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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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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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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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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145

작성
23.07.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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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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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어울리는 죽음(2)

DUMMY

어둠이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류신을 비롯해 멜렉 등 모두가 어둠에 갇혔다. 요르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요르는 자신의 감각으로도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자 무척 불안한 표정이었다.


[어떠냐······ 진정한 어둠에 갇힌 기분이.]


어둠 속에서 체바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용사들을 비롯해 모두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봤다. 그만큼 체바오트의 목소리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곳에서 들려왔다.

물론 류신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로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인 채였다.


[흐흐흐. 고민해도 소용없다. 이 어둠은 이계의 어둠이다. 내가 가져온 어둠이고, 어느 누구도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제 그만······]

“주절주절 말이 많네.”


순간 류신이 말했다.


[뭐라고?]

“말이 많다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 많은 것들은 대체로 꿍꿍이가 있다고 했거든.”

[꿍꿍이라니······]


체바오트의 목소리가 어둠 속이지만 당황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걸 말하는 거야.”


류신이 어둠 속에 손을 뻗었다.


턱!


무언가 류신의 손에 잡혔다.

류신이 잡아당기자 체바오트가 끌려왔다. 아니 슈드 뮤엘이 끌려왔다.


“나, 나를······ 어떻게? 완벽하게 감각을 속이는 공간에서?”

“공간? 이게 공간?”


류신은 어이가 없었다. 이 정도의 어둠을 가지고 공간이라고 하다니.

당장이라도 슈드 뮤엘을 블랙홀에 집어넣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조차 사치였다.


“전에 찾아왔던 수······ 무슨 구라나 너나 다 이것저것 꼼수를 쓰는 걸 보니 약한 놈들이 맞네.”

“약하다니······”


슈드 뮤엘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약하다고 일컫는 존재가 있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류신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목을 잡힌 것뿐인데 슈드 뮤엘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앞으로 만날 놈들도 별로 기대가 안 되잖아. 다들 뭐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류신이 슈드 뮤엘을 보며 물었다. 류신의 표정은 잔뜩 실망했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내 동료들은······”

“그래. 너보다 나아야 할 거야.”

“큭!”


슈드 뮤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면 뭔가 더 보여줄 게 있나?”

“큭! 내 비장의 수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이 한이다.”


슈드 뮤엘이 진짜 억울한 듯 말했다.


“비장의 수? 기대되는데? 한 번 해봐.”


순간 류신이 슈드 뮤엘의 목을 놓았다.

다들 깜짝 놀랐다. 기껏 잡은 슈드 뮤엘을 류신이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릴 수도 있었고, 도주해 다른 동료를 데리고 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류신은 아무런 대책 없이 너무 쉽게 슈드 무엘을 놓아주었다.


“도대체 왜······?”


세로가 한마디 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레인이 세로를 말렸다.


“잘 봐. 이건 완전한 어둠이 아냐.”

“네?”


레인이 자신의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세로에게 보여줬다. 그러고 보니 세로도 자신의 팔다리는 물론 요르, 용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주변이 온통 어둠이라서 암흑 속에 갇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진짜 어둠이라면 다른 사람이 보이거나, 자신의 팔이나 다리가 보이는 일 따위는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류신의 손에서 벗어난 슈드 뮤엘이 자신의 목을 어루만졌다. 얼굴에 돋아난 촉수가 기분 나쁜 듯이 꿈틀거렸다.

다행히 슈드 뮤엘은 이번엔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 주변의 어둠이 점점 사라지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둠이 보이지 않자 다들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슈드 뮤엘은 류신과 거리를 벌린 채 대치하고 있었다. 이번엔 진심으로 무언가 보여주려는 모습이었다.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을 후회할 것이다.”


슈드 뮤엘에게서 음험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류신은 아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말만 하지 말고 보여달라니까.”

“기꺼이 보여주겠다.”


슈드 뮤엘의 양손이 촉수처럼 변했다.

그 손을 땅속에 푹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일어날 것 같았는데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용사들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 순간 요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세계수 뿌리가 위험해!”


요르가 땅을 가리켰다.

슈드 뮤엘을 중심으로 땅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용암이 땅을 녹이고 바위와 흙을 끓는 호수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점점 끓어오르는 땅이 슈드 뮤엘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말 그대로 바위는 물론 땅 자체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대지를 열기로 녹이는 힘을 슈드 뮤엘은 보여주고 있었다.


“걱정 마라. 숨이 막혀 죽기 전에 열기에 녹아내릴 테니까. 그리고 세계수도 이 열기에 먹힐 것이다.”


슈드 뮤엘의 기운이 점점 류신이 서 있는 곳으로 번져왔다.

요르가 인상을 쓰며 기운을 뻗으려 했다. 대지가 녹아내리면 어쩔 수 없이 세계수의 뿌리가 다치게 된다. 그것을 요르는 막아야 했다.

세로는 물론 용사들 중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자들은 모두 얼음 마법을 사용했다.

얼음으로 어떻게든 뜨거워져 녹아내리는 대지를 조금이라도 식히려는 시도였다.


물론 이들과 달리 류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슈드 뮤엘이 만든 뜨거운 대지의 호수가 점점 자신을 향해 와도 무관심한 듯 보였을 정도였다.


슈드 뮤엘은 미소를 보였다. 자신의 승리라고 믿었다.

자신이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바위가 녹아내리고, 대지가 뜨거운 호수가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기운을 흘려 넣은 대지는 계속 뜨겁게 변할 뿐이다. 산이 녹아내려 도시로 흘러 들어갈 것이고, 도시도 녹아내릴 것이다.

세계수의 생명도 끝이다. 세계수를 자신이 차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해도 아무도 가질 수 없으니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의 희생을 아자토스는 기억해 주리라고 믿으며 최후의 기운을 대지에 불어넣고 있었다. 그때 슈드 뮤엘의 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다야?”


슈드 뮤엘은 고개를 들어 류신을 봤다.

그의 눈에는 한껏 실망한 류신의 얼굴이 보였다.

대지를 녹아내리게 만들어 뜨거운 용암의 호수로 만드는 것이 별거 아니라니.


슈드 뮤엘은 심지어 이 세상 전체를 이런 형태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는 것은 오로지 다른 동료들과 이 세상에 도래할 아자토스 님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류신은, 에흐예는 마치 슈드 뮤엘의 능력이 형편없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을 전부 끝장내더라도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야 했다.


“네놈은······ 내가 힘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슈드 뮤엘이 이를 까드득 깨물며 말했다.


“그래서 그러는 거야. 네 앞에 있는 상대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건데?”


순간 슈드 뮤엘은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상대는 에흐예다. 케테르의 에흐예. 아자토스 님이 보낸 쿠아칠 우터스를 죽이고, 슈브 니구라스도 죽인 존재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목숨도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렇군. 내가 잘못 생각했어. 내 모든 것을 보고 싶다는 것이군.”

“그래. 이제야 얼굴을 좀 볼만하네.”


슈드 뮤엘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류신도 따라 웃었다.

갑자기 지금까지 쏟아부은 것의 두 배가 넘는 기운이 땅으로 밀려들었다. 뜨거워지는 땅이 끓어오르며 녹아내리는 속도가 두 배는 빨라졌다.

하지만 류신은 여전히 이 모습에도 그다지 만족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만약 이게 전부라면 무척 실망스러운데.”


류신이 한 발을 내디뎠다.


쿵!


작은 한발이었다. 그러나 그 울림은 작지 않았다.

류신이 내디딘 한 발에서부터 커다란 울림이 동심원을 그리며 펴져 나갔다.


쩌쩌적!

뜨거운 열기로 녹아내리던 대지가 동심원을 타고 퍼지는 울림과 함께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뜨겁던 열기도 단 한 순간에 사라졌다.

물론 슈드 뮤엘의 주변은 조금 달랐다. 울림의 여파가 채 미치지 못하는 듯 아직 부글부글 끓는 땅이 존재했다.

류신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갔다.


쿵!


다시 울림이 퍼지며 이번엔 슈드 뮤엘을 덮쳤다.

슈드 뮤엘의 몸이 울림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 순간 슈드 뮤엘의 몸이 출렁이며 저만치 날려졌다.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슈드 뮤엘. 하지만 그 역시 이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쪽 팔을 땅에 박았다. 기운이 흘러 들어가며 땅속에서 끓는 용암으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솟아올랐다.


마치 거대한 푸딩처럼 생겼지만, 뜨거운 열기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솟아난 생명체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모두 열 마리는 되어 보이는 뜨거운 푸딩들이었다.

용사들은 다시 긴장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세계수는 물론 주변을 모두 태워버릴 것 같았다.


쿵!


그러나 다시 류신이 한 걸음 내디뎠다.

울림에 노출된 푸딩들은 말 그대로 형체도 없이 흘러내려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슈드 뮤엘의 공격은 류신의 단 세 번의 걸음으로 모두 막혀버렸다.


“크흑! 그, 그게 뭐냐? 도대체 무슨 기술이지?”


류신은 계속 울림을 일으키며 슈드 뮤엘 바로 앞에까지 다가왔다. 울림이 슈드 뮤엘의 몸을 강타할 때마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물론 울림은 레인도, 세로와 요르도, 그리고 용사들도 모두 겪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개운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슈드 뮤엘에게는 아니었다. 그에게 류신의 기술은 고통이었다.


“다시 물어보지. 이게 다야? 이게 정말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야?”

“으윽- 마, 말도 안 돼.”


슈드 뮤엘은 고통에 신음하며 일어났다.

이상했다. 이 기술로 호드에서 체바오트를 잡았다. 그를 땅속에 묻어버렸다. 그런데 어째서 에흐예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고작 이정도로 지구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어이가 없군.”


류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슈드 뮤엘의 앞에까지 다가간 류신이 물끄러미 얼굴을 바라봤다.

슈드 뮤엘은 사람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의 모습이었다. 촉수가 많이 달린 돌연변이 오징어와도 비슷하게 보였다.


“이제 뭘 보여줄 거지?”


류신이 물었다.


“그래. 좋다. 이제부터 나 슈드 뮤엘은 이름을 버린다. 나이기를 버리고 너를 죽이기 위한 존재로만 거듭난다.”


슈드 뮤엘의 몸에 자리 잡고 있던 쇼고스가 빠르게 그의 몸을 잠식해 나갔다.

촉수가 온몸으로 퍼지며 슈드 뮤엘의 존재를 지우고, 점점 다른 존재가 되어갔다.


레인은 이 기운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쇼고스였다. 그것도 오리지날 쇼고스.

슈드 뮤엘은 스스로 쇼고스를 자신의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하던 쇼고스도 결국은 자신의 몸에 있던 오리지널 쇼고스의 세포에서 추출한 것이었다.

쇼고스의 힘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슈드 뮤엘의 최후는 결국 쇼고스에 먹히는 것이었다.


“어울리는 죽음이군. 슈드 뮤엘.”


슈드 뮤엘은 이제 이 자리에 없다. 슈드 뮤엘을 먹어 치운 쇼고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마치 형체가 없는 듯한 존재가 흐느적거리며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류신은 그 광경을 끝까지 바라봤다.


용사들과 레인, 세로, 요르가 긴장했다. 강윤과 남태현, 황미연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친 싸움을 직접 본 것도 놀라운데, 또 다른 싸움이 눈앞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슈드 뮤엘을 먹어 치운 쇼고스가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류신은 쇼고스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투태세를 취하거나 방어하지도 않았다. 그저 쇼고스가 형태를 완전히 잡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쇼고스가 형태를 갖췄다.

그것은 의외로 멀쩡한 인간의 형태였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애매한 외모의 존재가 류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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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처음의 인간 +1 23.08.09 492 9 12쪽
84 전쟁의 약속 +1 23.08.08 504 9 12쪽
83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1 23.08.07 558 10 13쪽
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4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8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3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2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5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69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6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2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6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1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3 14 13쪽
58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3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69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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