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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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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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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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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7.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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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매장

DUMMY

“겨, 경매장을 내놓으라니요?”


아돌프가 놀라서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초대장 말이야. 초대장. 하나 구해준다고 했잖아.”

“아! 그, 그게······ 말은 해 놨습니다만······ 경매장은 아무래도 저의 손에서 벗어난 곳이라서요.”

“그래?”


류신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아돌프를 봤다. 아돌프는 류신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경매장 책임자가 누구야?”

“네? 그건 왜······?”

“직접 만나서 해결해 보려고.”

“아하하! 그게······”


아돌프는 고민했다.

괜히 악마들과 엮이면 좋을 일이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류신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도 없다.

둘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류신이 우위다. 어디 악마 따위에게 류신을 비교하겠는가.

류신에게 밉보이면 이곳 암시장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데.


“좋습니다.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류신과 세로는 아돌프를 따라 이동했다.


한참을 걸어가니 작은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은 마치 입구만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외부에서 보기엔 무척 작았으니까.


“뭐야? 공간 압축 마법이야?”


류신이 건물을 보자마자 단박에 알아채고 물었다.


“네. 이 건물이 바로 경매장입니다.”


건물 입구에는 말 그대로 꽤 강해 보이는 악마 둘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악마들은 아돌프가 나타났는데도 무척 거만한 표정이었다. 그러다 그들의 표정이 세로와 류신에게 향한 순간 화들짝 놀랐다.


“헉! 왜 여기에?”


악마들도 대부분 류신을 알아보고 있었다. 게다가 악마들에게도 세로는 유명한 존재였다. 은발의 마녀 아닌가.


“오호! 알아봐 주니까 꽤 편한데?”


류신이 빙긋 웃으며 악마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누군지 아니까 본론만 말할게. 난 경매장에 들어가야겠어.”

“그, 그게······ 허가받지 않은 분을 들여보내면 저희는 죽습니다.”

“그러면 선택해. 며칠 더 살고 너희 두목에게 죽을래? 아니면 이 자리에서 내 손에 죽을래?”


류신의 말에 두 악마가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류신의 등 뒤에는 이미 마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세로까지 함께였다.

세로도 이기지 못하는 두 악마에게 선택권 따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드, 들어가시죠.”


결국 굴복하고 악마들이 길을 비켰다.


“고마워. 훌륭한 선택이었어. 너희들 목숨은 내가 안에 들어가서 잘 말해볼게.”

“가, 감사합니다.”


두 악마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류신과 세로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는 밖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밖에서 볼 때는 좁고 작은 건물이었다. 아니 건물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크기였다. 공원에 놓인 간이 화장실 정도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내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문 안쪽으로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공간 마법의 특징이다.


경매가 진행되는 단상이 있고, 그 앞에 의자들이 놓여 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나오는 물품들에 입찰하고 있었다.


“이번 경매 물품은 구하기 힘은 물건입니다. 바로 하늘 고래의 수염입니다.”


거대하고 두꺼운 기둥이 단상에 올려졌다. 그럼에도 반투명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하늘 고래는 보기도 힘들고, 만져보거나 하는 것은 더욱 힘들죠. 바로 그런 하늘 고래의 수염입니다.”


흥정은 붙이라고 했던가? 여기저기서 수집가들이 손을 들고 난리였다.

사실 하늘 고래의 수염은 장식품 말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크기가 커 장식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다들 뭐에 홀린 듯 하늘 고래의 수염을 사기 위해 달려들었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여성 악마가 류신에게 다가와 종이를 하나 건넸다. 그 종이에는 오늘 출품될 물건의 목록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류신이 살펴봤지만 타보트는 그 안에 없었다. 그리고 다들 고만고만한 물건들뿐이었다.

나름 경매장이라고 해서 기대했던 게 허무해질 정도였다.


“없네요. 오늘이 아닌 모양이죠?”


세로가 출품 목록을 보며 말했다.


“확보되지도 않은 물건을 경매장에서 구하려 한다는 말이 나올까? 어쩌면 경매를 통해 구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


류신이 자신에게 종이를 건넨 자를 찾았다.


“뭐를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미소를 지은 채 류신을 보며 종이를 건넨 여성 악마가 물었다.


“여기 책임자를 만나고 싶은데.”

“어머! 책임자는 아무나 만난다고 만나실 수 있는 분이······”


순간 이제야 류신의 얼굴을 알아본 여성 악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 알아보네? 어디지?”


여성이 눈치를 보며 슬쩍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 문이 보였다.


“고마워. 걱정 마. 혹시 여기를 때려 부수게 되더라도 넌 살려주지.”


류신이 위로랍시고 던진 말에 오히려 여성 악마는 더욱 울상이 되었다.


“농담한 거예요. 괜찮아요.”


오히려 세로가 지나가면서 위로를 해줄 정도였다.


“아! 으, 은발의 마녀!”


하지만 여성 악마는 세로도 알아보고는 더욱 놀랐다. 위로는 물 건너간 것 같았다.

그렇게 류신과 세로는 작은 문 앞으로 향했다.

문에는 마법이 발동되고 있어 아무나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상태였다.

류신이 문을 보며 빙긋 웃었다.


***


방 안의 테이블에는 아즈모데우스와 시바가 마주 앉아있었다. 비슈누는 시바의 옆에 다소곳하게 네 개의 손을 모은 채 앉아있었다.

팔이 네 개씩만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선남선녀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시바가 뿜어내는 흉흉한 기운이 방 안에 가득했다. 그나마 놀라운 것은 아즈모데우스가 시바의 기운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거래하러 왔다면서 그런 기운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다니······ 별로 거래할 마음이 없는 거 아닌가?”


아즈모데우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툭 던졌다. 시바는 날카로운 눈으로 아즈모데우스를 노려봤다.


“역시 7대 악마는 뭔가 다르다 이거야?”

“남들이 붙여준 타이틀 같은 거엔 관심 없어. 그래서 거래하자며?”


아즈모데우스는 7대 악마 중 하나다. 7대 죄악을 상징하는 악마들이 있고, 그 중 아즈모데우스는 색욕의 악마다.

물론 아즈모데우스는 불만이 많았다. 인간들이 임의로 붙인 내용으로 인해 자신의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정작 아즈모데우스는 여자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남들과 같은 평범한 관심 정도에 불과했지만 유독 관심이 많은 것처럼 여겨지는 오해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시바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타보트야.”


시바가 드디어 목적을 말했다. 아즈모데우스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우- 깜짝이야. 타보트를 원한다고?”

“그래. 타보트.”

“타보트가 경매 물품으로 나온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인간들이 그러더군. 정보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거라고. 처음엔 믿지 않았어. 무기라는 건 힘이잖나. 고작 정보 따위가 힘이 될 수 있나 싶었지.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 정보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고. 인간에게 배웠어.”


시바의 말을 듣고 아즈모데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는 중요하지. 어쨌든 아직 타보트는 우리 경매장에 없어.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그런가? 언제 도착하지?”

“다음 주 경매에 출품할 예정이지. 모두 그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하더군. 나 역시 기대가 커.”


아즈모데우스는 에둘러 시바가 할 제안을 거절했다. 타보트를 원하면 경매에 참여하라는 의미의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시바는 거만했다. 상대의 의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저 자신의 주장만 존재했다.


“그러면 다음 주에 타보트를 내게 넘기면 되겠군.”


시바의 말에 아즈모데우스가 인상을 썼다.


“내 말을 듣지 않는군.”

“그대의 말을 들어야 하나? 시바의 명령인데?”


시바가 다리를 꼬며 아즈모데우스를 봤다.

마치 아즈모데우스 정도는 안중에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경매장을 계속 운영하고 싶으면 내 말을 들어야 할 거야. 여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암시장에서 무력은 사용 금지라는 걸 모르나?”

“알 게 뭐야? 난 신이야. 그것도 파괴신.”


시바가 빙긋 웃었다.

아즈모데우스는 인상을 썼다.


“걱정 마. 공짜로 가져가겠다는 건 아냐. 나도 양심이 있지.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 내가 전부 들어주지.”

“전부?”

“그래. 나 파괴신 시바가 그대가 원하는 것 따위 못 들어주겠나?”


시바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그러자 아즈모데우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그래.”

“좋아. 타보트가 상대라면 이 정도는 들어줘야지.”

“말해봐. 아무 걱정 말고. 그대가 원하는 것은······”

“비슈누를 품고 싶군.”


순간 시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히려 조용히 있던 비슈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아즈모데우스를 바라봤다.


“지금 네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건가?”

“나 7대 악마잖아. 색욕의 악마. 방금 네 입으로도 말해놓고선 왜 그래? 그런 내가 비슈누를 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아즈모데우스가 비슈누를 바라봤다. 비슈누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감히······ 신의 피조물 따위가······”


시바의 몸에서 흉흉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책상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아즈모데우스는 여전히 태연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너 또한 신의 피조물에 불과해. 스스로 신이라고 이름 붙인 것일 뿐이고.”

“그 한마디로 너의 죽음이 정해졌다.”


시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즈모데우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쾅!


그때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시바와 아즈모데우스를 비롯해 비슈누의 시선도 문으로 향했다.

아즈모데우스는 무엇보다 누가 문을 열었는지가 궁금했다. 문은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어, 자신이 열어주지 않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시바도 그 문은 직접 열지 못해 자신이 열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누군가 열어버렸다.


“뭘 그렇게 숨어서 얘기하려고 문을 꼭꼭 닫아놔? 환기도 안 되게. 가뜩이나 지하에 공기청정기는커녕 환풍기도 없으면서.”


문 안으로 들어선 것은 바로 류신이었다. 그의 등 뒤로 세로도 따라 들어왔다.

류신이 안의 상황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이것 봐라. 그리운 얼굴들이 보이네.”


류신의 미소와는 달리 시바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졌다. 비슈누가 놀라며 류신에게서 고개를 휙 돌렸다.

아즈모데우스는 오히려 류신의 등장에 반색했다.


“하하하! 이런! 오면 온다고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아즈모데우스가 류신에게 다가가 와락 끌어안았다. 이런 그의 행동에 오히려 류신이 당황할 정도였다.

아즈모데우스는 세로에게도 다가갔다. 하지만 세로가 인상을 쓰며 노려봤다.


“나에게도 그러면 죽어.”

“하하하. 여전하네. 은발의 마녀.”


아즈모데우스가 세로에게서 멀어졌다.


“뭐냐? 너? 어째 분위기가 좀 다르다?”


류신이 아즈모데우스를 보며 물었다.


“하하하. 다르긴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난 원래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즈모데우스가 슬쩍 시바와 비슈누를 봤다. 류신도 이 정도에 눈치를 챘다.


“너희들은 또 어떤 인간 몸을 빌린 거야?”


류신이 시바와 비슈누를 보며 인상을 썼다.


“그것은 그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시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돌아가자.”


시바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비슈누가 류신을 향해 살짝 윙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세로가 경악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예요? 윙크? 둘이 무슨 관계였어요?”

“관계는 무슨 관계. 케테르에서 너랑 종일 붙어 있었는데.”

“붙어 있는 게 뭐예요? 좋은 표현 놔두고.”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좋은 표현을 가져다 붙이냐. 어쨌든 내가 타이밍 좋게 나타난 모양이야. 그렇지?”


류신이 아즈모데우스를 보며 물었다.

시바와 비슈누는 갔다. 하지만 더 큰 문젯거리가 찾아온 아즈모데우스였다.


“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즈모데우스가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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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도난 +1 23.08.10 485 9 12쪽
85 처음의 인간 +1 23.08.09 492 9 12쪽
84 전쟁의 약속 +1 23.08.08 504 9 12쪽
83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1 23.08.07 557 10 13쪽
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4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8 10 13쪽
» 경매장 +1 23.07.31 553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2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5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69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6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2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3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6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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