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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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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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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810

작성
24.05.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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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7화 검강

DUMMY

“제 이 초. 만마봉심수(萬魔封深手)”


한왕려는 흥이 올랐는지 다음에 펼칠 초식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마치 막다른 곳에 몰린 쥐의 반응을 구경하기라도 하듯. 느릿하게 손을 올렸다.


고오오오오오오!!


막대한 기가 한왕려의 손에 몰리고 있었다. 이내 새하얀 손에서 아지랑이 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진기가 한곳에 집중됨으로써 천천히 유형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한왕려의 변덕으로 주어진 시간이었지만 이것은 용운휘에게 있어 천운과도 같았다.


깊고 깊은 곳에 존재하는


닫힌 경맥들을 모두 열어가듯이.


용운휘는 몸 속 구석구석 기의 흐름을 느끼며 운기했다.


또한 동시에 끊임없이 기를 가다듬었다.



마치 자기 자신이 경맥을 질주하는 진기라도 된 것처럼 용운휘는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대량의 기가 팔의 경맥을 타고 흐르며 검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뿌드득!


막혔던 성벽이 붕괴라도 된 듯한 파열음과 동시에 노도와 같은 경력이 검 끝으로 모였다.


팔의 혈도가 뚫리며 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갔지만 용운휘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법열(法悅)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만 가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 닿을 것 같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발을 내디딘 느낌이랄까. 그것이 지금 용운휘의 심정이었다.


검기 앞, 그 저편에 존재하는 경지.


검강(劍罡)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내디딘 곳은 검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팔의 경맥에서 큰 허탈감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검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막대한 기가 모였다고 결코 무게가 늘어났을 리는 없을 터. 그저 용운휘가 느낀 기분이자 감각이었다.


이거라면.


이거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한왕려가 손을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 손짓은 용운휘에겐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용운휘가 무아시경을 시전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천천히 손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무아시경의 시계 속에서 용운휘는 자신의 팔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더. 더. 더!!!


더없이 예민해진 자신의 감각 속에서 유리된 팔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급해졌다.


용운휘의 검 끝에서 실날도 되지 못하는 강기의 파편부스러기가 보였다. 그 실날조차 되지 못하는 강기의 파편은 용운휘의 의념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커져갔다.


강기의 파편이 마침내 실날 수준까지 커졌고


대기를 헤치며 나아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커졌다.


한왕려의 장력에 담긴 강기와 부딪치기 직전, 검에서는 수백 개의 실이 화염처럼 타올랐다.


용운휘는 심상 속에서 검을 떠올렸다. 무엇이든 베어버리는 절대의 검을!

그리고 이윽고 검이 눈앞의 장력을 베어버리는 장면이 그의 심상에 그려졌다.


‘뚫어버려!!’


그 순간 한 마리의 청룡이 내달렸다.


검강(劍罡) 대 장강(掌罡)의 부딪침.


청룡의 거친 몸부림에 회색의 장강이 찢겨지고 있었다. 그저 창졸지간에 펼친 청룡탐조였지만 그 위력은 여태까지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강기 사이의 힘겨룸은 말 그대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회색의 강기가 산산이 흩어지며 그 사이에서 놀란 한왕려의 얼굴이 보였다.


쏴아악!


한왕려는 손바닥은 물론 어깨까지 후끈거리는 느낌에 뒤로 물러났다.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너...너.너.”


당황한 그녀는 말을 더듬거렸다.


찌지직.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크...어억.”


그녀는 갑자기 닥쳐온 격통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용운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녀의 변화에 경계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푸샤아아!


그녀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기운이 솟구쳤고 그것은 용운휘의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웅..우웅..웅!! 웅!!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검명과 동시에 퍼져 울리는 비명소리.


‘너...’


[휴우우우우우. 이제야 살 것 같군.]


‘...’


용운휘는 생각지도 못한 적가린의 등장에 잠시 말문을 잊었다.


[뭘 멍하니 있어. 당장 도망치지 않고?]


‘도망이라고?’


[당연하지. 저 암컷 몸에서 조금씩 가라 앉아가던 영기를 억지로 내가 꿀꺽했으니 그 반동이 장난이 아닐걸?]


용운휘는 그녀의 말에 묻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한왕려의 점점 커지는 비명 소리와 동조라도 한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그녀의 기세는 예사 것이 아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용운휘는 즉시 악유어에게 고개를 돌리며 전음을 전했다.


[튄다!!]


[아? 아아.]


말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상함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악유어 그녀도 바로 발을 움직였다.둘이 창고를 나서자마자 등 뒤에선 굉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 폭발에 휩쓸렸으리라.


콰앙. 콰아아아앙!


“으아아아아...이러다 산이 통째로 날아가겠네. 저 미친 년.”


악유어는 심상치 않은 진동에 앓는 소리를 냈다. 용운휘도 내심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둘은 이미 제일 밑의 동굴을 벗어나 위로 오르는 중이었지만 통로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용운휘와 악유어는 뒤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한 각이 넘는 시간동안 위를 향해 달아났다.


그 노력은 헛되이 되지 않아 둘은 곧 태양을 마주할 수 있었다.


“휴우...”


용운휘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등 뒤에서 울리는 진동음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진동과 소리로 보았을 때 필시 통로의 일부 내지는 전체가 무너졌을 상황이었다.


한숨을 돌린 용운휘는 옆에 있을 악유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


말을 늘어놓으려던 용운휘는 흠칫 놀랐다. 분명 좀 전까지 옆에 있었던 악유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귓가에 전음이 흘러들어왔다.


[다음에 보자고. 멍청이.]


‘이런...’


첫 번째 만남처럼 순식간에 도주한 그녀였다.


용운휘는 이미 보이지도 않는 악유어를 찾아보려하지 않고 산을 내려가기 위해 길을 살폈다. 처음 보는 산세에 대충 직감으로 길을 정해 내려가던 용운휘의 귓가에 무언가가 들려왔다.


콰직!!


‘이건...’


[가보자고.]


용운휘는 경공을 펼치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물어볼게 있으니까 조금 있다가 다시 말하지.’


[...오랜만에 봤는데 환영도 없는 매정한 놈.]


‘하.’


용운휘는 코웃음치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내달렸다. 용운휘는 곧 소리가 들려오는 현장에 도착했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리로 짐작했던 것처럼 싸움이었다. 싸움터 곳곳에는 시체들이 즐비했다. 모두 가사를 입고 있는 것이 일월신교의 교도처럼 보였다.


게다가 싸움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열 세 명의 교도들과 그들을 상대하고 있는 두 명. 용운휘가 그 모습을 자세히 살피자 일월신교와 싸우는 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곽지성, 그였다.


곽지성의 옆에는 남궁욱이 검으로 교도들과 싸우고 있었다.


용운휘는 싸움에 끼어들기보다는 전황을 파악했다. 남궁욱과 곽지성이 밀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수한 교도들 뒤에서 서 있는 자가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용운휘는 기척을 감추고 천천히 다가갔다.


용운휘는 다가가며 곽지성과 남궁욱과 싸우는 교도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교도들 스스로도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물러나질 않는다?


믿음, 아니 광신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 서린 공포는 그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왜일까?


두려워하면서도 달아나지 않음은?


용운휘는 그들을 죽음을 재촉하는 것은 그들의 등 뒤에서 태산처럼 버티고 있는 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교도들은 눈앞의 곽지성이나 남궁욱보다도 더한 공포에 떠밀려 계속해서 죽음 속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윽고 마지막 남은 한 명이 곽지성의 주먹에 머리가 터져나갔다.


“쯧. 한심한 놈들.”


교도들이 모두 죽자 교도들의 뒤에서 버티고 있던 남자가 움직였다. 그것을 보고 있던 용운휘도 다가가던 걸음을 빨리 했다.


“재롱은 재미있게 봤다. 그럼 이제 나랑 놀아 보자고. 애송이들.”


“칫.”


곽지성은 평소와 달리 달가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수백에 달하는 교도들과 싸우며 몸 상태는 이미 정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싸우는 거라면 다 좋아하지만 뒷맛이 좋지 않은 싸움은 질색인 그였다.


수백에 달하는 이들이 공포와 강요에 떠밀려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데다 그 실력이 적당히 손대중할만한 상대가 아니라 모두 죽여야만 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이가 다가오니 그로서도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하이에나 같은 놈이다. 너는.”

곽지성이 치를 떨며 말했다.


“큽. 크하하하하. 이래서 애송이들이 좋아. 죽기 직전에 언제나 허망한 개소리들을 늘어놓거든.”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도 직접 나서지도 못하는 놈이 할 소리가 아니지.”


“크....내가 먼저 상대하던 나중에 상대하던 너희들의 죽음은 어차피 정해져 있지. 굳이 어려운 길을 골라서 가야 하나?”


“넌 무인이 아냐. 그저 버러지일 뿐.”


“그래. 죽기 전에 남길 말이 그것뿐이냐?”


교도들의 우두머리는 곽지성의 분노어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기를 끌어올렸다. 곽지성과 남궁욱은 상대가 기세를 드러내자 싸우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그래. 죽기 전에 발버둥 쳐 봐라. 애송이들아.”


“꽤나 즐거운 모양이군.”


흠칫!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우두머리의 몸이 떨렸다. 그의 몸이 떨리자 금색 무늬가 이리저리 빛을 발했다. 십이 사도중 하나인 그의 이름은 진서랑이었다.


탁!


용운휘가 숨어있던 바위 뒤에서 뛰어올라 앞으로 뛰어내렸다.


“...”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이의 등장에 진서랑은 용운휘를 연신 살폈다.


“네놈은...분명 교주의...아하하하하하.”


잠시 당황하던 진서랑은 웃음을 늘어놓고 다시 입을 열었다.


“설마 하니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올 줄이야. 네놈이 어떻게 교단에서 탈출했는지는 몰라도, 데리고 돌아가면 교주께서 상을 내려주시겠지.”


“네 실력으로??”


“하! 하하!”


진서랑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분수도 모르는 버러지가 아닌가.


“네 실력은 이미 다 알아봤다. 기껏해야 저 남궁가의 애송이와 놀만한 놈이 무슨...”


품 속에서 비도를 꺼내든 진서랑이 입을 열었다.


“그래, 애초에 네놈같은 놈이 우리와 같은 사도의 위를 받는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어. 조금 훈계를 내려주마.”


진서랑이 사방으로 비도를 뿌렸다. 자신감에 펼친 그 한 수가 자신의 죽음을 불러올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도 못한 채.


비도가 곡선을 그리며 용운휘를 향해 날아가던 중 용운휘가 움직였다. 발의 용천혈을 통해 뿜어져 나온 대량의 경력이 용운휘를 앞으로 떠밀었다.


진서랑에게 있어선 어엇! 이라고 할 만한 한 순간.


화살처럼 날아드는 용운휘가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패액!


마치 도끼로 무엇가를 패는 듯한 음향이 터져 나왔다. 그가 일절이라고 자랑하던 비도가 춤을 추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어억.”


진서랑이 균형을 잃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붙잡기 위해 양손을 머리로 뻗었다. 그 순간 그의 미간부터 사타구니까지 한줄기 붉은 선이 나타나더니 이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방심하지 않고 승부를 벌였다면 양상은 달랐겠지만,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그가 어찌 알았겠는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용운휘의 무공실력이 진일보했음을.


용운휘는 몸을 돌려 곽지성에게 말을 건넸다.


“여.”


“...하아. 빌어먹을 놈. 어디 있다 튀어나온 거야.”


곽지성은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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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시험 +2 24.06.22 19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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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경악 +2 24.06.18 236 8 11쪽
69 69화 수련 +1 24.06.15 243 10 11쪽
68 68화 신입 +1 24.06.12 251 10 12쪽
67 67화 상단전 +2 24.06.11 267 11 13쪽
66 66화 청룡단원 일호 +2 24.06.09 234 9 11쪽
65 65화 백량문 +1 24.06.08 258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6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 57화 검강 +1 24.05.28 445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2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7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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