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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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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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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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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145

작성
23.08.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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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비아탄

DUMMY

괴물들의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포털 안에서 걸어 나온 것은 관리국 트레이닝복 차림의 류신과 은발의 마녀인 세로였다.

갑자기 나타난 존재에 바닷속에서 올라온 괴물들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섣부르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오히려 조금씩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문제는 김태식이었다.

지금 그의 손에는 파괴의 보옥이 들려 있었고, 주문이 가동되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류신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인상을 썼다.


“왜 바다 진드기들이 여기에 다 몰려나와 있는 거야?”

“그러게요. 원래 이렇게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아닌데.”


세로가 동의한다는 듯 거들었다.

길드원들은 지금에서야 자신들이 상대하는 존재가 바다 진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으으으으-”


점점 김태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파괴의 보옥에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바닷속에서 터져야 하는 것이 모래사장 한복판에서 터지게 생긴 셈이다.

류신이 어느새 김태식 앞에 섰다.


“넌 뭐 이런 걸 쥐고 있어?”


류신이 손을 까딱하자 파괴의 보옥이 자연스럽게 김태식의 손에서 빠져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파괴의 보옥은 작은 동그란 막 속에 갇혀 있었다.

배리어처럼 보였지만 너무나도 작고 약하게 느껴졌다. 파괴의 보옥이 가진 폭발력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너희들이냐? 타보트를 옮기는 게?”


류신이 김태식을 보며 물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그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변했다.

이제야 이곳에 나타난 존재가 누군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흐예?”

“그 이름 버렸다니까.”


류신이 김태식에게서 몸을 돌려 괴물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손을 까닥거렸다. 그러자 이번엔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괴물들의 몸이 모두 허공으로 떠올랐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떠오른 괴물들, 아니 바다 진드기들은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촉수를 내뻗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류신이 손짓을 다시 하자 파괴의 보옥이 들어있던 동그란 막 안으로 바다 진드기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그란 막은 마치 풍선처럼 바다 진드기들을 받아들이며 점점 커졌다.

모든 바다 진드기들이 동그란 막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해졌다. 그리고 그 중앙에 여전히 파괴의 보옥이 있었다.


엄청난 기운이 솟구치며 파괴의 보옥이 빛을 내며 폭발이 일어났다.

동그란 막 안에서 터진 파괴의 보옥이 내뿜는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길드원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여차하면 자신들도 폭발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빛이 점점 잦아들었다. 길드원들은 자신들의 몸이 무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도 멀쩡했다.

하지만 동그란 막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파괴의 보옥이 폭발한 막 안에 바다 진드기들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놀라운 것은 보옥을 감싸고 있던 막은 어떠한 타격도 없었다는 점이다.


류신이 막을 제거했다. 그러자 그 안에 가득했던 바다 진드기들의 잔해가 그대로 바다로 쏟아졌다.


“막 이렇게 무단 투기해도 돼요?”

“상관없어. 여기는.”


류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인 채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태식에게 다가갔다.


“보트 띄워. 지금 배로 건너간다.”

“하, 하지만······”


김태식은 겁을 내고 있었다. 지금 류신이 눈앞에 있지만, 바다에서 보트에 탄 채 공격당하면 그야말로 끝이다.


“바다에서 공격당하면 끝납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있겠다고? 아니지. 너희들 여기가 지금 어딘지는 알고 있는 거야?”


류신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김태식은 물론 다가온 강인한과 정인하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냥 섬······”

“와! 몰랐네. 여기가 어딘지. 살고 싶으면 배로 빨리 가. 진짜 죽기 싫으면. 여기가 바로 레비아탄의 등이야.”


류신의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자신들이 섬이라고 알고 올라와 정박하고 있던 곳이 바로 레비아탄의 등이라니.

김태식은 물론 이야기를 들은 모두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빨리 움직여.”


류신의 명령에 길드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고무보트에 다시 바람을 채워 넣고 짐을 실었다.

희생당한 길드원들이 있어 처음 올 때와는 달리 보트에 탄 인원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별 수 없다. 빨리 이 섬을 빠져나가는 수밖에. 죽은 동료들의 시신도 챙기지 못한 채 모두 보트에 올라탔다.


“빨리 배로 가. 거기 가서 기다려. 괜히 먼저 움직이지 마. 그러면 진짜 위험해지니까.”


류신의 명령에 모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불안했다. 갑자기 밑에서 공격한다면 큰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바다는 고요했다.


사실 류신은 자신이 밟고 있는 레비아탄의 등 위에서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다. 레비아탄이 아무것도 못 하도록.

류신은 그저 발로 밟고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땅이 부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류신의 기운에 저항하는 레비아탄의 기운이기도 했다.

레비아탄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바다 진드기들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닷속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길드원들이 모두 배에 오르는 것이 보였다.

류신이 기운을 풀었다. 그러자 땅 위로 무언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건장한 청년의 형태. 하지만 다리가 땅에 붙어있었다. 땅과 일치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에흐예!”


땅에서 솟아올라온 사내가 류신을 보며 말을 걸었다.

그는 무척 화가 나 있는 얼굴이었다.


“오랜만이야! 레비!”

“내 이름을 줄여서 부르지 마라.”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


땅에서 솟아 올라온 존재는 바로 레비아탄이었다.

물론 레비아탄의 본체는 이 섬이 맞다. 단지 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몸의 일부를 변화시킨 것이다. 레비아탄의 능력 중 하나다.


“나를 방해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너를? 난 너를 방해하는 게 아냐.”

“지금 이 상황을 보고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당연하지. 내가 널 방해하다니 말도 안 돼.”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는 건 나야. 날 방해하는 게 너거든.”


류신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순간 레비아탄의 몸이 흠칫 뒤로 물러났다.

땅에 발이 붙어있는데도 몸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대화하는 존재는 레비아탄의 본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류신도, 그리고 옆에 있는 세로도 알고 있었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당연히 알지. 타보트.”

“그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알고 있는 건가?”

“왜 이래? 나 신의 대리인이었어.”

“그런데도 날 막겠다는 건가?”


레비아탄의 말에 류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는 저 타보트를 어떡할 건데?”

“파괴할 거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못 맡기겠다는 거야. 저걸 터트리면 지구의 반은 날아갈 거다.”

“그래도 우리들은 살아갈 수 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너희들 살겠다고 지구 반을 터트릴 수는 없지. 타보트는 내가 가져간다. 너희들을 공격하는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괜히 방해하지 마. 네 형제들에게도 전하고.”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신의 대리인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레비아탄이 잠시 류신을 봤다. 그러나 이내 싸늘하게 웃었다.


“신의 대리인은 그만둔 것이 아니었나? 에흐예란 이름도 버렸다면서?”

“그래도 신의 힘은 그대로 가지고 있거든.”

“그대는 타보트를 어찌할 거지?”

“내가 보관할 거야.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그걸로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레비아탄은 집요했다.

류신은 조금씩 귀찮아지고 있었다. 속으로 차라리 그냥 다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봐! 레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순간 류신의 몸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은 고스란히 레비아탄의 몸으로 쏘아져 나갔다. 레비아탄의 말문이 막히고 몸이 굳어버렸다.


“미안하게도 너희들은 내 관심 밖이야. 그런데 자꾸 내 관심의 중심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어. 나한테 관심받고 싶어? 관심 가져줘?”

“그, 그게 무슨······”

“그냥 너희들 살던 대로 살아가면 그대로 놔두겠다는 거야. 이 세상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주겠다는 거지. 버뮤다 삼각해역에서 네가 저지른 일도 어쩌다 한 번씩이니까 봐주고 그러겠다는 거라고.”

“······”

“그런데 이렇게 자꾸 내 관심의 중심으로 들어오겠다면 나로서는 너희들을 아예 배제해버릴 수밖에 없어.”


레비아탄의 표정이 굳었다.

다시 땅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평소의 장난스럽던 류신의 표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의 류신은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대를 믿을 수 있나?”

“믿고 안 믿고는 너의 자유야. 하지만 내가 약속을 어긴다면 너에게는 명분이 생기겠지. 넌 그래도 네 두 형제보다는 똑똑하잖아.”


레비아탄이 고개를 숙였다.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고개를 들었다.


“좋다. 하지만 약속을 믿을 수 있다는 증표가 필요하다.”

“증표? 뭐 그딴 게 필요해?”

“네가 그대로 신의 대리인이라면 몰라도 그만둔 이상 너는 힘을 가진 인간에 불과하다.”

“그건 맞지.”


류신도 인정했다.


“신의 대리인의 약속과 인간의 약속이 가지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그것도 인정.”

“그러니 한 인간의 약속을 믿을 수 있는 증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상한가?”

“이상하진 않아. 그런데······ 터무니없는 걸 요구할 거 같아서 그래.”

“터무니없는 것이라 해도 그 증표를 네가 충족하지 못하면 나는 너를 믿을 수 없다.”

“하하하. 억지 부리기 딱 좋은 패턴으로 가네.”


류신은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레비아탄의 얼굴이 세로에게 향했다.


“네 옆의 몸종을 두고 가라. 그러면 너를 믿어 주겠다.”


순간 세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몸종?”

“그래. 몸종. 네가 내 옆에 있다면 나는 그대를 믿겠······”


하지만 레비아탄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레비아탄의 몸체가 펑 터져버린 것이다.

류신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정말 화난 얼굴이었다.


“선 넘지 말았어야지. 너는 선을 넘었어. 네가 넘었으니 네 두 형제도 마찬가지겠지? 좋아. 그렇게 원하면 상대해 줄게.”


류신이 등을 돌려 세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세로의 허리를 와락 부여잡았다. 세로가 깜짝 놀라며 류신을 봤다.


“가만히 있어. 흔들지 말고.”


류신이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바로 폭풍 길드의 배 갑판 위였다.

갑판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길드원들이 류신과 세로가 날아와 갑판에 착지하자 놀라며 물러났다.

김태식과 강인한, 정인하가 다가왔다.


“이제 가면 됩니까?”


물론 폭풍 길드 사람들은 섬 위에서 류신과 레비아탄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를 알지는 못했다.


“아니. 기다려. 타보트 어딨지?”


류신이 물었다. 구석에 타보트가 들어있는 상자가 놓여 있었다.

류신이 상자로 다가갔다.


“너희들은 모두 안에 들어가 있어.”

“네? 어째서······”


김태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레비아탄을 배제한다.”


류신의 말에 폭풍 길드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배제한다는 말의 의미는 아무리 봐도 제거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그들 앞의 섬이 조금씩 솟구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섬이 솟구치더니 얼굴이 나타났다. 그것이 진짜 레비아탄의 얼굴이었다.

폭풍 길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선실로 달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류신은 그대로 선 채 점점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레비아탄의 실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폭풍 길드 사람들과 세로도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갑판 위에는 류신만 남았다.

류신이 타보트의 상자로 다가갔다. 천사들의 봉인이 잔뜩 새겨진 상자였다. 류신은 그 봉인 중 하나를 지웠다. 묵직한 기운이 타보트에서 흘러나와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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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1 23.08.07 558 10 13쪽
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 레비아탄 +1 23.08.02 505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8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4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3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6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2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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