이틀 전에 항마대주 강백을 쓰러트렸더군.”


“...”


용운휘는 얼어붙은 채로 계속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놈이 오만하고 열 받으면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놈이다만...나름대로 실력이 있기에 항마대주를 맡은 놈이다. 대주정도에 위치한 놈이 그냥 진 것도 아니고 평무사들과 자신의 대원들까지 함께 덤볐다 그대로 졌으니. 이제 대부분의 놈들도 열이 식었을 거다.”


“...”


“명문정파라는 자부심이 그들 스스로의 발을 묶게 된 형국이랄까. 자신들의 명성에 해가 가는 짓은 일절 하지 않겠지.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야. 젊은 놈들 중에서 너를 확실히 꺾을 패가 있다고 생각할 때면 움직일 거다. 너로서는 한 고비를 넘은 셈이지.”


“당신이 원하는 건 뭡니까?”


용운휘는 불쾌했다. 마치 자신의 머리 위에서 자신을 조종이라도 하려는 듯이 굴면서 자신의 뜻은 정확히 밝히지도 않는 백량문이. 의뭉스러운 상대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딱 질색인 용운휘였다.


“글쎄...그걸 듣기에는 너는 아직 자격미달이다.”


“웃기지마!!”


용운휘가 검집 채로 백량문을 베었다.


“으..읏..차차.”


‘잔상?’


용운휘는 분명 벤 순간에는 베었다고 느꼈다. 허나 손에는 거의 감촉이 없었고 곧 상대가 옆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어렴풋하게 보았다.


“성질 급한 놈이로고. 하지만 그게 더 마음에 드는군. 청룡단의 단주라면 그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지.”


‘뭐야...이 늙은이. 저 말투는 흡사...’


“네놈의 상대는 내가 아니다. 저 멀리서 오는 기척을 보니 네 상대는 저쪽이 맡아야지.”


“...”


용운휘는 백량문을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또 보자고. 어린 단주 놈아. 다른 단원들이 어떨지 기대되는구나.”


백량문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자취를 감추는 그 모습은 가히 절정의 경공이라 할만했다.


‘빌어먹을.’


[...시끄럽다고.]


용운휘는 적가린의 말에는 대꾸도 없이 그저 백량문의 빠른 다리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용운휘의 곁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청룡단주 용운휘?”


용운휘를 자신을 부르는 말에 반사적으로 바라보았다.


“맞소?”


“그런데?”


“...예의가 없군. 그래도 한 단의 단주가-”


“시끄러.”


“...건방진...”


“시끄럽다니까?”


용운휘에게 있어 지금 중요한건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백량문이었지. 눈앞의 허접한 상대가 아니었다.


“좋다. 이놈. 나는 호표대(虎豹隊)의 대주 척중명이다. 네 놈에게 청룡단주로서의 자격이 있나 확인해주마.”


우우웅!


척중명이 꺼낸 대도에 심후한 내공이 깃드는 것과 동시에 울기 시작했다. 도명이었다.


그렇게 사방을 뒤흔들 것만 같은 도명과 함께 싸움이 시작되었다.


웅. 우웅!


도명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약해져 갔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기세로 울던 대도에서 빛이 사라지고 마침내 소리 또한 사라졌다.


“끄아아악!”


도명 소리를 대신해서 나타난 사람의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비명 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객잔의 입구로 튀어 나왔다.


튀어나온 이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튀어나올 때의 기세 그대로 그저 땅바닥을 굴렀다. 간신히 땅바닥을 구르던 몸이 멈추자 객잔밖으로 튀어나온 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척중명 그였다.


얼굴에 시퍼렇게 일자로 멍이 든 그의 모습은 좀 전까지 용맹하게 덤벼들었던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턱은 부셔졌는지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잠시 후 한참을 누워있던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킨 채 절뚝거리며 처량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



“클.”


백량문은 오랜만에 펼친 경공으로 힘이 들었는지 땀을 흘리며 객잔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그의 미소가 찐하게 남아 있었다.


“재미있는 녀석이야.”


백량문 그에게 있어서는 정말 오랜만에 겪는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얼마만이던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무림맹에 들기 전에 무패로 비무행을 하던 때였을까


그도 아니면 청룡단에 들어 맹주와 함께 강호행을 하던 때였을까.


자신의 심장이 이렇게 두근거렸던 것은.


셀 수도 없는 세월 속에 이제는 다시 느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흥분을 느끼게 되자 백량문은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응?”


기분좋게 웃던 백량문은 자신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르륵.


그의 허리춤 근처의 옷은 길게 갈라져 바람이 흘러들 뿐만 아니라 피가 한줄기 흐르고 있었다.


‘...분명 피했거늘?’


자신의 경공 용운보는 강호의 일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리 내공을 전부 사용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것을 베었다고?


백량문의 미소가 짙어졌다.


“크...”


‘독니를 가진 이무기 정도라고 봤더니...이것 봐라?’


백량문은 자신의 기분 좋은 오산에 몸을 떨었다.


“정말로 재미있게 만들어주는구나.”



***



무림맹 내성 안쪽에 위치한 영역을 보통 내맹이라 부른다. 그에 반에 내성 바깥쪽은 외맹이라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겉으로 보기엔 어느 정도 맞는 얘기였다. 맹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내맹은 확실히 내성 안쪽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외맹은 맹의 대외적인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나가있는 이들이 전부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물론 그들이 돌아오면 외맹의 영역 속에 머물기는 하나 그들에게 있어 아주 잠깐인 시간이었다.


지금 그런 외맹의 영역이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내맹에 속한 무사들 때문에.


청룡단원을 뽑는 이들의 예선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맹에 속한 무사들이 예선을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예선은 이미 두 번이나 행해졌고 탈락한 지원자들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예선이 생각보다 헐렁하군.”


곽지성이 가만히 있던 일행들에게 말을 던졌다.


“자신 있어요?”


악령화가 곽지성에게 물었다.


“자신은 무슨.”


곽지성은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대꾸했다.


“들리는 말로는 일차나 이차 예선은 그야말로 어중이떠중이나 걸러내는 가벼운 시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누님이 말대로 허접한 시험이긴 했지.”

“청강석과 강옥석 정도라면 맨몸인 곽 소협도 충분히 깰 수 있겠죠. 하지만 삼 차 예선은 지금까지완 다르다고 하더군요. 금강석 내지는 현철이 나올 거라는 얘기가 떠돌던데...괜찮겠어요?”


“흠...”


“누가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제 정신은 아니군.”


곽지성이 잠시 생각에 빠져들자 듣고 있던 진광혼이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몸 밖의 물건, 검이나 도 같은 병기로 물건을 베는 것과 맨 손으로 부수는 것은 차원을 달리 하는 일이었다.


견고한 물건에 병기를 써서 흠집을 내는 것보다 손으로 흠집을 내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 생각해둔 바가 있으니 보고만 있으라고.”


곽지성은 주변의 걱정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에게 있어 이런 시험 따위는 그저 거쳐 가는 과정. 떨어질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았다.


용운휘는 물론 백량문같은 이들이 즐비할 무림맹에 있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무공에 정진하고 있는 그였기에 결코 여기서 떨어질 수는 없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24.08.24 24 0 -
공지 제목 재변경 하겠습니다 24.06.05 131 0 -
공지 50화는 17일에 올려야 할것 같습니다. 24.05.16 40 0 -
공지 제목 변경 예정 24.04.04 773 0 -
77 77화 칠 야차 묵혼주 +1 24.07.22 104 7 12쪽
76 76화 보타산 +1 24.07.13 132 7 12쪽
75 75화 협 +1 24.06.30 190 8 11쪽
74 74화 첩보 +1 24.06.26 194 8 11쪽
73 73화 시험종료 +1 24.06.23 214 9 12쪽
72 72화 시험 +2 24.06.22 197 7 13쪽
71 71화 재능 +1 24.06.20 212 6 14쪽
70 70화 경악 +2 24.06.18 235 8 11쪽
69 69화 수련 +1 24.06.15 243 10 11쪽
68 68화 신입 +1 24.06.12 249 10 12쪽
67 67화 상단전 +2 24.06.11 266 11 13쪽
66 66화 청룡단원 일호 +2 24.06.09 234 9 11쪽
» 65화 백량문 +1 24.06.08 257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2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6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5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5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8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5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2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49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5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6 1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