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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5.08 23:30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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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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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장: 생존] 108동 (1)

DUMMY

<김민지>


- 사태 발생 첫날

김민지는 간호사다. 오후 근무조인 그녀는 집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깨운 것은 미친 듯이 울려대는 전화였다. 힘겹게 눈을 뜨고 스마트폰을 확인해 본다.


( 울 아빠 )


김민지는 눈을 감은채 전화를 받는다.

“.. 어 아빠.”

“[민지야 너 어디니.]”

“.. 나 자고 있지.”

“[집이냐? 민지야 그대로 집에 있어.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알았어?]”

“.. 무슨 소리야 그게.”

“[어,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민지야.]”

그때 스마트폰이 울린다. 이번엔 병원이었다.

“아빠 나 병원에서 전화 왔다. 이따가 전화할게.”

“[민지야. 내 말 들었어?]”

“응 알았어, 알았어. 전화할게요. 네 여보세요?”

김민지는 아버지와의 전화를 끊고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지금 병원에 응급환자가 많은데 온콜 대기 중인 간호사들은 연락이 안 된다며 김민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김민지는 고민 없이 수락한다. 아빠의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응급환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또 별일 있겠나 싶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옷을 입고는 차키를 챙겨 밖으로 향한다. 그 순간이다. 마치 차사고라도 난 듯 큰 충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란 가슴 부여잡고는 마저 밖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확인해 본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서울 전역에서 폭도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뉴스들을 발견한다. 하지만 도통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 한다.


1층에 도착하고는 주차된 차로 향한다. 시동을 걸고 길을 나선다. 그 순간이다. 앞에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김민지의 차를 보고도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대로 차로 날아들어 있는 힘껏 부딪힌다. 유리에 금이 간다.


“꺄악!”

놀란 김민지는 눈을 감고 자신도 모르게 액셀을 밟는다. 그러다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들이받아 멈춘다. 보닛에 올라타있던 괴한들은 사방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금방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덤벼든다. 금이 간 유리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았다. 김민지는 벌벌 떨며 본능적으로 차량을 후진시킨다. 긴장한 탓인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또다시 차량을 들이받는다. 온몸에 충격이 전해진다.


“.. 엄마 어떡해.”

공포에 호흡이 가빠진다. 앞에서는 괴한들이 포기하지 않고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본능이 도망치라고 외친다. 이에 김민지는 기어를 바꾸고 차를 전진시킨다. 그렇게 간신히 괴한들을 피해 다시 108동 입구로 돌아온다. 대충 차를 세우고는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인지 사고의 충격 때문인지 발을 헛디뎌 넘어진다. 땅을 짚고 일어나 뒤를 돌아보며 황급히 도망친다. 괴한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서 호출 버튼을 누른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었기에 바로 열린다. 황급히 탑승해 8층을 누르고는 닫기 버튼을 연타한다. 괴한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금이 저려온다.


‘제발.. 제발..’

그 순간 괴한들이 코 앞까지 도달했지만 다행히 간발의 차로 문이 닫힌다.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는다. 8층에 도착하자 밖으로 기어 나온다. 바닥을 짚고 일어나 808호로 향한다. 떨리는 손으로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집 안에 들어온다.


문을 닫고 잠글 수 있는 모든 잠금장치를 다 걸어 잠근다. 그대로 현관문에 기대어 주저앉는다. 마침내 다시 안전해졌다. 안심한다. 그 순간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둘러 작은 방으로 향한다. 무방비하게 복도를 향해 뚫려있는 창문 앞으로 간다. 이중으로 걸어 잠근 다음 커튼까지 쳐서 막는다. 부엌으로 가서 반복한다. 이제야 비로소 안전해졌다. 아직도 손이 벌벌 떨린다.


조심스럽게 베란다로 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수라장이다. 사람들은 괴한들한테 쫓기고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고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김민지는 다급히 안 방 침대로 향한다. 가족, 지인들에게 안부전화를 돌리고는 TV를 틀어놓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지며 상황 파악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다. 그때 김민지는 갑작스레 들려온 큰 소음에 깜짝 놀란다. 마치 총소리 같았다. 그러다 조금 뒤에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온다. 그냥 당연히 지나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베란다에 나가보자 109동 옥상에 헬리콥터가 멈춰있는 게 보인다. 주민을 구조하러 온 헬기가 분명했다.


“여기요!”

김민지는 창문을 열고 팔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헬리콥터 굉음에 그녀의 말소리가 들릴 리 만무했다. 그러다 그녀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그것은 헬기의 소음을 듣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한들이었다. 그것들은 이내 서로가 서로를 밟으며 109동의 외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 경악스러운 모습에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베란다 쪽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모든 베란다 창문을 잠근 뒤 블라인드를 치고 안방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이불을 덮고 숨는다.




- 2일 차

아버지는 어제 엄마를 데리러 간다는 전화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 친구들도 하나둘 연락이 끊기기 시작한다. 너무나 외롭고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혼자 이불속에 숨어 우는 것 밖에는 말이다.




- 4일 차

틀어져있는 TV에서 어떤 뉴스가 들려온다. 그것은 서울이 봉쇄됐다는 뉴스였다. 그녀는 충격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다. 그것은 앞으로 당분간 그 어떤 도움도 없을 거란 얘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민지는 식량이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본다. 그러나 그녀가 갖고 있는 식량은 라면 2봉지, 즉석밥 2개, 참치캔 1개, 시리얼 반 봉지, 콜라 6개, 김치 1통 정도가 다였다. 김민지는 집보다는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집에서 밥을 먹어도 요리를 하기보다는 배달 음식으로 때워왔기에 비축해 놓은 식량이 얼마 없었던 것이다. 절망적이었다.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게 눈에 선했다.




- 6일 차

벌써 식량이 다 떨어져 간다. 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시리얼을 우유도 없이 다 먹어치웠다.


이제 남은 것은 엄마가 가져다주셨던 김치밖에 없다. 사실 김민지는 이전에 엄마한테 불평을 했었다. 먹지도 않는 거 그만 가져오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랬던 김치가 지금은 일용할 소중한 양식이 되었다. 함께 곁들일 음식은 없었지만 맛있게 음미하며 먹는다.




- 7일 차

냉동고 구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지를 찾아낸다. 열어서 자세히 확인해 보니 후라이드 치킨이었다. 예전에 시켜 먹고 조금 남은 걸 냉동고에 넣어놨다가 잊은 것이다. 언제 넣어놨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전자레인지에 덥혀서 한 입 먹어본다. 이상한 냄새가 나고 조금 질겼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치운다.




- 8일 차

김민지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안 방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그 순간 현관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렌즈를 통해 복도를 내다본다. 그 순간 문 앞에 있는 괴한을 발견한다.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그러자 괴한이 거칠게 현관문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안방으로 달려간다. 문을 닫고 이불속에 숨는다. 그리고 소리가 멎을 때까지 그대로 숨죽여 울었다.




- 9일 차

식량이 진짜 다 떨어졌다. 이제 김치도 없다. 남은 콜라를 마시면서 연명한다. 배달 음식을 시킬 때마다 받았던 건데 그녀가 좋아하지 않는 브랜드의 콜라였기에 냉장고 한 편에 모아놨던 것이다. 이전엔 처치 불능이었지만 지금은 덕분에 배를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었다.


그 순간 밖에서 큰 소음이 들린다. 이번에도 분명 총소리였다. 김민지는 용기를 내 베란다로 나가본다. 조심스럽게 블라인드 틈 사이로 밖을 내다본다.


또 괴한들이 109동에 몰려들어있었다. 빗줄기 사이로 자세히 관찰해 본다. 이내 2층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더니 괴한들 사이에서 헬멧을 쓴 남자가 튀어나와 밧줄을 잡고 탈출한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109동에선 무언가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 10일 차

식량이 다 떨어진 두 번째 날이다. 이제는 콜라도 없고 진짜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쫄쫄 굶으며 비타민과 수돗물로만 굶주린 배를 채운다. 너무 배고프지만 음식을 구할 방법이 없다. 문 앞엔 괴한이 어슬렁거리고 있기에 집 밖을 나설 수도 없다.




- 11일 차

배고픔에 잠에서 깬다.


소리를 최저로 줄인 채 틀어놓은 TV에서는 며칠째 백신 얘기만 나오고 있다. 한참 백신을 개발 중이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는 뉴스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화낼 힘도 없었다.


그때 문득 옆 동이 생각난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다시 베란다로 나간다. 블라인드 사이로 109동을 관찰한다. 그곳엔 사람들이 자유자재로 복도를 활보하고 있었다. 다들 상태도 멀쩡해 보인다. 그리고 총을 든 군인도 보인다.




- 12일 차

아침이다. 오늘도 먹는 꿈을 꿨다.


멍하다. 아무것도 못 먹은 지 4일째다. 그런데 오히려 이상하게 배가 안 고파졌다. 하지만 몸에는 기력이 하나도 없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인간은 아무것도 안 먹어도 몇 달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신뢰는 가지 않는다.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눈물이 나온다. 동시에 웃음도 나온다. 김민지는 이대로 죽기는 싫었다. 무언가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다시 109동 생각이 난다. 헬기, 군인, 총. 별의미는 없겠지만 그녀는 SOS 사인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종이가 없었기에 옷을 활용한다. 흰색 계열의 옷을 다 꺼내온다. 그리고 검정 매직펜으로 옷 한 벌 당 알파벳 한자씩 크고 두껍게 적어 넣는다. 그 후 베란다로 가 그 옷들을 옷걸이에 걸어 블라인드에 걸쳐놓는다. 그렇게 엉성하지만 SOS 사인을 완성한다.


김민지는 기다린다. 제발 누군가 봐주길 바라며, 그리고 구원의 손길이 와주길 바라며 말이다.




- 13일 차

김민지는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다.


그때 창문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그녀는 힘을 내 베란다로 나가본다. 이내 깜짝 놀란다. 베란다 창문 앞에는 드론이 떠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드론에는 무언가가 붙어있었다. 그것은 종이였다. 그리고 그 종이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어떤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 전화 주세요! )


김민지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적혀있던 번호로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전화 너머로는 밝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 여보세요?”

“[108동 808호? 맞으시죠?]”

“네, 네! 맞습니다!”

김민지는 희망이 벅차오른다.

“[혹시 보우라인 매듭 할 줄 아세요?]”

“네 네? 무슨, 뭐라고요?”

“[보우라인 매듭이요. 단단하게 묶어야 되거든요?]”

전화 너머의 그녀는 당돌하게 자기 할 말만 이어간다.

“네? 잠시만요. 뭘, 뭘 묶어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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