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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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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0,995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7.07 08:40
조회
717
추천
15
글자
12쪽

어울리는 죽음(1)

DUMMY

슈드 뮤엘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검은 기운을 양손으로 막아냈다.


“크으윽!”


자신의 힘을 쥐어 짜내 펼친 공격이라 스스로도 막아내기 버거웠다. 그래도 자신이 만들어낸 공격이다. 그리고 자신의 기운이다.

슈드 뮤엘은 검은 기운을 조금씩 밀어내더니 끝내 다른 방향으로 날려버렸다.


“헉! 헉! 헉!”


밀렸다면 자신이 출수한 공격에 자신이 당할 수도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게이트에서 나와 서 있는 류신을 봤다.


그는 돌아올 수 없어야 했다. 물론 1할의 기운을 가진 자신의 분신이 류신을 막을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호드에서 지구로 오는 방법을 류신이 어떻게 알아냈냐는 것이다.


류신의 등 뒤에 있던 게이트가 서서히 닫혀 사라졌다.

류신이 어깨에 걸치고 있던 것을 레인과 세로 앞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누군가의 시신이었다.


“이, 이분은······”


레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류신이 방금 내려놓은 것이 누구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레인이 천천히 무릎을 굽혀 사체로 다가가 손을 뻗어 얼굴을 쓰다듬었다.


“체바오트······ 드디어 돌아왔군요. 고향에.”


레인의 말에 세로는 물론 이영철도 놀랐다. 류신이 데리고 온 것이 바로 진짜 체바오트의 시신이었다.

바룸도 일그러진 얼굴로 다가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바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옆으로 용사들이 모였다.

용사들이 류신을 보더니 모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잘들 버텼네, 고생했다.”


류신이 한마디 하고는 고개를 돌려 슈드 뮤엘을 봤다.


“더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봐. 어디까지 하나 보자.”


류신이 슈드 뮤엘에게 말했다. 그러나 말투에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다.


“용케 돌아왔구나.”

“저 친구가 알려줬어.”


류신이 체바오트의 시신을 가리켰다.

슈드 뮤엘은 고개를 갸웃했다.


“죽은 자가 알려줬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래. 넌 모를 거야. 의지라는 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네가 돌아온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 정말? 내가 무서워서 다른 곳으로 보낸 거 아니었나?”


류신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흥. 굳이 귀찮은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돌아왔으니 상대해줘야겠군.”

“이 인원을 상대로? 너 혼자?”

“내가 혼자라고 생각하나?”


슈드 뮤엘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포털이 사방에 열리고 그 안에서 좀비처럼 흐리멍텅한 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범한 수인족이었고, 평범한 엘프였다. 평범한 마족(?)이었고, 평범한 드워프였다. 그런 그들은 모두 어딘지 이성을 놓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용사들과 레인, 세로, 요르, 이영철도 긴장했다.

많은 인원이 계속 포털을 통해 밀려들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들을 꼭두각시로 만든 거야?”

“그들은 위대한 아자토스님을 위한 양분이 되는 거다. 축복받은 거지.”

“별 미친 소리를 다 들어보겠네.”


류신이 귀를 후볐다.

하지만 류신은 몰려드는 자들을 살펴봤다. 그들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이미 모두 먹혀버린 후였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상태.

실험으로 만들어진 쇼고스는 약해졌고 불완전했다. 그 불완전함이 숙주를 그대로 삼켜버린 것이다.


“저들을······”


레인이 다가오며 말하려 했다. 하지만 레인은 말을 멈췄다.

류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물론 레인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자신처럼 원래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온화함을 유지하려던 레인의 얼굴도 분노로 물들었다.


레인의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화낸 적이 없는 레인이었다. 이영철이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과 종족들을 희생한 것에, 그리고 체바오트의 시신을 보며 분노했다. 그리고 슈드 뮤엘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해도 참을 수 없었다.


“레, 레인 님!”


옆에서 세로가 말을 걸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레인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류신도 말리지 않았다.

용사들이 몸이 저릿저릿한지 부르르 떨었다. 그만큼 레인의 기운이 사방을 점점 채우고 있었다.


“호오- 멜렉이 약해졌을 거라는 다른 녀석들의 예상이 틀렸군. 이 정도라니.”


슈드 뮤엘이 레인의 기운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리 겁먹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나 말리지 마.”


레인이 류신에게 말했다.


“안 말려. 하지만 딱 한 방이야. 그 이상은 안 돼.”

“고마워.”


레인이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넌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어.”


레인이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내 생명은 아니다.”


슈드 뮤엘이 대답했다.


“넌 타인의 의지를 무시했어.”

“내 의지를 우선했을 뿐이다.”

“넌 비겁하고 야비한 존재일 뿐이야.”

“나의 방법이다.”

“그럼 그 잘난 너의 방법으로 막아봐.”


거대한 기운이 레인과 슈드 뮤엘을 둘러쌌다.

불길함을 느끼는 듯 슈드 뮤엘이 주변을 둘러봤다.

안개처럼 퍼진 기운이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흥. 이딴 걸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니알라토텝도 같은 말을 했었지.”

“······”

“하지만 놈은 죽었다. 너도 같은 길을 갈 거야.”


래인이 손을 들어 올렸다. 기술을 사용하려는 그녀였다.

순간 허공에서 거대한 검은 기운이 레인을 향해 내리찍듯이 내려왔다.

그 기운은 슈드 뮤엘이 힘겹게 위로 튕겨낸 검은 기운이었다.

사실 튕겨낸 것은 위장이었다. 검은 기운은 이미 슈드 뮤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안개처럼 퍼진 기운을 뚫고 검은 기운의 덩어리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레인은 태연했다. 자신을 향해 똑바로 날아드는 검은 기운을 보면서도 레인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깨져라!”


레인의 말 한마디와 함께 공간이 마치 유리가 깨지듯 금이 갔다.


쩍! 쩌적! 쩍!


공간이 갈라지며 검은 기운조차 갈라진 공간에 의해 찢어져 깨진 공간의 사이로 흘러 들어갔다.

이 광경을 본 슈드 뮤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확실히 멜렉에게서 이런 정도의 힘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그였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레인의 공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깨져라!”


레인의 입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슈드 뮤엘의 몸 가운데의 공간이 갈라졌다.


“커헉!”


슈드 뮤엘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갈라진 공간의 어둠으로 슈드 뮤엘의 몸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허우적거렸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갈라진 공간의 틈 안으로 슈드 뮤엘이 사라졌다. 그리고 안개처럼 퍼져 있던 기운도 서서히 사라졌다.


레인이 풀썩 주저앉았다. 그것을 류신이 재빨리 다가가 붙잡았다.

레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너무 많은 힘을 사용한 대가였다.


“한 번만 사용하라니까.”

“미안.”


류신이 질책하자 레인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힘은 들어도 기분은 좋아 보였다.

용사들은 물론 모두 레인의 위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유일하게 류신만이 레인의 능력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생했다. 수명의 얼마를 쓴 거야?”

“10년쯤 썼나? 괜찮아. 기분은 좋아.”

“드래곤들이 고생한 건데······ 어쨌든 대신 내가 선물을 줄게.”

“선물?”


류신의 품에 기댄 채 레인이 물었다.

류신이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 꺼냈다. 그것은 작은 보석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레인은 단박에 알아챘다.


“이걸 가져온 거야?”


레인이 놀라며 물었다. 그리고 류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때문에 지구로 올 수 있었어. 그리고 이게 지금 너를 위해서 사용해 달라고 말하고 있어.”

“그, 그럴 수 없어. 이건·········”


지금 류신이 들고 있는 것은 작은 크리스탈이었다. 체바오트의 모든 것이 남겨진 결정체였다.

그는 죽어서 시신이 되었지만 크리스탈에 영혼과 기운을 남겨 두었었다.

그것을 류신이 찾아내, 체바오트의 영혼이 가진 의지에 따라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류신은 레인의 손에 크리스탈을 올려 주었다.

그 순간 레인의 눈에 체바오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물론 레인의 눈에만 보이는 모습이었다.


[고마워. 놈을 날려줘서.]

“······”


레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물이 흐르려 했다.


[옛날이 기억나. 혼자 구석에 있는 나에게 멜렉 네가 말을 걸어줬어. 그때 너무나 고마웠어. 난 신의 대리인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맙기는······”


레인이 힘겹게 웃었다.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온전하진 않지만 내 모든 것을 줄게. 그러니 네가 잘 사용해 줘.]


그 순간 크리스탈의 빛이 레인을 감싸더니 이내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서서히 크리스탈의 빛이 사라졌다.


“아, 안 돼! 이러지 마!”


레인은 말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크리스탈의 모든 빛은 레인에게 흡수된 뒤였다.


[괜찮아. 너라면 나도 기꺼이 내 영혼을 맡길 수 있어. 이런 미인인 줄 알았다면 좀 더 친해지는 거였는데.]


레인의 머리에 체바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힘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신의 질병이 고쳐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레인의 수명은 조금 길어졌다. 그리고 체바오트의 기운도 가지게 되었다. 조금 더 건강해지고 완벽해진 레인이었다.


“고마워.”


레인이 감사 인사를 하고는 일어섰다.

용사들이 우르르 레인에게 다가왔다.


“체바오트 님이었나요?”


바룸이 물었다.


“그래. 맞아. 체바오트였어. 나에게 힘을 주고 떠났어. 그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었어.”

“멜렉 님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나셨다면 체바오트 님이 맞아요. 늘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었죠. 그분은 그런 분이었어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분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었네요.”


바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 어둠은 뭐에요?”

“공간을 자르다니, 그게 가능해요?”

“역시 멜렉 님이십니다.”


용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레인의 기술은 공간을 자른다. 그리고 그 공간 너머는 공간과 공간 사이의 무한한 허무의 공간을 만드는 것, 그 허무의 공간에 적을 가두는 기술이다.

무한한 허무의 공간이기에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기술이기도 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귀찮은 놈.”


류신이 혼잣말을 했다.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흔들리는 공간으로 향했다.

레인도 긴장한 채로 공간을 봤다.

공간에 충격이 가해지며 무언가 힘으로 공간을 찢고 있었다.


공간을 뚫고 촉수가 튀어나왔다. 이내 촉수가 공간을 찢었다. 공간을 찢고 나온 것은 바로 슈드 뮤엘이었다.

그 모습에 레인이 다시 기운을 끌어 올리려 했다. 더 깊은 심연, 더 깊은 공허로 그를 밀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류신이 막았다.


“됐어. 넌 한 번 했잖아. 이젠 내 차례야.”


레인이 류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알았어. 확실하게 끝내.”

“나 알잖아. 신이 나에 대해서 말하는 거 들었다며?”

“들었지. 그래서 물러나는 거야. 너니까.”


레인이 웃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슈드 뮤엘은 기분 나쁜 듯이 바라봤다.


“나를 어둠에 가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어둠 자체인 나를?”


슈드 뮤엘의 몸이 짙은 검은 어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퍼져나온 어둠이 주변을 덮어갔다. 빛이 점점 사라지고 어둠이 세상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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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3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7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2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1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8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7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5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4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69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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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3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8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0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2 16 12쪽
»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5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0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3 14 13쪽
58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2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68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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