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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3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13 03:53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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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조력자(2)

DUMMY

한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보자고 했다.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그런 사이코들은 사람을 괴롭게 하면서 희열을 느끼므로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 흥미를 잃을거라고 설명했다.

주변에 어떤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라는 그 말은 내게 위험하게 들리기도 했다. 지금까지야 장난식으로 집에 들어와 책장에 메세지를 남기고 망치질을 하는 수준 이었지만, 만약 그것보다 더 큰일이 일어난다면.


한나에게 지금껏 있었던 일 중에 일부를 설명했다. 경찰에 신고한 내용이 취소 된 것, 일주일 정도의 일상을 녹화한 동영상이 전부 없어진 것, 밤중에 누군가 들어왔던 것, 들었던 망치질 소리가 사실 우리집에서 나고 있었다는 것 까지.


한나는 벽에 남은 못자국들을 보고서야 심각성을 조금 깨달은 것 같았다.


" 봐, 내가 이사할 땐 없었던 거라고 했잖아 "


" 그 땐 갯수가 적었잖아, 전 주인이 액자라도 걸어 놨던 자리인 줄 알았지 "


" 상식적으로 누가 이렇게 아래쪽에 액자를 걸어놔? "




한나는 자기가 맨 처음에 발견한 못자국 이라며 손가락으로 한참 밑쪽을 가르킨다. 160cm가 채 안되는 한나의 키에서 종아리 정도의 높이에 못자국이 남아 있었다. 작은 여자가 쭈그려 앉아서 망차질을 하기에도 애매한 높이다.

허리를 옆으로 잔뜩 기울여 못을 박았을 사람의 형상이 눈앞에 그려지자 바로 고개를 돌린다.


집 안을 둘러보던 한나가 마른침을 꼴깍 삼키더니 내 손등을 툭툭 건드린다.




" ..이 정도면 무당 불러야 되는 거 아니야? "


" 너는 의사라는 애가 무슨 증명되지도 않은 미신을 믿고 그래 "


" 사람이 들어와서 했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잖아 "




바뀐 도어락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들어왔는지만 빼면 그렇게 이상한 점이 있는 것 도 아니었다. '진' 이 보낸 메일처럼 나를 항상 감시하고 있다면 도어락 비밀번호 쯤이야 얼마든지 알 수도 있었지만 한나는 그 메일을 모르고 나도 메일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내가 한나에게 설명한 건 극히 일부분 이었다.




" 일단 그 남자를 마주치더라도 최대한 살갑게, 그리고 너무 오래 말 섞지는 마 "


" 우선 네가 말한대로 해볼게, 그래도 안되면? "


" 이사를 가던지..아니면.."




침묵 사이에서 냉장고가 '위이잉' 하고 작동하는 소리를 내니 둘 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본다. 뻘쭘함에 서로를 쳐다보고 하하, 하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한나가 코를 훌쩍거리며 집 안을 한번 둘러보고는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 굿이라도 해야지 "








* * *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 빼고는 오랜만에 외출이었다. 한나가 차로 데려다주며 조심하라고 말한 횟수를 생각해본다. 6번 정도 였던 것 같다. 시내에 날 내려주고 창문을 내려 '조심해' 라고 말한 것 까지 포함해서 총 7번 정도. 큰소리를 내 출발하는 하얀색 SUV차량을 보고있다가 걸음을 옮긴다.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가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 몇 분 이세요?"




그나마 사람이 없는 샐러드 가게로 발을 딛는 순간 내앞을 가로막은 여성 직원 한분이 친절하게 묻는다. 대답을 망설이니 내 뒤를 힐끗보고는 따라오라며 안내한다. 꽤 좁아보이는 테이블로 나를 안내한 직원이 메뉴판을 건네며 메뉴가 정해지면 카운터로 와서 주문을 하면 된다는 설명을 하고 자리를 뜬다.




" 맛있게 드세요 "




애꿎은 샐러드를 포크로 콕콕 건드리다가 방울토마토 하나를 입에 넣는다. 이렇게 전문 샐러드 가게가 생길 줄은 몰랐다. 내가 대학다닐 때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신기해 하면서 놀려대기 바빴으니까, 가끔 나가는 술자리에서도 나를 위해 과일 안주를 시켜주는 건 한나 뿐이었다.


샐러드 그릇이 바닥을 보일 때쯤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에 앉은 남자와 계속해서 눈이 마주친다. 말끔히 차려입은 정상의 넥타이를 정리하는 남자와 다시 한번 눈이 마주치자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이나 얼굴 옆이 따가울 정도로 남자의 시선을 받았다.




" 저기 저 남자, 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




테이블을 잡고 쭈그려 앉은 직원이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 목소리 따라 작은 목소리로 속닥 거린다.




" 조금 불편하세요? "


" 아..아뇨, 불편한 건 아니예요... "


" 딱히 이쪽을 보고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




눈치를 보던 직원이 고개를 까딱여 보이고는 원래 서있던 카운터 자리로 돌아간다. 남자가 달그락, 거리며 한동안 정리하는 소리를 내더니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끊기고 내 쪽으로 그림자가 진다. 거의 다 비운 샐러드 그릇을 포크로 빠르게 휘적거렸다. 내 앞으로 진 그림자가 사리지질 않는다.




"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




끼이익, 쾅 -



의자가 밀리면서 뒤로 쓰러지는 소리였다. 시끌벅적하던 주변이 조용해 지면서 시선이 쏠린다. 남자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벌떡 일어난 내게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나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자동차 경적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심장이 방망이질 속도를 급격하게 높히고 있었다. 혹시 따라오나 싶어 고개를 돌려 확인했으나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 뜀박질을 하던 발의 속도를 천천히 줄여나갔다.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혹시 나를 감시하는 '그들' 중 한명일까.


버스정류장에 앉아 가빠진 숨을 고른다. 노선을 확인하며 우리집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 살펴봤으나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적이 없어 집 앞이 어떤 정류장인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터덜터덜 사람이 많이 오가는 도로를 따라 걸으며 택시를 잡는다. 주변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안녕하세요 "




원래 알던 사이라도 되는 것 처럼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살갑게 인사하는 여자 둘을 무시하려고 했다.




" 요즘 안 좋은일 있으시죠? "




뿌리치고 가던 걸음을 멈춘다. 여자 둘을 번갈아 쳐다보니 좋은 인상으로 방긋 웃으며 내게 명함을 건낸다.




"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잠시 커피 한잔 괜찮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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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또는, 아니더라도 19.09.14 39 0 7쪽
» 조력자(2) 19.09.13 22 0 7쪽
9 조력자(1) 19.09.09 26 1 7쪽
8 악몽의 형상(2) 19.09.07 23 0 7쪽
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6 REC 19.09.05 38 0 8쪽
5 그들은(2) 19.09.04 33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3 3. 선물 19.09.02 27 0 8쪽
2 낌새 19.09.02 38 0 10쪽
1 Re : 19.09.01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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